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06화 (206/298)

< -- 데블 플레인 행성 떠돌이가 되다 -- >

자넷은 연방으로 돌아가 원래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하고, 세진은 깝딴이란 특이 능력을 지닌 이들을 만나서 그 능력을 배워야 했다.

물론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테멜 게이트를 통해서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다면 세진과 자넷은 당연히 그 모험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테멜 게이트가 없었다면 세진과 자넷은 보라색 등급 테멜 공략과 괴수 사냥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어리 테멜 안에서 의체를 사용해서 성장하고 있는 이들은 아직도 익스퍼트 수준에서 머물고 있고, 특별히 재능이 있는 이들 몇이 마스터의 경지를 넘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봐야 파란색 등급이나 겨우 상대를 할까하는 수준이니 세진이 원하는 수준에 이르기는 요원했다.

그리고 그들이 제대로 성장할 때까지는 절대로 지구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세진었으니 결국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라 몬스터 사냥만 했을 거라는 소리다. 물론 어리에게 보라색 등급의 테멜 코어를 흡수하게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니 보라색 등급의 테멜이 발견되면 여지없이 공략해서 테멜 코어를 확보했을 것이다.

그래봐야 그게 전부, 괴수 사냥은 계속 실패할 것이 분명하고, 테멜은 공략하기 보다는 수색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테멜 게이트는 세진과 자넷의 무료함을 말끔하게 날려주고, 또 희망을 잔뜩 안겨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세진과 자넷은 의욕에 넘쳐서 테멜 게이트를 넘나들며 행성들을 탐험했다.

그러면서도 또 신기한 것은 필드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상하지?"

"뭐가?"

"벌써 우리가 돌아본 행성의 수가 열 개야. 그런데 어째서 필드가 없을까? 아니 어째서 필드가 될 조건을 갖춘 것이 없지?"

"필드가 될 조건?"

세진은 그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 맞다. 일단 데블 플레인이 되어야 필드가 될 수 있지? 그 헌터룸을 운영하는 쪽에서 완전히 에테르 기반 생명체에게 점령을 당한 행성만 필드로 사용한다고 했었어."

세진은 잠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필드가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기억했다.

"맞아. 그런데 우리가 테멜 게이트로 발견한 행성들은 전부가 원주민들이 있는 곳이었어. 그러니까 필드가 될 수 없는 곳이었단 말이지. 그런데 왜 그랬을까?"

"응? 뭐가?"

"아니, 왜 테멜 게이트가 전부 그런 곳으로만 연결이 되었을까 하는 거야. 완전히 에테르 기반 생명체가 점령한 행성으로 통하는 게이트는 왜 없었냐는 거지."

"그거야 어쩌다 보니까 운이 그렇게 맞았거나 아니면 테멜 게이트가 그런 곳으로만 연결이 되는 것이거나 그렇겠지."

"만약 후자라면?"

"음, 그럼 문제가 심각한 거지 우린 연방으로 가기 어렵지. 가능성이 있다면 데블 플레인 연합으로 갈 수는 있겠다. 거기가 그런 곳이라며 원주민들이 몬스터와 맞서 싸우고 있는 행성들의 모임."

"맞아."

"그럼 뭐야? 그 데블 플레인 연합에 속하지 않는 행성들이 그렇게 많았던 거야? 우리가 열 곳이나 발견을 했는데 거기도 데블 플레인 연합에 속한 곳이 아니었잖아. 거의가 문명의 혜택이라곤 받은 적이 없는 곳이었다고."

"그것도 그러네? 하긴 우주에 행성이 몇인데 겨우 열 개 돌아보고 이러고 있는 것도 우습다. 이러다가 다음에 게이트를 통과하면 에테르 몬스터에게 점령된 행성이 나올 수도 있고, 데블 플레인 연합에 속한 행성이 나올 수도 있는데 말이야."

"뭐 그렇기도 하네."

- 두 분은 어째서 이렇게 밖에서 놀고 계시는 것이에요? 어리 앵무가 세진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며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조금 전까지는 테멜 내부의 일에 몰두하느라 밖에 있는 두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뭐라고 할까? 테멜 안쪽은 답답하다고 할까? 다 좋은데 테멜에선 하늘을 볼 수가 없잖아."

세진이 두 사람이 테멜 밖으로 나도는 이유를 그렇게 댔다.

