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07화 (207/298)

< -- 데블 플레인 행성 떠돌이가 되다 -- >

세진과 자넷은 어리와 함께 테멜의 출구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이제 이 출구를 나서면 괴수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처음 네팔인 행성을 발견한 후, 그 네팔인 행성에서 다시 테멜 게이트를 찾아서 게이트를 넘어서 찾은 또 다른 행성.

이곳은 바로 그곳이었다.

라훌 행성에는 세 개의 테멜 게이트가 있었고, 그 중에 두 세 곳을 모두 확인했다.

물론 세진은 언제나 하나의 테멜 게이트는 확인하지 않고 남겨두고 있었지만 그것은 마지막으로 발견한 한 곳을 남겨두는 것으로 정했다.

그래야 이후에 필드 행성이 발견되거나 쓸 만한 행성이 발견되어도 한 번 정도 미뤘다고 크게 허탈한 기분은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라훌 행성에 있는 테멜 게이트 하나를 계속 확인하지 않고 남겨두다가 수십 개의 테멜 게이트를 확인한 후에 혹시 하는 마음에 그 게이트를 확인했는데 필드 행성이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그래서 희망을 위해서 하나의 테멜 게이트는 확인하지 않고 남겨두지만 그 미확인 테멜 게이트는 마지막으로 발견한 테멜 게이트로 한다고 정한 것이다.

어쨌건 지금 세진이 와 있는 테멜은 그렇게 네 번째로 발견한 행성이고, 라훌 행성에서 네팔인 행성을 거쳐서 네팔인 행성의 테멜 게이트를 타고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동안 이 행성은 제대로 탐사를 못했는데 테멜의 출구 바로 밖에 괴수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테멜의 입구과 출구는 밖에서 볼 때는 같은 곳이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입구로 들어갔다가 죽어라 고생을 해서 테멜의 출구를 발견해서 나오면 그 출구가 바로 테멜의 입구인 경우가 흔하다는 소리다.

테멜 안에서는 엄청나게 떨어져 있는 입구와 출구가 밖에서는 같은 위치.

그것은 이곳 테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괴수가 감지되자마자 곧바로 테멜 안으로 들어왔었다. 자칫 괴수와 싸우다가 게이트가 있는 테멜의 입구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질까봐 그랬던 것이다. 솔직히 그 때를 생각하면 그게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당시에 괴수가 세진 일행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고, 미쳐 날뛰면서 그곳의 테멜 입구를 박살냈으면 테멜 안에 있던 세진 일행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오랜 시간 테멜 안에 갇혀 있어야 했을 것이다. 테멜 코어가 새로 출구를 만들어 낼 때까지 말이다.

그런데 고정된 테멜의 입구가 망가지는 경우 그것을 금방 회복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럴 경우엔 차라리 테멜 코어를 제거해서 테멜을 없애는 것이 테멜을 벗어나는 제일 빠른 방법이 된다.

코어를 제거하면 테멜은 사라지고, 테멜이 있던 지역 어딘가로 던져지게 되니 말이다. 아무튼 테멜 게이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괴수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그냥 후퇴했었지만 이제는 어리가 게이트 테멜의 복제를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 이곳의 테멜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준비 됐지?"

"응. 걱정하지 마."

- 어리도 준비 되었어요. 테멜 밖으로 나가는 순간, 어리의 녹두병사 200명이 괴수를 공격할 거예요. 괴수가 감지되면 곧바로 그 괴수를 포위한 형태로 녹두병사들을 소환할 거예요.

어리도 세진의 어깨 위에서 공격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세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테멜의 출구로 몸을 던졌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세진은 괴수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어리가 녹두병사들을 소환해서 괴수를 포위 공격하기 시작했다.

"꽤 먼데?"

"그러게. 1km는 되는 것 같아. 그런데도 이런 느낌이라니 정말 괴수란 건 무섭네."

"그래도 가자. 가서 잡아 봐야지."

"응."

"어리야, 이동시킬 수 있겠냐?"

- 200미터 정도까지요.

"그냥 뛰어 가는 것이 좋겠다. 순간이동으로 바로 괴수에게 붙을 것이 아니라면 적당히 떨어져서 디버프를 할 수 있는 거리까지만 접근을 해야지. 가자."

