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지 마라 응? 하지마! 말로 하면 좀 들어! -- >
"큰일 났습니다."
도일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세진 역시 바짝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3급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3급이요?"
3급은 현재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몬스터와 그보다 상급인 몬스터를 각각 1급, 2급이라 하고 혹시 그보다 더 강한 몬스터가 등장하면 붙이기로 하고 나눠 놓은 등급이었다.
데블 플레인으로 보면 노란색 등급의 몬스터라는 소리다.
"어딥니까?"
"그게 중국입니다."
"젠장!"
세진은 중국이라는 말에 짜증부터 났다.
중국은 몬스터 사태에서 UN의 행사에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은 나라였다. 그래서 숱하게 많은 몬스터 영역이 나타났고, 그 피해도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엄청난 인구수를 바탕으로 보유 군인의 수도 많았기에 그런 몬스터 영역을 완벽하게 방어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몬스터 방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는 큰 나라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실상을 보면 몬스터 영역 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퇴거 시키지 않은 경우도 흔했고, 또 몬스터 영역을 굳이 지킬 필요가 있냐면서 방치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몬스터를 잡아서 에테르 코어를 얻어 밀수출을 하려는 몬스터 사냥꾼이 넘치고, 그 때문에 에테르 코어가 은밀하게 세계 곳곳으로 퍼지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도 중국에선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우기는 것이다.
"그래서 문젭니다. 그 놈들 3등급 몬스터도 가리지 않고 잡을 겁니다."
"허허허허."
세진은 허탈하게 웃었다.
막을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UN에선 3등급 몬스터에 대한 사냥을 철저하게 금하고 있다. 하지만 3등급 몬스터를 잡아서 에테르 코어를 얻으면 그게 얼마나 비싸게 거래가 될지를 뻔히 아는 중국인들이 그걸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각 군구의 수장들은 뒷주머니로 들어올 돈을 위해서라도 3등급 몬스터를 잡아서 에테르 코어를 밀거래 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 어딥니까? 정확하게?"
"절강성 회계산입니다."
"몬스터 종류는요?"
꼬독! 꼬독! [그게 이상합니다. 3등급인데 몬스터는 소면충입니다.]조금 마음의 여유를 찾았는지 선도일이 문자질을 시작한다.
"벌레란 말입니까?"
꼬독! 꼬독! [이름은 충(蟲)인데 실제로는 푸른색의 개구리 모양입니다. 이름 그대로 소면, 그러니까 국수 종류, 면발을 좋아하는 요괴입니다. 크기가 작은데도 제 몸의 몇 배는 되는 면을 한 입에 삼킨다는 요괴입니다.]
"그게 3급으로 등장을 했단 말입니까? 그럼 그 회계산의 어느 정도나 잡아먹은 겁니까?"
꼬독! 꼬독! [대충 서울의 넓은 구(區) 하나 정도 넓이랍니다.]
"휘말린 사람들도 적지 않겠군요?"
꼬독! 꼬독! [ 산에 걸쳐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보이는 사람은 그냥 삼키는 모양입니다. 멀리서 소면충의 눈에 들키는 순간 그대로 풀쩍 뛰어서는 한 입에 삼킨다고 인터넷에 뜨더군요. 거기다가 3등급은 소총으로는 상대가 안 되기 때문 에 피해가 커지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중화기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워낙 넓은 곳이라서 그것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고, 아직 몬스터 영역이 어느 정도까지 확장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확장이 한 개 구(區) 넓이인 겁니다. 그리고 1등급과 2등급 3등급이 함께 등장합니다. 같은 소면충인데 딱 봐도 차이가 있다더군요. 목에 있는 울음주머니 부분에 패턴이 다르답니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복잡하고 정교해지는 거야 다들 아니까, 그렇다고 치고, 그걸 이제 본격적으로 사냥하기 시작해서 거기서 3등급 에테르 코어가 나오면 어떻게 될지 알겠죠? 그게 4등급을 불러내면 말해 두는데 저는 절대 4등급에겐 가까이 가지도 않을 겁니다. 지금 3등급도 사실 피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3등급 몬스터 영역이 늘어나면 또 어딘가에서 4등급이 함께 나타나는 곳이 생길 것이다. 세진은 그걸 생각하면 아찔했다.
꼬독! 꼬독! [등급에 따른 차이가 심하게 납니까?]