"그래, 맞는 것 같아. 여기나 테멜 안이나 별로 다르지 않아도, 결국 테멜 밖을 더 좋아 하는 건, 하늘 때문일지도 모르지. 맞아."

자넷도 세진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 거군요. 어리가 보라색 테멜 코어를 몇 개나 흡수를 했다는 걸 잊은 모양이에요. 그럼 어리가 테멜 안에 하늘을 만들겠어요. 반드시 언젠가는 그렇게 하고 말 것이에요.

"그게 가능하겠냐?"

세진이 심드렁하게 말해서 어리의 속을 긁었다.

- 테멜의 공간은 오직 코어의 성능과 에테르의 양에 좌우되는 것이에요. 어리는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흡수하고 보라색 테멜 코어를 흡수한 어리인 것이에요. 그래서 어리는 아직 그 한계를 모르는 것이에요. 이참에 어리도 한계까지 테멜의 크기를 넓혀 보는 것이에요.

"야야야, 아직 그렇게 넓은 공간이 필요할 일도 없잖아. 하위 테멜들도 텅텅 비어 있는 것이 많은데 굳이 어리 테멜을 넓혀서 뭐 하려고?"

- 어리는 하늘을 만들고 말 것이에요.

"야, 그러자면 또 얼마나 많은 에테르가 필요한데? 너 그 많은 에테르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세진은 어리를 말리고 싶었다.

테멜의 공간은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전부 에테르를 필요로 한다. 더구나 테멜 중에서 모랜은 상상 이상의 에테르를 소비하고 있었다.

모랜에서 몬스터를 만들기 때문이다.  몬스터를 만들고 그 몬스터를 의체 사용자들이 사냥을 한다. 그리고 코어를 획득하고, 그 중에서 절반은 프락칸에 의해서 정화가 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정화되는 에테르, 그것은 외부에서 다시 끌어 와야 하는 것이다.

어리는 존재만으로 에테르 정화기의 역할을 한다.

아니 에테르를 소비하는 궁극의 존재다. 끝도 없이 에테르를 빨아들이고 내 놓지는 않는 존재인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빨아들인 기운의 양만큼 행성의 기운이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물론 그래봐야 실제로 그 양은 행성 전체가 생산하는 에너지에 비하면 그리 많은 양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리가 한계까지 무한 확장을 선언하면 정말 곤란하다.

- 그거야 세진님이 열심히 사냥을 하시는 것이에요. 그리고 어리도 사냥을 하는 것이에요. 어리의 업그레이드 녹두병사들의 힘을 보여 주겠어요.

"야, 그건 에테르가 안 드냐? 그것들 박살나면 에테르 낭비가 얼마나 큰데?"

세진이 어리의 말에 질색을 한다.

이제 모랜에서 만드는 몬스터들은 지구가 아닌 이쪽 데블 플레인의 몬스터과 같은 위력을 지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몬스터들이 어리 테멜, 정확하게는 모랜 테멜로 납치를 당했고, 그 안에서 온갖 실험과 관찰을 당한 끝에 어리도 이쪽의 몬스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녹두병사들을 강화시킨 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전부 7등급, 즉 보래색 등급의 몬스터들인 것이고, 그것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테르가 어마어마했다.

당연히 한 마리라도 희생되면 에테르가 그냥 날아간다.

그래서 세진은 될 수 있으면 어리가 그것들을 테멜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사냥을 하는 것을 말리고 싶었다. 꼭 사냥을 해도 보라색 등급을 사냥하고 때로는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면서 괴수에게 덤비는 어리다.

"한 번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실제로 강화된 녹두병사들을 데리고 괴수 사냥은 안 해 봤잖아."

그런데 자넷이 엉뚱한 소리를 해서 세진을 멍하게 만들었다.

"뭐라고?"

"생각 나지? 전에 네 번째로 갔던 행성에서 고생했던 거."

자넷이 다시 화제가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당연하지. 하필 괴수가 있는 곳에 테멜 출구가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 때문에 곧바로 후퇴했잖아. 그래서 거긴 다시 못 갔고."

"그래서 거기 괴수를 사냥하자는 거야?"

"그래. 그거야. 솧직히 피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피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가 굳이 그  행성을 포기한 것은 테멜 입구가 사라질까봐 그런 거잖아."

