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88화 (188/298)
  • < -- 5등급 이면 공간 공략 -- >

    "우두머리 몬스터가 하필이면 저런 거야?"

    세진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멀리 있는 몬스터를 노려봤다.

    어리는 정말 열심히 우두머리 몬스터 검색을 했지만 한동안 소득이 없었다.5등급 이면 공간은 워낙 넓은 탓에 조사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탓도 있었지만 일정 장소에서는 몬스터의 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몬스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그나마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협곡의 깊이가 어리의 감지 범위 보다 깊은 탓이란 결론이 나왔다. 어리는

    '그럼 미로를 헤매면서 몬스터들을 찾아야 하는 거예요?'

    라고 우는 소리를 했지만 그것보다는 차라리 5등급 영역을 상하 좌우로 몇 번 오가면서 영역의 중앙부분을 찾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란 것을 깨달았다. 우두머리 몬스터는 주로 중앙에 있으니 이면 공간의 중앙을 찾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어리가 이리저리 돌아다닌 끝에 결국 세진 일행이 들어와 있는 이면 공간의 대체적인 크기와 또 중앙 부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두머리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협곡 아래로 내려와서 드디어 목표를 발견한 것이다.

    - 갓파잖아요. 많이 보던 거 아니에요?

    어리는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짓는 세진이 이상하단 듯이 물었다.

    "그건 그렇지. 그런데 저 갑옷이며 투구며, 저거 완전히 전국시대에 일본 장수들이 입던 그거잖아. 요로이인가 뭔가 하는 그거, 거기다가 저 머리의 쓰고 있는 화려한 투구까지 아주 밉상이네."

    세진은 일본의 물귀신 종류 중에 하나인 갓파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갓파는 원래 지역에 따라서는 귀여운 모습으로 묘사가 되기도 한다. 특히 머리에 물병이나 연잎 같은 것을 달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은 그런대로 호감을 살 정도는 된다. 하지만 일본 전통의 사무라이 장수의 갑옷을 갖춰 입은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정이 가지 않는 세진이다.

    "얼굴도 가리고 있는데 저건?"

    "면구라고 하는 가면인데 몰라. 뭐라고 부르는지는 아무튼 화려하긴 엄청화려한데 사무라이니 뭐니 하는 일본 칼잡이들 우두머리가 입던 갑옷이 저런 모양이지."

    "그런 거구나. 색깔 정말 화려하다. 뭐가 주황색에 빨간색에 노란색에... 저거 싸울 때에 입는 거 맞아?"

    "어차피 숨어서 싸우는 게릴라전은 거의 하지 않는 시대여서 그랬을 거야. 아무튼 난 저런 걸 보고 있으면 왠지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인데 말이지."

    세진은 정말로 몸이 가렵다는 듯이 팔을 쓸었다.

    - 세진님 그런데 저게 장군이라면 부하들도 있겠네요?

    그런데 어리가 엉뚱한 소리를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세진은 정말로 저 요로이를 입은 갓파가 부하들을 소환해서 싸우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일단 붙어 봐야 알겠지. 어리는 정말 위험하다 싶으면 우리 모두를 데리고 탈출을 하는 거다. 알았지?"

    - 알았어요.

    "그리고 만약 여유가 된다 싶으면 테멜 안으로 잡아 들이는 것도 괜찮겠다. 그렇게 되면 어리 테멜 안에도 7등급 몬스터가 만들어지게 될 테니까 말이지."

    -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해 보긴 할게요. 아마 어렵겠지만요.

    "세진하고 내가 거의 죽여 놓으면 어리가 납치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기대를 해 보라고."

    - 언니만 믿고 있을 게요. 수고해요.

    어리는 자넷을 그렇게 응원했다.

    "자, 그럼 가 보자."

    세진은 한동안 쓰지 않았던 창과 방패를 단단히 갖추고서 요로이 갓파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요로이 갓파가 세진과 자넷을 인지하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사방으로 갈라진 협곡의 중앙, 여덟 갈래로 갈라진 중앙에 등받이가 없는 돌의자의 앉아 있던 요로이 갓파가 세진과 자넷을 향해 고개를 든 것은 800미터 정도 거리를 남겼을 때였다.

    "봤다!"

    "응, 감이 좋은데?"

    자넷과 세진이 거의 동시에 요로이 갓파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곧바로 요로이 갓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진과 자넷이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세진이 걱정하던 일이 벌어졌다. 료오오오오오오오오! 알아들을 수 없는 묘한 소리와 함께 요로이 갓파의 주변에 긴 칼을 든 갓파들이 수십 마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여덟 갈래로 갈라진 협곡길을 따라서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뭐야? 몬스터를 소환하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면 공간에 있는 몬스터를 다 불러 모으기까지 한다는 거야?"

