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등급 이면 공간 공략 -- >
계획을 세운 대로 공격의 시작은 어리가 세진과 자넷을 요로이 갓파 좌우로 순간이동을 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1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어리는 정확하게 갓파의 좌우에 세진과 자넷을 순간이동시켰다.
그리고 요로이 갓파가 고개도 채 들기 전에 세진의 창과 자넷의 검이 요로이 갓파의 목과 옆구리를 찔렀다.
콰과광!
엄청난 굉음이 갓파와 세진, 자넷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이글거리는 강기를 두른 창과 검이 갓파의 생체 에테르 방어를 뚫지 못하고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요로이 갓파가 생체 에테르를 폭발시켜서 두 사람의 공격을 막아 냈 다는 말이다.
"차앗!"
"죽엇!"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다.
이번 기습으로 요로이 갓파는 엄청난 손해를 봤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사람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엄청난 에테르를 소비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 상태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 내기 위해서 세진과 자넷은 위력적인 공격을 멈추지 않고 이어갔다.
창을 찌르고 검을 휘두르고, 그 사이에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는 또 요로이 갓파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요로이 갓파는 세진과 자넷의 공격을 생체 에테르 보호막으로 막으면서 결국 두 개의 칼을 뽑아 드는데 성공했다.
장도와 단도.
"새끼, 칼 두 개 드니까 좋으냐?"
카카캉 카강!
"우와, 칼 들었다고 방어가 견고해졌어. 대단한데?"
파캉 파카캉!
세진은 1미터가 넘는 날을 지닌 장도와 40센티 정도 되는 날을 지닌 단도를 들고 두 사람의 공격을 빈틈없이 받아내며 반격의 틈을 노리는 요로이 갓파에게 더 이상 시간을 주면 사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넷, 디버프로 간다."
세진이 자넷에게 소리를 질러 알렸다.
원래는 조금 더 시간을 끌면서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갓파의 체내에 축적하다가 디버품으로 큰 충격을 주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여의치 않으면 조금 일찍부터 디버프를 사용해서 능력을 반감시키고 공격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요로이 갓파가 생각보다 일찍 여유를 찾은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이 디버프를 사용해서 요로이 갓파의 능력을 떨어뜨릴 필요가 생긴 것이다.
지금 수준에선 디버품을 사용해도 그리 큰 피해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다.
"알았어."
세진이 잠시 디버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 자넷이 맹렬하게 검을 휘두르며 요로이 갓파를 몰아 세운다. 거기에 더해서 자넷의 특기인 정신 능력을 이용한 에테르 랜서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연속으로 요로이 갓파에게 쏟아져 내린다.
에테르로 이루어진 창을 만들어 공격하는 것은 자넷이 할 수 있는 공격들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공격이다. 한 번에 수십 개의 창을 연속으로 쏟아 내는 공격은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에테르 랜서와 함께 검을 이용한 공격까지 더해지니 보기에도 무시무시하다.
물론 그 대가로 상당한 에테르를 소비해야 하고 빠르게 지친다는 단점도 있는 기술이다. 료오오오오!
요로이 갓파가 위기감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예의 기묘한 고함을 지르지만 그 순간 세진이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이용해서 요로이 갓파의 몸 안 생체 에테르들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좋았어. 성공이야."
이로서 요로이 갓파는 전력의 20% 이상은 감소한다. 지속적으로 몸 안의 생체 에테르의 움직임이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다.
- 방금 소리 때문에 몬스터들이 몰려오기 시작해요.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어리가 나타나서 두 사람에게 경고를 한다.
어리는 싸움이 시작된 후로 줄곳 주변을 순간이동 하면서 협곡들에서 몬스터들이 몰려오는지 감시를 하고 있었는데 조금 전에 요로이 갓파의 고함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세진과 자넷은 마음이 급해지는 것을 느끼며 연속해서 요로이 갓파를 몰아세웠다.
디버프를 사용한 상황이고 요로이 갓파가 부하들을 소환하지도 못하게 막아 놓은 상태다. 이런 좋은 기회는 다시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7등급 몬스터, 그것도 우두머리 몬스터라면 아무리 지구의 몬스터라도 데블 플레인에서 일반적인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는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다. 기습의 묘를 살리고 디버프를 걸어 놓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아직 세진과 자넷의 수준에서는 공략이 어려운 몬스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점차 다가오는 다른 일반 몬스터들만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시간만 있으면 요로이 갓파를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그러니 세진과 자넷은 포기하지 못하고 요로이 갓파를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료오오오오!
