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79화 (179/298)

< -- 예상이 어긋나는 일은 흔하기 짝이 없다 -- >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이 이면 공간으로 들어가서 사냥을 한다고 했을 때, 그 사냥을 확실히 성공을 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가 몹시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겐 그런 걱정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는 무기가 있습니다. 핵무기 말입니다. 그리고 이면 공간은 현실과는 유리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핵폭탄이 터진다고 해서 현실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들이 이면 공간에서 벌인 행위들에 대한 결과가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핵을 사용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거다?"

세이트 레이거는 어렵지 않게 부하 직원의 설명을 이해했다.

"그렇습니다. 물론 이것은 추측에 불과 하니 당연히 실험을 해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1등급이나 2등급의 경우 핵폭발의 크기에 따라서 공간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소규모의 핵폭발로 이면 공간의 안정성을 시험해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차차 위력이 강한 핵폭탄을 터뜨려서 실험을 해야겠군. 그래서 만약 1등급 이면 공간 안쪽에서 전술핵을 넘어서 전략핵까지 사용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엄청난 무기를 얻게 되는 것이고 말이지."

"그렇습니다. 보스."

"좋군. 당장 계획서 올리고, 자네가 총괄을 해!"

"감사합니다. 보스."

회의장 말석에 앉아 있던 부하 직원 하나가 그렇게 벼락출세를 하면서 커다란 프로젝트 하나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실험을 거듭한 끝에 그 결과를 다시 같은 자리에서 보고하게 되었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제가 맡고 있는 실험의 결과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우선 이번 이면 공간에서의 핵폭발에 대한 실험 결과를 말씀드리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 는 것처럼..."

그는 그렇게 설명을 이어갔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면 공간에 폭발한 핵은 현실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면 공간 안에서 핵을 제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폭발을 유도하는 것에 성공한 이후 거듭된 실험에서 이면 공간은 핵폭발 속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거기다가 더 엄청난 사실은 이면 공간에서 방사능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핵폭발로 생긴 방사능이 15일이면 평균치를 회복했다. 그것은 이면 공간에 들어온 여러 외부 물질들이 이면 공간에 속하게 되는 현상과 비슷했는데 정확한 이유를 밝히기엔 기간이 짧았다. 어쨌건 결과적으로 이면 공간에서 핵폭발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이면 공간이 방사능에 오염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면 공각이 깨지게 되면 그 방사능이 현실에도 영향을 주었다. 많이 약화된 상태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방사능이 현실까지 뿌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까지 본다면 이면 공간에서의 핵실험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등급 이면 공간에서 일정 이상의 위력을 지닌 핵이 폭발할 경우, 이면 공간이 무너지고 또 현실 역시 핵폭발에 그대로 노출이 된다는 결과가 나온 실험이 있습니다. 특히 핵폭발에 이면 공간 유지 코어가 박살이 나는 경우 이 현상은 명확하게 일어납니다."

"그 말은 아주 작은 규모의 핵폭발이라도 코어가 박살나는 경우엔 그 영향이 외부에까지 미친다는 소린가?"

세이트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여기서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은 코어가 박살나는 것과 동시에 이면 공간이 부서지면 당연히 그 후에 일어나는 핵폭발의 여파가 현실에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은 잘못된 작전 때문이지 이면 공간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코어가 유지된 상태에서도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 이면 공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1등급 이면 공간이 감당을 할 수 있지? 그리고 2등급 이면 공간은 또 어떻고?"

세이트에게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사실 이면 공간에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5등급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핵폭발을

일으키는 것이고 그것이 현실에서 불가능하니 이면 공간에서 실험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세이트의 몬스터 대책 본부에서는 앞으로 나타날 4등급 이면 공간 정도는 어떻게든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1등급 이면 공간에서 TNT 1kt규모의 핵폭발까지 감당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면 공간의 중심에서 벗어난 경우입니다. 잘못해서 코어를 박살내게 된다면 그건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에 언제나 우두머리는 중심에서 먼 곳까지 유인을 한 후에 처리를 해야 합니다."

"2등급 이면 공간은 어떻던가?"

"2등급 이면 공간은 TNT 8kt의 위력을 지닌 핵폭발을 견뎠습니다. 10kt는 견디지 못했고 9kt는 오차가 있습니다."

"견디기도 하고 못 견디기도 했다는 소리군. 그럼 이제 확인을 해 봐야겠군. 5등급 몬스터, 아니 우리가 잡아야 할 놈은 4등급 이면 공간의 우두머리가 먼저일 테니까 그 놈을 처리하는데 어느 정도의 위력이 필요할 거라고 보나?"

세이트가 알고 싶은 것은 이것이었다. 지금까지 미국은 3등급 이면 공간의 우두머리 몬스터까지는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기의 우위로건 능력자들의 힘이건, 둘을 합친 것이건 상관이 없었다. 어쨌거나 나라와 국민을 스스로의 힘으로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4등급 이면 공간은 상황이 달랐다. 그 우두머리는 5등급의 일반 몬스터보다 강력한 몬스터일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세이트의 생각이었다.

사실 세이트의 이런 생각은 단순히 의욕만 앞서서 뭔가를 이루려는 공명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세이트와 그의 몬스터 대책 본부는 실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져 있었다.

