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56화 (156/298)

< -- 어리 어리 우리 어리. -- >

"어리? 괜찮니?"

- 냐하하하하. 어리는 괜찮은 것이에요. 어리는 정말 기분이 좋은 것이에요. 세진님. 어리는 정말 정말 좋아요.

조심스럽게 어리의 안부를 물었던 세진은 갑작스럽게 터진 어리의 반응에 잠깐 움찔하며 혹시 어리가 정신 이상이랃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다.

"그래. 5등급 테멜은 온전히 수습을 한 거냐?"

세진이 다시 조심스럽게 어리에게 물었다.

- 그런 것이에요. 어리는요, 이제 정말로 테멜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은 것이에요. 이건 정말로 획기적인 공간 운영인 것이에요. 거기다가 테멜과 이면 공간은 같으면서 또 다른 것이에요. 이제 나중에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통해서 그 비밀을 알 수 있으면 좋을 것이에요. 그러면 어리는 조금 더 완벽하게 테멜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에요.

"그래. 그거 다행이구나. 그런데 괜찮은 거냐? 정말로?"

- 네에. 어리는 아주 좋아요. 그리고 세진님께 감사해요.

"응? 뭐가?"

- 세진님이 제게 보내주신 그 에테르요. 직접 제게 주입해 주신 그 에테르 덕분에 저는 정말로 세진님께 감사한 것이에요. 저는 이제 세진님과 영원히 함께 인 것이에요.

"응?"

세진은 어리의 말에 뭔가 심리적인 거부감이 생겼다.

"영원히 함께?"

- 잘 느껴보세요. 세진님, 세진님과 저는 연결되어 있어요. 이전에는 제가 세진님을 따르기는 했지만 그건 제게 심어진 계약과 같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세진님과 제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여버린 것이에요.

세진은 어리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집중해보니 과연  뭔가 변한 것이 있었다.

"이건?"

- 에헤헤헤. 세진님께서 제게 에테르를 주셔서 저도 감사해서 제 시스템과 세진님을 연결했어요. 원래는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는데 5등급 테멜의 정보 속에 몬스터를 운영하는 방법이 있는데 거기에 테멜과 테멜에 속한 몬스터의 정신을 연결하는 것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조금 흉내를 냈어요. 저와 세진님의 정신을 연결하는 거죠. 멋지죠?

"야, 그런 위험한 짓을!"

세진이 버럭 화를 냈다.

- 아니에요. 어리는 절대 세진님께 위험한 짓을 하지 않았어요. 절대로 안전한 방법이라고요. 이건 테멜 코어와 테멜 코어에 있는 부족 코어 몬스터 사이를 묶어주는 그런 거라고요. 절대 위험하지 않아요. 세진님. 그러니까 화내지 마세요. 저는 그냥 세진님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고요. 잘 느껴보세요. 세진님도 이제 테멜 안에서 저와 같은 능력을 쓰실 수가 있어요. 그리고 밖에서도 제 영향력이 닿는 안쪽이라면 제가 쓰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죠.

"응? 그 말은 내가 너처럼 순간이동 같은 것을 쓸 수 있단 말이냐?"

- 물론이죠. 이제 제가 5등급이 되었기 때문에 음, 대충 1천Km 정도는 될 것 같아요. 물론 안전하게는 그 절반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재미있네? 참, 그런데 다른 테멜들은?"

- 오션이랑 몬스터 랜드 그 녀석들이요? 이제 조금 있다가 다들 손을 좀 봐야죠. 호호홋.

"확실하게 문제 없이 할 수 있는 거냐? 이젠?"

- 물론이에요. 그리고 세진님 덕분에 이제 어리는 완전 독립된 테멜이 된 것이에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죠.

"응?

- 아, 물론 어리는 아직도 에테르를 만들진 못해요. 그러니까 에너지를 자급할 수가 없다는 거죠. 그건 아직 안 되요. 그래서 어리는 아직도 행성 코어가 만든 에테르를 훔쳐 먹어야 하는 것이죠. 그건 정말 슬픈 일이에요.

"아, 그래. 그것 참 안타까운 일이구나."

