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00화 (100/298)

< -- 라훌족 장인 게슈너,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다. -- >

세진은 서쪽 강변 백사장에서 거부기 사냥을 하고 있었다.

주황색 등급의 몬스터를 사냥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레트시에서 나온 세진은 곧바로 서쪽으로 달려서 강변 백사장으로 왔다.

이전에 거버너, 탄제와 함께 사냥을 하던 바로 그곳이었다.

이곳의 시간으로 거버너와 탄제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벌써 2년 가까이 되었다.

레트시에 들어와서 그들의 소식을 은밀하게 알아봤지만 세진이 사라진 이후로 그들도 레트시를 떠났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런데 정확하진 않지만 그들이 후안 패거리를 잡기 위해서 도시를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무래로 세진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후안 일행을 잡아서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세진은 그들이 정말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면 나중에 그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 주리라고 다짐을 했었다. 의리를 지키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보상을 해 줘야 한다는 것이 세진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차앗!"

펑! 꾸우우우우.

세진을 발견하고 달려오던 거부기가 에테르 방패에 부딪히며 커다란 충돌음을 낸 후에 고통스러운 포효를 터뜨린다.

이미 디버프 때문에 능력이 많이 떨어진 거부기는 그렇게 세진의 곁에 오지 못하고 중간에서 멈췄다. 그리고 잠깐 충격 때문에 멈추고 있는 사이에 거부기의 주변을 감사고 있던 에테르들의 성질이 변하더니 새햐얀 빛을 내며 거부기에게 쏟아진다.

파지지지직. 꾸우우.

에테르 붐이다. 하지만 이전처럼 화염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번개가 거부기를 향해서 쏟아지는 형태다.

에테르 붐이 원래 에테르의 성질을 바꾸어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인데, 이 에테르의 성질은 화염 이외에도 물이나 어름, 번개, 바람 등의 여러 형태로 변화가 가능하다. 세진은 그런 몇 가지 성질 중에서 거부기가 유독 전기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번개를 만들어서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 폭발을 일으키는 에테르 붐을 만들어 냈다.

파지지지직.

파지지지직.

꾸우우우웅. 쿠웅!

결국 거부기는 멈춰선 자리에서 더 움직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세진이 에테르 붐 중에서도 번개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번개를 맞은 거부기는 몸이 경직되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떠는 데 연속으로 에테르 붐을 맞으면 결국 꼼짝도 못하고 죽고 마는 것이다.

= 이젠 어렵지 않게 잡으시네요. 이번에는 디버프도 두 번만 쓰신 거죠?

"그래. 다음에는 한 번만 쓰고 잡아 볼까?"

= 그건 효율이 안 좋다면서요? 디버프 두 번 쓰고 에테르 방패 한 번, 그리고 에테르 붐 네 번이나 다섯 번이면 거부기를 잡을 수 있지만 디버프 한 번만 쓰면 방패 두 번에 에테르 붐도 열 번은 써야 하잖아요. 그건 낭비라고요. 낭비.

"그렇기는 하지만 연습은 더 많이 할 수 있잖아. 한 마리를 가지고 여러분 기술을 쓸 수 있으니까 말이지."

= 그거 농담이시죠? 저거 일곱 마리 잡으면 에테르 코어가 하나씩 나와요. 그럼 일곱 마리에 100에텔론씩 버는 거라고요. 그런데 쓸데없이 에테르 낭비를 하시겠다니요? 그거 거부기 쫓아다니기 귀찮아서 그런 거죠?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쯧, 알았다. 녀석아. 원 점점 시어머니가 되어 가는 것 같으니."

=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 거예요? 이 귀여운 어리에게 시어머니라니요!

"아니다. 내가 잘못했다. 그런데 거부기 사체는 이제 더 안 필요하지?"

= 네에. 이젠 없어도 되요. 공간도 별로 없어요.

"테멜 코어를 좀 구해봐야 하는데 말이다. 그게 쉽지가 않구나. 어떻게 따로 구할 방법이 없을까? 에텔론 상점에서 구할 수 있으려나?"

