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급 이면 공간 공략, 그런데 테러? -- >
- 세진니임!
"응? 왜?"
세진은 깡철이 토벌을 마치고 돌아와서 테멜에 2등급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흡수시킬 생각으로 서둘러 어리의 방으로 들어서다가 급하게 부르는 어리의 목소리에 날라서 되물었다.
- 큰일 났어요. 큰 일.
"무슨 일인데?"
- 옆집에 3등급 코어가 들어와 있어요. 어제부터 그런데요. 잘못하면 여기 근처에 3등급 몬스터 영역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에 왜 3등급 코어가 나와? 우리나라에선 아직 얻을 수도 없는 코언데?"
- 그게요. 세진님이 깡철이 잡으러 가신 후에 옆집에서 에테르 코어가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바퀴 몇 마리 보내서 확인을 했는데요.
"확인을 했는데?"
- 누군지 몰라도 거기에다가 코어를 숨겨 놓은 거예요. 그냥 가져다 놓은 거죠.
"누군지는 모르고? 아니 그거 지키는 놈들도 없어?"
세진은 혹시나 해서 물었다. 코어를 숨겼으면 지키고 있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여긴 것이다.
- 네. 없어요. 그냥 거기 놓고 사라진 거예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기대를 저버렸다.
"분명히 나를 노린 짓이지 이거?"
어리 공방 옆집에 코어를 가져다 둔 것을 보면 물어볼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 그런 거 같아요. 어떻게 하죠?
"그거 수거해 와라. 아무도 모르게. 대신에 주변에 곤충들 깔아서 감시를 좀 철저히 하고."
- 넵. 알았어요.
"난. 도일씨하고 이야길 좀 해야겠다."
세진은 테멜 생각은 잊어버리고 곧바로 도일을 찾아갔다.
에테르 코어를 이용한 테러는 사실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아직도 에테르 코어를 적발해 낼 기술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세계는 에테르 코어를 이용한 테러를 막을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어리 공방 주변에 3등급 에테르 코어가 있다는 소리는 몬스터 영역이 나타나면 그 책임을 어리 공방, 즉 벗(友)에게 전가시키려는 수작인 것이다.
= 바보. 바보. 위기 상황. 위기 상황. 어리 앵무가 입에 커다란 코어를 물고 현관을 걸어 들어온다.
세진과 도일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그들은 방금까지 3급 에테르 코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이다. 세진이 옆집에 3급 에테르 코어를 누군가 가져다 놓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꼬독! 꼬독! [그러니까 저게 바로 그겁니까? 옆집에 있었다는 3등급 에테르 코어?]
"맞아요. 누군지 몰라도 저런 짓을 했다는 건 분명한 도발이지요. 거기다가 딱 내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지요. 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꼬독! 꼬독! [그걸 어리에게 가지고 오라고 했단 말입니까?]세진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따졌다.
"어때서요? 사람이 가는 것 보다는 낫잖아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피할 수 있고 말이죠."
꼬독! 꼬독! [그게 말이 됩니까? 새한테 그런 걸 시키다니요?
"어리야. 도일씨가 너처럼 머리 나쁜 새한데 어려운 일을 시켰다고 따진다. 어쩌면 좋으냐?"
= 도일 오빠, 바보. 바보. 모솔 모솔. 영모솔.
"영모솔은 또 뭐야?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난 가르친 적이 없는데?"
= 배운다. 가르친다. 도일 오빠. 멋쟁이. 따라해 멋쟁이. 도일 오빠 멋쟁이. 따라해. 바보 바보.
꼬독! 꼬독! [세진님이 이번 이면 공간 공략에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물은 몇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노출되었다면 그 중에 누군가가 관여했다는 말입니다.]도일은 어리 앵무의 반응은 완전히 무시한다. 뭐라고 떠들어도 그저 새소리일 뿐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선도일이다.
"그렇겠지. 그래서 이젠 어쩔 거야? 상황이 이렇게 되면 상당히 곤란해지는데 말이지.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내 정보를 팔고 있다면 국정원과의 관계는 좀 더 멀어질 필요가 있겠는데?"
꼬독! 꼬독! [찾아내라고 하겠습니다. 아니 벌써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찾을 겁니다. 3등급 에테르 코어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통제하고 있는 물건입니다. 그것이 한국에 들어왔다면 어디선가 빠져나간 곳이 있다는 이야깁니다. UN의 협조를 얻어서라도 반드시 출처를 밝혀내겠습니다.]선도일은 다급하게 세진을 달래려 애썼다. 세진이 등을 돌리게 되면 국정원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체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그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이에 대해서 눈에서 불을 뿜을 듯이 화가 나 있었다.
난리가 났다. 국정원에서 나서서 3등급 에테르 코어에 대한 추적을 지시하고 외부 협조까지 구한다고 설레발을 쳤지만 결국 얻은 것은 없었다.
"그러니까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거로군요?"
"전혀 정보가 없네. 옆집에 드나든 인물들을 모든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서 추적을 했네. 그런데 그들 역시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고, 특정 소속이 아닌 사람들이었네."
서대철 과장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심부름 센터에 일을 맡겼다는 소리죠. 그래서 그 심부름을 맡긴 사람들은요?"
"그 뒤로도 두 단계를 더 추적했지만 거기서 끝났네. 알 수가 없더군."
"저를 노린 것도 노린 거지만 서울 한 복판에 3등급 몬스터 영역을 만들려고 했던 놈들입니다. 그걸 용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찾아야 할 겁니다."
"당연하네. 꼭 찾아 낼 거네."