- 그래서 어리는 결심한 것이에요. 언젠가 어리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서 자급자족하는 어리가 될 것이에요. 흥, 그리고 제 안으로 들어온 에너지는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것이에요. 이전에는 에테르가 들락날락했지만 이젠 들어온 것은 모두 어리 것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걱정없이 어리도 세진님 따라서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냐?"

- 호호호. 제가 가지고 있는 코어 정보는 이제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에요. 어리가 몬스터 코어를 아무리 가지고 있어도 그 정보를 밖에서 빼앗을 수는 없는 것이에요. 어리는 이제 독립한 것이에요. 그래서 오션과 그 나머지 녀석들도 더 이상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못하는 것이에요. 오호호호홋.

"그러냐? 그것 참, 적응이 되지 않는구나. 어쨌건 우리 어리가 완전하게 5등급 테멜이 되었다니 축하할 일이구나."

-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어리는 더 많은 파란색 등급의 테멜을 흡수해야해요. 그리고 결국 5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흡수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래야 완전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이에요.

"그 전에 남색 테멜 코어를 흡수하는 것은 어떠냐?"

세진이 문득 물었다. 데블 플레인에서라면 그 등급의 테멜 코어를 얻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파란색 등급의 게슈너 가드와 웨폰을 만들 준비도 끝나 있었다.

그 동안 지하 창고에서 지식의 석판을 통해서 익힌 마법진 활용이 그 정도 경지에 이르러 있었던 것이다.

- 우와, 남색 테멜 코어. 흐으응. 어리는 할 수 있는 것이에요. 할 수 있어요. 네에. 분명히 할 수 있는 것이에요.

"어째 강조를 하는 것을 보니 아슬아슬 한 느낌인데? 솔직히 말을 하는 것이 어떠냐?"

세진이 어리를 슬쩍 다그쳤다.

- 아니에요. 할 수 있는 것이에요. 다만 그렇게 해도 완전히 그걸 활용하긴 어려운 것이에요.

"어째서?"

- 모자란 부분들이 있어요. 그건 사실 지구의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통해서 채울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럼 말이다. 다른 데블 플레인에서 테멜 코어를 구해다가 흡수를 하면 지구의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세진은 혹시 하는 마음에 물었다.

-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리 생각에 지구의 행성 코어는 특별한 것 같아요.

"어째서?"

- 멀쩡한 테멜이 지구에만 오면 흡수 능력이 생기잖아요.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흡수하지 않은 순둥이도 등급을 올렸어요. 그건 데블 플레인에선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러니까 그건 다시 말해서 지구에 있는 에테르 행성 코어가 뭔가 특별한 능력을 테멜 코어에게 부여한다는 말이구나?"

- 바로 그거죠. 그래서 아마 다른 데블 플레인의 테멜 코어는 지구의 이면 공간 유지 코어보다 못할 것 같아요.

"듣고보니 그렇구나. 내 생각도 그렇다. 아무튼 이제 우리 어리에게 위기가 사라졌다니 나도 한시름 놨다. 그런 나는 잠시 나가서... 음. 밖에서 잘 지키고 있네? 어리 공방 주변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이걸 내가 다 알 수 있는 것도 어리 너와 연결이 되었기 때문이구나?"

- 네에. 그런 거죠. 그리고 조금 더 연습하시면 제 안에 있는 테멜들의 상태로 살펴보실 수 있을 것이에요. 그리고 밖으로 나가시는 것도 이젠 원하시면 언제 어디서라도 가능하시죠. 입출구를 어디서나 만들 수 있으실 테니까요.

"하하하. 그렇구나. 정말 어리 네 말대로 좋은 선물이구나. 음, 이거 연습을 좀 해야겠구나."

- 금방 적응하실 수 있을 거예요. 세진님이시니까요.

"그래. 그래. 그럼 나는 잠시 나가서 식구들을 만나봐야겠다."

- 다녀오세요오. 저도 아이들을 좀 만나야겠어요. 호호홋.

"어리야. 이젠 밖에 있어도 어리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단다."

