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18화 (118/298)

< -- 덩치를 키워야겠어. 덩치를. -- >

세진은 급하게 특임대원들을 모아서 레트시 밖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 꼭 직접 가셔야 겠어요?

어깨에 앉은 어리 날도마뱀이 싫은 소리를 한다. = 아니 부하들 줄줄이 만들어 놨으면 부하들 시키면 되지 뭐하러 직접 가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구요.

세진은 자신에게만 들리는 어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묵묵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의 곁에는 게슈너 상점 경비대의 특임대 25명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특임대는 기본적으로 익스퍼트의 벽을 깬 이들 중에서만 선발해서 지원을 받는다. 그러니 지금 세진을 포함해서 26명의 익스퍼트 실력자들이 밤의 어둠을 등에 지고 달리고 있는 것이다.

= 그런데 어쩌시려고 그래요? 라하가 왔다면서요? 라하라면 마스터잖아요. 그것도  타지난의 숨겨진 칼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력이 뛰어난 인물이라면서요? 이 정도 인원으로 상대가 될까요?

'넌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 나도 이젠 익스퍼트 최상급이다. 거기다가 비기를 사용하면 마스터에 근접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그것도 육체 능력이 그런 거다. 거기에 디버프까지 포함하면 라하? 상대 못할 것도 없다. 그리고 네 말대로 라하가 등장을 했으니까 내가 직접 가는 거야. 아니면 특임대가 해결을 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라하가 있으면 특임대의 손실이 클 거야. 아니 손실이 큰 것을 떠나서 실패할 확률도 높지. 내가 직접 가는 것이 최선이야.'

세진은 어리에게만 들리도록 목소리를 낮춰서 이야기했다.

사실 이번 출동은 즉흥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나마 특임대가 출동한 것은 테멜을 이용해서 완전히 숨겼으니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정말 곤란했을 것이다.

지금도 특임대들은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자넷이 나서서 통제를 하고 있으니 특임대가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세진은 특임대를 모은 후에 테멜에 넣은 후에 다시 날도마뱀 안으로 들어가서 어리의 도움으로 레트시를 벗어났다.

그러니 당연히 레트시에서 게슈너나 그의 특임대가 움직인 것을 알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레트시를 벗어나서 목표물인 라하가 있는 곳 근처에 와서 모두를 테멜에서 나오게 하고, 이제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하는 순간인 것이다.

"저기, 저 오두막이다. 저곳에 있는 모두를 제압한다. 제압이 어렵거나 혹은 반항이 거칠면 죽여라!"

세진은 제일 앞에서 달려가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었는지 오두막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원이 20명 가까이 되었고, 그 중에 온 몸을 천으로 둘둘 말고 있는 라하가 있었다.

타지난의 측근인 몇몇은 저렇게 온 몸을 천으로 감싸는 것으로 서로의 유대감을 높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마치 그런 모양을 일종의 유니폼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다. 세진은 달려가면서 곧바로 라하에게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주입했다.

초록색 몬스터를 사냥한 이후에 절치부심해서 능력을 키운 디버프 기반 에테르는 어렵지 않게 라하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마스터는 역시 마스터, 라하는 뭔가 이상을 느꼈던지 몸 안의 생체 에테르를 거세게 활성화 시켰다. 이전 같았으면 라하의 그런 대처에 세진의 디버프 에테르가 무력화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진의 디버프 에테르는 이전과 사뭇 다르게 성장해 있었다.

라하는 뭔가 거부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결국 디버프 에테르를 가려내지 못했다.

"쳐랏!"

"죽여!"

특임대가 용감하게 라하의 부하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리고 라하의 부하들 역시 사뭇 거칠게 특임대를 향해 달려 나왔다.  세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라하의 부하 하나를 슬쩍 피하면서 특임대에게 맡겨 버렸다. 세진의 목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라하였던 것이다.

라하 역시 검이 타오르는 세진을 자신의 상대로 점찍었는지 검을 하나 꺼내들고 세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어리석은 놈. 겨우 익스퍼트 최상급 정도의 실력으로 내게 도전을 해?"

"지랄!"

세진은 거드름을 피우는 라하의 몸 안에서 디버프를 발동시키면서 동시에 검을 휘둘러 라하를 공격해 들어갔다.

"윽, 이건?"

"병신!"