세진은 곧바로 괴수와 녹두병사들이 싸우고 있는 곳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그 뒤를 자넷이 뒤따랐다.

"우와! 괴수가 저렇게 생긴 거였어? 멋지네."

자넷이 녹두병사에 포위된 상태로 좌충우돌하고 있는 괴수를 보고 감탄사를 터뜨렸다.

괴수는 어깨 높이가 20미터는 되고 머리에서 엉덩이까지가 80미터 정도 되는 거대 생명체였다.

"내가 봐도 멋있네."

그리고 세진이 보기에도 반할 정도로 멋진 모습이었다.

그것은 세진이 대형견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괴수는 하운드라는 개를 빼닮은 모습이었다. 다만 꼬리가 하운드 견종의 꼬리가 아니라 뉴트리버나 늑대의 꼬리 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그 꼬리가 두 개라는 것과 몸 전체가 완벽한 순백의 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차이가 있었지만 미끈하게 빠진 몸매는 물론이고 길게 날리는 털까지 딱 봐도 하운드 견종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길에서 보면 긴 털 때문에 샴프 광고 같은 것에 나오면 딱 어울릴 것 같은 개가 바로 하운드다. 그런데 지금 녹두병사와 싸우는 괴수는 모델이 아니라 날렵한 사냥꾼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이리저리 날리는 긴 털까지도 괴수의 움직임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 감탄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에요. 세진님!

어리가 세진에게 소리를 질렀고, 세진은 정신을 차리고 괴수에게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역시 괴수야. 디버프 기반 에테르도 꽤나 저항을 받고 있네?"

"응, 나도 별로야. 나도 이젠 디버프를 제법 잘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괴수는 확실히 다르네."

자넷도 옆에서 디버프를 쓰기 위해서 에테르를 풀어 내면서 투덜거렸다.

디버프는 그 기술에 사용될 에테르를 풀어서 대상의 몸 안으로 그 에테르를 침투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디버프는 쓸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디버프 에테르는 다른 에테르와 거의 완벽하게 동화할 수 있어서 몬스터의 체내로 들어가면 그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생체 에테르와 구별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렇게 때문에 몸 안으로 밀려드는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감지하지 못하고 체내에 쌓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오래지 않아서 디버프에 걸리게 된다. 디버프는 다른 것이 아니다. 몸 안에서 이질의 에테르가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그 몸에서 에테르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지만 무시무시한 기술이기도 하다.

"시작하자."

세진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듯 하자 자넷과 함께 괴수를 향해서 디버프를 활성화시켰다.

괴수는 갑작스럽게 몸 안에 이질적인 에테르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에테르의 흐름이 막히면서 여러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방어력이 떨어진 가죽에 녹두병사의 창과 칼이 상처를 내기 시작하고, 쉽게 사용하던 포효도 그 위력이 줄어서 가까이 있던 녹두병사가 2초 정도 경직되던 것이 이제는 1초 정도로 경직 시간이 줄어든다.

몸의 민첩성도 떨어지고 힘도 줄어든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능력 하락이 일어나는 것이다.

괴수는 그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몸 안에 들어온 이질적인 에테르를 찾아낸다. 디버프 기반 에테르는 발동하기 전까지는 찾기 어렵지만 디버프가 발동되면 쉽게 구별이 된다.

하지만 체내 곳곳에 스며든 에테르를 몰아낼 여유가 없다.

하나하나 정리하기엔 녹두병사들의 공격이 너무 사납다. 능력 저하로 녹두병사들의 공격이 꽤나 아프게 들어온다.

괴수는 결국 보통의 능력있는 몬스터들이 선택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디버프를 벗어나고자 한다. 얼마간 생체 에테르를 포기하고 폭발적으로 에테르를 뿜어 내서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콰아아앙!

엄청난 포효 소리와 함께 에테르 파동이 동심원을 그리며 괴수의 몸에서 퍼져 나온다.

그리고 그 에테르 충격파에 녹두병사들이 한참을 뒤로 밀린다.

"읏, 엄청난데?"

"디버프가 풀렸어."

"괜찮아. 그만큼 생체 에테르를 손해 봤을 테니까. 다시 디버프를 걸면 되는 거야."

