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51화 (151/298)
  • < -- 널뛰는 몬스터 등급 -- >

    새로운 5등급 몬스터의 등장이 줄을 이었다.

    그것은 다른 말로 몬스터 영역에서 공략 불가의 영역이 늘어난다는 말과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5등급 몬스터가 나타나는 것이 3등급 이면 공간에서 파생된 몬스터 영역이라는 점이었다. 몬스터의 영역은 이면 공간의 크기에 따라서 결정이 되는데 보통 이면 공간이 몇 등급이냐에 따라서 넓이가 결정이 된다. 물론 같은 등급의 이면 공간도 크기가 제각각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등급 차이에 따른 한계라는 것이 있었다.3등급 이면 공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보통 지름 2km가 넘지 않는 영역을 차지한다. 그 안에서만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몬스터들의 행동 양상이 이전과 달라지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은 가장 먼저 사람을 노렸고, 그 다음은 동물을 공격하고 이후에는 식물들 까지 공격했다.

    이전에는 인간들만 대상으로 하던 폭력성이 덩치가 큰 동물이나 식물들까지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인류 전체에 엄청난 위기감을 던져 줬다.

    이게 몬스터 영역이 된 곳은 그야말로 황무지가 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생물이 사멸하는 지역으로 변하게 된다.

    그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곳곳의 몬스터 영역에서 모든 것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전 세계가 급하게 몬스터 영역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면 공간을 공략해서 어떻게든 몬스터 영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몬스터 영역을 그대로 두는 곳은 인간이 활용하지 않는 지역들로 사막이라거나 황무지, 고산지대 같은 곳 뿐이었다.

    그러면서 어리 공방에도 이면 공간 퇴치 의뢰가 줄을 이었다. 이제는 4등급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는다라는 대전제에서 어리 공방의 공략팀은 제외한다는 별칙까지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이면 공간 공략 의뢰가 들어왔다.

    눈 앞에서 모든 것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정리를 할 수 있는 곳은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각국의 지도자들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비극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비극은 딱히 어느 한 나라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어리 공방에서 부지런히 의뢰를 맡는다고 하더라도 그것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한 국가들이 많았다.

    미국, 중국, 프랑스, 일본, 영국, 독일, 인도, 캐나다 등등의 나라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의 공략에 나섰다.

    그리고 더러 그 공략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은 바로 그 실패한 이들이었다.

    공략의 실패는 곧 공략팀의 사망이고, 그 사망자들 중에는 이전에 사냥한 4등급 일반 몬스터의 코어를 지니고 있었던 경우도 많았던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그 코어들은 오래지 않아서 이면 공간에서 밖으로 배출되었고, 그것들은 곧이어 4등급 이면 공간을 만들어 내고, 거기에 혼합 등급으로 6등급 몬스터를 등장시켰다.

    그렇게 재앙이 시작되었다.

    이면 공간에는 6등급 우두머리 몬스터가 있을 것이고, 새로 등장한 4등급 이면 공간이 만든 몬스터 영역의 크기는 지름이 아닌 반경이 4km를 넘었다. 지름 9km에 이르는 몬스터 영역이 생기고 그 안에는 또 3등급 몬스터 영역이 있는 형태가 된 것이다.

    이로서 이면 공간과 몬스터 영역이 겹치는 공식적인 사례가 되었다. 그런 곳이 각 나라마다 거의 하나씩은 생겨났다.

    "미쳤군. 6등급? 이제 저것들을 어쩔 거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형일아, 니가 화를 낸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그래도 우리 나라에선 그런 짓을 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우리나란 우리가 일찌감치 다 정리해서 그럴 일이 없었던 거지. 그나저나 떡배 아저씨 6등급 상상이 가요?"

    "컴. 5등급도 감당이 안 되는데 6등급은 무슨. 거기에 6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도 있을 텐데? 허허."

    떡배가 맥빠진 웃음을 흘린다.

    "이번에 계획하던 거 어떻게 될까?"

    "언니, 뭐?"

    김혜인 박사의 말에 정진이가 냉큼 끼어들어 물어본다.

    "우리 5등급 우두머리 몬스터 공략하기로 세진님하고 자넷님하고 계획하고 있었잖아. 그런데 이렇게 되었으니..."

    "하긴 하지 않을까? 뭐 5등급 우두머리가 있는 곳이라도 정리를 해야지 조금이라도  몬스터 영역을 줄이지."