세진은 라하가 놀라 뒷걸음을 치면서 의문을 드러내는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짧게 대꾸를 하고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공격을 이어갔다. 라하는 몸 안에서 들끓는 에테르 때문에 쉽게 기술을 펼치지 못했다.

"디버프!"

"차앗!"

라하가 뭐라고 하건 세진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놈이 정신을 차리고 대처하기 시작하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콰과과과곽! 카가강! 투우우우웅!

라하와 세진이 서로 검을 부딪히거나 혹은 손과 발, 다리와 팔이 맞부딪힐 때마다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못해도 최상급 익스퍼트의 기세가 서로 맞물리고 있으니 그 충돌이 있을 때마다 에테르들이 파편이 되어서 퍼지는 것이다.

이런 탓에 등급이 높은 몬스터들과 싸우는 근처에 일반인이나 초급 헌터들이 있다가는 이유도 모르고 비명횡사를 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흐아아아압!"

라하는 마스터였다. 그런 그가 디버프를 모를 수가 없고 또 디버프에서 벗어나는 수단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하단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당연히 라하는 자신이 디버프에 걸렸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세진의 공격 범위를 벗어나 한참 거리를 벌리며 스스로 몸 안의 에테르들을 급격하게 끌어 올려 디버프 에테르를 포함한 에테르를 체외로 배출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에테르를 막기 위한 생체 에테르 방어를 굳건하게 했다.

이로서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는 좀처럼 라하의 체내로 들어가기 어려워졌다.

세진도 그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역시 마스터는 마스터란 말이지?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막을 수 있는 이런 수단이 있었어? 이런 건 왜 진작 알지 못했지? 에텔론 상점에서도 이런 기술은 팔지 않는 것 같던데?'

세진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계속 라하를 몰아붙이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여유를 주면 줄수록 곤란해지는 것은 자신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래도 라하와 세진이 서로 어쩌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짧은 시간에 특임대들을 벌써 라하의 부하들 몇을 땅바닥에 눕혀놓고 있었다.

시간만 끌 수 있다면 어쩌면 라하를 협공할 가능성도 생기는 것이다.

"너! 게슈너로군."

라하가 세진을 검 끝으로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개소리 말고 죽어!"

세진은 라하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본 것에 놀랐지만 어차피 이곳에 있던 이들을 살려 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모두 죽은 후에는 세진의 정체를 알았거나 몰랐거나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리, 날도마뱀은 지금도 최대한 주변을 정찰하면서 숨어 있는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즉 이곳에서 살아 나가는 사람들이 없다록 경계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세진의 어깨에는 싸움이 벌어지기 전까지 함께 있던 날도마뱀이 없는 것이다. 특임대 대원들이야 게슈너가 그 날도마뱀을 행운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알고 있으니 어디 안전한 나뭇가지 위에 올려 놓았겠거니 하고 있을 것이다.

카가가가강!

세진의 검과 라하의 검이 서로 맞물렸다. 라하가 의도적으로 세진의 검을 쳐내지 않고 검을 맞붙이게 만든 것이다.

"크흐흐. 무슨 이유로 나를 공격했는지 모르지만 넌 실수한 거다. 하긴 어차피 우리도 너를 고깝게 보고 있긴 했지. 에테르 수련법을 훔쳐서 아주 배를 크게 불렸더군. 크하하."

세진은 에테르 수련법이 마치 제 것인양 하는 라하의 말에 속에서 울화가 솟았다. 하지만 실력으로 따지면 라하가 세진보다 한 수 위다.

그나마 처음 디버프에 당하고, 지금도 디버프를 방어하기 위해서 에테르를 분산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세진이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세진의 검은 반토막이 났을 것이다.

카가가가각. 세진의 검을 타고 흐르는 라하의 검이 세진의 검에서 쇳가루를 만들어 냈다. 검에 맺힌 에테르의 위력에서 밀리는 것이다.

"제법이다. 하지만 익스퍼트와 마스터 사이에는 넘지 못할 벽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크하합!"

카르르르륵!

"엇!"

세진은 라하의 검이 자신의 검을 깊게 파고들어 세로로 갈라 오는 것을 보고 기겁하며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라하의 검은 세진의 검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세진이 많이 물러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어쩐지 세진의 검을 라하의 검이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검이 갈라지고 나면 그 다음은 네 얼굴에서 튀어나온 부분부터 조금씩 저며 주마."

라하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세진을 자극했다. 하지만 아직 라하가 안심하기엔 세진이 준비한 것이 너무 많았다.

