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85화 (85/298)
  • < -- 떡배가 오고, 어리는 큰 사고를 쳤습니다. -- >

    = 어리는 용감하다. 몬스터 잡는 어리.

    어리 앵무가 세진의 어깨에서 한껏 거드름을 피운다.

    그런 어리 앵무의 모습을 보는 도일과 떡배는 얼굴 표정이 떨떠름하다.

    "저 녀석은 아무리 봐도 새 같지가 않아."

    "그건 저도 동감입니다. 떡배씨."

    "떡배가 아니라 덕배. 내 이름이 덕배라고 몇 번을 말해? 조덕배."

    "첫 소개에서 떡배라고 해서 그게 굳어 버린 것은 제 책임이 아니죠. 그나저나 이거 참 편하지 않습니까?"

    "아, 이거 입고 있어도 입었다는 느낌도 별로 안 날 정도라니까. 내 몸에 이렇게 맞춤으로 만들 수 있다니 그게 더 신기한 일이지."

    = 맞춤이라 그렇지. 맞춤은 돼지에게도 맞아야 맞춤. 떡배 옷도 도일 옷도 맞춤.

    "야. 이 놈아. 돼지라고 하지 말랬지?"

    떡배가 어리 앵무에게 화를 버럭 냈다. = 떡 먹는 배. 떡배. 돼지 되는 떡 먹는 배. 떡배.

    하지만 돌아가는 것은 어리 앵무의 업그레이드 된 놀림 밖에 없었다.

    "이이이, 저걸 그냥!"

    "참으십시오. 그래봐야 괜히 세진님게 깨지기나 합니다. 그런데 떡배씨는 그 옷 입고 있으면 기운 회복이 빨라진다면서요?"

    도일리 떡배를 말리면서 화제를 돌린다.

    "으하하하. 그거? 그거 참 신기하지? 원래 따로 회복하는 방법이 없었거든.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는데 말이야. 이 갑옷을 입고 있으면 기운이 빨리 채워지거든. 아주 최고지."

    갑옷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져서 어리 앵무에게서 관심을 끊는다.

    "그렇군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그런 혜택이 없습니다. 이건 꽤나 차별이 심한 갑옷이라고요."

    "그래도 도일씨 같은 경우에도 뭔가 도움이 되지 않아?"

    "그거야 뭐. 일단 방어력이 상당히 올라간다는 이점이 있죠. 거기다가 어쩐지 이걸 입고 있으면 몸 안에서 움직이는 내기를 더 쉽게 느낄 수가 있어요. 사실 이건 수련용으로 더 쓸모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은 수련자들에게는요."

    "그런가? 뭐 어쨌거나 꽤나 신기한 옷이긴 하지"

    "그만 떠들고 사냥이나 합시다. 이면 공간에 들어온 후로는 계속 그렇게 잡담만 하고 있을 겁니까?"

    둘의 대화는 세진의 참견으로 끊기고 말았다.

    세진과 떡배, 도일은 이면 공간 안으로 몬스터 사냥 겸 수련을 나온 상황이었다.

    "조심해야 합니다. 2등급 몬스터를 둘이서 상대해야 하니 말입니다."

    세진은 다시 한 번 주의를 줬다. 지금까지 1등급 몬스터를 잡으면서 경험을 쌓기는 했지만 한 등급 높아진 몬스터는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하는 세진이었다.

    = 온다. 온다. 어리 맹무가 소리를 지르자 멀리서 어기적거리며 다가오는 몬스터가 보인다.

    사실 테멜에 들어 있는 어리는 이제 어리 앵무의 눈에 설치된 화면이나 소리를 전달하는 신호를 안에서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원래는 밖의 상황을 몰라야 정상이다.

    하지만 어리가 테멜 코어와 결합이 된 후에 외부의 일정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면서 테멜의 에테르를 펼쳐서 일정 영역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이전에 어리의 본체로 주변을 살필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능력인데 훨씬 범위가 넓어졌다.

    지금도 테멜의 어리가 그 능력으로 몬스터의 접근을 알아차린 것이다.

    "도일씨, 저건 뭡니까? 떠오르는 거 없습니까?"

    세진이 처음 보는 몬스터의 모습에 도일에게 정체를 물었다.

    "그러게. 경희대 뒷산에서 뭔 몬스턴가 했더니 여기도 이면 공간이 있고, 몬스터가 있긴 하네. 그런데 저건 뭐지?"

    덕배도 신기한 듯 말참견을 한다.

    "나무군요. 나무라면 두두을, 혹은 두두리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만 목신이라고 하죠. 나무의 신 말입니다."

