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39화 (139/298)

< -- 원대한 계획의 시작 3등급 이면 공간 공략 -- >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의 국경이 마주하는 곳, 그곳에 태국의 Na yoi 국립공원이 있다.

밀림이 무성하고 대나무가 울창한 곳으로 폭포와 여러 동식물이 풍성한 곳이다. 하지만 그 곳에 3등급 몬스터 영역이 나타난 것은 전혀 뜻밖의 일이다.

사실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삼국이 무슨 배짱으로 3등급 몬스터 코어를 가지고 놀았을까. 그것은 전부 일종의 테러로 일어난 일이라고 사람들은 짐작했다.

누군가 그 지역에 3등급 코어를 던져 놓은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를 따지자면 몇 가지나 생각할 수 있었다. 한 나라도 아니고 세 나라가 엉켜 있으니 어느 나라를 향한 테러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어떤 단체나 국가에서 단순한 실험을 위해서 만든 3등급 몬스터 영역인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그 지역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군대가 몰려들어서 몬스터 영역 경계를 하고 있었다.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의 삼국은 싫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우방국을 가장한 군대의 진입을 허용하고 말았다. 특히 라오스의 경우엔 거의 각국 군인들의 경연장과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 중에 세진이 일행들을 이끌고 소리 소문도 없이 태국으로 들어왔다.

물론 그런 사실을 세계의 정보기관들이 전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다만 프랜드에 대한 어떤 작전도 당분간은 중지한다는 내부의 의견 일치가 있었기 때문에 세진 일행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그저 관망하는 정도로 태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특히 석유 카르텔의 경우에는 세진이 3등급 우두머리 몬스터, 다르게는 4등급 일반 몬스터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몬스터를 잡았다는 사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정도라면 세진이란 존재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무력을 지닌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세진 곁에 자넷이란 여자가 등장을 했는데 그 여자의 능력이 세진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있었다. 그리고 자넷이 프랜드에서 세진보다 상급자일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첨부 되었다. 그렇게 되자, 석유 카르텔로서도 세진이나 벗을 건드리는 것에 대해서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이나 중국, 대한민국 서울의 예에서 보더라도 프랜드의 보복은 가차 없었다.

만약 이전에 있었던 일에 더해서 어떤 문제가 프랜드와 생기게 된다면 정말로 전면전을 치르게 될 거란 위기감이 카르텔 내부를 긴장시켰다. 그리고 일체의 작전을 금지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을 내렸다.

지금 육성하고 있는 능력자들의 수준이 적어도 세진이나 자넷이란 여자를 감당할 정도가 된다는 자신을 얻기 전까지는 납짝 엎드려 있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생존 방법이었다. 강력한 적이 나타나면 타협하고 숨는다.

"여긴 대부분의 몬스터가 좀 그래."

김형일이 밀림을 헤치고 나가다가 투덜거렸다.

"왜?"

"형도 생각을 해 봐. 몬스터가 부처님 상을 하고 있다고. 그런데 어떻게 공격을 하겠어? 여기 사람들 96%가 불교 신자란 말이지."

"그래도 몬스터는 몬스터잖아."

"떡배 형, 형도 알잖아. 여기 사람들 몬스터한테 시주한다고 가서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야. 뭐 겨우겨우 계몽이 되고 있다지만 그래도 부처님 모습을 하고 나타나는 몬스터를 보고 도망가기는커녕 엎드려 절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쩝. 그래. 그거 문제긴 하지."

떡배도 결국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심심찮게 일어났다. 몬스터의 모습이 신앙의 대상이거나 친근한 모습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가 여기도 몬스터 영역을 완전히 비우고 철책 같은 걸로 격리하는 것은 제대로 못하고 있잖아. 뭐 1등급도 제대로 정리 못하고 매번 싸우고 있다니 말 다 했지만."

"지형이나 기후 탓도 있지. 밀림은 사실 어쩔 도리가 없기도 하니까. 거기다가 국력이 많이 모자라기도 하고."

김형일과 떡배는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하지만 김혜인과 정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하다. 날씨 탓도 있지만 부처님 모습을 한 몬스터에게 희생자가 늘어나는 현실이 답답한 탓도 있었다.