    "이젠 하급 등급들은 어지간해선 나타나면 곧바로 정리가 되니까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그렇게 나타날 때마도 피해도 적지 않지."

    선도일이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요즈음 몬스터들은 이전보다 훨씬 난폭하게 변해 있었다. 무조건 인간을 찾아 죽이는 것이 그것들의 지상 과제 인 듯이 나타났다 하면 몬스터 영역 내의 인간들을 무차별로 학살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어지간한 관공서에는 모두 소총과 같은 무기가 비치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요즘은 국민들의 자위권을 위해서 총기 규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 아니냔 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정부에선 총기 소지 면허를 만들어서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했다. 대신에 불법으로 총기를 소지할 경우 국가 전복이나 내란 음모 같은 죄를 적용할 거라는 무시무시한 소리도 있었다.

    총기란 그렇게 위험한 것이니 면허도 없이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국가를 전복시킬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겠다는 소리였다.

    어쨌건 오래지 않아서 총기 면허와 함께 총이 풀리게 될 거란 예상들이 나돌았다. 당연히 도검류 같은 경우에는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수련 능력자가 되기 위해서 교육을 받는 이들은 어김없이 도검류를 소지하고 다녔다.

    그 덕분인지 1등급 몬스터들 때문에 생기는 희생자는 많이 줄어든 상태였고, 2등급도 각성자나 수련 능력자들이 나서서 정리하거나 군인이나 경찰이 출동해서 어지간하면 사살을 시켰다.

    그런 중에 이면 공간 공략을 맡은 이들이 도착해서 이면 공간을 공략하고 나면 몬스터 영역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어째 점점 코어 관리에 구멍이 생기는 것 같아. 이전보다 몬스터 영역 발생이 늘어나는 것 같지 않아?"

    "사용하는 코어들이 워낙 많으니까 그것들이 겹치면서 문제가 생기는 거잖아. 그걸 몰라서 그래?"

    "언니는 참, 내가 그걸 몰라서 이래? 어쨌거나 좀 더 조심하고 정부에서 관리를 제대로 하면 될 거 아냐? 몬스터 코어 등록제는 언제 하는 거야?"

    정진이가 투덜투덜 불만을 늘어 놓는다.

    "코어 등록제, 그건 좀 빨리 되었으면 좋겠던데 말이야. 코어가 발생하는 즉시 고유 번호를 붙이고 그것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면 다른 코어들과 겹치는 것을 피해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 텐데 말이지."

    "하여간, 어떻게든 탈세를 해 보려고 하니까 그걸 자꾸 미루고 숨기고 그러는 거지. 아주 그냥 확 밀어 버리라고 할까? 세진님께 부탁하면 되지 않을까? 건물 몇 개 날리고 그러면 말 들을 것 같은데?"

    "진이야, 차라리 니가 가서 해봐. 지금 실력이면 빌딩 하나 박살 내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너 힘 세잖아."

    떡배의 말에 진이가 불퉁하게 볼을 부풀렸다.

    "그러게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요? 누난?"

    "시꺼, 형일이 넌 내 편을 들어야지,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야?"

    "아니. 누가 누구 편을 들어요? 사람은 입이 가로로 누웠어도 말을 바로 세워서 해야 한다고 그랬다고요."

    "어쭈? 바른 말? 그게 바른 말이야?"

    "쯧 또 싸우냐? 이젠 지겹지도 않다. 그런데 도일아."

    "네, 떡배 형님."

    "너희 스승인가 하는 사람은 왜 그러냐?"

    "네?"

    "아니 무슨 수련 능력자 협회 회장인가 맡았다고 여기까지 찾아와서 한바탕 하고 갔지? 그 훈련장인가 뭔가 만들어 내라고?"

    "네에."

    선도일이 떡배의 말에 슬쩍 고개를 숙였다. 사실 훈련장에 대한 정보를 도일이 빼돌린 것은 아니었다. 그런 곳을 만들 수 있으면 동기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우이동 어리 공방이 만들어진 후에 얼마간 세진을 조르기는 했지만 세진의 거부로 포기했었다. 그런데 그 동안에 어리 공방을 염탐하던 이들 중에서 개방된 훈련장을 뒤지다가 조금씩 훈련장에 효용을 알아차린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은 어리 공방의 훈련장에 뭔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선도일의 스승이 세진을 찾아와서 훈련장을 만들어서 후학 양성에 도움을 줄 수 없느냐고 세진에게 부탁을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다 그렇듯이 어리 공방의 식구들은 그 훈련장은 자신들의 특권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남들에게 주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다. 그래서 세진이 다른 사람들에게 훈련장을 내주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중에 도일의 스승이 과한 요구를 했다고 느끼는 것이고, 도일도 스승님이 좀 심했다고 여기고 있었다.