콰과과과과과과광! 콰과과과과광!
"크억! 뭐야?"
"아앗! 밀린다!"
하지만 7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는 그냥 7등급 우두머리가 아닌 모양이었다.
갑작스럽게 두 자루의 칼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두르며 세진과 자넷을 향해 달려드는데 세진과 자넷은 그 공격을 검과 창, 방패로 겨욱겨우 막아내는 것이 전부다. 그러면서도 연이어 뒷걸음질을 쳐야 한다.
"뭐가 이런 놈이 있어? 지금 본래 능력도 다 쓰지 못하는 녀석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런... 젠장!"
세진이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자넷, 비기를 쓰자."
"그거 쓰면 후유증이 장난 아닌데... 어쩔 수 없지 뭐."
예전 라훌족의 탈예거란 사람이 스스로의 에테르를 폭주 시켜서 엄청난 위력을 보인 적이 있었고, 그 비기는 다시 라훌독립군에게 들어가서 어느 정도 보완이 되어 라훌 독립군에게 전수가 되었었다.
그것을 세진은 게슈너란 이름으로 라훌독립군에서 전수를 받았다.
당연히 세진이 아는 것은 자넷도 익혔다.
하지만 짧은 시간 에테르를 거칠게 사용하는 것이라서 몸에 상당히 무리가 가는 기술이긴 했다.
물론 영구 회복 캡슐을 사용하고 있는 세진이나 자넷의 경우에는 시간만 있으면 완치가 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쉽게 사용하긴 꺼려지는 기술이다.
"간다아아아앗!"
하지만 세진은 거침없이 에테르 증폭 기술을 사용했다. 실상 증폭 보다는 폭주에 가깝지만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에테르의 기세가 삽시간에 두 배 이상을 강렬해졌다.
"차아앗!"
이어서 자넷 역시 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다시 한 번 어마어마한 에테르 랜서를 만들어냈다.
콰과과과과광!
무기와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는 아예 없어지고 에테르와 에테르가 충돌하는 폭발음만 협곡을 가득 채운다.
- 몬스터들이 가까이 왔어요. 힘내세요.
어리가 허공에 나타나서 두 사람을 응원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테멜의 입구는 만드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워낙 협곡 안에 에테르의 충격파가 넘쳐나고 있으니 당연하다. 테멜 입구를 열려면 세진과 자넷이 공격을 멈추고 물러나며 몬스터와의 에테르 충돌을 멈춰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세진과 자넷은 있는 힘을 다해서 요로이 갓파를 몰아세우고 있는 중이다.
취리릿! 파카캉! 그 순간 에테르 충돌음과 다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계속되는 에테르 폭발음 속에서 무기가 맞닿는 소리와 함께 뭔가 잘려 나가는 소리가 조금씩 섞이기 시작한 것이다.
- 어머나 세지님!
"크읏, 손해는 아니지?"
몇 걸음 물러나는 세진의 왼쪽 팔이 너덜너덜하다. 방패도 잃어 버린 상태다.
하지만 그런 대가를 치르면서 세진은 요로이 갓파의 오른팔을 잘라냈다.
그리고 자넷도 요로이 갓파의 가슴과 배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갑옷 덕분에 관통은 되지 않았지만 에테르 랜서의 공격에 주먹 몇 개가 들어갈 정도로 깊게 갑옷이 파인 것이다.
요로이 갓파는 단검을 간신히 앞세우고 세진과 자넷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요로이 갓파의 모습이 사라졌다.
"엇?"
"뭐야? 설마 어리 너냐?"
갓파의 모습이 사라지자 깜짝 놀랐던 세진과 자넷은 목이 부러질 정로로 빠르게 고개를 돌려 어리를 쳐다봤다.
- 에헤헤, 기회가 되면 납치를 하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것 뿐이어요. 어리는 잘못이 없는 것이에요.