= 라훌족이 테멜 코어를 구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누가 구한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다. 테멜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테멜 코어라니 이상하지. 어차피 화이트 코어라고 모두 같은 취급을 하는 건데, 유독 테멜 코어만 구한다고 하면 뭔가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길 거다."

= 결국 테멜을 구하거나 아니면 테멜을 발견해서 처리를 하거나 해야 한다는 거네요?

"아니며 좀 규모가 큰 단체를 등에 업는 것도 한 방법이지. 라훌 독립군 같은 곳 말이다."

=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죠. 뭐 조만간 접근을 해 오지 않겠어요?

"나에 대한 신분 조회를 열심히 하고 있겠지.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나에 대해선 알 수가 없을 거고, 그럼 유저 헌터가 아닌가 의심을 하겠지만 결국 내게 툴틱이 없고 에테르 기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라훌족이라고 판단을 하겠지. 그 후에나 접근을 해도 할 거다."

= 어서 빨리 만났으면 좋겠어요. 호호호. 스릴 넘치는 첩보 작전이 진행되는 것이에요. 어리는 무척 기대가 되요.

"나도 그렇기는 하다만, 일단 내 실력이 빨리 늘어야 할 텐데 말이다."

= 그렇긴 하죠. 익스퍼트 정도는 되어야 어디 가서 기죽지 않을 텐데 말이죠.

"그렇다고 너무 빨리 성장을 하게 되면 그것도 문제거든. 내가 레트시에 나타나서 이제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주황색 등급 몬스터를 잡고 있는 것도 좀 문제라고."

= 그건 아니죠. 지금 세진님 장비가 보통 장비가 아니잖아요. 갑옷 상하에 부츠, 투구, 건들렛에 장창까지 모두가 주황색 등급 에테르 코어를 사용하는 거라고요. 그거 이번에 팔린 가격으로 치면 얼만지 아세요? 자그마치 8만 4천 에텔론이라고요. 그런  거금을 몸에 두르고 사냥을 하는데 당연히 주황색 몬스터 정도는 쓸고 다녀야지요. 따지고 보면 지금 세진님은 거부기 하루에 600마리는 잡아야 하는 거라고요.

"응 600마리? 그럼 코어가 100개? 1만 에테론이네? 하하핫. 어리야 보통은 팀을 이루고 사냥을 해도 하루에 50마리 잡기도 어려운 것이 몬스터거든? 그걸 뭐? 600마리를 잡아?"

- 세진님이 마음먹고 몬스터들 몰아서 잡으면 가능하잖아요. 붉은색 몬스터는 되지 않을까요? 그 장비라면 별로 다칠 염려도 없을 걸요? 거기다가 에테르 방패로 적당히 막으면서 디버품으로 쓸어버리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한 번에 열 마리 정도씩 몰면요.

"그럼 하루에 에테르 코어가 60개 정도 나오겠구나? 그런데 그 코어 하나 가격이 얼마지?"

- 5에텔론이죠. 평균.

"그럼 하루 얼마 버는 건데?"

- 에, 300에텔론요?

"여기서 거부기 잡아서 에테르 코어 세 개 얻으면 되는 거구나? 그럼 거부기 많이 잡아도 20마리 조금 넘게 잡으면 되는 거네? 어리야 넌 그런 헛고생을 내게 시키고 싶은 거냐?"

- 그건 지금은 그렇지만 나중에 노란색 몬스터 잡을 때에는 달라질 거예요. 노란색은 500에텔론짜리 코어를 주는 녀석도 있지만 300에텔론 조금 넘는 걸 주는 몬스터도 있다고 했으니까요. 그 때는 거북이 몰이사냥 할 수 있으면 이쪽이 에텔론 벌이로는 훨씬 나을 거라고요.

"어리야, 에텔론은 그냥 갑옷하고 무기 팔아서 벌어도 되는 거거든?"

