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널뛰는 몬스터 등급 -- >
5등급 몬스터의 등장. 그것은 그 이면 공간이 3등급이라도 안에 있는 우두머리는 5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라는 소리였다.5등급 몬스터에도 핵배낭을 써야 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5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는 전술핵을 사용해야 사냥이 가능할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중에 세계의 눈은 '프랜드'로 향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질문을 던졌다. ['프랜드'에서 5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제압할 방법이 있는가?]4등급 우두머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은 이유는 알만한 이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프랜드에서 4등급 우두머리가 있는 이면공간을 공략한 적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그것은 전 인류가 정한 4등급 몬스터 사냥 금지를 정면으로 어기는 행위였으니 그 공략을 부탁한 것이 세계 정상들의 모임이었다.
그들은 일정 이상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거대 도시에 4등급 몬스터가 나타나는 경우 그 이면 공간을 정리해서 도시를 살리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장 수백만, 혹은 그 이상의 난민들이 발생하며 생활 터전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그것을 안전하게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데 외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프랜드에선 몬스터 코어를 완벽하게 봉인해서 그 기운에서 다른 몬스터 영역이 나타나는 일은 절대 없게 할 수 있다고 단어했고, 사실 프랜드 때문에 몬스터 영역이 나타났다고 의심되는 사례는 단 한 가지도 보고된 것이 없었다.
그 때문에 거대 도시를 구하기 위한 의뢰가 간혹 있었고, 그 때마다 프랜드는 확실하게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처리하고 이면 공간을 파괴했다.
물론 세계 정상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세진은 4등급 이면 공간을 직접 공략한 것도 몇 번 되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4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두 개 얻어서 하나는 어리 흡수하고 다른 하나는 오션 테멜에게 흡수를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건 질문은 던져졌고, 프랜드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 답을 내 놓았다.
[프랜드의 역량으로 5등급 우두머리 몬스터의 공략은 성패를 장담할 수 없다.]프랜드의 대답은 세계의 인류 전체의 기대를 저버렸다.
인류는 프랜드가 5등급 우두머리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했고, 심지어는 그 이상의 몬스터도 사냥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때문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이젠 기대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정신들 차려야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 그래야 인류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거야."
"맞아. 세진. 그래야 해. 그리고 실제로 세진도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어. 세진은 아직도 그랜드 마스터에 완전히 올라서지 못했어. 그 상태로 보라색 등급 몬스터는 어려워. 그러니까 남색 부족 코어 몬스터도 어렵다는 이야기야."
남색이면 지구식으로 6등급이다. 지금 세진의 수준은 6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간신히 잡을 정도라는 말이다. 그것도 데블 플레인 몬스터가 아니라 지구 몬스터이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지구 몬스터가 데블 플레인의 몬스터보다 30% 정도 약하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어. 하지만 다른 일로도 많이 바쁜 거 알잖아."
"그래. 그냥 그렇다는 거야."
세진과 자넷은 그렇게 프랜드의 능력 한계를 일부러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이 또 어떤 파장을 만들어 낼지는 두 사람도 알지 못했다.
"5등급 우두머리를 상대로 승률 반반?"
"그렇게 발표를 했습니다."
"분석은?"
"그들의 발표가 진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스로 전력을 과대 포장한 것은 아닐 거라는 말이지?"
"이미 4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를 사냥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것은 5등급 일반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거기에 5등급 우두머리라면 저희 분석으로도 붙어볼 여지는 있다고 나왔습니다."
"대단하군. 겨우 어리 공방의 공략팀으로도 전략핵이란 말이지?"
"전략핵까진... 전술핵 정도가 아닐런지요."
"5등급 우두머리를 전술핵으로 잡을 수 있을까?"
"그건 아직 정보가 없어서."
"5등급 일반 몬스터도 전술핵으로 될까 말까 한데? 그러니 그들은 전술핵으로 이야기할 수준이 아니지. 하지만 우린 그런 전략핵을 수 백 개는 다룰 수 있는 힘이 있어. 결국 프랜드라고 해도 무적은 아니지. 그들 스스로 5등급 우두머리에서 한계를 보였으니 말이야. 안 그런가?"
"옳으신 판단입니다. 메저님."
매저, 그는 석유 카르텔의 보이지 않는 조율자였다.
서로 이익이 상충하는 이들의 모임인 석유 카르텔에서 조율은 무척 중요한 역할이었다. 이번에 손해를 보면 다음에는 이득은 안겨줘야 카르텔이 유지가 된다. 그러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카르텔의 회원들 전체의 이익을 창출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석유 카르텔은 몬스터 코어 카르텔로의 변모를 거듭 시도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고 있었다.
지금 세계에 판매되고 있는 많은 몬스터 코어는 실제로 석유 카르텔의 지주들의 손에서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전처럼 독점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거대한 자본으로 코어들을 매점해서 그것들을 가지고 이익을 만드는 것은 가능했다. 오래 전부터 싸게 풀렸던 코어들을 매집했던 것이 지금은 거대한 이익으로 돌아오고 있기도 했고, 주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몬스터 영역에서 매일같이 수확되는 코어의 수도 적지 않았다. 어쨌거나 석유도 아직은 힘을 가지고 있고, 코어도 그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이 모두가 매저하고 하는 이 사내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다만 승승장구하는 매저에게도 실패의 쓰라린 기억이 있으니 그것은 전부 프랜드와 연관이 있는 일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 프랜드가 바닥을 보인 것이다.
"당장은 건드릴 수가 없지. 하지만 멀리 않았어. 우리 공략팀도 드디어 3등급 우두머리를 잡아 내고 있다. 그렇다면 4등급 우두머리도 머잖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시간이 좀 걸기긴 하겠지만 앞서 가던 놈의 등 번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이지. 우리 마라톤은 아직 끝나려면 멀었어. 안 그런가?"
