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67화 (67/298)

< -- 이것들이 언제 정신 차리지? -- >

다음날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난리가 났다.

미친 포항 의원이 언론에 큰 사고를 친 것이다.

천공기에 대한 내용을 떠벌리며 그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쓰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하는 놈은 마땅히 민족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서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워졌다.

한국에 몬스터 영역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 외신을 타고 삽시간에 지구 전체로 퍼져나간 것이다.

그 때문에 포항의 그 의원은 그야말로 죽일 놈이 되었고, 천공기에 대해서 보도한 언론은 뭇매를 맞게 되었다.

등록일 : 13.12.11 00:05조회 : 3227/3227추천 : 217평점 :(비허용)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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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특급 비밀을 함부로 발설해서 어마어마한 피해를 주게 되었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해의원도 천공기에 대한 것이 얼마나 큰 비밀인지는 국정원에서 몇 번이나 강조를 했던 사항인데 세진에게 수모를 당하고는 앞뒤 생각도 하지 않고 나발을 불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의원은 곧바로 국회 동의를 얻어서 구속이 되고 말았다.

많은 죄목 중에서 국가 이적죄가 가장 크게 적용이 될 듯 했다. 국회의원으로서 나라의 해가 되는 짓을 의도적으로 했다는것이 그 이유였다.

어쨌건 물은 엎어져서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고, 세진은 다시 전 세계의 정보기관으로부터 열렬한 구애를 받는 입장이 되었다.

어딜 가건 스토커들이 따라 붙었다.

이젠 세진의 뒤에 벗이란 단체가 있다는 이유로 세진을 놓아 줄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어떻게든 세진을 통해서 벗과 거래를 해야만 자국의 몬스터 영역을 걷어낼 수 있다.

그러니 모두 목을 매고 세진을 향한 해바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쉽게 세진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 동안 밝혀진 바에 따르면 언제부턴가 세진이란 인물의 성격이 거칠기 짝이 없게 변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일본의 요원들에게 애인이 살해당한 후부터 그렇게 되었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당연히 그 복수로 도쿄가 쑥대밭이 되었던 것도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이어서 좀처럼 세진에게 다가가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도일씨, 국정원에 연락해서 어깨에 힘주고 시는 나라들에서 천공기를 보급하는 대가로 받았으면 하는 기술이나 권리, 협약의 개정 등등 뭐가 되었건 국익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좀 뽑아 보라고 하십시오. 미국에선 뭘 받았으면 좋겠다느니, 프랑스에선 뭐가 좋겠다느니 하는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안 되면 일본해 표기 전부 없애고, 황해 표기도 없애고, 동해와 서해 이런 표기를 모든 지도에 달아 달라거나 하는 것도 좋겠군요."

세진이 도일을 불러서 앞 뒤 없이 이 말을 하고 난 후에, 곧바로 서대철 과장이 달려왔다.

"뭡니까?"

"아니 자네가 나라에 도움을 주겠다고 해서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려고 왔네."

"그건 또 무슨 오해에서 나온 생각이랍니까? 우리가 받는 걸 왜 나라에서 감사를 해요?"

"응 그게 무슨 소린가?"

"예를 들어서 미국에서 기술을 들여오면 그게 벗으로 들어오지 국정원이나 정부로 갈 것 같습니까? 그러고 문화재 반환 같은 걸 하면 그게 국립박물관으로 갈 것 같습니까? 아니면 제 친구의 개인 박물관으로 갈 것 같습니까? 제가 힘을 쓴 것은 바다 이름 좀 바꾸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사실 어떤 것들을 요구해야 할지를 결정하려면 정보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그 쪽으로는 좀 약하거든요. 그래서 부탁을 한 거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뭐 친구들이 이번에 그 국해의원인가 하는 인간 때문에 제가 욕을 먹는것이 좀 마음에 걸린다고 우리나라를 위한 조건 몇 개 들어 주겠다고 한 건데, 너무 앞서가시는군요?"

"그랬나? 하지만 자네가 한 말이 오해를 일으키기엔 충분하지 않나."

"그래도 바다 이름 바꿔 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뭐 그게 아니면 다른 조건을 걸어 보십시오. 제 몫이라면 조금 떼어서 국가에 헌납할 수도 있지요.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몸인데 굳이 욕심 부릴 일도 없으니 말이죠."

"그러니까 자네 말은 우리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벗에서 천공기 판매의 대가를 골라 보겠다는 말이로군?"

"그렇죠. 그런데 돈이야 부족하지 않은 놈도 있고 그러니 돈이 아닌 다른 걸로 달라고 할 놈들도 많을 겁니다. 어떤 놈은 오대호 근처에 별장하고 주변 일부 땅을 받겠다고 하는 놈도 있더군요. 뭐 그냥 조그마하게 서울시 정도 넓이면 될 것 같다고 말입니다."

