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98화 (198/298)

< -- 각성 능력자와 수련 능력자의 변화 -- >

벗이란 단체는 인류에게 유익한 단체인가?

이 질문에

'그렇지 않다.'

는 대답을 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벗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벗의 전사들을 파견해서 후진국들의 국민들을 몬스터로부터 보호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지만, 그보다 세계인들을 더 환호하게 하는 것은 4등급 이상의 몬스터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벗의 특별한 전사들이 나타나서 그 것을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4등급 이상의 몬스터가 확인되면 곧바로 그 소식을 벗의 홈페이지에 올리면 된다. 그리고 그 후에 그 몬스터가 나타난 나라의 정부가 토벌 승인을 하면 벗에서 나서서 해결을 하는 것이다.

비록 형식적인 문제지만 정부에서 승인을 하지 않으면 벗은 몬스터 퇴치를 하지 않았는데, 퇴치되지 않는 4등급 이상의 몬스터가 있으면 당연히 그 정부는 국민들의 비 난을 받아야 했다.

그나마 강대국들 몇 곳이 4등급 이상의 몬스터가 나오는 지역을 따로 관리하며 유지하는데 그것은 어느 정도 국민의 허락을 받은 경우에 해당했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몬스터에 대해서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언젠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고, 그를 위해서 연구용으로 몬스터 영역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 전 세계의 몬스터 영역은 빠르게 정리가 되는 편이었다.

특히 후진국의 몬스터 영역과 4등급 이상의 몬스터를 책임지는 벗 덕분에 지구상의 몬스터 영역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여전히 새로 나타나는 몬스터 영역이 있었지만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서 어느 정도 사람들은 생존의 위협에서 조금은 멀어진 듯이 가벼운 마음이 되었다.

그런 중에도 계속해서 G스페이스에 마련된 수련관에선 능력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능력자들은 다시 G스페이스의 이면 공간으로 들어가서 사냥을 하며 성장했다.1등급 이면 공간에서 3등급 몬스터까지 사냥을 할 수 있으니 2등급 이면 공간을 찾을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G스페이스의 이면 공간은 공략이 되더라도 빠르게 복구되는 성질이 있었다. 제일 아래 등급이 1등급 이면 공간은 공략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2등급 이면 공간은 공략해도 상관이 없었다. 공략된 2등급 이면 공간은 하루나 이틀이 지나기 전에 복구되었다. 이유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1등급 이면 공간부터 공략을 하면 절대로 다시 복구가 되지 않지만 중간에 있는 이면 공간은 공략을 해도 다시 복구가 되었다.

그걸 알아낸 것도 벗이었다.

이미 G스페이스 중에는 1등급 이면 공간이 없어지고 2등그비 이면 공간부터 시작하는 곳들이 제법 있었다.

초기에 1등급 이면 공간을 공략한 경우인데, 1등급 이후에 2등급이 나타나고 그 이 후로 최소 5등급까지 나타날 거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공략이 멈춘 상태다.

하지만 1등급 이면 공간에서부터 상위 공간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이삼일에 한 번씩 2등급 이면 공간을 공략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런 G스페이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취급을 받았다.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가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핵은 위력적인 무기고, 그것을 터트려도 현실에 영향을 주지도 않으니 많은 나라들이 2등급 이면 공간의 공략을 위해서 핵을 사용하곤 했다.

몬스터의 코어는 돈이 된다.

그것은 이제 상식이었다.

몬스터 코어는 어떤 에너지원보다 좋은 에너지원이다. 공해도 없는 강력한 에너지원인 것이다.

에너지는 당연히 돈이 된다.

초창기에 김혜인 박사가 만들었던 코쿤은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과 같은 것이 되었 다. 그보다 훨씬 발전한 에테르 코어 활용 기관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그럼에도 김혜인 박사를 비롯한 초창기 코쿤 지분을 지닌 사람들은 지금도 막대한 로열티를 받는다.

모든 에테르를 이용한 장치들에는 코쿤에서 사용된 마법진이 쓰이는 까닭이다. 개조가 되었다고 해도 기본이 거기서 출발한 것이어서 로열티를 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 돈을 받을 사람이 벗의 소속이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니 억지로 속이거나 피하려는 이들도 거의 없다.

아무튼 그렇게 벗이 없는 동안에 전 세계적으로 기세를 높였던 몬스터들의 영역이 다시 G스페이스라는 곳으로 쪼그라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벗에서 새로운 수련법을 세상에 소개하면서 세상에 대형 폭탄이 터졌다.