"당연한 말씀입니다. 매저님께선 곧 뒤에 쓰러져 나뒹구는 프랜드에게 매저님의 등번호를 보일 수 있으실 것입니다."
"하하하. 역시 역시 나를 제대로 이해해 주는 사람은 도이넌 자네 뿐이야. 하하하."
매저는 팬터 하우스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전경을 보며 큰 소리로 웃었고, 그의 등 뒤에서 도이넌이라 불린 사내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프랜드가 바닥을 보였다고 생각한 것은 석유 카르텔의 두뇌집단 뿐만이 아니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분석가들이 프랜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사실을 놓고 이런 저런 의견이 많았다.
겉으로 드러난 의견들은 대부분 몬스터 대항 전선의 첨병인 프랜드의 한계가 뼈아프다는 반응이었지만 실제로 각국의 정상들과 지도자들은 프랜드의 몰락이 멀지 않았다고 희희낙락했다.
그 중에는 10년동안 절치부심한 일본도 있었다.
헤이치 야시로는 그 동안 일본 정계에서 커다란 힘을 지닌 인물로 성장을 했고, 그의 뒤에는 각성자 무리가 있었다.
다른 일부 나라에서 각성자들이 나라를 점령한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헤이치 야시로를 끌어들인 우익 계열의 정치 세력이 크게 성장을 하면서 '강한 일본 건설'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급격한 군비 확충을 해 왔다. 사실 일본의 무장에 대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우려의 뜻을 보이기는 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생존을 위해서 몬스터와 세계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무력 증강을 두고 간섭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서 무력을 키워야 하는 세태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우익 계열의 수뇌들이 실상 세진과 깊은 원한의 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세진이 도쿄를 박살내면서 급하게 몸을 피해서 지방이나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갔던 이들, 텐헤이(天兵), 즉 [천황의 군사]에 속해 있던 이들이 바로 새로 세력을 키운 이들의 진면목이니 그들의 동료들이 적잖게 당했던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당연했고 그들이 프랜드의 한계를 보면서 부쩍 힘을 내가 시작한 것도 새로운 변화였다.
"어떻게 되었나?"
"3등급 수좌를 상대하긴 아직 어렵습니다."
"둘, 혹은 셋이면?"
"넷은 되어야 하고 이후엔 재활용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어렵군. 그렇게 되어선 비용도 건지지 못하지 않나. 물론 지금 상황에서 비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대안은 없나?"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것이 문제입니다. 적어도 몇 년, 혹은 몇 십년은 배양을 해야 제대로 된 실험체가 나올 것입니다. 에테르를 이용한 돌연변이는 급격하게 일어날 경우 말 그대로 몬스터가 되고 맙니다. 그것도 자칫하다간 등급 외의 몬스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3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상기해 주십시오."
"흐음."
세상은 모르고 있지만 3년 전에 일본은 그야말로 멸망의 기로에 섰었다. 이들이 실험을 하는 중에 에테르를 과하게 흡수한 세포가 무한 증식을 하면서 삽시간에 커져서 지하 5층의 건물 하나를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삼켜버렸던 일이 있었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형 핵배낭을 이용해서 그 세포를 완전 연소를 시켜야 했었다. 다른 어떤 형태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바로 핵배낭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그와 관련된 실험을 계속하고 있었다.
비록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서 하고 있는 실험이라고 하지만, 일이 잘못되면 일본 뿐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화를 입을 수 있는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성과가 나오고 있는 실험 결과들이 이들을 멈추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각성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의 결과는 두 배, 혹은 세 배의 능력 상승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제는 3등급 우두머리 몬스터도 공략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물론 그렇게 투입한 각성자는 회복 불능이 되거나 죽게 되지만 그것 역시 실험 데이터가 되어서 쌓이고 있었다.
"지금은 에테르 혈청으로 단시간의 능력 증가가 최선의 방법인 듯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인 텐헤이의 탄생은 앞으로 10년은 더 내다보고 진행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흐음. 10년이라. 그 시간이면 수련 능력자들이 각성자가 되는 때를 생각해도 도리어 늦은 때가 아닌가?"
지금 각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수련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자라서 수련 능력자가 되고, 또 그 수련능력자 중에서 각성자가 나오게 될 때가 앞으로 10년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천병을 만드는 것이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면 많이 늦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7년으로 하지. 7년 후에는 천병들이 전면에 나서서 우리 대일본제국의 위대함을 세계 만방에 떨칠 수 있어야 할 것이야. 그래야만 새로 등장하는 각성자나 수련 능력자들이 세상의 중심을 차지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음이야. 일본은 텐헤이가 중심이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해. 알겠나?"
"넵.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명을 완수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래야 할 거야. 그리고 헤이치 야시로를 중심으로 하는 그 미천한 것들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실험을 위한 각성자들도 자발적으로 뽑아서 보내고 있고, 이면 공간 공략이나 몬스터 코어 사냥에도 적극적입니다."
"크크크. 사명감을 심어주고, 그 일이 고귀한 가치를 지닌 일이라 여기게 만들고, 간 혹 분에 넘치는 치하를 하면 그런 단순한 놈들은 제 목숨도 내어 놓지. 더구나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던 하등 인간이 우리같은 고귀한 이들의 손을 피할 수가 있나. 하하핫."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뒤에 엎드린 사내와 난간에서 눈 아래로 펼쳐지는 고풍스러운 기와지붕들을 바라보는 사내의 모습이 매저와 도이넌의 모습과 겹쳐 보일 정도로 닮아 있었다. 그렇게 사내의 웃음이 지붕 위의 비둘기들을 쫓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