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26화 (226/298)

< -- 게이트 테멜을 확보하라 -- >

프랜드에그로메의 클리르 선주민들은 도시에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틸터나 덱터에서 사용하는 화폐는 금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양쪽 진영 모두 같은 규격으로 만들어져서 유통이 되었다.

틸터 진영에서도 덱터의 금화가 쓰였고, 덱터에서도 틸터의 금화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랜드에그로메에서도 틸터와 텍터의 금화를 함께 사용했다.

처음 프랜드에그로메에 도착한 선주민들은 떡배가 지휘하는 행정관들의 배려로 집을 얻었고, 일거리를 소개받았다.

그들은 대부분 프랜드에그로메의 상점에서 파는 물건들을 대량으로 구입해서 다시 먼 틸터 진영의 마을로 가지고 가서 파는 일을 주로 했다.

그런 이들이 몇 번 상행을 하다가 결국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집을 얻어서 정착을 하는 형식이 초기의 정착 형태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을 따라서 짐꾼이 오고, 또 소품들을 만드는 기술자들이 들어오고, 그 가족들까지 들어오면서 의체 사용자들이 하던 일들을 하나씩 물려받기 시작했다.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새로운 정착주민들이 맡아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의체들이 흉내를 내던 일들을 클리르의 선주민들은 실제로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의체들 대부분이 생산 기술이 거의 없어서 흉내만 내고 실제로 상점에 쌓인 물건들을 어리의 테멜 안에서 만들어졌던 것이니 그것들을 클리르의 선주민들이 정착하면서 실제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프랜드에그로메의 성장에 숨겨진 진실이었다.

또한 프랜드에그로메는 애초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부어서 만들어 낸 허상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세진이나 벗의 전사인 의체 사용자에게 클리르의 화폐는 쓸모가 없었다.

의체 사용자들에겐 테멜 안에서 사용 가능한 에텔론이란 화폐가 중요했는데 그들이 프랜드에그로메에서 하는 활동들은 그 에텔론을 힘들이지 않고 벌어들이는 수단이  되었을 뿐이다.

이전에는 몬스터를 잡고, 코어를 이용해서 에텔론을 벌었지만 프랜드에그로메의 건설에 필요한 인력을 뽑으면서 그들을 고용하는 형태로 썼던 것이다.

어쨌거나 프랜드에그로메는 그 짧은 시간에 선주민들에게 도시의 거의 모든 것을 내어 주었다.

그저 그 도시를 다스리는 것이 세진과 자넷이고, 군사, 행정, 사법의 모든 권한을 세진이 임명한 책임자들이 행사한다는 것만 다를 뿐, 이제는 클리르의 다른 도시들과 비슷한 체제로 굳어가고 있었다.

그럼 그렇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의체 사용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당연히 그들의 일은 프랜드에그로메의 군사적인 부분이 집중되었다.

치안은 물론이고 덱터와 틸터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한 경계임무에 투입이 되었고, 때로는 도시 주변의 몬스터를 퇴치하는 토벌에도 동원이 되었다.

김형일과 선도일, 정진이는 삼교대로 병력을 운용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때로는 테멜 안에서 수련을 하고 때로는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고 또 어떤 때에는 도시 외곽의 몬스터를 토벌하는 일을번갈아가며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의체 사용자들에게 수련을 통해서 능력을 끌어 올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은 누차 강조했다.

이후에 지구로 돌아가서 몬스터와 싸워 지구를 구하려면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클리르로 나와서 사람들을 상대로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뽑은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지금 지구의 상황이 어떨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운이 좋으면 돌아갈 때까지 지구의 시간이 멈춰 있을 것이고, 운이 없다면 지구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서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테멜 안에서는 지금, 이전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헌터룸을 사용해서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람들과 싸우는 것에는 주저했지만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거리낌이 없었고, 언젠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싸우게 될 때에 한 손이라도 거들고 싶어 했다.

또한 싸우는 것에 재능이 없는 이들도 이제는 프락칸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정확 하게 알게 되었고, 에테르를 정화해서 행성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프락칸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았다.

