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10화 (110/298)

< -- 초록색 등급 사냥, 습격자? -- >

초록색 등급의 몬스터.

게슈너, 세진은 사냥을 앞두고 긴장으로 몸이 살짝 굳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 사냥 목표로 삼은 몬스터는 헤드로스, 인간형 몬스터로 헌터들 사이에선 어깨덩치 몬스터라 부른다.

사실 인간형이라고 하지만 딱 보면 절대 인간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모양으로 생겼다.

"어깨가 일직선. 어깨와 어깨를 수평으로 이어 놓은 선."

게슈너가 목표를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어깨덩치는 목도 없고 머리도 없다. 어깨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수평선 위에 아무것 도 없는 모습인 것이다.

거기에 몸통에도 이목구비가 없다. 귀, 눈, 입, 코가 없다는 말이다.

"조심해야 합니다. 저 놈은 눈이나 귀로 사물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360도 사방을 모두 한꺼번에 살필 수 있는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위치에 서 있더라도 놈이 게슈너님을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뒤로 돌아간다고 놈의 시야에서 벗어났다는 그런 식의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알았다. 쉽다. 어깨덩치 온 몸에 눈이 달렸다고 여긴다."

"아,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딱 맞습니다."

"그럼 간다."

"조심하십시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뛰어들겠지만 그래도 만일은 모르는 일이니 말입니다."

게슈너는 뒤돌아보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며 창과 방패를 들고 어깨덩치, 헤드로스를 향해 걸었다. 쿵쿵쿵쿵쿵!

게슈너을 발견한 순간 헤드로스가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연속으로 두드리며 분노를 효했다.

자신이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에 대한 적대감의 표현인 것이다.

검은색과 녹색으로 이루어진 헤드로스의 짧은 털들이 올올이 일어서면서 헤드로스의 기분을 대변한다. 파파파파팍!

헤드로스는 곧바로 게슈너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몇 걸음 떼기 전에 비틀거리면 균형을 잃고 쓰러질 뻔 한다. 헤드로스의 몸 안에서 디버프가 발동된 것이다.

'빨라. 속도가 빨라서 디버프가 약하게 들어갔다.'

세진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다시 디버프를 걸다간 그 전에 놈에게 한 방 맞을 확률이 높았다.

'에테르 방패!'

쾅!

잠깐 멈칫하던 헤드로스가 다시 돌격을 하는 순간 두어 걸음 이동하고는 다시 순간적으로 생성된 세진의 에테르 방패에 부딪히고 한 걸음 다시 밀려난다.

워낙 순간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진 방패라 헤드로스도 미처 피하지 못하고 힘껏 부딪힌 것이다.

노란색 등급의 특별한 장비를 착용한 세진의 에테르 방패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런 방패를 무방비로 충돌한 헤드로스는 충격 때문인지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 보였다.

세진은 그 사이에 다시 헤드로스의 체내에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밀어 넣고 이었다.

'디버품은 쓸 수가 없지. 주크의 눈도 있는데 여기서 디버품을 썼다간 독립군에 있는 놈들에게 의심의 여지를 줄 수도 있어. 후안과 그 패거리를 내가 처리한 방법은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을 테니까.'

세진은 그런 이유로 디버품은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 이전에 상인 연합의 리더에게 한 번 쓰고 난 후에도 조심성이 없었다고 후회를 했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혼자 있는 사냥터에서만 디버품을 연습하고 있었다.

게슈너는 다시 뒤로 물러서며 헤드로스와 거리를 벌렸다.

그런 게슈너를 쫓아 오던 헤드로스는 다시 발동된 디버프에 온 몸을 떨면서 고통스러워했고, 그런 헤드로스의 몸 주변에 어마어마한 에테르가 모이더니 헤드로스를 감싸고 새하얀 번개를 줄기줄기 뻗어 냈다. 파지지 파지직 파직, 파지지직!

헤드로는 자신의 몸을 두드리거나 혹은 주변의 사물과 마찰이나 충돌을 일으켜서 소리를 낼 뿐, 그 자체의 발성기관이 없다. 그럼에도 헤드로스의 괴로움이 대기를 타고 전해진다. 헤드로스의 생체 에테르가 번개를 맞은 충격에 흩어지는 것이다.

