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53화 (153/298)
  • < -- 어리에게 위기가 닥치다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자넷이 세진의 곁으로 다가와 옆구리로 파고들며 물었다.

    세진이 자넷의 어깨에 팔을 둘러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번에 데블 플레인에 갈 때에 식구들을 데리고 가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어."

    "뭐?!"

    자넷이 깜짝 놀라서 세진에게서 떨어지며 세진을 바라봤다.

    "왜 놀래?"

    "여기 사람들을 데블 플레인에 데리고 가겠다며?"

    "왜? 너도 왔는데 떡배랑 김박사 같은 사람들이 데블 플레인에 가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

    "야, 그러다가 헌터룸 관리자들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어차피 라훌족으로 알지 않을까?"

    "아냐. 전혀 달라. 일단 사용하는 에너지 자체가 다르다고. 그리고 선도일씨 같은 경우에는 볼 것이 없이 딱 걸려. 워낙 이질적인 에너지 흐름이니까 그걸 헌터룸 관리자들이 감지하지 못하길 기대하긴 어려워. 그리고 각성자들도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야. 그들이 세진이나 나처럼 에테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란 건 잘 알잖아. 그들의 에너지는 에테르의 변형이라고."

    "안 될까?"

    "너무 위험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그건 안 될 것 같아."

    자넷은 극구 반대했다.

    "하긴 내가 지구가 아닌 다른 우주 행성을 오고 간다는 것을 알게 되면 참 그것도 문 제긴 하네. 그래도 데리고 가서 에텔론 상점에서 여러 기술들을 익히게 해 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걸 그대로 쓰지는 못한다고 해도 방법을 알면 자신에게 맞게 바꿔서 쓰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럼 차라리 지하 창고에 있는 석판을 쓰게 해 주는 건 어때?"

    "뭐?"

    "그걸 전부는 아니고 일부만 전해주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그걸로 만들어진 것이 데블 플레인의 라훌족이 익히는 에테르 수련법 아니었어? 그러니까 그걸 좀 더 다듬어서 전하는 거지. 그게 더 나은 방법 아냐?"

    "흐음."

    세진은 자넷의 말에 또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어리 공방의 식구들은 알게 모르게 세진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을 통해서 에너지의 흐름에 대한 도움을 받게 되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진이 석판에서 얻은 에테르 로드 수련법을 식구들에게 구체적으로 가르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자넷이 그것을 고려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어차피 데블 플레인에 데리고 갈 것이 아니면 갔다 올 때까지 생각할 시간은 많아. 그러니까 너무 서둘지 마."

    자넷이 그렇게 세진의 고민을 줄어 줬다. 데블 플레인에 있는 동안 여러모로 생각을 해 보고 결정을 하라는 소리인 것이다.

    지금 급한 것은 어리의 문제였다.

    일단 어리가 관리하고 있는 모든 테멜을 지구에 놓고 어리만 데리고 데블 플레인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그 문제를 놓고 어리가 걱정을 했다.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테멜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테멜을 모두 어리가 관리하는 상태로 데블 플레인으로 넘어갈 수도 없고, 어리를 두고 세진과 자넷만 간다는 것도 곤란했다. 데블 플레인에서도 어리가 해 줘야 할 일이 많은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아주 잠깐 테멜을 어리의 통제 밖에 둔다고 큰 문제가 생길까?"

    "글쎄? 별로 문제없지 않을까? 더구나 돌아올 때면 어리가 5등급 테멜로 성장을 해 있을 텐데? 그럼 오션 테멜이고 몬스터 랜드 테멜이고 찍 소리 못하지 않을까 싶은데."

    "나도 자넷 네 생각과 같은데 뭔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지금 그게 뭔지 떠오르질 않아서 결정을 못하겠다는 거야."

    "흐응? 놓치고 있는 거? 뭐? 어리? 아니면 그 불손한 테멜들?"

    자넷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불손한 테멜?"

    "그렇잖아. 감히 자신들을 성장시켜준 우리에게 반항을 하다니 말이야. 지들이 어떻게 4등급 테멜이 되었는데 감히 반항을 한단 말이야? 그게 말이 돼?"

    "그래. 그렇지. 그것들 4등급 테멜이야. 그럼 어리처럼!"

    세진이 자넷의 말을 듣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응? 뭐? 왜 그래?"

    자넷이 깜짝 놀랐다.

