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31화 (231/298)

< -- 게이트 테멜을 확보하라 -- >

- 그러니까 나보고 다시 그 괴수가 지키고 있는 곳으로 가서 테멜 게이트를 통과해서 원래 살던 곳으로 가라는 거냐냥?

"들었으니 알 텐데 또 묻긴 왜 물어? 바로 그거지."

- 내가 그걸 할 거라고 생각하냐냥? 테멜 안은 위험하다냥. 겨우겨우 도망을 칠 수 있었다냥. 순간이동을 하지 못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냥.

"죽기는 무슨. 몬스터들이 널 건드리지 않았을 텐데?"

- 아니다냥. 테멜 안에 있는 몬스터들은 뭐든 공격한다냥. 그래서 나도 몇 번이나 죽을 뻔 했다냥.

나비가 세진의 말을 결사적으로 부정하며 나섰다. 테멜 게이트를 지나오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응? 그런데 어떻게 여길 온 거지? 니가 지나온 곳이 전부 남색 등급 이하의 몬스터 만 나오는 테멜이었나? 니가 있던 행성의 테멜과 이쪽 테멜 둘 다?"

세진은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그 전에는 몬스터들이 나비를 공격하지 않으니 테멜 두 곳을 지나서 무사히 클리르 행성까지 도착했다고 봐 줄 수 있었지만, 나비가 제 입으로 몬스터들이 무섭게 공격을 한다고 했다.

"응?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것이에요. 나비가 어떻게 게이트를 작동시킨 것일까요? 그건 너무 이상한 일인 것이에요."

그런데 거기서 어리가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커다란 오류를 찾아 냈다.

나비가 어떻게 테멜의 게이트를 열고 그 통로를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일까?

세진과 자넷 그리고 어리의 시선이 나비에게 몰렸다.

- 왜 그렇게 보냐냥. 모른다냥. 나도 모른다냥.

나비가 앞발 두 개를 들어 올린 상태로 벽에 등을 붙이고 서서 모른다는 소리만 늘어 놓았다.

"이거 까면 깔수록 속이 궁금해지는 나비네? 자, 나비씨? 우리 진지하게 이야기를  다시 해 보자. 네가 우리를 속이는 것이 있다면 내가 장담하는데 너는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것을 보게 될 거다. 네 몸에서 네 가죽이."

냐냐냐냐냥, 냐냥, 냐냥.

- 아니다. 아니다. 나는 절대고 속이는 거 아니다. 나는 잘못한 거 없다. 어리가 묻는 대로 대답을 다 했다.

나비가 곧 당장이라도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처럼 놀란 몸짓으로 바들바들 떨면서 급하게 변명을 한다. 마음이 급하니 끝에 냥을 붙이란 것도 잊어 버렸다.

하지만 세진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질문 하나, 나비는 어떻게 게이트 테멜의 게이트를 열고 들어올 수 있었을까? 응? 대답!"

- 올 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왔다. 아니 함께 왔는데 헤어졌다. 나비에게 주인이 있었다는 소리다. 세진은 일단 그 말을 믿기로 했다.

"그래? 그럼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비?"

- 모, 모른다. 몬스터들과 싸우는 걸 봤는데 나는 도망가느라고 순간이동을 몇 번 썼다가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럼 나비가 정말로 데블 플레인에서 왔을까? 어리가 그렇다고 하던데?"

-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냥. 그냥 내가 살던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줬을 뿐이다냥.

"세진님. 나비가 살던 행성에는 툴틱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전 그곳이 데블 플레인 연합에 속한 행성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어리가 냉큼 변명을 했다. 그것은 이미 세진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어리가 나비에게 알아낸 바에 따르면 그 행성에는 툴틱을 사용하고 있었고,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높다고 했다. 거기에 나비가 설명하지 못하는 기이한 것들도 많았다고 하니 어리의 말을 듣고 세진과 자넷도 그곳이 데블 플레인 연합에 속한 행성일 거라고 거의 확신했다.

"그럼 이어서 질문. 나비는 어째서 이전에는 말이 통하지 않았을까? 어째서 나비는 우리에게 처음으로 말을 배우게 되었을까? 이전에 이미 주인이 있었다면서?"