물론 그렇게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모랜의 몬스터들이 많이 죽고 또 새로 만들어지고 했는데, 그 때문에 어리는 에테르 소비가 늘었다고 앙앙 거렸다.

프랜드에그로메의 북쪽으로는 테멜 영역이라고 부르는 지역이었다. 즉, 등급이 높은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란 소리다.

하지만 남쪽으로는 몬스터들의 등급이 그리 높지 않았다. 때문에 프랜드에그로메의 의체 사용자들은 주고 그 방향으로 몬스터 토벌을 나갔다.

하지만 북쪽 몬스터도 때때로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런 때마다 세진과 자넷이 나섰다.

지금도 세진과 자넷은 북쪽으로 몬스터 토벌을 나와 있었다.

"안 보이는 것 같지?"

"그러게 그 사이에 이쪽으로 내려온 몬스터는 없는 모양인데?"

"감지기에는 뭐 걸리는 거 없어?"

자넷이 세진에게 감지기에 대해서 물었다.

디퀴피드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테멜을 감지하고 원거리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그 물건을 이제는 그냥 간단하게 감지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세진은 오른팔 팔뚝에 차고 있는 감지기를 작동시켜서 확인을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세진의 어깨에 있던 어리 앵무가 날아올라서 자넷에게로 옮겨갔다.

어리는 자신의 영역 안에서 디퀴피드의 에너지가 발생해서 움직이는 것을 정말 싫어 했다.

그나마 감지기를 꺼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다행이지 언제나 감지기가 작동하며 디퀴피드 에너지를 만들었다면 어리가 있는 곳에는 감지기를 가지고 다닐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음? 북쪽으로 7km정도 떨어진 곳에서 테멜의 신호가 잡혀! 이거 새로 생긴 모양인데? 전에 없었던 거잖아. 아, 아니다. 이거 움직이는데?"

"그럼 덱터나 틸터에서 보급용으로 가지고 다닌다는 소형 테멜 아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지? 이쪽으론 요즈음 잘 안 돌아다니잖아. 더구나 테멜을 가지고 다니면 누가 되었건 쉽게 발견을 할 수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테멜을 가지고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세진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테멜이 있다는 건, 인원이 적지 않다는 소리잖아. 어쩌면 군대일지로 몰라."

자넷이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군대?"

"틸터는 요즘 조용하지만 덱터는 어차피 우리와 적대적인 입장이잖아. 그러니까 그럴 수도 있지."

"덱터에서 우리에게 보낸 군대? 하지만 군대가 온다고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테멜을 가지고 온단 말이야?"

"몰라. 그건 나도 알 수가 없지. 일단 가서 확인을 해 보자."

세진이 잠지기를 끄고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러자 어리 앵무가 다시 세진의 어깨로 옮겨 왔다.

그리고 세진과 자넷은 빠르게 테멜이 있는 곳을 향해서 날아갔다.

이제는 이동중에 파르티니 금속을 이용한 탈것을 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좀 높이 올라가자."

자넷이 공중 정찰을 제의했고, 세진은 그 말에 따라서 탈것을 상공으로 높이 띄웠다.

"저런 걸 눈으로 보게 되다니 정말 놀랍네."

"저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나는 더 놀라워."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에요. 어리가 있잖아요.

"너랑 저게 어떻게 같으냐?"

- 뭐가 달라요? 몬스터 몸에 테멜 입구가 있는 거나, 제 앵무새의 몸에 테멜 입구가 있는 거나 같은 거죠.

"그런데 저거 몬스터가 맞긴 한 거야? 좀 이상한데?"

자넷은 세진이나 어리와는 조금 다르게 보는 모양이었다.

"일단 잡아 놓고 보자."

"좋아요."

- 맞아요. 그렇게 해요.

일단 잡자는 데에는 전혀 이견이 없는 셋이었다.

카르르르릉. 카르릉!

하지만 곱게 잡혀줄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한 대상이었다.

"몬스터 패턴인지 아닌지 헷갈리는데?"

"그러게. 저거 좀 이상하네."