    세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 소리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상대가 안 될 거야. 이길 수가 없어."

    자넷이 순식간에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일단 몇 마리는 잡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저 우두머리만 노려서 어떻게든 해결을 볼 생각이 아니라면 쓸데 없는 짓이지. 부하들 몇 마리 잡아봐야 다시 불러내면 소용이 없는 거잖아. 아, 온다!"

    자넷이 우두머리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중에 요로이를 호위하는 열 마리 정도 의 사무라이 갓파들만 남기고 나머지 갓파들이 세진과 자넷을 향해 달려왔다.

    "일단 붙어 보고 계곡을 따라서 오는 놈들이 도착하면 도망을 가는 걸로 하자. 어리야 도망은 위로 가는 거다."

    - 알았어요. 어차피 갓파들이 하늘을 날 수는 없는 것 같으니까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어리도 세진의 뜻을 알고는 후퇴 경로를 하늘로 잡았다.

    콰과과광!

    "크윽, 빌어먹을 것들 확실히 남색 등급 보다는 강해!"

    세진이 선두에서 달려오는 사무라이 갓파와 무기를 맞교환 해 보고는 몬스터의 수준을 파악했다.

    한 번의 충돌로도 그것들이 데블 플레인의 남색 등급의 몬스터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퍼퍼퍼벙! 그러면서 갓파들의 몸 안에서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모아서 터뜨렸다.

    짧은 시간 동안 갓파들에게 주입한 것이어서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몸 안에서 일어나는 폭발을 경험한 갓파들은 모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이 움찔 거렸다.

    "그래도 디버프는 어렵지 않게 들어가는데? 이거 우두머리에게 다가가서 시험을 해 봐야 하는데 말이지."

    - 제가 옮겨 드릴까요?

    어리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부하들을 제치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가는 것을 고민하니 어리가 순간이동을 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래, 우리 둘을 한꺼번에 옮겨 봐. 저 우두머리 녀석에게 디버프 기반 에테르가 어느 정도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게. 일단 효과만 있다면 한 번 붙어볼 여지는 있는 거니까 말이야. 자넷도 준비해."

    "알았어. 차앗!"

    벌써부터 갓파 사무라이들에게 뒤로 밀리고 있던 자넷이 어렵게 틈을 내서 대답을 하는 순간 가까운 곳에 어리가 만든 테멜 입구가 열렸다.

    자넷은 순간 갓파를 밀어내고 곧바로 테멜 입구로 몸을 던졌다.

    평소와 달리 전투를 하는 중에는 몸을 휘감고 있는 에테르가 무척 강렬하기 때문에 테멜의 입구인 에테르 소용돌이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테멜 입구로 들어갈 때에는 에테르의 기세를 죽인 상태여야 한다.

    어쨌건 자넷은 겨우겨우 갓파들을 피해서 테멜로 들어갔고, 곧바로 세진과 정신이 통하는 어리가 제법 높은 허공에 테멜 입구를 만들었다.

    세진은 힘차게 땅을 박차고 올라서 그 테멜 입구로 몸을 던져 넣었다.

    그러자 세진의 몸은 사라지고 어리 앵무의 몸체만 남았다.

    하지만 그 몸체도 곧바로 사라지더니 이내 요로이 갓파 가까운 곳에 세진과 자넷의 모습을 통해 놓았고, 어리 앵무는 세진의 어깨에 앉은 모양이 되었다.

    순식간에 사라졌던 세진과 자넷의 모습이 우두머리 몬스터 곁에 나타나자 호위를  하고 있던 갓파 사무라이들이 매서운 기세로 칼을 휘둘렀다.

    "이크, 반응속도 빠른데?"

    "지금 농담이 나와? 아, 난 아직 싸우는 거에 익숙하지 않단 말이야."

    자넷은 이리저리 몸을 피하다가 결국에는 세진을 교차해서 지나가며 갓파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이건 너무한데?"

    세진이 투덜거리면서 어렵게 갓파들을 상대했다.

    사실 모든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요로이 갓파에게 집중하고 있는 중이어서 디버프가 걸리지 않은 사무라이 갓파들을 상대하느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때?"

    자넷이 갓파 한 마리의 팔을 검으로 잘라 내며 큰 소리로 물었다.

    두 마리의 갓파만 상대하는 자넷은 의외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남은 여덟 마리의  사무라이 갓파를 상대하면서 우두머리 요로이 갓파에게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집중하고 있는 세진은 그야말로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자넷이 묻는 것은 세진의 상태가 아니라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가 우두머리 몬스터에게 효과가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일단 디버프 에테르는 먹히는 것 같다. 자넷은 먼저 테멜에 들어가 있어. 나는 디버품 한 방 날리고 튈 테니까."

