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슈너 한 발 또 한 발 전진한다. -- >
노란색 등급의 갑옷을 입고 사냥을 나온 게슈너는 그야말로 몬스터들을 학살하며 돌아다녔다.
노란색 등급의 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같은 노란색 등급이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그 속도가 무척 빨랐다.
'화이트 코어를 이용해서 최고 품질로 만든 방어구들이 이런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게슈너의 몸을 하고 있는 세진은 정말 놀라고 있었다.
화이트 코어를 이용해서 방어구를 만들었더니 에테르 보충이 평소의 다섯 배 정도는 빠르게 되었다. 그야말로 적당히 써서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가진 것처럼 에테르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체내의 에테르 회복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게슈너가 사용하는 여 러 기술들의 위력에도 영향을 줬다. 물론 디버프처럼 에테르의 성질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경우에는 별 영향이 없었지만 에테르 자체를 거의 그대로 가공해서 사용하는 다른 정신 능력 기술은 50% 가까운 위력 향상이 있었다.
그러니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라고 해도, 벌써 익스퍼트의 경지에 이른 게슈너의 정신 능력 앞에서 빠른 속도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란색 중급까진 정말 무난하게 사냥이 가능하다. 그럼 이제 상급을 잡아보고, 그 다음에 초록색 등급에 도전을 해 봐야 하는데, 초록색은 아무래도 혼자서 연습을 할 수는 없으니 사람들을 구해 봐야 하나?'
세진은 자신의 능력으로 노락색 등급 까지는 충분히 사냥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초록색 등급을 잡을 수만 있다면 지구에서 도망쳐야 했던 우두머리 우렁각시도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게 되리라.
그리 생각하면서 세진은 오랜만에 나온 사냥에서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풀었다.
만약 그 모습을 다른 헌터들이 봤다면 무척 놀랐을 테지만, 게슈너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감시하는 어리의 존재 덕분에 다른 헌터들에게 들키지 않고 혼자만의 사냥을 즐길 수 있었다. 노락색 등급의 에테르 가드와 웨폰이 출시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게슈너의 상품을 에테르 가드와 웨폰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에테르 코어를 소비해서 작동하는 까닭에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에테르 가드와 웨폰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기본적으로 방어력이 월등하게 상승한다는 면에서는 유저 헌터나 라훌 헌터나 모두가 열광하는 장점이었다. 하지만 유저 헌터들은 에테르 회복에 보너스를 별로 받지 못하는 반면 라훌 헌터들은 에테르 회복에 효과가 컸다. 더구나 유저 헌터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련 효과란 것이 라훌족에겐 부수 효과로 따라 붙었다.
수련을 통해서 에테르의 총량을 늘려야 하는 라훌족에게 에테르 가드는 엄청난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이러니 라훌족 헌터들이라면 누구라도 에테르 가드를 먼저 구하기 위해서 가진 재산을 털었다.
하지만 웨폰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유저 헌터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무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에테르에 헌터들의 기운을 더해서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으니 방어력이 뛰어난 탱커만 제대로 있으면 조금 실력이 떨어지는 헌터들이라도 충분히 데미지 딜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빠르게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레트시를 중심으로 급격한 몬스터 사냥이 이루어졌고, 또한 주변 다른 도시에서도 헌터들의 유입이 늘어났다.
레트시는 다른 어떤 도시보다 많은 헌터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게슈너 상점이 있었다.
"비싸, 비싸다고."
"뭐가 비싸? 붉은 색이 100, 주황색이 1만, 그럼 노란색은 100만이 맞잖아."
"아무리 그래도 노란색 등급 장비를 다 맞추는데 6백만은 너무 심하잖아. 그게 어디 가능이나 한 액수냐고. 지금 모두들 원성이 장난 아니라고."
자넷이 게슈너에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대들고 있었다.
그 이유는 노란색 등급의 에테르 가드와 웨폰의 가격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잘 팔리고 있는데 왜 그래?"
"너, 아주 독이 올랐구나? 그렇게 벌어서 어디 쓰려고 그러는 건데? 이제 초록색 등급 만들면 그거 가격이 1억 에텔론이야. 그 다음에는 100억이고, 그 다음엔 1조 에텔론. 우와 아주 그냥 행성 하나를 사라 사. 응? 너,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초록색은 아직 만들지도 못하거든? 솔직히 그거 만들 가능성이나 있을까 모르겠다. 그러니까 1억 에텔론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마."
