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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노트-140화 (140/298)

< -- 원대한 계획의 시작 3등급 이면 공간 공략 -- >

3등급 이면 공간의 성공적인 공략은 다른 말로 3등급 우두머리 몬스터의 사냥을 뜻한다.

어리 공방의 공략팀이 그 일을 성공한 것은 이미 오산에서 있었던 일로 아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광고하듯이 태국과 라오스를 거치면서 3등급 이면 공간을 공략해서 몬스터 영역을 없앤 후로는 그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없게 되었다.

아직까지 3등급 일반 몬스터도 각성자나 수련 능력자 중에서 어떤 이들도 제대로 공략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지금까지 잡히고 있는 3등급 몬스터는 그야말로 현대적 무기의 정점들을 이용한 타격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겨우 몇 사람이 3등급 이면 공간에 들어가서 공략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들 몇 사람이 몇 개 사단 정도의 무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 때문에 잠깐 동안 어리 공방의 사람들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는 헛소리가 인터넷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그런 주장을 했던 이들은 그야말로 가루가 되도록 두드려 맞았다.

세계 어떤 공략팀 보다 유능한 인재들을 외국에 버리자는 헛소리는 분명 다른 나라에서 돈 받아먹은 매국노 놈들이 분명하다며 한동안 신상 털기를 비롯해서, 그들이 지금까지 인터넷에 올렸던 많은 글이나 코멘트들이 줄줄이 나열되면서 몇명은 한국에서 살기 어려운 꼴이 되기도 했다는데 세진은 그 자세한 내용은 보지 못했다.

세진은 그런 자잘한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어리는 3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흡수하면서 그야말로 환골탈태를 했다. 예상하기로는 늘어날 공간의 넓이를 30층 정도의 고층 건물 한 동 정도로 생각을 했는데 막상 3등급 이면 공간을 흡수한 어리의 테멜 공간은 그런 건물 십여 개는 들어갈 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테멜 공간은 어리의 의지에 의해서 구조 변경이 가능한 공간이다. 그 넓은 공간을 제 멋대로 설계하고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었다. 더구나 어리의 테멜 공간은 다르게는 어리가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과 같은 말이다.

물론 어리도 테멜 공간 전체 부피와 같은 크기의 합성은 불가능했다.2등급 이면 공간을 흡수한 후에 어리는 버스 크기의 물건까지 합성해 낼 수 있게 되었었다. 애초에 겨우 농구공 크기가 고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발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3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흡수한 후, 어리가 만들 수 있는 물건의 크기는 조립 과정 없이 단일 개체로만 가로세로높이 50미터 정도의 부피였다. 그리고 그 부피 내에서면 길이나 높이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마음만 먹으면 길이 200미터에 폭이 50미터 정도 되는 배도 만들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설계도가 있어야 할 문제고, 그렇게 만든 물건을 테멜 밖으로 가지고 나갈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사실 아직도 테멜 공간을 드나드는 통로의 폭은 지름 3미터 정도의 원형이 최고 크기였다. 그 이상이 되면 테멜 공간으로 가지고 들어올 수가 없다는 말이다.

- 그건 어쩔 수가 없다고요. 뭔가 조절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지만 아직 그건 못 찾았어요. 음 어쩌면 그건 제가 테멜 공간 유지 코어가 아니라 이면 공간 유지 코어만 흡수를 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저 3등급 테멜 코어는 흡수를 못 했으니까요.

어리는 이면 공간 유지 코어가 아니라 상급의 테멜 코어를 흡수하면 출입구의 크기를 더 크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일단 그건 데블 플레인에 가야 구할 수 있는 것이어서 잠시 보류를 해 뒀다.

대신에 세진과 자넷이 하나씩 가지고 있던 테멜을 어리의 관리 아래로 배정을 했다.

그렇게 해서 어리는 자신의 아래에 두 개의 3등급 테멜을 두게 되었다.

"어떠냐? 그것들도 공간 변경이 되냐?"

세진이 어리에게 가장 먼저 물어 본 것은 그것이었다. 공간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

- 네에.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이 공간들 어떻게 쓰죠? 어리가 물었다.