    "그게 왜 여기에 있습니까?"

    "그걸 제게 물으신다고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신라 경주하고 고려 이의민에 얽힌 이야기에 등장하는 녀석인데 말입니다."

    "거 여기 수목원이 있어 그런가? 요 밑에 홍릉수목원이라고 있더만."

    덕배가 수목원이 있었던 것을 떠올리며 묻는다.

    "그게 언제 생긴 건데 그거 때문에 여기 몬스터가 있답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

    도일이 떡배의 말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곧바로 앞으로 달려 나가 두두리 몬스터를 맞이했다. 벌써 두두리가 가까이까지 다가온 것이다.

    도일의 역할이 앞에서 몬스터를 맡아서 방어를 하면서 칼로 근접 공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장선 것이다. 그 뒤에서 떡배가 정신을 집중해서 공격 준비를 한다.

    떡배의 공격은 주로 찌르기 공격이어서 떡배에게 당한 몬스터는 몸에 구멍이 잔뜩 생기곤 한다.

    세진은 둘이 싸움을 시작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의외의 장소에서 이면 공간을 발견한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울에서도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장소를 찾다가 홍릉을 떠올리고 찾아 왔던 세진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면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1등급과 2등급 수준으로 연이어 펼쳤다. 그런데 1등급에서 반응이 없던 곳에서 2등급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옳다구나 하고 도일과 떡배를 데리고 사냥을 나왔다. 어차피 몬스터가 있는 이면 공간은 처리를 해야 할 곳이니 이참에 정리도 하면서 어리 앵무와 어리의 연계가 이면 공간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겸사겸사 찾아온 곳이었다.

    두두리라고 부르기로 한 몬스터는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나무였다. 두 개의 다리와 두 개의 팔이 있고, 몸통은 기괴하게 비틀린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게 저 모양으로 진짜 나무라면 엄청 비싸게 팔릴 물건인데 아쉽네."

    떡배는 정원수로 꽤나 비싸게 팔릴 것 같은 괴목이라고 아쉬워한다.

    그런 떡배는 어느 틈에 괴목의 몸뚱이에 수 십 개의 뾰족한 창을 찔러 넣고 있었다.

    하지만 괴목 두두리는 떡배의 공격에 별로 타격을 받지 않은 듯이 보였다. 코끼리를 송곳으로 찌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데 문제는 두두리 몬스터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 모습이랄까?

    하지만 그 덕분에 두두리는 떡배에게 신경을 쓰기보다 바로 앞에서 얼쩡거리는 도 일을 공격하는데 정신을 팔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떡배의 공격이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면 두두리 몬스터는 곧바로 도일을 제치고 떡배에게 달려들었을 테니 말이다.

    아직까지 데블 플레인의 헌터들이 익히는 도발 기술 같은 것은 도일에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대문에 세진은 그런 유용한 기술들을 어떻게 하면 이곳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지 궁리를 하고 있었다.

    에테르를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대로 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더라도 그 핵심만 알려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수련자들이 방법을 찾아 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퍽! 퍽! 퍽!

    "이거 무슨 나무꾼도 아니고 이렇게 팬다고 무슨 수가 나긴 하는 겁니까? 자꾸 회복을 하는 것 같은데요?"

    두두리를 앞에서 막으며 열심히 쌍검을 놀리고 있던 도일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 함을 질렀다.

    어느새 그의 갑옷에도 여기저기 흠집이 생겨났다.

    피하기도 하고 막기도 했지만 두두리의 몸에서 갑작스럽게 뻗어 나오는 가지들을 모두 막거나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어지간히 얇은 가지들은 몸으로 떼운 흔적인 것이다.

    그것도 세진이 준 갑옷이 없었으면 꿈에도 꾸지 못할 짓이었다. 그런 사소한 공격이라도 맨몸으로 받으면 깊은 상처가 생기고 피가 난다. 수련자라고 하더라고 그런 상처기 쉬이 낫지는 않는다. 당연히 점점 지치고 결국에는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아무리 얇은 나뭇가지라도 그것이 심장이나 목, 혈관 같은 것을 찌르고 들어오면 한 방에 인생 끝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세진이 준 갑옷을 입고 있으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일정 이하의 공격은 어떤 것도 에테르 코어의 힘을 빌린 방어막을 뚫지 못하는 것이다.

    비록 1등급 에테르 코어를 쓰고 있지만 2등급 두두리 몬스터의 사소한 공격 정도는 무난하게 막아 준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고, 언제 에테르 코어의 효과가 다할지 모르니 도일도 조급하다. 그래서 소리를 질러서 세진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이젠 도일도 세진의 공격이 단순히 창의 강력한 공격력에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안다. 뭔지 모르지만 몬스터를 약하게 만드는 능력이 세진에게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함께 사냥을 하면서 세진의 나서면 몬스터에게 훨씬 쉽게 칼이 박히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다.