"너 지금까지 벌어들인 에텔론이 이미 1억에 가깝거든? 하지만 이젠 노란색 등급이 잘 안 팔리고 있단 말이다. 너무 비싸서 살 사람이 없다는 소리지."
"그래? 벌써?"
"그렇다고. 이 웬수야. 니가 너무 비싸게 가격을 정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잖아. 물건이 쌓이고 재고가 되는 꼴은 절대 볼 수 없단 말이야."
"그렇다고 헐값에 팔 수는 없지. 안 될 말이야."
"야, 고집 그만 부리고 좀 깎자. 응? 절반, 딱 절반으로 깎으면 안 될까?"
"하긴 좀 비싸긴 하지? 노란색 테멜 코어가 값이 얼마지?"
세진도 슬그머니 자신이 너무 비싸게 팔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요즘 좀 올라서 15만 에텔론 정도 하지."
"그걸로 만든 물건이 100만이면 좀 비싼가?"
"야, 그거 하나로 한 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몇 벌은 만드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폭리도 그런 폭리가 없는 거지."
"그래도 주황색 까지는 별 말이 없었는데 말이지."
"그거야 주황색 등급 화이트 코어가 1만 언저리에서 거래가 되었으니 그렇지. 그걸 생각하면 너 노란색 등급도 15만 정도에서 팔았어야 했다고. 그걸 어떻게 등급별로 100배씩 올랐다고 우겨서 100만을 받았던 거잖아. 그게 될 법이나 한 짓이라고 생각 하냐?"
"그래도 잘 팔렸잖아. 약 20세트 정도 나가지 않았어? 그 정도면 많이 나간 거지. 만들기도 어려운 물건이라고 하면 뭐, 그 정도만 팔려도 수지맞는 장사 아니겠어?"
"야, 게슈너. 그러지 말로 딱 깎자. 생각해 보니까 절반도 안 되겠다. 그래 20만 에텔론. 그 가격으로 할인을 하자."
"이유를 뭐라고 하고? 지금까지 판 것도 있는데, 그 사람들 물어 달라고 하면 어쩌려고?"
어느 정도 고객을 이해시킬 수만 있다면 깎아서 파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세진이다. 아예 안 팔리는 것 보다야 싸게 많이 파는 쪽이 좋은 것이다. 괜히 박리다매란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신기술 개발, 뭐 그런 걸로 하자. 노란색 등급을 만드는데 실패 확률이 아주 높았는데 이번에 새로운 기술 개발로 그 확률이 확 줄어 든 거지. 그래서 가격을 낮추기로 한 거야. 어때?"
"그게 나쁘진 않은데, 먼저 산 사람들은 어쩌냐고."
"보상 판매 하는 거지. 이미 구입했던 사람들에겐 열 개 정도를 싸게 파는 거야. 15만 정도에 파는 거지. 그럼 손해를 좀 본다 싶어도 수긍을 하지 않을까? 지들이 사서 팔아도 50만 정도는 남겨 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래?"
"야, 그렇게라도 해야지 팔리지. 이래서는 정말 물건 만들어 놓고 손가락 빨게 생겼다고. 응? 낮추자. 가격."
= 저도 자넷님 생각에 한 표! 너무 비싸게 판다 싶었어요. 저도.
게슈너의 어깨에 엎어져 있던 날도마뱀이 고개를 들고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하더니 한 소리 한다.
"그거 주크가 주문한 건 그대로 받은 다음에 하면 안 되겠지? 그럼 주크가 엄청 화를 내겠지?"
게슈너가 슬쩍 자넷의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그렇게 되지. 지금은 좀 더 그 집단의 신뢰를 쌓아야 할 때라고. 그래야 집행부에 들어갈 수가 있지."
자넷이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눈을 부라린다.
주크는 게슈너에게 남모르게 에테르 가드를 주문해서 수령해가고 있었다. 사실 외부로 팔린 20세트의 에테르 가드 말고도 주크에게 따로 건넨 것이 다섯 세트나 된다. 주크 혼자서 3천만 에텔론 어치를 구매한 것이다.
세진은 그것들이 모두 주크가 속해있는 라훌 독립군이란 조직으로 흘러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주크는 다섯 세트를 더 주문해 놓은 상태였다. 그걸 3천만 에텔론에 팔고 난 이후부터 개당 20만으로 깎아서 팔면 주크가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올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지금까지 세진이 라훌 독립군에 쌓았던 공적도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래. 집행부. 그 놈의 집행부에 한 번 들어 보려고 출혈이 너무 심해."
