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05화 (205/298)

< -- 데블 플레인 행성 떠돌이가 되다 -- >

어리의 순간이동은 몬스터를 피해서 움직이는데 최적의 이동 방법이다.

몬스터들이 없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또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 굳이 몬스터를 사냥할 생각이 아니라면 테멜에서 빠져 나가는 데에도 그만인 방법인 것이다.

이쪽 게이트의 구조까지 완벽하게 파악을 마친 후, 어리는 테멜의 게이트 앞에서 곧바로 테멜의 출구로 이동을 했고, 테멜 코어가 반응을 하기 전에 출구로 나가버렸다.

테멜 코어가 이성을 지니고 있었다면 게이트에서 두 사람과 또 다른 하나가 나오더니 사람이 사라지고 또 다른 하나는 순식간에 출구로 나가버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게이트가 있는 테멜을 건드리고 싶지 않은 세진 일행은 그렇게 어리의 힘으로 순식간에 테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다시 세진과 자넷의 모습이 어리 앵무 곁으로 나타났다.

"여기가 테멜 입구인 모양인데?"

"그래. 여긴 꼭 기억을 해 둬야지. 그리고 테멜 입구도 될 수 있으면 가려둬야 하고 말이야. 어리야, 주변에 인간이나 헌터는?"

세진이 어리에게 물었다.

세진의 감지 범위 보다 어리의 감지 범위기 훨씬 넓으니 당연히 어리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 지금 살피고 있는 중이에요. 여기도 라훌 행성처럼 범위가 지구처럼은 안 나오네요. 음, 이쪽 방향으로 75Km 떨어진 곳에 마을이 있어요. 그리고 이쪽 방향으로 103Km 떨어진 곳에 다른 마을이 하나 있고, 그 너머로 200Km 이상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마을이 있네요.

어리는 감지 범위 내에서 세 곳의 마을을 찾아냈다.

"사람들이 사는 건가?"

- 연방의 기준이라면 사람이겠죠? 하지만 지구인이 보면 외계인일 거예요.

"어떤 모습인데 그래?"

자넷이 혹시나 아는 종족인가 싶어서 물었다.

- 허리에 통상적인 팔의 2/3 정도 되는 길이의 팔이 한 쌍이 더 있어요. 피부색은 녹색이 약간 섞여 있는 갈색이네요. 머리카락 색은 짙은 갈색이 대부분이고 나이가 들면 은빛이 되는 건 지구인과 같은 모양이고요.

그러면서 어리가 허공에 에테르로 영상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어리에 팔이 한 쌍 더 있는데 그 때문인지 커다란 검을 등에 지고 있는 이외에 허벅지 바깥으로 단검을 쌍으로 차고 있었다. -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마을 주민의 모습이에요. 이 비슷한 모습을 한 이들이 마을 근처에서 사냥을 하고 있어요. 글건데 몬스터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나요?

"뭐라곳? 몬스터를 먹어?"

어리의 질문에 자넷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 그런 것 같은데요. 아무리 봐도 몬스터인데 사냥이 끝나고 곧바로 잘라서 생으로  먹고 있어요.

"그럴 리가. 몬스터는 에테르로 이루어진 생명체야. 그걸 어떻게 먹어? 그걸 먹고 소화를 시킬 수는 있나?"

- 가까이 가서 정밀하게 살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아, 재미있는 광경이 있어요. 몬스터 사체를 먹는 것도 그렇지만 코어를 삼키기도 하네요. 아무리 주황색 등급의 몬스터 코어라지만 그걸 삼키다니 대단한데요?

어리의 중계가 이어졌다.

"그만, 어리야. 다시 테멜로 들어갈 테니까 그 마을 근처로 이동해서 관찰을 하도록 하자. 아, 그 전에 대기권 밖으로 나가서 헌터룸 관리 기지가 있는지 살펴 보고."

- 네. 세진님.

어리는 세진과 자넷을 테멜로 받아들인 다음 대기권을 거쳐서 행성 주민의 마을로 이동했다.

아쉽게도 헌터룸 관리 기지는 찾지 못했다.

- 마을들 중에 에텔론 상점은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마을마다 비슷한 이들이 모여서 사는 걸로 봐서는 헌터는 없는 것 같아요.