"당연히 이런저런 실험을 해 봐야지.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말이다."

- 하지만 지금도 사람들이 살 수 있어요. 테멜은 자체적으로 공기 순환도 되고 또 정화도 되거든요. 이면 공간도 그렇고 테멜도 그렇고 그런 것은 기본인 거 같아요.

"그러냐?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고?"

- 그냥 에테르를 이용해서 그런 기능을 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그걸 따로 떼어서 만들거나 할 수는 없는데요? 아직 그건 못하겠어요.

"그래? 그건 아쉽네. 그러고 보면 어리 네가 테멜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관리자가 된 것 같구나? 다른 테멜들은 관리자도 없이 그냥 방치된 거고 말이다."

- 어리가 그럼 테멜 관리자인 것인가요?

"뭐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어리 네가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세진. 테멜에서 어떤 실험을 하려고?"

자넷이 실험이란 말에 관심을 보였다.

"뭐 일단 수경재배 시스템부터 설치를 해야지."

"수경재배?"

"아, 땅이 아니라 그냥 물에서 작물들을 키우는 걸 이야기해. 건물 내에서 농사를 짓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나온 거지."

"왜 그렇게 하는데? 그냥 땅에 심으면 되잖아."

"그야 그렇지만 일단 성공하면 계절이나 장소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잖아. 거기다가 병해충에서도 안전한 농산물 생산이 가능해지는 거고 말이야."

"음. 그렇구나. 그래서 테멜 하나에선 그걸 해 보려고?"

"뭐가 되었건 일단 동식물을 키워봐야 나중에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가 있지."

"그런가? 아깝다. 연방에서 쓰는 식물 종자들을 가지고 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거 허락 안 되잖아. 잘못하면 반역 행위가 된다면서?"

"그래봐야 지들도 다 주변 변방 성계랑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교역을 하고 있는 거 다 아는데 무슨."

"그래도 헌터룸 관리자들이 데블 플레인에 그런 것을 퍼뜨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거야. 그 관리자들은 이상하게 외부 문명이 스며드는 것을 싫어하더라고."

세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뭐 그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야. 문명이 발달할수록 에테르 기반 생명체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고 나왔거든. 그러니까 에테르를 이용해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특이 능력은 대부분 문명이 덜 발달한 행성에서나 자생적으로 생겨났어. 안 그런 경우엔 연방의 개입이 없으면 그냥 행성 전체가 몰락을 하곤 했지. 그래서 그래. 문명은 될 수 있으면 알아서 발전하게 둔다는 거지. 사실 문명의 퇴보를 바라는 것이 관리자들일 거야."

"그런가?"

- 그런 이야긴 그만하고, 하나 남은 테멜은 어쩌실 거예요? 세진님? 어리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작 해야 할 이야기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으니 본래 화제로 돌아온 것이다.

"음, 그럼 하나는 바다를 만들자. 세진."

"바다?"

- 바다요?

세진과 어리가 동시에 자넷에게 물었다.

"응, 쉽잖아. 그냥 바닷물을 테멜 안으로 흘려 넣는 거야. 넣을 수 있을 만큼 계속해서 말이야. 저번에 석성에서 받은 배 있잖아. 그 유람선이라는 그거. 그거 타고 이참에 우이동 어리 공방이 완성될 때까지 바다에서 지내는 거지. 어때? 재밌겠지?"

"재미있을까? 뭐 배를 몰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도 낭만이 있긴 하겠네."

- 배, 항해를 하는 건가요? 우와아아아. 멋진 것이에요. 어리는 마도로스가 되고 싶었어요. 세진보다 어리가 몇 배는 신이 난 목소리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테멜 공간에 바닷물을 채우자는 어이없는 자넷의 발상으로 어리 공방 식구들의 유람선 항해가 결정이 되었다.

