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01화 (101/298)

< -- 자넷, 자넷이 찾아왔다! -- >

세진이 사냥을 하는 이유는 수련 때문이지 에텔론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수련도 그리 길게 할 필요는 아직 없었다. 몸에 늘어나는 에테르의 총량에 맞춰서 그것을 제대로 운용할 능력만 키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본체가 익스퍼트 초반에서 중반 정도에 있었으니 그 정도까지는 게슈너로 사용하는 몸도 적응만 할 정도로 수련을 해도 되는 것이다.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수련에 필요한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사냥을 하면서 기술이 조금 더 다양해지고 기술을 사용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부수효과는 있지만 세진은 그것에 정신을 팔려서 사냥으로만 시간을 보내는 미련한 짓을 하지 않았다.

세진의 목적은 에텔론을 벌어서 본체가 안전하게 수련한 장소를 얻는 것과 라훌 독립군이란 단체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지금의 몸은 생체 에테르바디고 수련을 해도  결국 폐기를 해야 할 몸이었다. 때문에 세진은 자이언트 터틀 사냥을 계획된 시간만 하고 다시 레트시로 돌아왔다.

게슈너의 사냥은 열흘을 넘지 않는다. 게슈너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 반복된 행동으로 그렇게 믿게 된 것이다.

세진은 작업실로 돌아와 문을 닫아걸고 방어구와 무기 제작에 들어갔다.

실상 그것들을 만드는 것은 테멜의 어리다. 그리고 세진은 작업실에서 어리가 만들어낸 물건들의 마감 작업을 한다.

어리가 일부러 남겨 놓은 미흡한 부분들을 찾아서 수선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시간도 얼마 되지 않는다. 역시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작업실 주변에서 사람들의 이목이 사라지면 세진은 테멜 안으로 들어가서 에테르 로드 수련을 한다. 그 동안에 어리는 작업실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나도록 도구들을 부딪히고 움직인다.  세진은 조용한 테멜 안에서 수련을 하고, 날도마뱀 모양의 어리는 작업실에 소음을 만드는 것이다. 세진이 이곳에 작업장을 만든 이후로 계속해서 이어진 속임수다.

- 이번에는 주황색 등급을 얼마나 파실 거예요?

어리가 에테르 로드 수련을 마치고 눈을 뜨는 세진에게 묻는다.

"음, 무기와 상갑, 그리고 투구."

- 투구만 따로 1만2천 에텔론을 주고 사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갑옷을 산 사람이 투구도 사고 싶어 하겠지."

- 아 그렇군요. 탈예거란 그 사람 말이죠?

"그래. 일단 한 가지를 가지면 나머지까지 모두 채워서 세트를 완성하고 싶어 질 거야. 그래도 상갑이 가장 많이 필요하긴 하겠지."

- 무기는요? 이번에도 검이에요?

"메이스로 하자. 그것도 많이 쓰는 거니까."

- 네.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방어를 모두 착용하고 수련을 하면 확실히 효과가 좋은가요?

"그래. 그건 확실하다."

- 그렇군요. 그럼 그런 용도로 쓰기 위해서라도 방어구를 구하려는 이들이 많아질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 특히 내가 익힌 에테르 로드 수련법을 익힌 이들이라면 아주 환장을 하겠지. 그 라훌 독립군 놈들이 내게서 에테르 로드 수련법의 일부라도 얻었다면 오래지 않아서 흔적을 드러낼 거다."

- 미끼가 너무 좋기는 하죠. 에테르 로드 수련법을 익힌 사람의 성취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갑옷이라니 그걸 알기만 하면 물지 않고 버틸 수 없는 미끼죠. 에헤헤.

"나도 어서 수련을 해서 마스터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 이게 진짜 몸이 아니라도 라훌 독립군 놈들을 상대하려면 그 정도는 되야 할 것 같단 말이지. 그 때 내가 갖혀 있던 테멜 안에 있던 놈들도 분명 그 정도 수준은 되는 놈들이었을 거야."

- 그러게요. 그래도 이번에 마스터까진 되어서 돌아가야죠. 솔직히 그 이상이라도  되셨으면 좋겠지만요.

"아무리 지구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인간인 이상은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 그래야지. 시간은 많은 것을 무디게 만든다. 그래서 자꾸만 익숙한 것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지. 그러니 서둘 필요가 있어."