"흐응, 결국 내가 앞서서 괴수와 싸워야겠네?"

자넷이 살짝 인상을 쓰면서 칼을 들고 괴수를 향해 달려간다.

원래라면 세진이 할 일이지만 디버프에 대해선 세진이 자넷보다 더 낫기 때문에 괴 수에게 디버프를 다시 거는 것은 세진이 하기로 했고, 그 동안 괴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자넷이 하기로 한 것이다.

한 번 당했으니 녹두병사들 만으로는 괴수를 몰아붙이기 어려울 거라고 예상한 수순이다.

"차앗! 죽어봐라."

자넷이 장검을 양손으로 잡고 위에서 아래로 내리 긋는다. 무기를 들면 가장 먼저 배우고,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내리치기다.

하지만 자넷의 검에는 수십 미터의 강기가 줄기줄기 뻗어 있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당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공격이다.

크앙!

콰과광!

하지만 몬스터도 에테르를 사용하는 존재고, 괴수는 그런 몬스터들의 정점에 있는 놈이다. 자넷의 검강을 녹두병사들의 방해로 피하기 어렵다고 느꼈는지 포효와 함께 에테르로 방어막을 만들어서 몸을 보호한다.

자넷의 검강은 보호막과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을 낸다.

이 때부터 눅두병사들은 괴수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는다. 자넷을 향해서 쏟아지는 괴수의 공격은 무시무시하다.

앞발을 사용하는 타격은 한 번 내리치는 것으로 땅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충격파가 땅을 타고 자넷에게 뱀처럼 뻗어가다가 자넷의 발밑에서 폭발을 한다.

자넷은 이리저리 몸을 피하고, 그 공격들을 녹두병사가 몸으로 막는다.

그래서 자넷은 실상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괴수를 공격하는데 정신을 집중할 수 있다. 방어는 녹두병사들이 알아서 해 주는 것이다. 몸을 던져서라도 자넷을 보호한다.

아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리는 자넷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괴수는 시간이 지나며서 조금씩 안정을 찾는다. 녹두병사들의 공격이 조금 무뎌진 것이다. 아무래도 자넷의 방어에 신경을 쓰다보니 많은 수의 녹두병사가 그 쪽으로 몰렸다.

그래서 괴수를 공격하는 숫자가 십여 개체 밖에 되지 않는다. 거기에 위력적인 공격은 자넷에게서 나오고, 디버프가 없는 상태에서 녹두병사들의 공격은 괴수에게 큰 위력이 없다.

이쯤 되니 괴수가 어느 정도 공방에 안정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그 꼴을 두고 보다간 세진도 자넷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퍼벙! 쿠아아앙!

갑자기 괴수의 어깨 부분이 터진다.

자넷은 그것이 세진의 디버품 공격이란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상처입은 곳을 집중적으로 노리기 시작한다. 생체 에테르를 이용해서 방어를 하지만 몸에 상처가 생기면 그 부분에는 에테르의 운용에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방어에도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괴수는 자넷의 집요한 공격에 슬금슬금 몸을 사린다. 그렇게 괴수의 공격이 줄어들면 자넷을 보호하던 녹두병사들에게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그 여유는 곧바로 괴수를 향한 공격의 증가로 이어진다.

괴수는 갑자기 어깨가 터진 이후에 또 다시 온 몸에 이질적인 에테르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이전과 같은 현상이지만 이전보다는 더 심각하다. 이번에도 전처럼 생체 에테르를 외부로 터트려서 이질적인 기운들을 몰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렇게 되면 생체 에테르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

괴수는 빨리 상황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동시에 세진과 자넷은 괴수에게서 어마어마한 에테르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젠장! 어리!"

- 가요!

세진은 곧바로 어리를 부르고 어리는 녹두병사들을 괴수에게 육탄돌격을 시키면서 자넷과 세진을 테멜 안으로 넣은 후에 상공으로 최대한 순간이동을 한다.

번쩍!

괴수에게서 새하얀 빛이 동심원을 이루며 퍼진다. 그리고 소리도 없이 그 빛을 따라서 주변의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간다.

녹두병사도 나무도 바위도 어느 것도 버티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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