세진은 그 느낌으로 헤드로스가 얼마나 강한 몬스터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헤드로스가 비록 세진의 공격에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고 저렇게 당하고 있지만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라면 견디기 어려웠을 디버프와 에테르 붐에도 아직은 굳건하게 상태를 유지하면서 어마어마한 생체 에테르를 뿜어내며 세진의 공격을 어떻게든 극복하려 하고 있었다.

세진의 디버프와 번개 에테르 붐으로 인한 충격을 생체 에테르를 뿜어내는 것으로 털어 내고 있는 것이다.

세진은 바짝 긴장하며 헤드로스의 다음 움직임을 대비했다.

그런 세진의 등 뒤로 다섯 개의 에테르 랜스가 떠올랐다.

일단 발동을 시켜 놓으면 발사하는 데에는 거의 시간이 필요치 않고, 그 즉시 다른 능력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견재용으로 세진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헤드로스가 두 주먹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더니 허리를 굽히고 힘껏 바닥을 친다.

"헛! 벌써!"

세은 그 순간 에테르 랜스를 헤드로스에게 날리고는 전면에 에테르 방패를 최대한  겹겹이 중첩시켰다.

콰콰콰콰쾅!

파삭, 파삭, 파삭, 파드득.

세진이 준비했던 랜스들의 헤드로스의 몸을 두드렸지만 그 때는 이미 헤드로스가 두 팔로 땅을 두드린 힘과 두 다리의 탄력을 이용해서 직선으로 몸을 날린 후였다.

곧바로 세진에게 돌격을 한 것이다.

헤드로스의 키는 2미터가 넘는다. 거기다가 머리가 없는 키라서 생각보다 체격이 거대하다. 그런 몸체로 일체의 잔재주 없이 힘으로 밀어 붙이는 공격이 바로 헤드로스가 지금 하고 있는 공격이다.

헤드로스의 덩치 때문에 크게 빠르지 않은 것 같지만 잠깐 방심하면 헤드로스의 차징에 피떡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거기다가 헤드로스는 땅에 닿을 듯이 날아오는 몸뚱이를 중간에 방향전환까지 할 수 있다. 팔로 대지를 긁어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데 심지어는 세 번 연속으로 방향을 틀기도 한다고 피시지가 설명을 해 줬었다. 그야말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가까이 올 때까지 버티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몸을 피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들은 세진이었다.

네 겹이나 펼쳐 놓았던 에테르 방패가 차와 충돌한 유리창처럼 박살이 났다.

덕분에 약간이지만 헤드로스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이 때다!'

세진은 헤드로스와의 거리를 재고 있다가 순간 몸을 오른쪽으로 날렸다. 최대한 멀어져야 한다. 헤드로스가 방향을 바꾸고, 거기에 팔을 뻗어도 닿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야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다.

헤드로스의 몸뚱이와 가까우면 자유로운 헤드로스의 팔이나 손에 공격을 받는다. 그것도 체중이 온전히 실린 공격일 것이다. 기묘한 감각을 지닌 헤드로스의 또 다른 특기가 자신이 가진 힘을 한 점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 커다란 몸에서 나오는 힘을 주먹 하나, 심지어는 손가락 하나에도 모두  싣는 것이 가능하다는 녀석이 헤드로스인 것이다.

"으흣, 피, 했다."

콰과과과곽!

세진은 간신히 헤드로스의 공격을 피했고, 그와 동시에 헤드로스는 세진의 옆으로 한창 밀려가며 땅을 긁었다. 헤드로스가 세진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두 다리와 팔을 모두 사용해서 땅을 긁으며 제동을 건 것이다.

"늦었다."

세진은 다시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헤드로스의 몸에 몰아넣고 디버프를 발동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번개 에테르 붐을 헤드로스에게 선사했다.

파지지지작! 파작 파작!

디버프와 에테르 붐 콤보에 헤드로스가 몸을 부들부들 떤다.