"딱 보면 모릅니까? 3등급이 소총이 안 통합니다. 그럼 4등급은 탱크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니 그런데 그 회계산 말입니다, 거기 2등급 에테르 코어로 열린 몬스터 영역 아닙니까? 그런데 어째 넓이가 넓다는 소리로 들립니다만?"
꼬독! 꼬독! [정확하진 않지만 어쩌면 3등급 코어로 열린 몬스터 영역일 수도 있다 는 소리가 있습니다. 이상하게 영역이 넓은 것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세진은 그냥 입을 떡 벌리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 어딘가에서 3등급 몬스터들이 나오는 몬스터 영역이 있었고, 거기서 3등급 몬스터가 잡혀서 결국 3등급 에테르 코어가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겁니까? 그 결과가 절강성 회계산 사태고?"
꼬독! 꼬독!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아마 이번에 이 사태는 그들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었던 모양입니다. 꽁꽁 숨기고 있어야 할 3등급 에테르 코어가 몬스터 영역을 만들게 된 거겠죠.]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지금 에테르 코어를 숨긴다고 했습니까? 그런 방법을 벌써 찾았다는 말이군요? 에테르가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게 봉인하는 방법을 말입니다."
세진은 도일을 추궁하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지금까진 세진이 모르고 있던 정보인 것이다.
꼬독! 꼬독! [에테르와 반발하는 기운을 품은 상자 안에 에테르 코어를 넣으면 에테르를 보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설마 그걸 모르셨습니까?]
"내가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벌써 그런 방법들이 널리 펴져 있다는 것이 놀라워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세진은 도일의 말에 그렇게 얼버무렸다.
자신은 테멜을 이용해서 코어를 보관하고 있는데 다른 이들은 또 다른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보관하고 있던 것이 문제를 일으켰을 거라는 말이군요? 여하간 이놈들은 뭘 해도 사고를 친다니까. 젠장. 사람 수가 많아서 그런가, 꼭 일을 일으키는 것들이 있어요. 젠장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세진은 머리를 움켜쥐고 고민에 빠졌다. 그런 세진을 물끄러미 보던 도일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모습을 감췄다.
= 바보들. 바보들. 쥐들의 행진. 바보 쥐들의 행진.
어리 앵무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세진은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인류는 죽음을 향해서 행진을 하는 꼴이다.
위험하단 것을 알면서도 드디어 3등급 몬스터 영역을 열었다.
그냥 몬스터를 그대로 두고 사냥을 하지 않았으면 높은 등급의 몬스터 영역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2등급도 되도록 사냥하지 말자고 국제 협약을 맺고 있는 마당에 3등급을 사냥해서 코어를 얻어 그걸 가지고 뭔가 하다가 결국 사고를 친 중국이 등장한 것이다.
'어쩌면 다른 나라들도 벌써 그런 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중국이 재수 없어서 들켰을 뿐. 다른 나라에서도 분명 같은 짓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제기랄.'
세진은 맥없이 소파에 몸을 늘어뜨리며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죽을 것도 모르고 강으로 행진을 하는 쥐떼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전 세계가 들고 일어나서 중국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UN에서는 강력한 제재 조취를 취한다고 하면서 에테르 코어에 대한 소유 제한 법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3등급 에테르 코어를 소유한 개인, 단체, 국가는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 제재에는 경제적인 방법에서 무력을 동원한 방법까지 폭 넓게 논의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것이, 중국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땅 넓고 인구 많고, 또 경제, 군사적인 면에서도 손에 꼽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 제약을 건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어서 전 세계의 비난이 몰리면서도 딱히 어떤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말만 무성할 뿐이다.
하지만 어쨌건 전 인류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중국에 대해서 마땅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하고 요구하는 상황은 만들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중국이 벗(友)의 천공기를 걸고 넘어졌다.
3등급 몬스터가 등장하는 몬스터 영역을 없앨 수 있어야 앞으로 코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3등급 천공기를 내 놓으라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다른 나라들도 은근슬쩍 한 다리 걸치고 천공기에 대한 독점의 부당함을 들고 나와서 목소리를 합치는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친 것들."
세진은 그렇게 한 마디로 일축했지만 그렇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은 당혹스러운 상황을 피해 보자고 헛소리를 한 것에 불과하지만 당하는 세진 입장에서는 열불이 치솟을 일이다.
일단 세진은 1등급 천공기 이상은 만들어진 바가 없으며 또한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3등급 에테르 코어가 있어야 시도라도 해 볼 텐데, 그런 위험한 물건을 취급할 생각도 친구들은 하지 않고 있다고 딱 잘라서 말했다.