    "생각을 해 봐. 어리가 4등급 테멜이 되기 전에도 특수 능력이 있었어. 테멜 밖으로 에테르를 펼쳐서 영향력을 쓸 수 있게 된 게 고작 2등급 테멜이었을 때였고, 3등급이 되었을 때에는 테멜의 입구를 영향력 안쪽에는 어디나 열 수 있는 능력이 생겼지. 그리고 4등급이 되어서는 순간 이동이 가능해졌어. 그럼 지금 테멜들은? 3등급과 4등급 테멜들이 그런 능력이 없을까?"

    "어? 정말 그러네? 그것들도 같은 능력이 생겼다면?"

    "일단 공간 이동이야 테멜 안에서 밖으로는 안 되는 거니까 그 놈들도 탈출을 못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밖으로 나가면 어디로 순식간에 도망을 갈지 모르는 일이란 거지."

    "우와.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

    "물론 그냥 추측일 뿐이야. 같은 능력을 얻었을지 아닐지도 모르고, 또 정말 특수한 능력을 얻었을지 어떨지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뭔가 있을 가능성은 높아. 안 되겠다. 어리야!"

    세진은 급히 어리를 부르며 테멜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고, 자넷도 세진을 따라갔다.

    - 웅, 잘 모르겠어요. 그 녀석들에게 능력이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가 없어요. 확인을 한 적도 없고요. 어리가 세진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자넷, 니가 가지고 있는 테멜들은 어때?"

    어리가 관리할 수 있는 숫자 이외의 테멜은 모두 자넷이 가지고 있었다. 그 수가 자넷이 관리하는 숫자와 비슷했다.

    세진의 생각이 이제야 거기까지 미친 것이다.

    "어떻다니? 그거야 뭐 그냥 잘 있겠지."

    "있겠지라니? 그런 무책임한 말이!"

    세진이 자넷의 말에 기겁을 했다.

    "호호, 걱정하지마, 그것들 전부 여기에 있어. 테멜 안에."

    "응? 밖에 둔 것이 없단 말이야?"

    "그렇지. 거기다가 내가 가진 것들 중에는 4등급은 없거든. 3등급 까지만 올리고 그 다음에는 쓸 곳도 없고 해서 그냥 뒀지. 나중에 더 키울 수 있으면 키우고 아니면 말자 그러면서."

    "그나마 그건 다행이네. 이제 그것들도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은 곤란하게 생겼어. 그것들의 의지란 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때까지는 반출 불가야."

    "흐응. 그럼 테멜 코어만 가지고 성장을 시킨 것으로 하나는 줘. 나도 기념품은 있어야지."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흡수하지 않은 것이 있기는 한가?"

    세진이 잠시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히 있지. 테멜 코어만으로 성장 시킨 것도 있고, 이면 공간 유지 코어로만 성장 시킨 것도 있고, 섞어서 성장시킨 것도 있는 거야. 그거야 당연한 거 아냐? 실험을 할 때에는 경우의 수를 따져서 해야 하는 거라고."

    "그, 그래. 그건 다행이네."

    세진은 어리가 관리하는 것들을 그렇게 체계적으로 성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살짝 식은 땀을 흘렸다.

    "그나저나 어쩔 거야? 어리는 이제 데블 플레인으로 가기 어려울 것 같은데? 확인도 안 되는 상태에서 무조건 갈 수도 없잖아. 음, 몬스터 랜드 테멜을 확 비우면 어떻게 가능할까?"

    자넷이 그동안 우두머리 몬스터를 잡아서 몬스터들이 태어나는 것을 살피고 있던 몬스터 랜드를 정리하잔 이야기를 한다.

    "아니, 그렇게 한다고 해도 어쩐지 데블 플레인으로 여기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가 지고 가는 것이 망설여지네. 이전과 달리 갑자기 의지가 생겼거나 강해졌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잖아. 그런 놈들을 데블 플레인으로 가지고 갔다가 거기 있는 에테르 기반 생명체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면 정말 곤란해지는 거거든."

    "하아, 그것도 그러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필요할 때마다 이곳으로 돌아오는 거지 뭐. 그냥 데블 플레인에서 계속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어리에게 볼 일이 있을 때마다 오가는 방법을 써야지. 뭐 에테르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이 게이트 사용에 횟수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겠어?"

    "아, 그렇구나. 여기 시간이 좀 흐르기는 하겠지만 어리의 도움은 받을 수 있겠네?"

    "그렇지. 그리고 5등급 테멜 코어, 아니 파란색 등급 테멜의 코어를 얻으면 우선 어리를 5등급으로 끌어 올리고, 그 후에 어리가 하급 테멜들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면 그 때는 좀 더 여유가 생기겠지. 일단 그런 계획을 가지고 움직여야 될 것 같아."