세진은 다시 헤드로스와의 거리를 벌린다. 그는 이번 첫 사냥에선 철저하게 원거리에서 헤드로스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안전하기로 따지면 그것이 제일이었다. 이후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면 헤드로스를 근접 공격으로 잡는 것도 시도를 하겠지만 첫 사냥부터 무리를 할 이유는 없었다.

세진과 헤드로스의 접전은 이후로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헤드로스가 위험할 때에는 그것의 몸이 땅에 닿지 않은 상태일 때였다. 그 때에만 헤드로스가 제 몸의 모든 힘을 한 곳에 집중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땅에 발이나 다른 신체가 닿아 있을 때에는 그 부분으로 힘이 분산되기 때문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아려져 있습니다. 무조건 신체 모두가 허공에 떠 있는 상태일 때에만 헤드로스의 가장 강력한 공격이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헤드로스는 초록색 등급 중에서도 최상급이 되어야 했을 겁니다."

피시지는 그렇게 헤드로스의 무서움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세진은 그 말을 듣고 헤드로스의 공격을 갑옷 위로 한 번 경험해 보겠다는 결심을 살포시 접었다. 누가 뭐래도 안전이 최고인 것이다. 게슈너의 사냥은 함께 온 피시지 일행이나 주크 일행들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겨우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을 지닌 게슈너가 초록색 등급의 헤드로스를 홀로 사냥하는 것이다. 그것도 전혀 피해도 입지 않고 심지어는 헤드로스가 게슈너에게 단 한 번의 공격도 성공시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슈너는 통상, 헤드로스 한 마리를 잡을 때에 서너 번 정도 헤드로스와 직접 충돌을 했는데 그런 때에도 언제나 그 힘을 흘려서 심각한 상처를 입는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약간의 상처는 회복 캡슐의 도움으로 곧바로 회복하니 게슈너는 실질적으로는 홀로 헤드로스를 무난하고 사냥하고 있는 셈이었다.

"정신 능력과 육체 능력을 아주 적절하게 쓰고 있군."

"주크님. 저희가 보기엔 정신 능력을 주로 쓰는 것 같은데요? 육체 능력은 거의 쓰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바보같은 소리. 꼭 공격을 할 때에만 육체 능력을 쓰다고 생각하나? 봐라 저렇게 헤드로스의 차징을 피하는 것이 일반 헌터가 가능할 것 같으냐? 저 정도 순발력과 속도를 지니려면 못해도 익스퍼트는 되어야 한다. 그러니 게슈너는 육체 능력도 익스퍼트는 된다고 봐야지."

"아, 그렇군요. 그런데도 저렇게 철저하게 원거리 사냥을 고집하는 것은 그가 엄청나게 조심스럽기 때문입니까?"

"멍청한 소리. 저건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거다. 나라도 저렇게 사냥을 할 수 있으면 저렇게 한다. 쉬지도 않고 연속으로 사냥을 하고 있다. 상처도 거의 없어서 금방금방 회복이 된다. 거기다가 저 방어구와 무기는 뭔가 특별한 것 같다."

"그렇습니다. 저건 저희가 입고 있는 것과는 좀 달라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게슈너의 에테르 회복이 엄청나게 빠르다는 거."

"그렇군요. 계속 이어지는 사냥을 생각하면 게슈너의 에테르 회복 능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의 에테르 수련법이 에테르 회복력을 올려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저 정도는 아니지. 그렇다는 말은 게슈너의 갑옷이 수련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게 만들어진 것은 에테르 회복량도 늘려준다고 볼 수 있겠지."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주크님."

"잘 관찰해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전투 시간, 유형, 휴식시간, 사냥 간격 등등 모두."

"알겠습니다. 주크님."

펄커스 트라이브의 유저 헌터들과 얼마간 거리를 두고 게슈너를 따라 온 주크 일행은 게슈너의 사냥 모습을 보면서 이런 저런 분석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피시지가 데리고 온 펄커스 트라이브 소속의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라훌 헌터들에 비해서 편하게 툴틱을 통해서 게슈너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주크와 펄커스 프라이브 사람들 이외에도 좀 더 떨어진 곳에는 일군의 사람들이 게슈너와 라훌 헌터, 유저 헌터들 모두 시야에 넣고 감시를 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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