    "쯧. 역시 아직은 모자란가? 그래도 억지로 잡자면 둘이서 2등급 한 마리는 어떻게든 잡을 수 있겠네. 대신에 도일씨의 갑옷은 몇 마리 사냥하기 전에 에테르가 모두 소비되겠군. 아직은 2등급 사냥을 둘에게 맡기는 것은 무리겠어. 한 사람만 더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 김형일 병장 제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세진은 사람이 부족한 것을 느끼자 곧바로 김형일 병장을 떠올렸다. 엄청난 힘을 소유한 김형일 병장이라면 앞에서 탱커 노릇을 확실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김형일 병장도 각성자기 때문에 아무래도 에테르를 이용한 기술을 익히는데도 수련자들 보다는 쉬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세진은 두두리 몬스터에 몸에 퍼트려 놓았던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활성화 시켰다. 그와 동시에 두두리의 동작이 굼뜨기 시작하더니 도일과 떡배의 공격이 훨씬 강력하게 박히기 시작했다.

    "오오오. 세진님의 지원인 겁니까?"

    떡배도 그걸 느꼈는지 감탄성을 터트린다. 그와 공시에 도일도 한층 빠르고 강력한 공격들을 두두리에게 퍼붓는다. 그렇게 두 사람이 공격이 이어진지 얼마 후에 두두리 몬스터는 결국 허공으로 승화되어 사라졌다.

    "이야, 이거 운이 좋습니다. 세진님. 첫 사냥에서 2등급 코어가 나왔습니다."

    떡배가 승화되는 두두리의 사체 곁에서 에테르 코어를 찾아 드는 도일을 보며 세진에게 보고를 한다.

    = 힘들다. 사냥은 힘들어. 세진님 없으면 도망가야 한다. 떡배, 도일오빠론 무리. 무리. 무리.

    어리 앵무가 관전평을 냉혹하기 한다. 세진은 도일에게서 에테르 코어를 받아들다가 어리 앵무를 슬쩍 보고는 웃고 만다. 도일의 얼굴이 와락 구겨지는 것을 세진도 본 것이다. 저기 멀찍이 떨어져 있던 떡배도 인상을 찌푸리기는 마찬가지다.

    스스로 모자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하면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문 법이다.

    "갑옷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세진이 도일에게 물었다.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어떤 동작도 방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제 설계 부분은 완벽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대단한 갑옷입니다. 움직임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다니 말입니다."

    "역시 김혜인 박사가 그런 쪽으로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입니다. 곤충의 관절을 오래 연구해서 그런지 갑옷의 관절 설계를 아주 잘 했어요. 이번엔 더 고칠 것도 없겠군 요."

    "네. 구조적으로도 만족스럽고 무게도 만족합니다. 아니 조금 더 무거워도 상관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도일은 더 바랄 것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요? 하지만 무겁게 만들 이유는 별로 없지요. 사실 갑옷의 방어력은 에테르 코어가 담당하는 것이니까요. 갑옷의 재질은 에테르의 전도율과 에테르 전도에 따른 성질 변화를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라서 지금보다 더 뛰어난 재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의 갑옷 무게가 변하는 일은 없을 것 같군요."

    "갑옷을 쓰는 사람에겐 다행스러운 일이죠. 지금 재질이 워낙 가벼우니까 말입니다."

    도일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갑옷에 난 흠집을 쓸어 보면서 대답했다.

    "그게 자동 복원도 되면 좋은데 아직 그것까지는 어렵더군요. 연구를 더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기능도 쓸 수 있을 때가 오겠죠."

    "네? 복원이요? 그거 무서운 말씀인데요? 그럼 이런 재질로 갑옷이 아니라 다른 것 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서 자동차 차체라거나 그런 거 말입니다."

    도일은 갑옷만큼의 방어력을 지닌 자동차를 떠올리며 말했다.

    "설마 그런 걸 제가 만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멋져. 자동차. 에테르 코어 자동차 멋있어.

    "어리, 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절대 안 되는 거야. 알지?"

    = 어리는 몰라. 몰라. 어리는 몰라.

    어리 앵무가 세진의 어깨에서 날아올라서 허공에서 제자리 비행을 하며 모른다고 소리를 친다.

    세진은 지금 어리의 뱃속에 있는 테멜 안에서 갑옷의 재질로 만들어진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머리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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