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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노트-141화 (141/298)

< -- 원대한 계획의 시작 3등급 이면 공간 공략 -- >

어리 공방의 식구들이 유람선 여행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때에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벗, 혹은 프랜드라 불리는 세력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성명서가 만들어졌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2등급 이면 공간에 드나들 수 있는 천공기의 보급이었다.

그 문제로 세진은 여행 며칠을 남겨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뭣 때문에 그러는 건데? 그냥 필요한 만큼 만들어서 주면 되잖아.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어리가 마음만 먹으면 수 만 개를 한꺼번에 만들 수도 있을 텐데?"

자넷이 세진이 망설이는 이유를 몰라서 물었다.

그런 자넷에게 세진은 기득권 때문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천공기를 만들어서 보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이 몬스터들의 영역을 없애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그 일을 오직 '벗'으로 표현되는 세진만 할 수 있다는 기득권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이다. 2등급 몬스터 영역의 확산이 급격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 지금, 확실히 천공기의 보급은 필수불가결한 문제였다.

"화이트 코어들이 문제야. 엄청나게 늘어날 거야. 화이트 코어가.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뭔가 하겠지. 세상에는 똑똑한 이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뭐? 그 사람들이 세진을 공격할 것 같아서 걱정이야? 그래봐야 세진에겐 상대도 안 될 텐데?"

"그렇기는 하지."

"애구구. 세진. 생각을 해 봐. 세진은 익스퍼트 초급이 아니라 마스터 최상급에 가까운 실력자야. 누가 세진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보라색 등급 몬스터라도 여기 지구에서라면 세진이 해 볼만 할 거야. 여기 몬스터는 이상하게 조금씩 약하니까 말이야. 물론 화이트 코어를 지닌 놈들은 절대 상대할 수 없겠지만 여기서라면 남색 등급 부족 코어도 세진하고 나하고 가면 잡을 수 있을 걸? 과거에 묶이지 마. 세진."

자넷이 세진에게 충고를 했다.

그리고 세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오랜 시간을 데블 플레인에 있다가 오면서 지구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것에만 집착하다보니 자신이 변한 것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안 그랬다며? 오자마자 서울 한 복판에서 빌딩들 날려버리고 그랬다면서 왜 갑자기 그런 자신감이 사라진 건데?"

자넷이 세진을 야단치듯 몰아세웠다.

"그러고보니 그러네? 뭐가 걱정이지? 까짓 2등급 천공기로 화이트 코어들을 다시 수거하면 되지 뭐. 그래 그렇게 하자."

세진이 자넷의 말에 울컥해서는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에테르 기반 생명체를 세진 혼자서 모두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조만간 2등급 이면 공간의 공략도 다른 팀들에게 맡겨야 할 때가 올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게 자넷의 조언으로 간단하게 결정이 난 것이다.'벗'에서 2등급 천공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서 먼저 발표를 했다.

그리고 그 조건은 이전과 같았다.2등급 천공기 두 개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외에도 한 개의 2등급 화이트 코어가 필요했다. 물론 국가별로 한 차례 두 개의 천공기를 화이트 코어 없이 판매를 하긴 했지만 이후에는 화이트 코어 없이는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있었다.1등급 천공기 역시 그와 같은 조건으로 판매가 되었기 때문에 각국에선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2등급 천공기의 판매가 어리 공방의 식구들이 유람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전날부터 시작되었다.

세진은 천공기의 판매 대행을 한국 정부에 맡기고 유람선을 타고 항해를 시작했다.

- 아주 멋있어요. 물과 함께 물고기들도 들어왔어요.  어리는 새로운 오션 테멜을 관찰하는 재미에 폭 빠졌다.

오션 테멜은 바닷물을 채우고 있는 테멜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건 어떻게 됐어?"

- 뭐가요?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거 말이야. 아직이야?"

- 흐으응. 어리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욧. 그거 아세요? 바닷가에 있는 물웅덩이와 바닷물 사이에 모래사장이 있어요. 그럼 그 물 웅덩이는 염수일까요? 담수일까요?

"응. 그거 지금 나한테 내는 문제야?"

- 네에. 어리는 이걸 보고서 무척 놀랐어요. 그래서 답이 뭘까요?

"당연히 웅덩이 물은 담수겠지."

- 에? 어째서요? 바닷물 곁에 있는 웅덩이라고요. 그리고 둘 사이에는 모래밖에 없다고요. 그럼 당연히 서로 모래를 통해서 물이 오고 가니까 둘 다 염수여야 하는 거잖아요.