"세진님. 여기 삼국과 베트남까지 합쳐서 네 나라의 3등급 몬스터 영역이 일곱 곳이나 있다는 건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선도일이 세진의 곁으로 붙으며 말을 걸었다.

"이미 이야기한 거잖습니까. 중국에서 넘어온 코어가 무분별하게 뿌려진 거죠. 지금도 찾아내지 못한 코어가 밀림에 흩어져 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선도일씨가 전에 했던 이야기 아닙니까."

"그래서 말입니다. 생각을 해 보니까 중국에서 일부러 뿌린 것은 아닐 테니, 중국에서 구해서 가까운 이쪽 지역에 뿌려 놓았다면 역시..."

선도일은 미국이나 유럽의 강대국들을 생각하며 말을 흐렸다. 자국의 국토에서 실험을 할 생각이 없는 이들이 이런 곳에다가 실험을 한 것이 아니겠느냔 이야기다.

"그래봐야 잠깐입니다. 미국에서도 여기저기서 3등급 몬스터 영역이 나타나고 있고, 유럽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 뭔가 돈벌이가 될 것 같으니 너도나도 실험을 하려고 들고, 그러다보니 관리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거죠. 이건 앞으로도 계속 될 겁니다. 막을 도리가 없어요."

세진은 그렇게 잘라 말했다.

욕심의 종류는 끝이 없다. 기업은 이익을 위해서, 국가는 국가의 유지와 안정을 위해서, 과학자는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 그리고 어떤 이들은 위험한 힘, 그 자체에 대한 욕구 충족을 위해서. 어쨌거나 그런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코어는 계속 빼돌려지고 또 빼돌려질 것이다.

이제 어디선가 4등급 몬스터가 나타나면 그 몬스터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 몬스터가 지니고 있는 코어에 더 큰 욕심을 내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등급이 높은 몬스터의 코어가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 당연히 코어에 대한 욕심을 부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코어는 4등급 몬스터 영역을 양산해 낼 것이고.

"크게 당하고 나면 정신 차리겠지. 그 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지만 뭐 몽땅 무너진 상태에서 다시 일어서는 것도 해 볼 만 한 일이지 안 그래?"

자넷이 세진의 곁으로 다가와 팔을 끌어안으며 말한다.

세진은 그런 자넷을 밀어내지 않는다. 자넷의 애정 표현은 언제 어디서나 받아주는 세진이다. 무뚝뚝해서 스스로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세진이지만 자넷이 해 오는 표현을 밀어낼 정도로 못된 성격은 아니다.

"이번에 3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얻어 보면 뭔가 길이 보이겠지. 정말 잘 되면 이참에 테멜 도시를 건설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벌써 두 개의 테멜 공간이 어리의 공간만큼 넓어졌으니까."

"흐응, 맞아. 이번에 아예 세 개 정도 구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래서 셋 모두 3등급 테멜로 성장을 시키는 거야. 그럼 얼마나 넓은 공간이 나올까?"

"지금도 작은 빌딩 하나는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까 3등급이 되면 대형 빌딩 수준은 되지 않을까?"

"흐응. 그럼 한 30층짜리 건물로 생각하고, 거기에 각 층에 200명만 잡아도 6천. 음. 그냥 간단하게 1만 정도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는 소리네?"

"그게 단순 계산으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예상하기론 그렇지."

"그럼 말이야. 세 개니까 3만이네? 우와 엄청난데?"

"정말로 이번에 제대로 되면 테멜 도시를 건설하고 부모님도 모시고 와야겠다. 그 안에 도시를 세우고 농사도 짓고 뭐 그러면 되지 않을까?"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나쁘진 않은데, 그래도 좀 더 상황을 보자. 이면 공간에 오래 머물면 그 공간에 물드는 현상이 있다면서?"

"아, 그렇지. 하지만 테멜엔 그런 현상이 없잖아."

"하지만 이건 이면 공간 유지 코어와 섞인... 아, 아니구나. 벌써 몇 년을 실험한 거나 같구나?"