- 에, 어리는 잘 모르겠지만 세진님이 그러시다니까 그런 걸로 알아요. 그래도 마스터는 되셔야 해요. 그래야 지구에선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키왕짱 무징무징 짱쎈돌이가 되시는 거예요.

"쯧, 무슨 괴상한 말을. 하여간 이번엔 갑옷, 투구, 메이스만 완성된 걸로 하고, 대신에 붉은색 등급의 장비들 수를 조금 줄이자."

- 네에. 얼마나 줄여요?

"30% 정도 줄여서 예전의 70%만 가지고 가자. 주황색 등급 만드느라 붉은색 등급은 만들 여유가 없었다고 해야지. 그리고 조금씩 줄여가야지. 비싼 것을 만들어 팔아야하지 않겠냐?"

- 초보 헌터들의 원성이 자자할 텐데요?

"이미 내 장비를 쓰던 이들이 주황색 등급을 갖게 되면 쓰던 장비를 되팔려고 할 거야. 중고 시장이 형성되겠지. 그럼 좀 나아질 거다."

- 네에. 그렇게 되면 다행이고요.

"이봐요. 게슈너씨.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세진은 작업실을 벗어나 잠시 산책을 하려다가 안면이 있는 여자의 부름을 받았다. 이전 경매에서 무기를 사 간 여자였다.

"아, 여자."

"여자라니요? 자넷이라고 불러주세요. 자넨 니카트 테니. 그게 제 이름이죠."

"자, 자넷?"

세진은 의외의 말에 깜짝 놀라서 낮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호호호, 역시 세진이야. 맞지 세진?"

세진은 갑작스러운 자넷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이미 확신하듯 묻는 자넷에게 아니라고 잡아떼지 못했다. 대신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지부터 살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살피는 듯한 사람의 기운이 느껴진다. 다들 바쁘게 오가는 중에 그만 유독 멈춰서 있다.

"어, 어떻게 알았지? 아니 말이 안 되잖아. 난 툴틱도 없고, 외모도 바꿨다고.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하지만 그렇게 떨어져선 자넷과 세진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다. 그래서 자리를 옮기지도 않고 자넷에게 물었다. 황급히 움직이는 것이 더 의심을 사게 될 것이다.

"바꾼 외모 때문에 알았지. 에헴, 내가 힘을 쓰면 그 정도는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고. 그런데 문제는 레트시로 내려간 세진이 사라진 거였지. 테멜 안으로 들어간 후로는 나오지를 않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생각을 했어. 어떻게 된 걸까? 그런데 게슈너란 인물이 등장을 한 거야. 내가 알고 있던 세진의 성형했다는 외모를 그대로 가지고 말이지. 그래서 나도 새로 생체에테르바디를 얻어서 내려왔어. 세진 보려고."

"하아, 곤란하다고 자넷. 난 라훌 독립군에 잠입하려고 이 꼴을 하고 있는 건데 자넷과 함께 지내면 잠입이 불가능해진단 말이야."

세진은 정말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호홋, 걱정하지 마. 나도 이제 다시 가서 새로운 생체 에테르바디를 만들어서 내려올 거야. 이번에는 에테르기관도 제거하고 말이야. 물론 툴틱도 세진처럼 제거를 해야지. 나도 세진과 함께 라훌로 살아 볼 거야. 음음. 재미있을 것 같아. 아, 그런데 지금 우리 이야기 내 툴틱으로 헌터룸에서 다 듣고 있겠다. 어쩜 좋을까?"

자넷이 한참 떠들어 놓고 이제야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이 걱정스런 표정이 된다.

"상관없어. 내가 툴틱을 제거하고 활동하고 있다는 정도는 헌터룸 관리자들도 추측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야 그렇겠지만. 아, 그런데 세진, 나 다시 오면 함께 지내도 되는 거지? 응?"

자넷은 다시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세진에게 묻는다.

"안 된다고 해도 말을 안 들을 것 같은데? 참, 그런데 에테르 기관 없이 어떻게 지내 려고?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방법은 무슨, 난 그냥 라훌족인 거지. 헌터가 아닌 라훌족으로 사는 거야. 그럼 되는 거 아니겠어? 꼭 헌터여야 할 이유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에테르 기관을 제거하면 에테르 저항력이 없어서 돌연변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던데?"