- 주인 아니다. 그냥 친구다. 누가 주인이란 말이냐.

"그래? 그런데?"

- 내가 게이트 테멜을 넘어온 후에 테멜 입구를 가지게 되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이전보다 훨씬 대단한 내가 되었고, 그래서 그들을 떠났던 거다.

"그들이 몬스터와 싸우고 있을 때에 도망을 쳤다면서?"

- 몬스터들이 위험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도망을 간 거다. 원래 사람들과 있으면 몬스터의 공격을 받으니까 사람들이 없으면 공격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내가 되면서 조금 더 똑똑해진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래서 그들의 곁을 떠났던 거다.

"확실히 고양이란 놈들이 의리가 없기는 하지. 못된 것."

자넷이 혀를 찼다.

"맞아요. 고양이는 의리가 없다고 그랬어요. 어리도 그런 내용을 들었어요."

"다 그렇진 않겠지만, 이 나비 녀석은 확실히 그런 것 같은데? 테멜 입구가 언제 몸 에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생기면서 진화를 했겠지. 그러면서 사고 능력이 발달하다 보니 결국 사람들과 있으면서 몬스터에게 공격을 받는 것보다는 사람들 곁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던 모양이네?"

"그럼 나비 주인들이 나비를 찾고 있을까요?"

"테멜 안에서 찾고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냥 돌아갔을지도 모르지. 적어도 클리프 행성으로 나오진 않았으니까 말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요 세진님.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말이에요."

어리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틸터의 자세이크 마함브에게 통신으로 보내서 물었지. 그랬더니 답이 왔어. 약 한 달 전에 그 괴수가 지키는 테멜에서 뭔가가 나왔다고 말이지. 그런데 그게 한 번이었어. 두 번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란 거지. 그러니까 나비만 나온 것이란 소리야."

"아, 맞다. 테멜의 입구가 열리고 닫히는 것에 대해선 항상 감시를 한다고 했지? 그래서 세진, 나비만 나오고 그 뒤로는 나온 사람들이 없단 말이지?"

"나비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그렇겠지."

- 거짓말 아니다. 정말이다.

"자, 그럼 나비. 다시 한 번 정리를 해 볼까? 네가 각성을 해서 똑똑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지?"

- 잘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똑똑했다.

"씁. 쓸데없는 소리는 말고. 내가 뭘 묻는지 모르면 넌 멍청한 거고."

세진이 살짝 인상을 쓰자 나비가 움찔 놀란다.

- 그 게이트란 것을 지나고부터 테멜의 입구란 것이 내게 생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내가 특별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게이트를 지나면서 테멜의 입구를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 뭐 그렇다고 하고, 그럼 이전에 너는 지금보다 조금 덜 똑똑했을 텐데 이전의 행성에서 살던 것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거냐? 오차가 있거나 하지는 않고?"

- 아니다. 그렇지 않다. 나는 기억한다. 내가 다니던 담 위의 길과, 담 사이의 길과, 담 아래의 길과, 덩굴 사이의 길이나 문 아래에 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출입구와 복 도, 따뜻한 천 바구니도 다 기억하고 있다. 항상 내게 먹을 것을 바치던 인간 여자도 기억한다.

세진은 나비가 이전의 기억을 잃고 꾸며서 말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비의 고향 행성이 데블 플레인 연합일 거라는 기대는 여전히 가지고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어쨌거나 결론은 나미의 테멜에 우리가 숨어서 그 괴수의 테멜로 들어가는 것은 가능하다는 이야기지?"

"응. 괴수도 테멜에 들어갈 때까지는 나비를 건드리지 않을 것 같아."

"하지만 나비는 믿을 수가 없는 것이에요. 이전에 했던 행동을 봐도 의리라곤 없고, 약속 따위도 지키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것이에요."

세진과 자넷은 일단 나비를 괴수가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어리는 나비를 절대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점에 있어서는 세진이나 자넷도 확실히 공감하고 있었다.

나비는 믿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나비 이 녀석의 테멜에는 괴수가 있단 말이지. 그것도 이 녀석의 말을 아주 잘 듣는 괴수가."

세진이 수염도 없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자넷과 어리도 나비를 바라보며 편치 않은 안색을 하고 있었다.