- 아악, 그 생각을 못한 것이에요. 흐응. 곤란한 것이에요. 사생활이 필요한 어리인 것이에요.

"알았다. 될 수 있으면 안쪽에는 신경 쓰지 않으마. 어리의 프라이버시도 존중을 해 줘야지. 어리가 곤란할 것 같으면 억지로 들여다보지 않도록 하마."

- 네에. 감사합니다아.

"그럼 수고해라."

세진은 스스로 테멜 공간의 출구를 열고 밖으로 나갔고, 어리는 홀로 남아서 이제부터 꼬꼬마 테멜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다시 점검했다.

"나오셨습니까?"

"나흘 동안이나 뭐 하신 겁니까? 에테르가 아주 요동을 쳐서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떡배와 선도일이 밖으로 나온 세진을 반겼다.

"고생한 사람들 치고는 안색들이 아주 좋은데요? 적잖은 성취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진은 다가오는 다섯 사람의 기도가 달라진 것을 한 순간에 알아봤다.

세진 역시 어리를 돕느라고 에테르 로드 수련을 하는 동안에 한 발 걸치고 있던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온전하게 발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이제는 어디 가서 초급 그랜드 마스터라고 소개할 정도는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이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서려는 식구들의 변화를 모를 수가 없었다.

"호호호. 멍하게 앉아 있느니 수련이나 하자고 했는데 의외로 성과가 좋았죠.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 있나요?"

김혜인 박사가 세진을 보며 물었다.

"이번에 테멜 공간 확장에 대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그 실험을 이곳에서 하고 있었죠."

"그럼 그 실험 때문에 에테르가 몰려든 거란 말입니까?"

떡배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

"그렇습니다. 이번 실험에서 이전의 테멜 보다 월등하게 넓은 공간이 확보되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다량의 에테르가 필요했고, 그래서 에테르가 모인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자넷님이 다시 오시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야, 김형일!"

"저런 고문관 새끼!"

정진이와 떡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될 수 있으면 세진 앞에서 자넷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걸 잊고 불쑥 자넷에 대해서 물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음, 자넷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저와 함께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 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언제고 다시 돌아올 날이 있을 겁니다."

세진은 담담한 음성으로 그렇게 떡배를 비롯한 공방 식구들에게 설명을 했다.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서면서 한층 굳건해진 세진의 정신은 자넷의 부재로 흔들릴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넷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일도 없는데 단지 얼마간 이별한 상황으로 상심을 할 일도 없었다.

그저 때를 기다리면 된다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는 세진이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성장으로 한 층 더 성숙한 정신을 지니게 된 세진이었다.

"죄송합니다. 세진님."

김형일은 그래도 자신이 세진의 아픔을 건드렸다는 생각에 냉큼 사과를 했다.

"아니 괜찮아요. 자넷도 어리 공방의 식구인데 같은 식구의 소식이 궁금한 것이야 당연하죠. 일찍 상황 설명을 하지 않은 제 잘못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두지 마세요."

세진은 김형일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군요?"

세진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화제를 바꾸려는 것이다.

"며칠 같은 상황이 이어지니까 저렇게들 모여서 작당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들어보니 웃긴 놈들이 많습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겠다는 것들도 있고 말이죠."

"적당히 주물러 주지 그랬습니까?"

"하하하. 제가 누굽니까? 그런 놈들 이번에 꽤나 비용 청구를 해야 할 겁니다. 고가의 장비들이 모두 박살이 났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취급 부주의로 봉급 꽤나 깎일 것니다. 하하."

떡배는 자신의 에너지를 변형시켜서 물리적인 힘으로 쓸 수도 있고, 그 에너지를 이용해서 일정 거리를 염탐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 능력으로 쓸데 없는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살짝 경고를 했던 모양이다. 아마도 목에 상처를 입은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목에 상처가 나는 경험을 하면 다시 쓸데 없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자자. 오랜만에 나왔더니 배가 고프네요. 선도일씨 실력 좀 발휘해 보십시오."

세진이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고, 일행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건물로 이동했다. 다들 그동안 세진의 집을 지키느라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세진의 제안이 너무도 반가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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