"그 정도는 세바스가 알아서 해 줄 거야. 방법을 찾아 주겠지. 참, 세바스가 세진에게 준 테멜에 장난을 쳐 놓았다며? 불쾌하지 않았어?"

자넷이 세진의 테멜에 세바스가 장난을 친 것에 대해서 거론했다.

"아니. 괜찮아. 그다지 불쾌할 것은 없었어. 그냥 자넷 너에게 특별한 수하가 있구나 싶었을 뿐이지."

"아아, 다행이다. 내가 세바스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내 주려다가 참았는데, 세진이 화나 있으면 정말로 돌아가서 긁어 줄 생각이었거든. 호호."

"무섭다. 자넷 너."

"음음. 농담이야 농담. 그런데 그 날도마뱀 말이야."

이번에는 자넷의 관심이 어리 날도마뱀으로 향했다.

"응? 왜?"

"그거 이상해. 인형이지? 그런데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인형인 걸 어떻게 알았어? 보통은 잘 모르는데?"

세진은 자넷이 단번에 날도마뱀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챈 것에 놀랐다.

"에테르를 교묘하게 둘러서 생명체인 것처럼 하고 있는데 실제로 생기는 없거든. 그러니까 에테르로 파악을 하면 살아 있는 것 같은데, 생명의 기운을 파악하면 아무것도 없는 무생물인 거지."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신기한 능력이네?"

"아, 이건 헌터 능력이 아니라 종족 능력이야. 우리 행성 사람들 중에서 간혹 이런 능력을 타고 나는 사람이 있어. 내가 그 중에 하난 거지. 에헴."

"뭔지 몰라도 굉장한 능력인 모양이네? 자넷이 그렇게 자랑스러워 할 정도라면 말이야."

"그야 당연하지. 그런데 그 날도마뱀 진짜 뭐야?"

자넷의 능력은 그 종족들 중에서도 매우 귀한 대접을 받는 능력이지만 자넷은 그런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행성과 종족 내부의 일을 굳이 세진에게 이야기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 여기 테멜이 들어 있어.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을 해 줄게. 어떻게 할래? 지금 가서 다시 몸을 만들어서 올래?"

세진은 아무리 자넷이라도 툴틱이 있는 상황에서 독특한 테멜과 어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 그런데 몸을 만들어서 나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지? 사람들에게 들키면 내가 헌터라는 것을 숨길 수가 없는데?"

"그러게, 네가 어느 보관소로 나올지 알면 테멜에 넣어서 나오면 되는데 말이지."

"응? 그래? 그럼 문제 없겠네. 내가 이번에 들어가는 보관소를 기억해. 거기서 다시 나오도록 할 테니까 말이야. 그럼 되잖아."

자넷은 별 거 아니란 듯이 해결책을 내 놓았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자정 정도에 접속해서 보관소 문을 살짝 열어 두면 이 녀석이 갈 거야. 그럼 테멜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그 뒤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 그래.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따라와 내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봐야잖아."

"알았다. 원 산책 나와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세진은 한숨을 쉬며 자넷의 생체 에테르바디의 뒤를 따라서 걸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자넷의 생체 에테르바디가 보관소로 들어가자 그 보관소를 기억하고 작업실로 되돌아왔다.

= 감시하는 사람이 있는 거 아시죠?

작업실로 오자마자 어리 도마뱀이 세진에게 말을 건다.

"음. 오늘은 조금 서투른 놈인지 내게도 걸렸어."

= 같은 사람인데 세진님의 에테르 량이 조금 늘어서 그런 거예요. 확실히 정신능력이라도 바탕이 되는 에테르의 양이 부족하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었어요.

"그런가?"

= 역시 세진님께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있는 거예요. 전부터 계속 지켜보는 눈이 있었잖아요.

"아직 확실치는 않지. 라훌 독립군이란 증거가 없으니까 말이야. 이 도시에서도 나를 주목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어. 라훌족은 물론이고 유저 헌터들도 그렇지. 그러니까 성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오늘 밤에는 어리가 수고를 좀 해야겠어."

= 함께 가실 건가요?

"그래야지. 난 테멜에 들어가 있을 테니까 어리가 가서 자넷을 테멜로 데리고 들어와."

= 넵. 맡겨 주세요. 확실하게 할 수 있어요. 어리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