어리가 세진의 대답에 당황스러운 듯이 따진다.

"뭐가 뭔지 확실치는 않아도 어리 니가 낸 문제의 답이 어디 평범하겠냐? 그러니까 담수라는 답이 나오는 거지."

- 우와아아. 세진님은 정말 찍기의 달인인 것이에요. 학교 다시실 때에도 그렇게 찍어서 맞춘 문제가 많을 것이에요.

"정답이란 말이구나?"

- 네에. 그런 것이에요. 바닷물 곁에 있는 웅덩이지만 중간에 모래로 가로막히면 둘 사이에 삼투압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담수 쪽으로 짠 물이 흘러들어가는 일이 없다네요. 물론 물이 넘쳐서 흘러가는 경우는 제외하고요.

"아, 삼투압. 그렇구나. 그래서?"

- 그러니까 어리는 오션 테멜에 커다란 관을 만들어서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서 민물 을 만들고 있어요.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성과가 있어요.

"그거 말고 기상 현상을 이용할 수는 없냐? 이를테면 수증기를 천정에 모아서 경사를 이용해서 한쪽으로 흘러내리게 해서 모으는 방법도 있을 텐데?"

- 우웅. 그런 방법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렇게 할 거면 그냥 에테르 에너지를 이용해서 순환을 시키는 방법도 있어요. 강제적인 방법이죠.

"뭐, 이것 저것 다 해 보자. 참, 물고기들 이상한 변화 같은 건 없지?"

- 네에. 아직은요. 정화 작용 때문인지 아주 잘 살고 있어요.

"흐음. 그래."

세진은 어리의 대답을 들으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세진에게 자넷이 다가왔다. 밖에서 세진을 찾다가 테멜 안에 있다는 어리의 말을 듣고 찾아 들어온 참이다.

"세진 뭐 해?"

"응. 자꾸 욕심이 나서 말이야."

"욕심?"

"그래. 욕심."

"그거 테멜에 대한 욕심이야?"

"음. 숫자도 늘리고 싶고 등급도 올리고 싶고 그러네."

"호호호. 그게 뭐 어때서?"

"그냥, 사람 욕심이란 것이 한도 끝도 없는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왜? 테멜 안에 지구라도 넣고 싶어?"

"그럴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

"에에에? 꿈 깨! 세진."

"엉?"

세진은 자넷의 부정적인 말에 깜짝 놀라서 자넷을 봤다.

자넷이 어떤 일에 대해서 이렇게 분명하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흐응. 놀라긴 뭘 놀라? 불가능한 일은 일찍 포기를 해야 정신 건강에 좋은 거거든?"

"불가능? 어째서?"

"연방에서도 지금까지 행성 코어는 획득한 적이 없거든?"

"행성코어? 그 각 행성에서 에테르 기반 생명체를 발생시키는 최고 원흉?"

"뭐. 그렇게 볼 수 있는 그거. 맞아. 그런데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그 행성 코어를 손에 넣었다는 소리는 없었거든?"

"그 공식적이란 말이 좀 걸리는데?"

"그건 알 수 없는 문제라서 그래. 어쨌건 내가 아는 바로는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어리 테멜을 성장시키려면 그만한 등급의 코어가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렇지."

"그럼 지구를 넣을 정도면 지구의 행성 코어 정도는 흡수를 시켜야 한다는 소린데, 내가 보기에 우리 세진이 아무리 잘나가도 지역 코어도 어려워. 정말 아주 잘 봐줘도 지역 코어를 얻으면 그거 기적인 거지."

세진은 자넷의 말을 듣고서야 불가능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곱 등급의 몬스터, 그 위에 존재하는 규격 외의 몬스터가 또 있다. 그것이 괴수급이라 불리는 몬스터다. 그런데 그 괴수급 몬스터는 지역을 관장하는 지역 코어를 몸 안에서 키우고 있는 몬스터로 성장을 마치면 지역 코어를 지닌 존재가 된다.

그러니까 보라색 등급과 지역 코어 사이에 있는 과도기 형태가 괴수급 몬스터란 소리다.

"내가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도 그 괴수급 몬스터도 상대하기 어렵다고 했지?"

"그래. 맞아."