냥.

-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냐. 나는 잘못한 것 없다.

"시끄럿. 넌 앞으로 밥 없다."

세진이 빽하고 고함을 질렀다.

- 무슨 소리냐? 그럼 나를 풀어 줘라. 나는 나가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글쎄? 그건 좀 어렵겠는데?"

- 이게 무슨 경우냐. 나를 억지로 잡아와서 가둬두는 것은 옳지 않다. 거기다가 먹을  것도 안 준다는 것은 너무 심하다.

"괜찮아. 너는 특별한 고양이니까 안 먹어도 살 수 있을지 몰라. 음, 그러다가 죽게 되면 그 때는 좀 생각을 해 볼게."

세진은 나비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 녀석 독방에 가둬."

"네. 세진님."

세진의 말에 어리는 나비가 있는 곳에 곧바로 벽과 창살을 세워서 감옥을 급조했다.

냐냐냥. 냐옹. 냥.

- 이러지마라. 난 아무 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 왜 이러냐 냥.

"어머나. 불쌍해라. 세진, 저건 좀 너무 심한 거 아냐?"

"어리야. 저거 멀리 치워!"

세진은 자넷의 상태가 조금 이상해진 것을 알고는 곧바로 어리에게 나비를 격리하게 했다.

어리도 세진의 뜻을 알고는 나비가 들어있는 감옥을 통째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버렸다.

그리고 세 사람은 다시 탁자의 둘러앉아서 회의를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일은 간단할지도 몰라."

자넷이 차분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방금 나비에게 살짝 현혹되었던 것은 그냥 잊기로 한 표정이었다. 세진이나 어리도 그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그 정도 삶의 지혜는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간단해? 어떻게?"

"몬스터들은 일반 동물을 공격하지 않아. 그렇지?"

"그렇지. 그래서 우리에게 나비가 필요한 거잖아. 나비의 테멜에 들어가서..."

"꼭 나비의 테멜일 이유가 뭐가 있어?"

세진의 말을 자넷이 중간에서 가로챘다.

"응? 무슨 소리야?"

세진이 물었다.

"우리에게도 테멜은 있어. 그리고 작은 동물에게 간단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도 가능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언니 말씀은 나비가 아니라 우리가 조종할 수 있는 동물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테멜을 지니고 괴수의 계곡에 있는 테멜 안으로 들어가게 하자는 것이에요?"

"멋진데?"

세진은 자넷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감탄했다. 사실 간단한 문제지만 시야가 좁아지면 깊게 생각하지 못한다.

나비와 나비가 지닌 테멜에 집중하느라 그렇게 간단한 문제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맞아. 길들일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그 동물을 이용해서 우리가 들어있는 테멜을 가지고 이동을 하게 하는 거야."

"하지만 테멜 입구도 에테르 소용돌이라서 괴수가 알아차릴 텐데? 그러면 그걸 그냥 둘까?"

멋지다고 감탄했던 세진은 그 사이에 또 다른 문제점을 찾아냈다.

"나비는 그냥 뒀잖아."

"아니야. 잘 생각을 해 봐. 나비는 우리도 그 몸에 테멜 입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어. 감지기를 이용해서야 알게 된 거지. 어리 넌 어떠냐? 테멜 안에 있는 나비에게서 테멜 입구의 기운을 찾을 수 있냐?"

"아니요. 그냥 나비는 찾을 수 있는데 나비의 몸에 있는 테멜 입구의 기운은 어려워요. 아주 세밀하게 살펴야 알 수 있어요."

"자, 그럼 다른 테멜의 입구는?"

"그거야 그냥 딱 아는 것이에요."

"그럼 괴수도 알겠네? 어리 앵무가 움직일 때에도 괴수가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고? 길들이거나 세뇌시킨 동물을 이용할 때에도 테멜 입구가 들킬 가능성이 높지?"

"시험을 해 봐야 하는 거네?"

"일단은 소형 테멜 하나를 버리는 셈 치고 실험을 해 봐야 하는 거지. 소형 테멜을 목걸이로 만들어서 동물 하나를 괴수에게로 몰아봐야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말이야."

"뭐 하나도 쉬운 것이 없는 것이에요. 정말. 어휴."

어리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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