자넷은 뭔가 이야길 하려다가 데블 플레인에서 어리의 테멜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을 떠올리곤 피식 웃고 말았다. 이미 생체 실험을 자신과 세진이 한 셈인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상황 봐서 일반인들을 테멜 공간에서 머물게 하고 변화를 살펴야지. 뭐 못된 놈들 몇 잡아다가 실험을 해 보면 되겠지. 죽기 전에 좋은 일이나 하고 가라고 말이야."

"왜? 그냥 잡아다 일이나 시키지? 노동력은 중요한 거라고."

"어리가 있는데 무슨 일을 시켜?"

"응? 그런가?"

자넷은 테멜 공간 안에서는 거의 만능인 어리를 생각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둘이서 뭔 이야기를 그렇게 합니까? 저기 초소가 보이는구만."

떡배가 그런 두 사람에게 군인들의 경계 초소가 보인다고 알렸다. 울창한 밀림, 그 곳에 땜빵처럼 나 있는 공터에 태국 군인들이 지키는 초소가 하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기가 설마 몬스터 영역 방어선 본부는 아니겠죠?"

김형일이 지도를 펼치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도에서 가리키고 있는 본부 건물이 있어야 할 자리가 분명한데 보이는 것은 서른 명 정도 들어가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건물이 전부인 것이다.

일행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번 세진 일행이 찾은 Na yoi국립공원의 몬스터 영역에선 하누만이 몬스터로 등장한다.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가 어찌 태국까지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태국 인근의 여러 나라들에는 인도의 라마야나가 신화처럼 변해서 각 지역별로 조금씩 변형되어 전해진다.

그런데 그 라마야니의 태국판 이야기가 라마키안이다. 그 라마키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존재가 중에 하나가 하누만이라는 원숭이 장군이다. 인간의 몸에 원숭이 얼굴에 꼬리를 하고 있다는 하누만은 지역에 따라서는 하급 신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태국의 이야기 속에는 장군으로 등장을 해서 못된 적국의 왕을 농락하는 모습으로 등장을 한다.

하누만은 또한 서유기로 보면 제천대성, 즉 손오공과 비교하면 딱 맞은 존재다. 그런 하누만이 세진 일행을 맞이했다.

"저거 손오공이잖아."

"근두운 없는데요. 형님."

"딱 봐봐. 머리에 금태 둘렀는데?"

"그건 그냥 문양입니다. 그리고 무기도 여의봉이 아니라 만도처럼 생겼습니다만."

선도일이 형일과 떡배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즈음 까똑을 버린 선도일은 될 수 있으면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물론 썰렁하게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선도일의 묘한 대인기피 증을 아는 어리 공방 식구들은 그러려니 하고 이해를 해 주는 편이다.

"뭐해? 어서 가서 잡아! 김형일이 너 놀지? 선도일 안 뛰어? 정진이 넌 뭐야? 어디서 깔끔을 떨어? 안 가?"

자넷이 버럭 고함을 지른다.

평소에는 세진 이외의 사람들에겐 참 순한 사람인데 훈련을 할 때엔 사람이 변하는데 실제 상황에서도 변신을 하는 모양이라고 김혜인이 살짝 투걸거렸다.

"넌 뭐해? 안 잡아? 움직이는 거 방해라고 해야 할 거 아냐? 놀아? 응? 놀아?"

"아, 아뇨. 해요. 한다고요."

김혜인은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든 자넷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 정신 집중을 한다.

"으라차차!"

떡배는 알아서 긴다. 벌써부터 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하누만은 3등급이다. 이전에도 한 번 상대를 했었다. 우렁각시를 상대하기 위해서 들어갔던 이면 공간에서 3등급 우렁각시를 제법 잡아 봤던 일행이다. 거기다가 그 사이에 자넷에게 당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사실 하누만 한 마리 정도는 그리 문제도 되지 않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자넷이 훈련을 시킨다고 이들이 입을 갑옷을 모두 빼앗아버렸다는데 있다.

그러니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다친다고 해도 금방 회복이 되긴 하겠지만 그게 또 후환이 두렵다. 기껏 훈련을 시켰더니 그 정도에 상처를 입었느니 어쩌니 하면서 죽도록 잔소리를 하면서 훈련장을 피바다로 만들 자넷이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리 공방 식구들 모두가 바짝 긴장을 하고 하누만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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