- 아, 맞다. 세진님 에텔론 버는 건 그걸로 해도 되는 거였죠? 에헤헤. 그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기술 수련에 힘쓰세욥. 넵. 어리도 허락해 드릴께요.

"그래. 그래. 이제 이해를 하니 그나마 다행이구나. 녀석."

세진은 한동안 그렇게 어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앉아서 쉬다가 다시 저 멀리 보이는 거부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거부기가 디버프 범위 안에 들어와야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알아봤나?"

"네. 푸루토님. 게슈너란 이름은 레트시에 딸린 마을에선 찾을 수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레트시로 어떻게 왔는지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 그가 생체 에테르바디 보관소에서 나온 것을 본 사람은?"

"그것도 없습니다. 저희 눈들이 언제나 보관소를 살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게슈너는 레트시 보관소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놓쳤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툴틱이 없다는 것이나 라훌족 보증인 점원을 이용하다는 것을 놓고 보면 라훌족일 가능성도 있기는 한데 말이지."

"툴틱이 없는 것은 확실한 것입니까? 프루토님?"

"그건 확실해. 툴틱을 가려내는 능력은 이미 오래 전에 확보가 되었지. 툴틱은 그 나름의 독특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능력이 되면 툴틱을 찾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 게슈너에겐 그 툴틱이 없어."

"그렇군요. 그럼 라훌이가고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묘하게 신경이 쓰인단 말이지."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이대로 계속 관찰을 하는 것으로 합니까?"

"탈예거가 끼어든 이상은 그것도 조금 어렵게 되었지. 그 늙은이가 욕심을 내는 것 같단 말이지. 배에 기름만 낀 돼지가 넘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넘보고 있어."

"레트시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살다보니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어진 탓이겠지요."

"그래도 그 늙은이가 이곳 라훌들의 정신적 지주란 말이지. 그냥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야. 우린 아직 겉으로 드러내고 활동을 할 입장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런 늙은이를 잘 구슬러야 우리 일이 쉬워지지. 한 번 자리를 마련해 봐야겠어. 사냥이라도 함께 다니다보면 마음을 얻을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탈예거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게슈너 그 자가 어디로 갔다고?"

"서쪽 강변의 백사장에서 자이언트 터틀을 사냥하고 있다고 합니다."

"혼자서?"

"그렇습니다. 멀리서 관찰만 하고 있는데 혼자서 여유롭게 사냥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뭔가?"

"정신능력을 쓴다고 합니다."

"뭐? 아니 그걸 이제 말하면 어쩌자는 거야? 그 자가 정신 능력을 쓴다면 그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하지 않나. 도대체 어디서 그걸 배웠다는 건가? 에텔론도 별로 없어서 처음 레트시에 왔을 때에는 빈손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하지만 곧 오래지 않아서 상점을 열고 에텔론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그 사이에 정신 능력을 배웠다면 말이 안 될 것도 없습니다."

"으음. 그렇기도 하겠군. 내가 일반적인 라훌족을 생각했어. 그는 사냥이 아니라 상점에서 더 많은 에텔론을 벌 수 있는 사람임을 잊었군. 내가 실수를 했어."

"아닙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참, 그 여자. 어떻게 되었지?"

"유저 헌터로 이곳에 얼마 전에 들어왔습니다. 실력은 그다지 대단할 것이 없습니다. 익스퍼트도 되지 못한 헌터입니다."

"그런데 에텔론이 넘쳐난다? 배후가 있거나 새로운 몸을 가지고 왔다는 소리군?"

"알아보고 있지만 달고 다니는 그림자는 없습니다. 혼자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 그것 참 이상한 일이군. 혼자라? 알았네. 계속 신경을 쓰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수련은 좀 진전이 있나?"

"물론입니다. 꽤나 효과가 좋습니다. 에테르의 총량이 무척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래지 않아서 익스퍼트의 벽을 넘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축하하네. 역시 열심히 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내 자네에 대 해서 상부에 보고를 하고 상을 내리도록 이야기를 하지."

"가, 감사합니다. 프루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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