어리가 그렇게 이야길 했지만 세진이나 자넷은 그렇게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어차피 한 번에 필드 행성을 찾아낼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

어쨌거나 이곳이 필드 행성이 아닌 것을 알았으니 다시 돌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특이한 행성 주민을 만나게 되었으니 한동안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 좋겠다는데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

그래서 셋은 한동안 행성 주민들을 관찰하고, 또 행성의 특이한 생물들을 수집했다.

당연히 이동 가능한 테멜을 발견하면 어리 테멜 안쪽으로 옮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네팔인 행성, 세진은 이곳 행성의 이름을 그렇게 정했다. 팔이 넷 있는 종족이 주인인 행성이니 그렇게 붙인 것이다. 포 헨드니 어쩌니 굳이 영어를 쓰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인데 지어 놓고 보니 지구에 있 는 나라의 이름을 닮았다.

"우리 아니면 불러 줄 사람도 없는 명칭인데 번호를 붙여 부르는 것보다는 낫겠지."

세진은 그래도 꿋꿋하게 네팔인 행성이란 이름을 고수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행성에서 에테르를 정화하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네팔인들이 몬스터를 섭취하고 또 코어를 삼키는 행위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그들은 몸으로 에테르를 정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네팔인들은 그게 가능했다. 그리고 능력이 뛰어난 네팔인, 즉 마스터나 그 이상의 경지에 이른 네팔인들은 심지어 보라색 등급의 코어까지 삼켜서 정화하는 능력을 보였다.

다만 그렇게 에테르를 정화한다고 몸에 커다란 득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몬스터의 에테르는 네팔인들의 몸을 유지하는 에너지원일 뿐이고, 능력이 뛰어난 네팔인들은 그 에너지를 더 많이 보유할 수 있기에 등급이 높은 코어를 삼키고 도 무사할 수 있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가 등급이 높은 코어를 삼킨다고 큰 문제는 아니었다. 배탈이나 급체 정도의 문제가 생긴다고 할까?

고생을 심하게 하긴 하지만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엄청난 과식인 셈이어서 때론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부피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량의 문제라서 그런지 몸 밖으로 에테르가 뿜어져 나오는 형태로 어떻게든 진정이 되곤 했다.

하지만 네팔인들의 그런 생체 시스템은 세진 일행이 차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의체에 적용을 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수련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냥 그런 경우도 있다는 정도에서 넘어가야 했다.

그렇게 네팔인들에 대한 관찰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후, 세진은 곧바로 라훌 행성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하게 세진 일행이 네팔인들과 조우하는 일이 벌어졌다. 원래는 그들과 마주칠 일이 없었지만 마을 하나가 몬스터들과의 싸움에서 밀리는 장면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진과 자넷이 나서서 네팔인들을 도왔다.300명 정도 규모로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던 네팔인들은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습격을 이기지 못하고 마을을 버리고 피난을 가야 했고, 몸을 피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마을의 전사들이 뒤에 남아서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했다.

가장 뛰어난 실력자가 마스터 정도이니 작은 마을치고는 무력이 낮은 것이 아니었지만, 갑자기 몰려온 몬스터들의 수가 너무 많고 수준도 낮지 않았다.

초록색 등급의 군집 몬스터가 들이닥친 것이라 마을이 운이 없다고 해야 할 터였다.

몬스터들 중에는 영역을 고수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무리를 지어서 떠돌아 다는 것들도 있는데 이번에 네팔인의 마을을 덮친 것이 그런 종류의 몬스터들이었다.

크기가 2미터를 넘는 쥐와 고슴도치를 합친 것 같은 몬스터는 앞부분은 쥐의 모습이고 허리 뒤로는 고슴도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몬스터가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다니며 지나가는 길을 폐허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런 몬스터들은 영역을 지닌 몬스터들과 다투기 마련이고 언젠가는 상대하기 벅찬 등급의 몬스터 영역으로 들어가서 몰살을 당하겠지만 적어도 네팔인들의 마을을 쓸어버리기엔 충분했다.

세진과 자넷은 우선 도망치는 네팔인들 앞에 일부러 테멜의 입구를 만들어서 그리로 피하도록 유도했다.