[우리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금도 계속해서 지구의 에너지는 몬스터들의 탄생을 위해서 에테르로 변환되고 있고, 이런 추세로 나가면 언젠가 지구 본연의 에너지는 사 라지고 에테르 에너지만 남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니 그렇게 되기 전에 에테르의 농도가 일정 이상으로 높아지면 지구상에서 모든 전자제품의 상용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생명체들이 에테르에 의한 돌연변이가 되거나 멸종을 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 수련법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 수련법을 익힌 사람은 몬스터들의 근원이 되는 에테르란 에너지를 정화시켜서 지구 본래의 에너지로 되돌리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즉 지구의 미래를 책임지는 이들이 되는 것이다. 이에 우리들은 에테르를 정화하는 수치만큼만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두고 국제 협약을 했던 것과 같이 에테르 코어의 사용에도 그와 유사한 협약이 필요할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의 멸종을 바라지 않는다면.]이산화탄소를 규제해야 한다고 떠들 때에도 실제 그런 협약이 맺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

하지만 벗의 발표는 그와는 또 달랐다.

지금 당장 몬스터나 에테르 에너지에 대해서 가장 앞선 연구 성과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벗에서 미래 지구의 멸망을 예견했다.

더구나 그 전에 에테르의 농도가 높아지면 전자제품의 사용 불가능이란 결과가 나온다는 주장을 했다. 당연히 실험을 통한 검증이 시작되었고, 벗의 주장이 사실이란 결과가 나왔다.

지금 지구상의 에테르 농도보다 15%정도 더 높은 농도가 되면 다수의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실험 결과로 알아내게 된 것이다.

거기에 약간씩이지만 에테르의 농도가 짙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당연히 전세계적으로 벗에서 내 놓은 수련법을 익히기 위한 수련 과정이 시행되었다.

[다만 이 수련법은 여성이 익혔을 때에 효과적이다. 남성이 익힐 수도 있지만 효율이 좋지 않다.]이 발표는 조금 늦게 나왔지만 덕분에 여성들의 기세가 한껏 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몬스터의 등장으로 일종의 전사, 혹은 싸움꾼, 투사 등의 이미지가 강해지고, 그에 맞춰서 여성보다는 남성이 우월하다는 인식이 조금씩 퍼지던 중이었다. 그리고 사실상 전투에 관해서는 여성보다 남성의 활약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제 지구를 되살리는 일은 여성에게 맡겨진 것이니 여성들의 위상이 올라간 것은 당연했다. 물론 그렇다고 남녀의 위상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동등한 상태가 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세계의 국가 수장들이 모여서 여러 날에 걸쳐서 난상토론을 거듭했다.

분명히 프락칸이라 이름 붙은 이들이 필요하고 그들을 통해서 에테르를 정화해야 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해서 시급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에테르 코어를 이용하는 것을 중지할 수도 없었다.

에테르 코어는 벌써 석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벗에선 그렇게 사용하는 에테르들이 대기중에 쌓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적어도 사용하는 만큼은 정화를 해야 지구의 에테르 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국가 수반들의 난상토론에는 세진도 참가했다. 물론 겉모습은 게슈너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세진은 각국은 정화하는 에테르의 80%까지만 에테르를 사용하는 것으로 규범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해서 몬스터를 퇴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 수반들은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프락칸이란 존재가 몬스터들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 일정 수준으로 약화시킨 몬스터를 계속 유지하며 에테르 코어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몬스터 자체가 오염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 모양이군요."

세진이 이렇게 말했을 때, 어떤 나라의 대표의 대답은 세진의 입을 막았다.

"오염물질이라도 그것이 큰 쓸모가 있다면 어느 정도는 만들어지도록 두는 것이 이익이란 소리지요. 그건 당연합니다. 다시 석유를 쓰는 것 보다는 몬스터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지구에게도 좋을 것입니다."

세진은 정말 그럴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넷도 연방에서 에테르 코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 필드 행성에서 헌터룸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곤 입을 다물었다.

연방에서 필드 행성을 운영하는 것처럼, 지구에선 이면 공간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 지구의 에테르 농도를 현 수준의 20% 이하로 내릴 때까지는 계속해서 에테르 정화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에 7등급 이상의 몬스터가 날뛰는 것을 구경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연구로 에테르의 농도가 현 수준의 20% 이하로 떨어지면 그런 높은 등급의 몬스터가 활동을 중지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그러니 그 수준까지 농도를 낮추는 것은 우리도 양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세진의 주장은 힘이 있었다.

벗이 지닌 힘은 전 지구의 지도자들에게도 충분히 먹혀들었다.