"..."

"다른 녀석은 진시왕릉의 병마용 서른에 천공기 하나씩 줘서 언젠가는 병마용 전체를 받아서 정원을 꾸미겠다는 놈도 있었습니다. 재미있죠? 그에 비하면 저야 뭐 우리나라 동서의 바다 이름을 동해와 서해로 세계의 모든 지도에 단일 표기를 해 달라는 정도니까 별로 과한 것도 아니죠? 아, 일처다부제를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하게 만들겠다고 벼르는 녀석도 있습니다.

물론 그 녀석은 여자죠."

"..."

서대철 과장은 벗이란 단체의 구성원들 머리를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 이런 상황이어서 제가 일단 자료들을 보고 정리를 좀 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서 자료 요청을 한 겁니다. 그게 좀 오해를 부른 모양이네요.

미안합니다."

세진은 그렇게 서대철에게 사과를 했고, 서대철은 부푼 가슴으로 달려왔다가 찌그러진 표정으로 돌아갔다.

세진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 성질 나빠. 못된 엉덩이에 뿔 송아지 난다.

어리 앵무가 곁에서 묘하게 해석이 가능한 소리로 세진을 놀리고 있고, 도일은 아직까지 제 스승 때문에 죄인 행세를 하며 지내는 중이라 무표정을 가장하고 한쪽 구석에 서 있다.

어쨌거나 일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세진은 슬쩍 부모님께 다녀왔다.

부모님도 이제는 대충 상황을 아시고 계셨다. 그가 일본 도쿄를 박살낸 것은 모르셔도 세진의 친구들이 그 일과 연관이 있다는 정도는 아시는 눈치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예전처럼 함께 사는 것이 어떠냐고 세진이 여쭸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절대 싫다고 하신다.

이유는 괜한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으시다는 것이 이유다. 그냥 새로 정을 붙인 그곳에서 이웃들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시겠다고 하시는데 아무래도 두 분만 사시는 것이 아들하고 사는 것 보다는 편해서 그러신것 같다고 세진은 생각했다. 그러는 것이 자식 걱정 안 시키려고 억지로 정을 떼시려는 부모님을 연상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세진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그렇게 별로 좋지 않은 기분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세진의 집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들은 아무도 없는 세진의 어리 공방 밖에 차를 세워두고 세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는 기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 젠장. 저것들은 또 뭐야?"

세진은 도일이 운전하는 차에 타고 있다가 밖으로 나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짜증을 냈다.

빵빵!

도일이 주차구역 입구를 막고 있는 기자들에게 경적을 울렸다.

그런데도 기자들이 차를 둘러싸고 물러날 생각을 않는다.

잠시 당황하는 사이에 경찰과 전경들이 나타나서 세진의 건물로 통하는 길을 정리한다. 사람들을 밀어내고 차가 들어갈 길을 만든 것이다.

도일은 그 사이로 차를 몰아서 주차장에 대고는 곧바로 주차장 옆의 문을 열었다. 보통은 사용하지 않지만 지금처럼 현관을 이용하기 어려울 때에는 아주 괜찮은 방법이라고 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진의 5층 건물 1층은 절반이 주차장이고 나머지 절반이 살림집이다. 그러니 그 안쪽으로 들어오면 가택 침입인 셈이다. 물론 따로 담을 만들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개인 사유지가 공공의 장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세진이 주차장 문을 통해서 건물 내로 모습을 감춘 후, 도일이 인상을 쓰면서 스마트폰에 뭐라고 폭풍 문자를 날렸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경찰과 전경들이 세진의 개인 사유지 안으로 들어가 있던 사람들을 모두 경계선 밖으로 끌어냈다.

아무리 기자들이 항의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 가지였다.

"사유지를 침범하면 저희도 어쩔 수 없이 주인의 고발에 따라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개인 사유지 안으로는 들어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러니 기자들도 별 수가 없었다. 주인이 신고를 했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기자들이 아니었다. 하필 눈치도 없이 오늘 같은 날에 세진을 찾아온 방문객들이었다.

그들 중에 하나가 세진의 집 벨을 눌렀다.

그리고 화면에 도일의 모습이 나타나자 서둘러 용건을 밝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통역사입니다. 이곳에 지금 일본에서 온 협상단이 있습니다.