드디어 2등급 몬스터 영역에서도 4등급의 몬스터가 등장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는 중이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4등급 이면 공간 때문이 아니라 등급 혼합형의 몬스터 영역이 문제인 것이다.

프랜드에서 천공기를 보급하고 있는 2등급 이면 공간에서조차 4등급 우두머리가 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미국이 자체적으로 해결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정말 낭패였다. 미국의 국격이 얼마나 추락을 할 것인지 상상만 해도 아득해지는 일이다.

그러니 4등급 우두머리를 스스로의 힘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였다.

세이트는 그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했고, 가장 간단한 해결책인 핵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에 대한 실험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보스. DTM에 대한 사냥은 어떤 이유로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세인트는 부하의 말에 살짝 인상을 썼다. 맞는 말이고 정론이다. 하지만 이미 2등급 몬스터 영역에까지 4등급 우두머리가 등장하고 2등급 몬스터 영역에 4등급 몬스터가 나타나는 상황이 되었다.

'아마도 오래지 않아서 4등급 몬스터 영역이 나타나겠지. 그리고 그 곳에는 6등급 우두머리 몬스터가 있을 확률이 높고 말이지. 그래 그런 짓을 우리 미국이 저질렀다는 오욕을 덮어 쓸 필요는 없겠지. 기다리면 어디서건 문제가 생길 거야. 아무렴.'

세이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래서 예상을 말하는 거잖아. 그래 2등급 이면 공간에서 활용이 가능한 8kt짜리 핵으로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까?"

세이트의 시선이 이제는 다른 모든 부하들을 훑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에 대해서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5등급 몬스터는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영역인 것이다.

"실험 결과를 가지고 프랜드와 거래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들은 어차피 사냥을 하고 있다면 실험을 부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부하들 중에 하나가 의견을 냈다.

"놈들이 인정을 할 것 같습니까? 4등급과 5등급 몬스터에 대한 사냥, 그리고 그를 통 한 코어의 생성은 그야말로 전 인류에 대한 배신행위입니다. 인정하는 순간 프랜드는 전 인류의 공적이 되는 겁니다."

"그렇지요. 절대 인정을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실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사실 이 실험은 인류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참에 이 문제를 가지고 UN에서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코어에 대한 문제인데 포어를 파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만."

"코어의 파기라니 어떻게 그런 미친 소리를 할 수가 있습니까?"

코어 파기란 소리에 다들 펄쩍 뛰었다.

사실 코어를 파괴하면 엄청난 에테르 폭풍이 생긴다. 그야말로 일반적인 EMP로는 감당이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핵도 가능한데 코어 파기라고 어렵겠습니까? 현실이 아닌 이면 공간에서라면 문제 가 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다들 그럴듯하단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하지. 일단 고등급 몬스터들을 핵을 이용해서 사냥하는 실험과 혹시 발상할지 모르는 코어의 파괴, 그리고 그것을 감시할 전 감시 단체의 결성에 대해서 UN의 의견을 묻도록 하지. 미래를 준비한다는 입장에서도 필요한 일이지. 물론 코어는 전량 파기하는 것으로 해야 할 테고 말이지."

세이트는 그렇게 회의를 끝냈다.

하지만 이 회의 내용이 UN에 발의가 되자 세계는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4등급 몬스터나 5등급 몬스터는 이미 등장했다.

그것도 등급이 낮은 이면 공간에서 등장을 한 상태다. 이로서 2등급 이면 공간에서 4등급 몬스터가 등장을 하고, 3등급 이면 공간에서는 5등급의 몬스터들이 등장을 한다.

사실 이렇게 되면 방법이 없다. 2등급 이면 공간으로 만들어지는 몬스터 영역은 세 계 곳곳에 수도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나마 이전에는 이면 공간을 공략해서 인간들의 생활터전을 지킬 수 있었지만 이젠 그것이 어려워지는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2등급 이면 공간을 공략해야 하는데 그 안에 들어 있는 우두머리는 4등급이고, 3등급 이면 공간을 공략해야 하는데 그 안에 들어 있는 몬스터 우두머리는 5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다. 5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면 6등급 일반 몬스터보다 위험한 몬스터일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은 이미 얼마 전부터 진행되던 상황이지만 UN의 회의 때문에 일반인들에게까지 명확하게 알려졌다. 당연히 사람들은 갑론을박을 거듭했다.

혹시라도 4등급 이면 공간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코어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DTM이라 정한 4등급과 5등급의 몬스터 사냥은 절대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강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 게 된다. 왜냐하면 2등급 몬스터 영역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면 공간을 정리해야 하고, 그 정리에는 반드시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처치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등급과 3등급 몬스터 영역이 자꾸만 늘어나서 결국 지구상에는 인류의 터전이 모두 사라지게 될 거란 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니 조금씩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의 사냥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어떻게든 4등급 코어는 무조건 파기 처분을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니 그 약속만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다면 4등급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는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는 이면 공간 하나를 정해서 그곳에 모든 4등급 이상의 코어들을 저장하자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나오면서 조금 더 4등급 이상 몬스터의 사냥에도 관대한 의견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에 DTM에 대한 사냥 허락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고 조금씩 허가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척시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중에 성질 급한 이들이 있었다. 자신들의 국토가 2등급 이면 공간의 발생으로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자꾸 줄어드는 것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그들은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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