때문에 오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사람들의 예상을 그리 벗어나지 않았다.1. 프락칸의 양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2. 3년후부터 10년 동안 에테르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조절한다.3. 10년 중 첫 해는 프락칸이 정화한 에테르의 아홉 배를 사용하며, 매해 비율을 줄여간다.4. 10년이 되는 해에는 프락칸이 정화한 에테르의 90%만 사용하며 이후로 지구의 에테르 농도가 지금의 20%가 될 때까지 그 비율을 유지한다.

국제 협약으로 작성된 내용을 방대했지만 대충 정리를 하면 위와 같은 내용이었다.

당장 에테르 사용량을 줄일 수는 없으니 단계적으로 줄여가고, 특히 각국에서 프락칸을 얼마나 육성하느냐에 따라서 에테르 사용량에도 영향을 주게 했다.

당연히 모든 나라에선 실력 있는 프락칸의 양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괜찮았어. 이렇게 되면 이제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지구에 프락칸 능력자들이 많이 생길 거야."

"모르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솔직히 지금도 의체 사용자가 아니면 프락칸이 되는 비율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잖아. 1천명 중에서 서른이야."

"백 명 중에 셋이네? 그 정도면 엄청 많은 거 아냐?"

"지금 우리가 데리고 있는 천 명의 프락칸들이 정화를 하는 것 봐. 그 양이 별로 많지 않잖아."

"에에에,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그 중에서 800명은 새로 뽑은 사람이잖아. 초창기 200명은 제법 정화를 하고 있다고. 특히 김혜인 박사 같은 경우에는 아주 군계일학이지. 그 여자 혼자서 다른 프락칸의 평균 20배는 하는 것 같던데?"

"특별한 사람이긴 하지. 그런데 떡배 딸도 엄마 닮아서 그런 쪽으로 재능이 있을까?"

"호호호, 그렇게 되면 프락칸 가문이 탄생하는 건데? 그것도 위대한 프락칸 가문?"

"떡배가 봉을 물었네."

세진은 예전 떡배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짜잔, 어리 등장!"

그 때, 어리가 두 사람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와라."

세진은 별로 놀란 기색이 없이 어리를 맞았다. 이미 어리가 오고 있다는 것은 정신 감응으로 알았던 것이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신경을 쓰고 있으면 어리가 하는 모든 일들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는 세진이었다.

"어머, 깜짝이야. 어리 너, 좀 기척을 내고 다니라고 했지?"

물론 자넷은 어리와 정신으로 연결이 된 상태가 아니어서 당연히 알 수 없는 일이다.5등급 이면 공간을 흡수할 때처럼 자넷이 마음먹고 어리와 연결이 되려고 하면 어리가 거부하지 않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평소에 어리와 정신이 연결된 상태는 아닌 것이다.

"호호호. 언니는 참, 왜 그렇게 놀라요? 뭐 둘이서 뭔가 하고 있었어요?"

"이것이 어디서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너 외모를 생각하고 말을 해. 이것아."

"흐응. 어려도 알 건 안다는 말씀."

"어리야. 왔으면 본론부터 이야기하지 그러냐? 이번에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 흡수하면서 얻은 정보 중에 괜찮은 거라도 있던 모양이지?"

"이힝, 세진님은 너무해요. 어리가 잔뜩 기대를 하고 온 건데 그렇게 말씀을 해버리면 맥이 빠지잖아요. 칫."

"그래. 그러니까 나머지는 어리 니가 이야길 해 보라는 거다. 나도 더 이상은 모르니까."

"정말요?"

더는 모른다는 세진의 말에 어리가 할 이야기가 생겼다는 것이 좋은지 반색을 한다.

"무슨 이야긴데? 뭐 뭘 알아 낸 거야?"

자넷도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의 정보라는 말에 흥미가 생기는지 어리를 독촉한 다.

"어쩌면 어리가 이면 공간의 코어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이미 하잖아. 부하들이랑 잘 하지 않냐?"

"그게 아니고요. 언니. 그냥 이면 공간에 있는 코어들이요. 그것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만 더 공부하면 그것들이 주고받는 정보에 끼어들어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그, 그래? 그건 생각해 보니까 대단한데? 잘 하면 지역코어나 대륙코어, 혹은 행성 코어와도 이야길 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냐?"

"흐응, 그러니까요. 그래서 어리가 이렇게 날아온 건데 세진님이 김을 빼버리잖아요."

"호호호. 삐쳤구나?"

"아니거든요? 어리는 삐친 것이 아니라 화가 난 거거든요. 그건 다르거든요."

"알았다. 내가 잘못했다. 응?"

세진이 결국 사과를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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