이들은 천공기라고 이름 붙은 것을 급하게 구매해야 할 입장이며, 그에 대한 대가를 충분하게 치를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단 이야기라도 나눠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는 단지 통역을 맡은 사람이었던지 최대한 정중하고 또 예의바르게 도일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세진의 집 앞에 이렇게 기자들이 모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천공기를 구하기 위해서 협상단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어떻게 퍼진 것인지는 몰라도 그야말로 자극적인 소재인 것은 분명하니 기자들이 다들 우르르 몰려서 난장판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도일은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서 그런 상황을 세진에게 전했다.

"일본?

일보온이요?"

세진은 당장이라도 폭발을 일으킬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가 잠시 후엔 아주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는 봐야죠."

도일은 그렇게 변한 세진이 오히려 더 위험하게 느껴졌지만 일단 통역사와 세 명의 일본인을 거실로 들였다.

= 독도는 우리땅. 땅땅땅. 왜요는 일본요. 어디요? 일본요? 왜요?

언제 나왔는지 어리 앵무가 거실 바닥에서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일본 협상단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통역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니 어리 앵무가 한 말을 그대로 일본인들에게 통역하고 있다.

"그래. 할 말이 있다니 어디 들어 봅시다."

세진은 소파의 등을 깊게 묻으며 두 손을 깍지 끼어서 배 위에 올려놓은 모습으로 인본 협상단이란 자들을 보았다.

"먼저 이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 깊은 유감, 아니 사죄의 뜻을 전한다고 합니다."

세진은 통역사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통역의 임무가 성공적으로 대화를 이끌어서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해도. 거짓말까지 하면 곤란합니다. 저 사람의 말은 사과가 아니라 유감의 뜻이라 했지요. 아무리 일본어를 몰라도 그 정도 문맥은 읽을 수 있습니다.

통역사는 세진의 말에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고, 또 일본인의 질문에 방금 했던 세진의 말과 자신이 했던 단어 교체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자 일본인은 유감이 아니라 잘못에 대한 사죄라고 정정해 달라고 통역에게 요구했다.

세진은 그 모습을 보면서 뭔가 급해도 아주 급한 상황이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들도 세진의 벗들이 도쿄 사태의 범인이란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세진에게 와서 저자세를 보이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라 여겼다.

곧이어 세 사람의 신분에 대해서 통역이 소개를 했지만 세진은 그들의 신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일왕과 수상의 전권을 받아서 세진의 요구에 대한 가부를 결정할 자격을 가지고 왔다지만 세진에겐 그 사실만 알면 될 일이지 신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 제가 맡은 통역은 아주 간단한 내용입니다. 일본에서는 세진님을 통해서 천공기라고 부르는 몬스터 서식지로 들어갈 수 있는 도구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로 세진님과 세진님의 친구분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건 들어 줄 용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맡은 통역의 임무는 이 내용을 전달하고 세진님의 대답을 저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세진은 통역사가 사적인 감정은 철저히 배제한 상태로 임무에만 충실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고 그에게 약간의 호감을 주었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 평가가 세진이 일본에 뭔가를 해 줄 수 마음이 들도록 할 수는 없었다.

"통역사님께 죄송하지만 제 대답도 간단합니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일본에 천공기를 제공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 대답은 그것뿐입니다.

세진은 그렇게 답을 줬고, 그 답은 통역사를 통해서 일본인들에게 전해졌다.

대답을 들은 인본의 협상단은 안색이 시커멓게 죽었다.

그리고 그들은 급하게 통역에게 사정을 자세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 내용은 통역사는 물론이고 모른 척 듣고 있던 세진과 도일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가 몬스터 영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발전소의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거기다가 사람들이 들어가기 어려운 구역에서도 몬스터가 등장하고 있어서 잘못하다간 대형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방사선 때문에 출입이 금지된 구역에 몬스터가 나타나 돌아다니고 있으니 자칫하면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거라는 소리였다.'빌어먹을 위치로군.

시마네 원전이라니.'세진은 일본인들과 통역사의 대화를 들으며 태연한 얼굴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썼다. 놀라봐야 저들이 매달릴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 여긴 것이다.

결국 세진은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 거절 의사를 명백히 하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물론 그 때문에 도일은 국정원에 연락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시마네 원전은 한국에서도 가까운 곳이어서 후쿠시마와는 전혀 의미가 달렸다.

시마네에서 사고가 나면 그 방사능 물질이 한국으로 밀려들어오는것을 막을 방패가 없는 것이다.

자칫 그 시기가 일본에서 한국 쪽으로 바람이 부는 시기라도 되면 재앙이 닥칠 수도 있었다. 사고는 일본에서 나고 피해는 한국이 더 클 수도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당장에 나라 전체가 난리가 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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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일본... 혼자 망하지... 그놈의 원전은... 어쩌라고... 하하하.. 저걸 구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역시 우리나라 때문에라도 구해야 하나... 하지만 세진이 성격에 나서서 구해줄 일은 없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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