    물론 세진은 그 요청에 대해서 생각해보겠다는 대답만 하고 난 이후에 며칠 째 반응이 없었다.

    아니 6등급 몬스터들의 등장으로 그 문제에 대해선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저씨, 도일씨에게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지. 지금 6등급 몬스터가 나오는 상황이 라고, 이런 때에 지금 우리 욕심만 차리고 있을 거야? 아닌 말로 그 훈련장 세계 곳곳에 만들어서 사람들을 훈련시켜도 모자랄 판이라고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정진이가 발끈하고 나섰다.

    "진이야?"

    "아니 언니. 내 말이 틀려? 솔직히 우리가 좀 하기는 하지. 그렇지만 우리도 지금 5등급 일반 몬스터에도 허덕여야 할 판이야. 그런데 6등급 우두머리까지 나왔다고. 이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몰라? 아, 그래. 테멜이 있으니까 그러 도망가면 되기는 하겠네. 다들 죽어도 우린 무사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래도 살려면 함께 살 생각을 해야 하잖아. 안 그래?"

    정진이를 말리려던 김혜인이 정진이가 퍼붓는 말에 대꾸를 하지 못했다. 틀린 구석이 없는 말인데 무슨 반론이 있을까?

    짝짝짝짝! 그런데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가 응접실 입구에서 들렸다.  그곳에는 세진과 자넷이 나란히 서 있고, 세진은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하하. 맞습니다. 그렇죠. 까짓 훈련장 만드는 방법까지 전부 다 풀어서 세상 사람들에게 다 알리는 것이 옳습니다. 제가 욕심이 많아서 지금까지 끌어안고 있었던 거지요."

    세진이 응접실 소파로 다가와 앉으며 말했고, 곁에 앉던 자넷이 그런 세진의 옆구를 쿡 치면서 한 마디 했다.

    "일에는 다 순서가 있는 거야. 미리 훈련장을 공개했으면 그게 제대로 먹혔을 거 같아. 또 어떤 놈들의 전유물이 되어서 한동안 엘리트 양성소로나 쓰였겠지. 알면서 그래? 있는 것들이 차지하고 내 놓으려 하지도 않았을 걸?"

    "그래도 전체적인 전력 상승은 되었겠지. 뭐 사실 바른 말로 내가 욕심 때문에 내 놓지 않았다는 말이 정확하잖아. 나보다 위에 서는 놈들이 생기는 꼴은 보기 싫었으니 말이야."

    "뭐. 세진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리고 솔직히 세진이 훈련장를 개방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여러 나라에서 괄목할 성적을 내고 있잖아. 자그마치 4등급 우두머리를 사냥하고 있다고. 대단한 일이지."

    "그래. 그렇게 대단해서 결국 4등급 이면공간까지 곳곳에 싸질러 놨지. 빌어먹을 것들."

    세진이 이번 사태의 원흉들을 향해서 으르렁거리며 욕을 했다.

    "전부가 나름대로 자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나라들이고, 또 나름 대 몬스터 대항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던 나라들이지. 원래 그렇잖아. 자존심 때문에 죽을 곳으로 기어들어가고 그러는 거 말이야."

    "하아, 아무튼 난리가 났으니까 일단 5등급 몬스터가 있는 곳부터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

    세진이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을 하더니 고개를 들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어리 공방의 이면 공간 공략팀은 이제부터 5등급 우두머리 사냥을 시작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정말 단단히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물론 아시겠지만 이젠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략에서 빠질 수는 없습니다."

    "하아, 내 이럴 줄 알았으면 그 회복 캡슐인가 안 받아먹는 건데 말이야."

    턱썩. 정진이가 탁자에 이마를 대고 엎어졌다.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얼굴 빛이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에도 우두머리 사냥은 저와 자넷이 알아서 합니다. 그 전까지만 여러분이 수고를 해 주시면 되는 겁니다."

    "그게 바로 5등급 몬스터란 말이죠. 한 두 마리도 아닐 거 아닙니까. 하아아아."

    김형일이 정진이 옆에 같은 모습으로 엎어져 버렸다.

    "훗, 하는 짓을 보면 정말 천생연분이다. 천생연분."

    떡배가 그 꼴을 보고 혀를 차며 나지막하게 한 소리를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