어리 앵무가 살살살 뒤로 물러나며 날개를 앞으로 내밀어서 흔든다. 순산 허탈해진 세진과 자넷이 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에요. 아직 몬스터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닌 것이에요. 어서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찾아서 몸을 피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런 상황에서도 어리는 제 할 일을 잊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몬스터들에 대한 경고와 함께 목표였던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의 획득을 맹렬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세진이 멍하게 어리를 보다가 이면 공간 유지 코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처음 요로이 갓파를 발견했을 때부터 일행들은 이면 공간 유지 코어의 위치를 먼저 파악해 뒀었다.
"끙차."
세진이 요로이 갓파가 앉아 있던 돌로 된 의자를 밀어 냈다.
그러자 그 아래에 코어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엄청나네. 이거 가까이서 보니까 확실히 뭔가 달라."
자넷이 곁에 와서 코어를 확인하고는 한 소리를 한다.
"그러게, 전에 우리가 남색 등급 테멜을 직접 공략해서 코어를 얻었을 때 봤던 것과는 또 달라."
세진도 자넷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
남색 등급의 테멜 코어가 테멜을 유지하며 왕성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봤었다. 그런데 지금 5등급 이면 공간을 유지하는 코어를 보게 되니 남색 등급의 테멜 코어보다 5등그 이면 공간 유지 코어가 더 수준이 높게 보였다.
"이거 어리가 흡수할 수 있을까? 어렵겠는데?"
세진이 살짝 어리 앵무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 어리는 할 수 있는 것이에요. 분명히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세진님이 도와주실 것을 믿고 있는 것이에요. 4등급 코어 흡수할 때에도 세진님이 도와주신 것이에요.
어리는 어떻게 해서건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먹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일단 챙긴 후에 생각해. 이러다가 여기서 죽게 생겼어."
자넷이 재촉을 하자, 세진이 코어를 들어 낸다.
코어는 바닥의 돌로 된 홈 안에 들어 있었는데 꺼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코어가 자리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이면 공간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와, 어마어마하네. 이 세상이 멸망하는 것 같아."
자넷이 5등급 이면 공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사를 토했다. 그리고 일행들을 향해서 다가오던 몬스터들은 이면 공간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면 공간과 동화되어 있던 몬스터들은 이면 공간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우두머리 몬스터처럼 화이트 코어를 몸에 지니지 않으면 이면 공간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어어어. 어리야 테멜 열어!"
그리고 그 순간 세진이 고함을 지르고 순식간에 세진과 자넷은 어리 테멜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홀로 남은 어리 앵무는 맹렬하게 순간이동을 사용해서 도주를 시작했다.
주변에 가득 몬스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5등급 이면 공간이 무너지면서 4등급 이면 공간으로 나왔는데 하필 몬스터들 밀집 지역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쓸데 없이 충돌을 하지 않으려면 일찌감치 도망을 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어리가 열심히 4등급 이면 공간을 누비면서 안전한 장소를 찾는 동안에 세진과 자넷은 어리 테멜의 중앙인 어리의 홀에서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들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거 정말 어리가 흡수를 할 수 있을까?"
"안 되면 어쩌지?"
세진과 마찬가지로 자넷도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의 기세가 이전에 봤던 데블 플레인의 남색 등급 테멜의 코어보다 사나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리가 흡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가능성은 있을 거야. 어리는 남색 등급 테멜 코어를 세 개난 흡수했으니까 말이지."
세진이 작은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 어리가 흡수한 남색 등급 테멜 코어는 하나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역시 불안하긴 하네."
"어쩔 수 없지. 이번에도 내가 나서야지 뭐."
"전에 어리를 돕다가 위험했다면서?"
자넷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 때는 본체였고, 이번에는 의체로로 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크게 위험하진 않을 거야. 뭐 그게 어리하고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어서 몸이 아니라 정신에 영향을 주는 면이 있어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적어도 몸이 상할 걱정은 없잖아."
"안심이 안 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나?"
"정 안 되면 데블 플레인으로 가서 남색이나 보라색 테멜 코어를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
"그런 수가 있긴 하지."
세진과 자넷은 그렇게 겨우 구해 온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사이에 두고 고민에 빠져 있었고, 어리는 여전히 안전한 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번쩍 거리고 있었다.5등급 이면 공간이 무너진 상태에서 이상하게 4등급 이면 공간의 몬스터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있어서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