"저도 친구들에게 부탁을 해 보죠. 어떻게든 흔적을 찾아서 대가를 치러 줄 겁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에테르 코어 감지 장치도 설치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응? 그게 무슨 소린가? 그런 것도 있나?"
"그게 없는데 옆집에 코어가 들어온 것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 그건 그렇군."
"친구들이 만들어 준 것입니다. 워낙 범위가 좁아서 필요가 없을 것 같았는데 이번에 놈들이 무리하게 옆집을 선택하는 바람에 운이 좋았지요. 하지만 다음에도 운이 좋을 거라는 기대는 하기 어려우니 에테르 코어 감지기의 성능 향상에 힘쓰라고 해 야겠습니다."
"당연하지. 그런 것이 있다면 당연히 연구를 해야 하고말고. 그나저나 자네 친구들은 정말 대단하군. 정말 팔방미인이야. 못 하는 것이 없는 것 같으니 말이야."
서과장은 매우 밝은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에테르 코어 탐지 장치가 얼마나 대단한 가치가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 테러와 같이 에테르 코어를 이용한 테러는 사실상 막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만약 에테르 코어 감지 장치가 있다면 EMP나 몬스터 영역을 발생시키는 테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정보 기관 소속으로서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당장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겁니다. 일단 이야기는 해 두겠습니다."
"부탁하네. 개발에 성공하면 우릴 좀 도와주게. 응?"
"어차피 실험은 필요하니까요. 그게 한국이 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요.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할 겁니다."
"물론이네. 자네들의 성향이야 널리 알려진 건데 대가 없이 뭘 얻겠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을 거네."
"그렇게 들으니까 저나 제 친구들이 무슨 돈벌레같습니다."
"하하, 그렇게 들렸나?"
서대철은 그렇게 물으면서도
'그럼 아닌가?'
하는 표정이다.
세진은 그런 서대철의 반응엔 신경쓰지 않았다. 개인적인 감정까지 뭐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실패?"
"그렇습니다. 에테르 코어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애초에 계획대로 사람을 노렸어야 했어. 코어 따위를 쓰는 것이 아니라 김혜인 쪽을 노렸어야 했다고."
"하지만 그 여자들은 거의 어리 공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박세진과 선도일이 집에 없을 때에는 절대 외출을 하지 않으니 그녀들을 노리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코어 작전을 바꾼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박세진이 움직이긴 했을 거 아냐? 그 프렌드와 뭔가 연락을 주고받았을 거 아니냐고."
"전혀 드러난 것이 없습니다."
"뭐라고? 전혀 없어? 그럼 설마 그 프렌드가 없는 거 아냐? 오직 그 박세진 혼자만 있는 거 아니냐고."
사내는 거의 진실에 가까운 추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의 비서는 그럴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박세진이 외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품이 어떻게 서울 지하철의 무인 화물 보관함에 들어가는지 모르지만 그걸 박세진이 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니 우리들이 모르는 어떤 방법으로 서로 소통을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혹시..."
"혹시 뭐?"
"프렌드가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응? 우리가 알기 전부터 각성자들이 있었단 말이지? 그리고 일본에서 갓파가 등장하기 전부터 몬스터를 사냥하던 이들이 있었다? 그게 프렌드다?"
사내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의 비서를 처다보았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몬스터에 대한 지식이나 활용도가 무척 높은 것으로 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특수 부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들도 오랜 세월 동안 우리와는 다른 싸움을 해 왔다고 가정하면..."
"하긴, 몬스터는 기록으로도 오랜 과거부터 출몰하던 것들이지. 전 세계적으로 말이야. 그러니 그런 것들을 전문적으로 사냥해오던 무리가 있다는 것도 전혀 얼토당토않은 가설은 아니야. 거기다가 일찌감치 각성자들이 모여서 단체를 형성했다면 프렌드 정도가 되는 것도 가능하겠지."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각성자들의 능력은 추측할 수 없이 다양하니 프렌드의 비밀스러운 행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확실히! 그럴 수 있어. 음.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번 일의 실패는 뼈아프군. 얻은 것은 없이 경각심만 심어준 꼴이 되었어."
둘은 제 멋대로 한 편의 시나리오를 써 놓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소속 회사를 희생시키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을 해야 하나? 그럼 이젠 어떻게 한다?"
"회의에서 보고를 하시면 그 분들께서 결정을 하시겠지만 당분간은 충돌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신에 각성자들을 포섭하는 작업에 더 집중을 하고 또 연구를 진행해서 그들의 능력을 키우거나 혹은 인위적으로 각성을 이끄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합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거지. 이젠 과거의 힘 따위는 점차 가치가 없어지고 있어. 세상의 변혁이 멀지 않았다는 소리지."
"그러니 그 변화에 잘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아 권좌에 앉게 될 것입니다. 그걸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그래. 맞는 말이야."
서울에 3급 에테르 코어를 가져다 놓고 세진의 움직임을 통해서 프렌드의 꼬리를 잡으려고 했던 이들은 아무 소득도 없이 빈손으로 꼬리를 말아야 했다.
그러면서 세진이 들었으면 헛웃음을 터트렸을 프렌드 각성자 단체론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프렌드의 속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프렌드의 능력은 어느 정도 들어맞는 부분이 있었다.
프렌드의 능력이 각성자의 이능일 것으로 추정한 것도 세진이 에테르를 이용한 정신 능력을 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틀린 것이 아니고, 또 몬스터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것으로 봐서 오래 상대를 해 왔을 거라는 것도 딱히 틀린 추리는 아니다.
뭔가 어긋난 추리가 실상을 따지면 비슷한 구석이 있는 방향으로 정리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