"그럼 그 위에 있는 지역 코어는 정말 자넷 말대로 기적이 겹치지 않는 이상은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도 불가능하단 소리고? 그 위에 대륙 코어가 있고, 그 위에 행성 코어가 있으니까 정말로 까마득하네? 꿈 깨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호호홋. 그러니까 어리 안에 지구를 넣을 생각은 하지도 말란 거지."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어리 안에 테멜들로 가득 채우는 거다. 수 천, 혹은 수 만 개의 테멜을 어리의 관리 하에 두게 되면 뭐 그걸로 공간을 채우면 되는 거 아니겠어? 4등급이면 서울 반쪽은 넣을 거고, 5등급이면 경기도를 넣고, 6등급이면 한반도는 들어가지 않을까? 7등급이면 뭐야 그것만 되어도 중국 땅덩어리 정도는 넣겠다. 대단한데?"

"그래서 그런 테멜들을 어리 휘하에 수천, 수만 개를 두겠다고?"

"응. 안 될까?"

"모르지. 그게 될까?"

- 어리는 기대가 커요.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어리는 정말 대단한 어리가 되는 것이에요. 우와 상상만 해도 대단해요. 지구보다 훨씬 더 넓은 세상을 어리가 관리하게 되는 것이에요. 이건 정말로 어리가 태어난 이유가 되는 것이에요. 테라포밍의 임무를 받고 태어난 어리는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에요. 정말 멋진 일인 것이에요.

어리는 세진의 계획을 듣고 한순간에 몰입해버렸다.

"흐응. 세상에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순리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세진 너의 계획이 그대로 될 수 있을지 어쩐지 확신이 안 서는데?"

"어쨌거나 시작은 더 많은 테멜을 구하는 거야. 그러기 위해선 데블 플레인에 가야 하는 거고 말이야."

"그럼 이렇게 하자. 세진."

"뭘?"

"데블 플레인에 가서 시험을 해 보는 거야. 여기 어리 테멜 말고 다른 걸로."

"무슨 실험?"

"지구의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흡수한 상태의 테멜이 데블 플레인의 테멜 코어를 흡수해서 성장을 하는지 어떤지를 알아보는 거지. 그래서 성장을 하면."

"하면?"

"응. 내가 아주 비싼 가격에 사 줄게. 몇 개는 필요 없으니까 하나만 내가 사는 걸로 하고, 세바스에게 말해서 소형 테멜들을 잔뜩 구해 오라고 하는 거야. 어때? 그럼 되잖아."

자넷의 제안은 세진에게 무척 달콤한 유혹이었다.

"떽!"

"아얏! 뭐하는 거야?"

자넷은 세진에게 이마를 한 대 맞고는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여자야. 어리가 가지고 있는 테멜 하나는 원래가 너한테 준 거잖아. 그런데 왜 지금와서 그런 소리를 해? 니꺼를 니가 왜 산다는 거야? 그리고 나도 데블 플레인에 에텔론 많이 남아 있거든? 겨우 수십만에서 수백만 정도 하는 테멜인데 그거 몇 개 사 는 걸 못할 것 같아?"

"아우. 아프잖아. 흥! 좋아. 뭐 그렇다면 내가 너그럽게 이해를 해 주겠어. 대신에 세바스에게 일 시키는 건 내가 알아서 한다? 최대한 테멜을 구해보라고 해야겠어. 흐으응. 재미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이참에 어리에게 노란색 등급 테멜 코어를 흡수하게 하는 것도 생각을 해 봐. 전에도 지구에서 2등급까지 흡수하고 데블 플레인에 와서 2등급 테멜 코어를 흡수시킨 거니까."

"그래. 그것도 생각은 해 봐야지. 어리도 테멜 코어를 흡수하면 어쩌면 출입구를 넓히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했으니까."

"에구에구 할 일이 많네? 그런데 데블 플레인엔 언제 갈 거야?"

자넷이 세진의 옆구리를 파고들며 물었다.

"왜 가고 싶어?"

"시간은 안 흐른다고 하지만 나도 여기 온 것이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으니까."

"자꾸 데블 플레인에서 시간을 보내면 자넨 네 휴가가 끝나는 날이 금방 올 텐데? 얼마 안 남지 않았어?"

"우와앗. 그렇구나. 데블 플레인에서 시간을 보내면 그런 문제가 생기겠구나. 흐음. 그럼 세바스에게 시킬 일들을 잔뜩 생각해서 가지고 가야겠다. 한꺼번에 시켜야지. 시간을 최대한 아껴야 하니까. 흐응."

세진은 우주 멀리 있는 세바스에게 잠시 위로의 묵념을 했다.

이번에 자넷이 돌아가면 세바스는 일 폭탄을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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