어리가 만든 테멜의 입구는 아비와 오빠, 형의 죽음을 뒤로 하고 도망치던 마을 주민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이동 통로 중간에 만들었고, 네팔인들은 그 테멜 안으로 몸을 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들도 오래지 않아서 몬스터들이 그들의 뒤를 따라 올 것을 알고 있었고, 오래 도망치지 못할 것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테멜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탈출을 할 수 있으면 그 쪽이 훨씬 좋은 선택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네팔인들이 어리가 만든 테멜 입구 안으로 들어갈 때에 세진과 자넷은 몬스터들에게 포위되어 마지막 항전을 하고 있는 이들을 하나씩 구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도망치던 주민들을 모두 받아들인 어리가 싸움터로 와서 부상당한  네팔인들을 하나씩 테멜로 끌어 들였다.

에테르의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우, 그러니까 싸움이 한창인 상태에선 테멜 입구를 유지하기 어려우니 쓰러져서 정신을 잃은 이들을 우선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세진은 아직 싸우고 있는 네팔인들에게 커다랗게 만든 테멜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 들어가란 소리란 것을 알아들은 네팔인들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바로 테멜 입구로 향했다.

얼마 후, 몬스터들은 그들의 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본능적으로 다시 무리를 지어서 질주를 시작했다.

그 시간 세진과 자넷, 어리의 의체는 한 무리의 네팔인들을 앞에 두고 있었다.

아직 네팔인들의 언어는 알아들을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몸짓만으로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세진 일행이  겸양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동작들이 오고갔다.

그리고 네팔인들은 어리가 내어준 초록색 등급의 테멜 안쪽에 거처를 정했다.

그들은 물론 다시 네팔인 행성으로 나가고 싶을 테지만 세진은 그런 식의 대화가 오고가기 전에 그들을 테멜로 옮겨 놓고는 얼굴이 마주치지 않도록 피해 다녔다.

그러는 사이에 세진은 어리와 함께 다시 라훌 행성으로 돌아와 있었다.

"네팔인들은 저대로 둘 거야?"

자넷이 물었다.

아무래도 강제로 네팔인들을 납치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일단 두고 보려고. 그리고 어느 정도 말이 통하게 되면 그 뒤에는 그들에게 선택하라고 해야지. 다시 고향 행성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테멜 안에서 살아갈 것인지 말이야. 물론 테멜 안에서 산다고 하면, 그들 행성에서 더 많은 네팔인들을 데리고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지."

"왜? 그냥 그들이 살아가던 대로 두는 것이 좋지 않아?"

자넷이 네팔인들을 이용하려는 세진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지구에서 사람들의 이민을 받은 것이나 네팔인들의 이민을 받는 것이 뭐가 달라?"

세진이 물었다.

"하지만..."

"물론 네팔인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이 끌려온 것은 맞아. 하지만 대신에 목숨을 건졌지. 그렇다고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아니잖아. 다시 돌아가겠다면 돌려보낼 거야. 하지만 나는 어리 테멜, 아니 내가 관장하는 테멜 안에 수 많은 종족들이 들어오고 그들을 통해서 몬스터들 상대하는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 이제부터 다른 행성에 가더라도 가능하면 이주민을 받아들일 생각이야.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지구의 상황을 호전시킬 방법도 찾을 수 있겠지."

"우웅, 그리고 어리 테멜도 엄청나게 무징무징 해지는 거죠. 에헤헷."

어리가 둘의 대화에 살짝 끼어들었다.

"아직 어리도 확장이 다 끝난 것이 아니지?"

"그럼요. 어리의 테멜은 아직 더 넓어질 수 있어요. 우웅, 하만 문제가 있어요."

"문제?"

"네에. 세진님도 아시지만 테멜에 에테르로 움직인다고 모든 것을 에테르로 만들진 못하잖아요. 에테르로 가능한 것은 테멜의 기본이죠. 제대로 테멜을 꾸미기 위해선 여러 자원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구에서 확보했던 자원들이 많이 남지 않았어요."

"자원이 필요하다?"

"그런 거죠."

"그럼 일단 대기권 밖으로 가서 거기 고철이 된 헌터룸 관리 기지부터 먹어 치우자. 그거라면 일단 한 숨 돌리겠지. 그리고 나머지 땅이나 물 같은 것도 라훌이나, 네팔인 행성에서 확보하고."

"우아, 그런 방법이 있었어요. 역시 세진님은 최고예요."

어리는 대기권 밖에 있는 헌터룸 관리 기지를 자원으로 이용하자는 세진의 생각에 환호성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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