하지만 눈 뜨고 거금을 날리게 생긴 세진의 속이 편하지는 않았다.
"출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겨우 물건을 먼저 배당해 주거 비밀리에 건넨 정도로 출혈은 무슨, 너 대금은 한 푼도 안깎아주고 다 받았잖아."
"그게 아니지. 내가 전해주는 에테르 가드로 녀석들 실력이 일취월장 할 거 아니냐고. 적을 강하게 만드는 짓을 하고 있으니 이게 출혈이 아니면 뭐냐?"
"다 죽일 것도 아니잖아. 그 때 그 일에 관여했던 놈들만 죽여야지. 15인 위원회를 살펴보고 정리할 범위를 정할 거라며?"
"그야 그렇지만."
세진과 자넷은 그 동안 파악한 라훌 독립군의 조직도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크를 통해서 아름아름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라훌 독립군은 몇 개의 조직이 모여서 뭉쳐 있는 조직이었다.
그 때문에 각각의 조직들이 개별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모든 것이 라훌족의 영광을 위한 것이란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어서 서로의 활동이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단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세진이 복수를 하려는 대상을 특정 짓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라훌 독립군 전체를 적으로 삼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것이 자넷의 의견이었고, 세진도 일단은 라훌 독립군의 조직을 확실하게 파악을 한 후에 어느 선까지 복수를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하고 정보 수집에 집중하고 있었다.
세진과 자넷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라훌 독립군의 최상층에는 3인의 설립자가 있다고 했다. 그들이 일종의 세 개의 파벌을 이루며 라훌 독립군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파벌 안에도 또 작은 파벌들이 여럿 있어서 15인 위원회란 것이 전체적인 조율을 맡고 있다고 했다.
"각 파벌에 다섯 명이지만, 실제론 그 각각이 또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잖아. 어떻게 생각해? 그 열다섯 중에 하나 정도는 세진이 복수를 해야 할 대상이 될 것 같은데?"
"그 하나가 될지 아니면 그 파벌 전체가 될지는 모르지."
"설마 라훌 독립군의 삼분의 일을 날려버릴 생각이야? 그러다가 복수는 해 보지도 못하고 도리에 세진이 골로 갈 수도 있어."
자넷이 세진에게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경고를 한다.
"나도 라훌 독립군 전체를 날릴 생각은 없어.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이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 하지만 각각의 행동 방식에는 차이가 있어. 과격하고 위험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내가 보기에도 라훌족에게 유익할 일을 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아."
"음.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긴 한데, 결국은 그래도 세진을 그렇게 했던 이들을 찾아서 뿌리를 뽑을 생각이지?"
"그야 당연하지. 그 놈들, 내가 생체 에테르바디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짓을 했거든. 그건 용서를 할 수가 없어. 사실 생체 에테르바디라고 생각하고 해코지를 한 거라면, 그래,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어. 진짜 목숨을 노린 것도 아니고, 유희삼아 내려온 유저 헌터에게 좀 과한 짓을 했다고 칠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 놈들도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지."
"그런데 이상하게 에테르 수련법이 어디서 나온 건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단 말이지. 분명 15인 위원회 정도면 알 것 같은데."
자넷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수수께끼 같은 상황을 되짚었다. 라훌 독립군에 어마어마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에테르 수련법을 두고 그 누구도 자신들이 그걸 알아내서 독립군에 알렸다는 소리를 하는 파벌이 없었던 것이다.
"그게 좀 이상하긴 하지. 그들 모두가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이야길 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내가 꼭대기에 있는 그 셋 중에 하나가 범인일 거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이기도 하지만."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 그 정도 위치에 있는 놈들이라면 개인적으로 운용하는 비밀 조직이 있을 거야. 아마도 나에 대한 일을 꾸미고 진행한 놈들도 거기에 속하는 놈들이겠지."
세진은 자신의 짐작을 자넷에게 털어 놓았다.
"마스터였을 거라면서? 그 정도 되는 인물이 설마 누구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을까? 그 세 수좌들도 마스터라고 했잖아."
"셋 중에 둘은 아닐 거야. 그런 자들이 직접 움직였다고 보긴 좀 무리가 있지. 하지만 셋 중에 하나완 연관이 있을 거야 분명히. 그리고 실력이 뛰어나 이들이라지만 조직 에 속하지 말란 법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