    세진은 일단 자넷의 안전을 확보하고 후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이번 싸움은 어렵다고 본 것이다.

    "알았어. 조심해."

    자넷도 이번 공격은 무리라고 판단했기에 순순히 세진의 후퇴 결정에 동의했다.

    그리고 어리가 만들어 준 테멜 입구를 통해서 모습을 감췄다.

    동시에 세진도 요로이 갓파의 몸 안에 어느 정도 축적 시킨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한 곳에 모아서 폭발 시켰다. 원래는 몬스터 패턴의 중심에 가까운 곳으로 에테르를 모아서 터뜨리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은데, 몬스터 패턴 쪽이 몬스터의 생체 에테르가 더 강하고 밀도가 높기 때문에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

    거기다가 지금처럼 시간이 짧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몬스터 패턴의 외곽 정도에서 폭발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푸화확!

    폭발이라고 하지만 몸 안에서 에테르가 뭉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폭발음 따위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몸 한 쪽이 터지면서 뼈와 살과 피가 비산하는 것일 뿐.

    료오오오오오오오!

    요로이 갓파의 기묘한 비명이 협곡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세진의 모습이 협곡에서 사라지고 남았던 어리 앵무도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라진 어리 앵무는 협곡의 요로이 갓파가 있는 곳에서 수직으로 1km 가까이 되는 상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몇 번의 이동을 거쳐서 협곡 위쪽의 평지에 나타났다.

    그리고 세진과 자넷이 동시에 테멜 밖으로 나와서 모습을 드러냈다.

    "의외로 사냥이 쉬울 수도 있겠어."

    세진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요로이 갓파의 사냥이 쉬울 것 같다는 소리를 한다.

    "그거 몬스터들이 비행 능력이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지?"

    자넷도 갓파들의 약점을 알았다는 듯이 세진의 말을 받았다.

    "그래. 그것들이 허공을 날고 뛰지 못한다면 어쩌면 사냥이 쉬울지도 몰라."

    - 하지만 세진님 갓파들은 등급이 낮아도 원거리 공격을 잘 하는데요? 물을 다루는 능력도 있고, 간혹 독침을 불어서 쏘는 것들도 있어요. 거기다가 들고 다니는 무기에 따라서 활을 쏘거나 창을 던지거나 하기도 하죠. 쉽게 생각하실 문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어리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이전에 처음 갓파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조사했던 내용들이 있었는지 갓파 공략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고 염려를 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일단 들어 봐, 그 요로이 갓파 녀석 말이야. 약 800미터 정도 남았을 때까지는 우릴 감지하지 못했단 말이지?"

    "그랬지."

    - 네 맞아요.

    "그럼, 어리의 능력으로 그 녀석 가까이 순간 이동을 한 후에 곧바로 기습이 가능하잖아. 그러니까 놈이 부하들을 소환하거나 혹은 이 이면 공간 전체에 퍼진 몬스터들을 불러 모으는 짓을 하기 전에 말이야."

    "기습? 하지만 그런다고 소환을 안 할까? 거기다가 고함을 질러서 다른 몬스터들을 부르는 것도 막긴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가? 그럼 어떻게 하지?"

    - 세진님, 그 우두머리가 있는 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협곡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어떨까요? 여덟 곳을 모두 무너뜨리면 소환하는 부하들만 생각해도 되잖아요.

    "어리 넌, 그게 말이 되니? 무너진 협곡을 넘어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야야, 그것들 중에는 7등급 몬스터가 널렸거든? 협곡 위로 올라가오는 건 조금 무리라고 해도 무너진 협곡을 넘어오는 정도는 일도 아닐 거다. 무슨 7등급 몬스터를 물로 보는 것도 아니고."

    - 응, 그런가? 하긴 그랜드 마스터급의 몬스터들인데 그 정도는 되겠네. 헤헤.

    "기습 후에 속전 속결, 아니면... 어리가 테멜 입구를 열어서 요로이 갓파를 납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거 같기도 하고."

    "납치?"

    - 에, 세진님 그게 말이 되요?

    "우리가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그 녀석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거든? 꼭 잠이라도 자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 상황이면 테멜 입구를 열어서 납치하는 것도 시도는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세진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리가 직접 실험을 해 본다고 갔다 와서 는 절대 불가능이라고 못을 박았다.

    미세한 에테르의 운용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더란 이야기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습 공격 후에 화력을 집중해서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한 번에 안 되면 몇 번을 시도해서라도 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지 뭐. 소환한 부하들은 시간이 지나면 흩어지니까 염려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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