    - 어리는 세진님을 따라서 가지 못하는 건가요? 정말요? 어리가 잔뜩 상심한 듯이 물었다.

    "들어서 알잖아. 그래도 파란색 등급 테멜 코어로 어리가 5등급으로 성장하면 함께 데블 플레인으로 갈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상심하진 마라."

    "그래. 솔직히 이면 공간 유지 코어라는 것들이 데블 플레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안 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일단 조심을 해야 하니까 어리가 이해를 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 네 알아요. 저도. 하지만 세진님이 그곳에서 고생을 하시는데 어리는 그것도 전혀 모를 거라고 생각하면 무척 슬퍼요.

    "나도 어리와 함께 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 슬프다만, 어쩔 수 없지 않냐. 어리 네가 관리하는 테멜에는 이주민들도 잔뜩 있는데 그들을 데블 플레인으로 데리고 가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거고 말이다."

    - 그렇긴 하죠. 거기 가면 일단 테멜 안의 에테르 농도부터 영향을 받을 테니까요. 제가 조절을 할 수 있다곤 하지만, 테멜 외부의 에테르 농도가 내부까지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 안에 있는 테멜 코어들이 밖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네요. 맞아요. 어리는 여기 있어야 하는 거예요. 이 못된 것들을 모두 확실하게 제압을 할 때까지는 그래야 맞는 거에요. 네에.

    어리는 기운이 빠진 목소리였지만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지는 않았 다.

    세바스는 테멜들을 전해주고 돌아서서 얼마 가지도 못하고 다시 불려왔다.

    "자넷님!"

    "네. 세바스, 오랜만이에요. 아, 아닌가 이게?"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금 전에 뵈었습니다만. 그런데 어째 자넷님께선 그 잠깐 사이에 많이 바뀌신 듯 합니다. 이건 뭔가, 네 확실하군요. 조금 전에도 느낀 거지만, 그 사이에 확실히 바뀌셨습니다. 이게 무슨..."

    세바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 오너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뭐 그건 나중에 설명을 해 줄 테니까 일단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가능한지 대답을 해 주세요."

    "아, 네. 자넷님."

    세바스는 자넷의 명령에 토를 달지 않았다.

    "지금 급하게 수배해서 파란색 테멜 코어를 찾아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계속해서 파란색과 그 이상의 테멜 코어들을 수배해 주세요.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네? 파란색 테멜 코어요?"

    세바스가 깜짝 놀라서 자넷을 쳐다본다.

    "왜요? 어려운 일인가요?"

    "자넷님. 파란색 등급의 테멜이 잘 발견되는 것도 아니고 또 테멜이 발견되어도 언제나 테멜 코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파란색과 그 이상 등급이라면 지금 수배를 한다고 해도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를 일입니다. 아시겠지만 테멜 코어를 따로 구별해서 거래하는 일은 이제 겨우 자리를 잡기 시작한 단계여서 그 정도 수준이 있을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테멜 코어를 따로 구별해서 취급하는 것도 게슈너 상점에서 나오는 에테르 가드와 웨폰의 재료로 그것들을 쓴다는 이야기가 있은 후부터 구별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 전에는 그저 부족 코어와 같이 취급했었다. 부족 코어나 테멜 코어나 같은 용량의 에테르를 다루는 화이트 코어였기에 구별할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그렇다는 말이군요. 하지만 좀 서둘러 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자넷님 자넷님의 휴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 전에 지금 내리신 명령을 수행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확신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한 두 개 정도는 어떻게 구할 수가 있겠지만 아시는 것처럼 이곳 데블 플레인에서는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걸 때맞춰서 가지고 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에텔론 상점으로 통해서 배달을 시키세요. 제이비아로 가지고 오는데 그 정도 편의는 제공해 줘야죠. 비용을 요구하긴 하겠지만 해 주기는 할 겁니다. 이번에는 정말 시간 싸움이에요. 그러니 서둘러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바스는 자넷의 단호한 명령에 어떻게든 일을 해결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제이비아를 떠났다.

    그는 떠나기 전에 자넷 곁에 있는 세진을 보고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지만, 그  세진이란 사람이 자넷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직도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자넷을 오래 모시면서 어느 정도 자넷의 마음을 짐작하게 된 세바스지만 어쩐지 세진이란 사람의 속은 이제 읽을 수가 없게 된 탓이다.'나는 오너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 그 외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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