"설마 국외로 나가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정진이는 배를 타고 여행을 하자는 세진의 말에 그렇게 물었고, 세진은 서해에서 동해까지 한 바퀴 도는 정도로 할 거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세진님 석성에서 받은 그 배가 그리 크지는 않아도 배를 움직이는데만 서른 명 이상이 필요할 텐데요? 거기다가 그 배가 승선 적정 인원이 250명 정도 되는 배라고 기억하는데 거기 우리 식구들만 타고 간다고요? 그거 엄청 낭비 같은데요?"

김혜인 박사는 유람선을 띄우고 여행을 하자는 세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머나,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을 하시나요? 김혜인박사님? 우리 세진이 그 정도도 부담을 못할 정도로 능력이 없어 보이나요?"

하지만 김혜인 박사는 갑자기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다.

"아하하. 아뇨. 세진님이야 충분히 능력이 되죠. 제 말은 다만 우리에게 낯선 경험이 될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는 그런 거죠. 오호호."

역시 훈련교관 자넷의 파워는 평소에 드러나지 않다가도 결정적일 때에는 시퍼렇게 날이 선다.

"안 그래도 내가 알아봤더니 세진이 쌓아 둔 돈이 어마어마하더군요. 거기다가 김혜인 박사님이나 정진이 씨도 재산이 엄청나게 많은 걸로 아는데요? 아닌가요?"

"뭐, 에르터 코쿤 덕분에 죽을 때까지 써도 다 못 쓸 돈이 생기긴 했죠."

정진이가 실감은 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돈이란 그렇게 쌓아두면 안 되는 거예요. 있으면 어떻게든 쓰거나 투자를 해야죠. 물론 지금 돈을 쌓아 놓은 은행에서 부지런히 그 돈을 활용하고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자기 돈을 그냥 몇 푼 씩 이자를 불려주는 정도로만 취급해선 곤란하죠. 그리고 또 하나, 많이 벌면 많이 써야 해요. 지금도 제법 기부금이니 뭐니 해서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무슨 재미죠?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쓸 줄 알아야 하는 거예요. 그것도 자산 규모에 맞춰서 쓸 줄 알아야죠."

"자신 규모에 맞춰서요?"

"그래요. 정진이씨. 그런 의미에서 며칠 동안 나하고 같이 쇼핑이나 다니죠. 돈 쓰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죠. 이것도 훈련이랍니다."

"후, 훈련이요? 저기 그럼 저희같은 소시민들은 빠져도?"

"떡배씨나 형일씨, 도일씨도 함께 가요. 원래 여자들이 갈 때에는 남자들이 함께 가서 짐도 들어주고 그러는 거라고 하더군요. 이 나라에선 특히 그게 당연한 걸로 아는데 아닌가요?"

"아니, 어디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답니까?"

떡배가 발끈 항의를 했다.

"이웃집남자와의 전쟁에서요."

"그, 그건 드라마잖습니까."

"건너편 동에 사는 가족들에서도요."

"그것도 드라마."

"청춘을 품은 장지갑..."

"그것도 드라마고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에요. 모든 드라마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게 보편적인 거 아닌가요?"

"설마 돈도 써 봐야 한다는 것도?"

"회장님네 가족에서 회장님 사모께서 그러셨지요. 수준에 맞는 소비가 곧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고요. 요즘 소비 심리가 위축 되서 문제라고 하는데 이참에 우리가 나가서 국가 경제에 조금 도움이 되어 보자고요."

세진은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슬쩍 자리를 피해서 2층으로 일찌감치 도망을 왔다.

= 자넷. 점점 드라마 중독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선택을 잘못 한 거야. 한국식 사고방식을 익히라고 드라마를 권했던 건데 이건 좀 이상하게 된 거 같아."

= 그렇죠. 뭐 드라마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자넷처럼 그렇게 홀딱 빠지면 곤란한데 말이죠.

"하하, 내 죄다. 내 죄야."

= 며칠 백화점 따라 다니면서 짐꾼 노릇 열심히 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나야, 배 준비하느라 며칠 바쁠 예정이라서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너도 나하고 함께 가서 바닷물 채울 테멜에 대해서 좀 연구를 해 봐야지?"

= 어머나 세진님. 당연하죠.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요. 그럼요.

"그래. 너도 역시 자넷이 무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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