몬스터로 추정되는 대상을 잡기 위해 다가가면서도 세진과 자넷은 그것의 정체를 확신하기 어려웠다.

몬스터는 생체 에테르를 이용하는 에테르 기반 생명체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몬스터 패턴을 몸이 지니고 있고, 그 패턴이 그 몬스터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동물은 몬스터 패턴과 비슷한 무늬를 가지고 있지만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일단 잡아."

세진이 디버프를 시전하며 달려들었고, 자넷도 반대편에서 몬스터를 향해 몸을 날렸다.

카르르릉

"엇! 뭐야?"

"순간이동이야. 저기!"

그런데 눈앞에서 몬스터의 모습이 사라지고 몇 미터 밖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을 돌려 달아난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목표를 그냥 놓치고 말 세진이 아니다.

투확!

케에에엑!

얼마간 거리를 벌리다 싶었던 녀석의 뒷다리에서 핏줄기고 솟구치며 고통스런 울음소리를 냈다.

"엇? 몬스터가 아니야?"

"그런 모양인데?"

세진과 자넷은 피가 붉게 튀는 것을 보고 잠깐 놀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놈에게 시간을 줄 정도로 느긋한 정신을 놓을 세진이나 자넷이 아니었다.

콰악!

세진의 손이 녀석의 목을 잡았다.

꼬리를 뺀 크기가 1미터를 조금 넘을 것 같은 황금색의 고양이가 세진의 손에서 버둥거렸다.

"몬스터도 아닌 것 같은데, 테멜을 몸에 지니고 있고, 거기다가 순간이동을 했지? 순간이동은 어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일까?"

"설마 그럼 이 녀석이 테멜 코어를 마음대로 사용한단 말이야?"

- 정말 그럴까요? 어리와 비슷한 능력을 지닌 친구일까요? 어리는 무척 기대가 되어요. 제가 거느린 녀석들과는 다른 새로운 타입인 것이에요.

"어리야, 이 녀석 테멜 안으로 넣을 수 있을까?"

- 아뇨. 지금은 안 될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저항이 만만찮아요. 거기다가 테멜 입구도 이상하게 활동적이어서 제가 여는 입구와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요.

"음? 그럼 어떻게 한다?"

카우웅웅!

"시끄럿!"

세진은 네 다리를 버둥거리며 힘을 쓰는 녀석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세진의 기세가 사납게 쏟아지자 고양이 녀석의 귀가 축 처지면서 몸에서도 기운이 빠졌다.

그리고 늘어진 귀를 하고는 눈도 반쯤 감고 살짝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황금색 털에 황금색 눈동자를 하고 있어서 꽤나 멋지게 보였던 녀석이 이제는 더없이 처량한 모습이다.

"어머나 불쌍해라. 얘를 왜 그렇게 괴롭히고 그래요?"

"뭐, 괴롭히긴 내가 어쨌다고."

"불쌍하잖아요. 그냥 놔주면 안 될까요?"

"응? 무슨 소리야? 거기다가 왜 안 하던 존대까지 하고 그래?"

"아니 나는 그냥 이 녀석이 불쌍해서 그렇죠."

"어리야, 이거 뭔가 이상하지?"

- 네에, 그 고양이에게서 이상한 파장의 에너지가 흘러나오고 있어요. 거기다가 몸에서도 이상한 분비물이 나오고 있고 말이죠.

"그래?"

퍽!

케엑!

세진은 어리의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고양이의 머리를 호되게 때려버렸다.

"어머나, 세진 뭐 하는 거야? 왜... 아니 그 전에 내가 왜 이 녀석을 놔줘야 한다고 한 거지?"

"이거 아주 음흉한 놈인 것 같아. 그 사이에 자넷의 정신에 간섭을 하고 이상한 향까지 뿌린 모양이야. 어리야 지금은 테멜 안에 넣을 수 있겠지?"

- 네에. 기절을 해서 그런지 테멜 입구도 닫혀버렸네요. 지금이라면 상관 없어요.

"그럼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를 해 보자. 이런 신기한 녀석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하거든."

- 네에. 세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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