"자기가 싸지른 똥을 남에게 치우라고 하는 것은 분명한 도발이며 적대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내 친구들은 몹시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나는 그
친구들을 막을 힘이 없으니 이후의 일에 대해선 알아서들 해결하기 바란다."
세진은 집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앞에서 그렇게 잘라 말하고는 문을 닫아걸었다.
이 때문에 세계 언론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벗들이 일본에서 했던 일을 떠올리면 이번에는 북경이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꼬독! 꼬독! [대국이라고 하는 놈들이라서 어지간해선 별로 충격도 받지 않을 겁니다. 어쩌실 겁니까?]선도일이 은근히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모르죠.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오면 저도 가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그런 거죠.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의논해 보고 결정이 내려지면 부르거나 말거나 하겠죠."
세진도 사실 중국으로 날아서 무슨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워낙 크고 넓은 땅덩이라서 자금성 하나 박살을 내려고 해도 적잖은 시간이 들 테고, 사람 하나 찾아 죽이려고 해도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넓고 크다는 것은 세진처럼 혼자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어쨌거나 괜히 가만히 있는 친구들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친구들 화나면 무서운데."
세진은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고, 도일도 세진의 말에 동감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도쿄가 당한 것을 생각하면 세진의 친구들이 마음먹고 난리를 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인 것이다.
- 세진님. 제가 생각을 해 봤는데요.
"응? 뭘?"
- 그 중국 말이에요. 맘에 안 들잖아요.
"그렇긴 하지."
- 그래서 혼을 내 줄까 하고 생각을 해 봤어요.
"니가? 그래 우리 어리가 어떻게 중국을 혼낼 생각인데?"
- 중국의 커다란 도시마다 에테르 코어를 이용한 EMP 몇 방씩 터트리는 거예요. 좋은 생각이죠? 거기다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군사 기지, 미사일 기지, 공군 비행장 같은 곳에도 하나씩 터트리는 거죠.
"야, 거길 어떻게 가냐? 그 넓은 땅덩어리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 세진님이 가시는 것이 아니라 얘네들을 보내는 거예요. 짜잔.
어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반으로 갈라지며 안에서 몇 가지 종류의 곤충 로봇들을 꺼내 놓았다.
"뭐냐? 이건. 아직도 이런 거 만들고 있었냐? 이제 주문도 없잖아."
- 요고 보세요. 작은 렌즈를 달아서 어느 정도 주변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걸로 어쩌자고."
- 이걸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태우는 거죠. 그래서 중국 공항에 도착하면 다시 차에 옮겨 태우거나 해서 도시로 잠입시키고 그 다음에는 적당한 곳에서 에테르 코어를 푸화확! 에헤헤 그럼 끝나는 거예요.
"그거 듣기만 해도 끔찍 깜찍한데? 정말 그렇게 하면 어지간한 곳은 몽땅 날릴 수 있겠구나? 공항으로 들어가는 거야 날아서 가거나 기어서 가거나 하면 될 일이고, 그 다음에는 적당히 화물칸 같은 곳에 숨어 있다가 기회 봐서 나와서 다시 날아서 공항을 빠져 나오면 되고 말이다."
- 그렇다니까요. 이게요. 스마트폰만 터지면 어디건 상관이 없거든요? 거기다가 도시가 아니라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터져도 끝장인 거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으니까 그냥 도시 한 가운데서 펑! 그게 좋아요.
"야, 그래도 사람들 다치고 죽는 건 마찬가지잖아."
- 아니에요. 그거랑 그거랑은 달라요.
"그런데 넌 이거 몇 개나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데?"
- 몇 개라니요? 당연히 하나죠.
"역시 그러냐?"
- 세진님은 그럼 한꺼번에 [곤충과 놀자]를 여러 개 조작할 수 있어요?
"못하지."
- 그러면서 뭘 그래요. 저도 당연히 못하는 거죠.
"그래, 알았다. 그럼 우리 한 번 해 볼까?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우리 둘이서 하나씩만 하는 거니까 그렇게 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고 말이다."
- 우웅. 그럴까요? 그럼 일단 중국에 보내는 거부터 알아봐요. 비행 시간표도 있어야 하고, 노선도 알아야 하고 그렇잖아요. 음, 얘들 에테르 코어를 가지고 움직이면 최대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지도 알아 봐야죠.
세진은 어쩐지 신이 난 것 같은 어리의 말투에 살짝 걱정이 되었다. '내가 지금 세기의 테러리스트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닌가 몰라. 그것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