"좀 소심하긴 했지. 그냥 어리와 함께 몸을 피한 다음에 멀리서 유인해서 싸웠으면 테멜과 상관 없이 어떻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테멜 안으로 들어가려면 테멜 입구에서 잠시라도 기척을 흘려야 하고, 그렇게 되면 괴수가 테멜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어떤 짓을 할 지 몰라서 그만 뒀던 거잖아.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잖아."

"아, 맞다."

세진은 자넷의 말에 손뼉을 치며 활짝 웃었다.

지금까지 어리가 테멜 안에서 고생을 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는데 그걸 서로 연결을 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제 그쪽 테멜 게이트가 박살이 나도 상관이 없어. 이번에 가서 다른 곳에 게이트를 만들어 놓으면 되는 거야."

자넷도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테멜 게이트는 1:1로 대응되는 게이트였다.

그러니까 하나의 쌍을 이루고 그것이 서로 반응하는 형태인 것이다.

그래서 세진과 어리가 완벽하게 복제를 해서 새로 테멜 게이트를 만들어도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아주 작정을 하고 한쪽의 테멜 게이트를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없앤 것과 같은 테멜 게이트를 만들어 놓고 실험을 해 봤다.

결과는 새로운 게이트와 반대쪽에 있는 테멜 게이트가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쪽이 둘이 있고 다른 쪽에 하나가 있으면 먼저 연결된 쪽만 소통이 되고 다른 것은 그냥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어리가 만든 것은 테멜이 아니라 테멜 안에 있는 게이트였다.

당연히 출력에서도 차이가 나서 원래 테멜 게이트가 성능이 뛰어나니 복제품이 힘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양쪽에 복제품을 만들어 두면 그 게이트가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래 쌍을 이루는 테멜 게이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과 별개로 새로 만든 게이트도 연결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어리는 어리 테멜 안에 게이트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게이트만 만들어 둔다고 일이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게이트가 열리기 위해서는 그 게이트를 채우고 있는 에테르의 성질이 반대쪽에 열릴 게이트가 있는 행성의 에테르와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반대쪽에 있는 게이트는 이쪽의 에테르와 같은 에테르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문제가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테멜이라면 모를까 게이트만 있는 경우에는 행성 자체의 에테르와 다른 성질을 지닌 에테르를 유지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테멜이 아니고선 있을 수가 없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당연하게 게이트는 테멜 안에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소형 테멜의 개조였다.

지금까지 모았던 소형 테멜들을 개조해서 그 안에 게이트를 만들어 넣고, 그 소형 테멜의 내부를 필요한 성질의 에테르로 채우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어리가 에테르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리만이 아니라 의지를 가진 코어들은 모두가 자신이 담당하는 테멜 안의 에테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에테르의 농도라거나 혹은 에테르가 가진 기운들을 테멜 코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지구의 이면 공간 유지 코어가 기반이 되지 않은 테멜 코어들은 그런 의지가 없어서 에테르를 조절하지 않을 뿐이다.

그것을 어리가 대신해서 조절해 놓으면 그 후로는 테멜 코어가 알아서 그 에테르 성질을 유지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소형 테멜에 게이트를 만들어서 각 행성에 가져다 놓고, 그것과 쌍을 이루는 것을 어리 테멜 안에 놓으면 언제든 필요할 때에 필요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테멜 게이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문제가 있다면 어리가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 테멜을 어리 테멜 밖으로 꺼낸 다음에 그 테멜 안으로 어리가 들어가서 게이트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어리의 본체가 이동하기 위해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그쪽 테멜이 박살이 나도 상관이 없으니까 하는 김에 그 괴수를 잡고, 그 행성도 자세하게 살펴보자는 거지?"

세진도 재미있겠다는 표정으로 자넷에게 확인하듯 물었고, 자넷은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요. 어리는 녹두병사들을 준비하겠어요. 드디어 괴수 사냥을 하는 것이에요.

사실 보라색 몬스터로 괴수를 사냥할 수 있을지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전에 7등급 수준에서도 피해를 전혀 주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니 완전한 보라색 등급이라면 숫자로 밀어 붙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더구나 어느 정도 녹두병사들이 힘을 내어 주면 후방에서 디버프를 지원할 세진도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 렇게 되면 사냥이 성공할 가능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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