펑!

"읏?!"

순간적으로 라하와 세진 사이에서 밝은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세진이 익힌 새로운 에테르 운용법이으로 마법진에서 배운 것이었다. 공격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에테르를 이용해서 빛의 폭발을 일으키는 용도지만 지금처럼 궁지에 몰렸을 때에는 요긴 할 것 같아서 숙련도를 높여 두었던 기술이었다.

"어엇!"

빛의 폭발 때문에 물러났던 라하가 갑자기 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가 벗어난 자리에서 에테르 붐이 폭발했다.

콰광!

"빌어먹을 놈이!"

라하가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세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가 속도를 내기 전에 그의 앞에는 투명한 에테르 방패가 만들어졌다.

"이런 조잡한 기술 따위!"

라하는 검을 휘둘러서 에테르 방패를 부셔버렸다. 하지만 에테르 방패는 그가 검을 휘두른 직후 또다시 나타나 앞을 막았다. 그러면서 주변에는 또 다시 에테르들이 배열되면서 위험한 기운을 풍겼다.

라하는 다시 훌쩍 물러나 거리를 벌려야 했다. 세진에게 다가갈 길은 에테르 방패에 막혀 있는 상태에서 에테르 붐을 피하는 길은 뒤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콰과광!

이번에는 조금 여유있게 에테르 붐을 피한 라하는 세진이 조잡한 정신 능력으로 자신을 우롱한다고 생각하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그는 곧바로 검에 에테르를 가득 집중시켰다. 이전에 세진과 싸울 때에 검에 깃들었 던 기운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기운이 라하의 검에 맺혔다.

'빌어먹을 검강이다.'

사실 이곳 표현으로는 마스터 에테르 블레이드가 정확한 표현이고, 세진의 검에 깃든 기운은 익스퍼트 에테르 블레이드라고 부른다.

다만 세진이 지구의 무협 식으로 마스터의 에테르 블레이드를 검강이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콰콰콰콰콰콰쾅!

라하가 세진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두르고, 세진은 뒤로 물러나면서 끊임없이 에테르 방패를 만들어 냈다.

라하의 검은 그렇게 생성된 세진의 에테르 방패를 쉬지도 않고 터트리며 세진에게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가 다시 라하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라하가 세진과 대등하게 싸워야 했던 이유가 뭐였던가, 그의 에테르를 분산해서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방어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런데 마스터 에테르 블레이드를 펼치느라 생체 에테르 방어를 잠시 소홀히 했다. 완전히 중지한 것은 아니지만 방비가 허술해지니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가 라하의 체내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상황을 라하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마스터 블레이드를 끌어올리느라 몸안의 체내 에테르를 모두 움직이고 있었기에 온 몸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감지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세진은 이전과 달리 디버프 기반 에테르로 디버프를 실행하지 않고 라하의 몸 여기저기에 에테르를 뭉쳐 놓았다.

아직까지 내보이지 않았던 디버품을 사용할 생각인 것이다.

"크하하하 죽어라!"

그 동안에 라하는 세진과의 거리를 가깝게 줄이는데 성공했다. 차근차근 세진의 에 테르 방패를 박살내며 거리를 좁히더니 결국 검이 닿을 거리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라하는 세진이 몸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막을 수는 있겠지만 막아봐야 마스터 블레이드에 검이 잘려 나갈 터였다. 라하는 게슈너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팔다리를 잘라내고 생포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습격의 이유도 이유지만 게슈너란 놈이 가지고 있는 여러 기술들은 참으로 욕심나는 것들이었다.

"흐흐흐."

그 생각을 하면 라하는 절로 웃음이 났다.

물론 그걸 보는 세진은 라하가 미친 것이 아닌가 살짝 의심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동상이몽의 상황에서 세진의 준비가 빛을 발했다.

라하가 끊어 놓으려던 세진의 팔다리 대신에 라하의 팔다리 관절에서 에테르가 폭발하며 엄청난 상처를 만든 것이다.

푸확! 푸확! 푸화확!

"커억, 이, 이게?"

"나중에 설명을 해 줄게."

세진은 손에서 검을 떨어뜨리며 고꾸라지는 라하에게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에테르 코어를 갈아 넣어서 만든 검날들을 꺼냈다. 알프론에게 배워 더 발전시킨 못질을 다시 써먹을 기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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