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65화 (65/298)

< -- 이것들이 언제 정신 차리지? -- >

사람은 어떻게든 살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이번 세계적인 몬스터 출몰 사태에서도 적용이 되었다.

몬스터 영역은 이제 증가 추세도 줄어들고 있었다.

하루에 몇 십 곳 이상의 몬스터 영역이 생기던 것이 이제는 몇 곳으로 줄었고, 조만간 갑자기 급속하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래도 꾸준히 늘어서 몬스터 영역이 생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건 결국에는 몬스터 영역이 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에테르 코어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것을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따라서 그렇게 흘러 다니는 에테르 코어들이 주변의 몬스터 영역을 활성화 시킬 거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만 그런 중에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대한민국이 그랬다.

벗이란 한 단어로 대표되는 비밀 단체의 도움으로 한국은 몬스터 영역을 완전히 정리할 실마리를 가지게 되었다.

아니 그 핵심이 되는 열쇠는 여전히 벗만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박세진이라는 벗의 대변인, 혹은 소통창구가 있기에 몬스터의 소굴인 이면 공간에 들어가서 몬스터 영역을 완전히 해결해 버리는 것이 가능할 거라는 희망 섞인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히 세진의 어리 공방에는 문턱이 닳도록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세진은 그런 방문자들과 어떤 협상도 하지 않았다.

아직 친구들의 의견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중이었다.

위기가 너무 쉽게 넘어가면 은혜를 입어도 그것이 은혜란 사실을 모르는 자들이 많은 법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난리 법석을 피운 후에야 천공기에 대한 거래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우선 대상은 한국으로 할 생각이었다. 한국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그 후에는 외국으로도 눈을 돌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진은 마음 한 구석에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데블 플레인으로 치면 겨우 붉은색 등급, 그 중에서도 제일 낮은 수준의 몬스터들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 걱정되는 것이다.

물론 일본 도쿄에서 나타나는 갓파의 경우에는 주황색 등급으로 보이는 갓파도 섞여 있는 것 같고, 다른 나라의 몇 곳도 주황색 등급으로 보이는 몬스터들의 출현이 보고되는 몬스터 영역이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붉은색의 몬스터들이 날뛰는 상황인 것이다.

만약 여기서 노란색 혹은 초록색 등급이 나온다면? 그걸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세진도 노란색 등급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판이고, 초록색이면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등급이었다.

그것도 이곳이 지구라서 몬스터들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고려한 판단이 그랬다.

그러니 그런 높은 등급의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상황이 되면, 지구는 정말로 현세에 지옥이 강림하는 상황이 될 터였다. 탱크로도 어지간해선 초록색 등급의 몬스터를 잡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이 세진의 생각이었다.

그럼 더 강력한 무기를 써야 하는데 몬스터 한 마리 잡자고 얼마나 많은 화력을 쏟아 부어야 할까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하위 결계만 열리고 있어. 어쩌면 그것도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이런 일을 연구할 사람들이 있어야 할 텐데, 실제로 벗은 나하고 어리뿐이니 이건 정말 곤란하군.'

세진은 머리를 긁으며 어리를 바라봤다.

- 무슨 일이에요? 머리 간지러워요? 세진님 머리 언제 감았어요? 네?

"오늘 아침에 감은 거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공부나 하자."

- 베에, 공부는 세진님이 하셔야지요. 저는 괜찮아요. 세진님이 그려주시는 마법진에 이상이 있지 않다면 저는 한 번만 보면 다 기억할 수 있거든요. 에헤헤.

"나도 한 번 보면 기억하거든? 다만 그걸 손으로 옮겨 그려야 하는 것이 문제인 거지. 머리엔 있는데 손으로 그릴 때에는 간혹 실수를 한단 말이지."

- 에테르를 사용하는 몸인데 실수를 하는 건, 기억의 문제지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고욧! 역시 그런 쪽으로 이 어리가 최고인 것이에요.

"너. 또 에테르 코어 먹었구나? 응?"

= 까악, 까악, 까악.

세진의 말에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어리 앵무가 까마귀 소리를 내면서 어리의 방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리 앵무를 움직이게 된 어리가 때때로 실험용으로 꺼내 놓은 에테르 코어를 하나씩 물어다가 어리의 본체에서 흡수하게 한다.

부모 몰래 간식거리를 훔쳐 먹는 아이 같아서 세진도 크게 야단을 치지는 못하지만 점점 식탐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걱정인 세진이었다.

어쨌거나 세진의 꾸중을 들을 것 같으니 어리 앵무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정신을 분산시키려는 잔머리를 굴리는 어리다.

- 그런데요 세진님.

"응? 또 왜 그렇게 은근한 목소리로 불러? 에테르 코어 안 준다."

- 칫, 그거 아니고요. 에테르 코어 달라는 말이 아니라고, 그 간혹 주황색 등급으로 보이는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곳이 있잖아요.

"어리야, 나는 주황색 등급 잡으러 갈 생각 없다."

- 그게 아니라구욧, 들어 보세요. 그것들이 주황색 등급의 에테르 코어를 준다면요, 어쩌면 그 때문에 주황색 몬스터들이 있는 결계가 흔들리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응? 뭐라고?"

세진은 무심히 어리의 말을 듣고 있다가 주황색 등급 몬스터의 등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다. 그렇게 되면?'

세진은 이후 상황을 하나씩 예상을 해 봤다.

주황색 등급의 코어가 풀리면 주황색 몬스터의 결계가 흔들려서 몬스터들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또 등급이 혼합되어 있는 곳이 있어서 노란색 등급 몬스터가 나오고 그것들이 잡혀서 노란색 등급 코어가 나오게 되면, 그러면 정말로 노란색 등급 몬스터가 있는 이면 공간의 결계가 흔들려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언젠가는 파란색이나 남색 몬스터, 아니면 그 상위 몬스터인 보라색 몬스터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세진은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서둘러서 선도일을 찾아 어리의 방을 나섰다.

= 어디가? 어디가? 푸드드득.

푸드득.

어리 앵무가 세진이 방을 나서기 전에 세진의 어깨로 날아올랐다.

그 상태로 세진은 선도일을 찾아갔다.

도일은 몬스터 문제에 대해서 세진보다 체계적으로 정리를 하고 있었고, 그게 아니라도 세진이 원하는 정보를 모아줄 인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세진이 말하면 알아서 상부로 연락이 가고, 거기서 정보를 모으고 합쳐서 보내 주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걸 믿고 도일의 방으로 찾아 갔을 때, 도일은 한창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시구문 이면 공간에서 몬스터 한 마리에게 당한 기억이 뼈아팠던지 도일은 복귀 후에 시간을 내서 곧바로 스승을 찾아갔다가 열흘 남짓 흐르고서야 돌아왔다.

그리고 그 후로 세진이 보기에도 확실히 도일이 내기라고 부르는 기운의 활기차게 움직이게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일은 '에테르를 확실히 느낄 수 있게 되니 내기가 더욱 선명해진 것 같습니다.

에테르에 자극을 받으면 몸 안에서 내기를 더 잘 느끼고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에테르 코어가 여러모로 수련의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거기다가 에테르 코어를 통해서 그런 수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스승까지 나서서 한창 그쪽 방면의 연구와 실험도 탄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까똑! 까똑!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도일은 세진의 방문을 문자 전송으로 맞이했다.

"그냥 말로 하면 될 것을. 쯧. 별 거 아닙니다. 그냥 정보 좀 확인해 주십시오."

시구문 이면 공간에서 나온 이후로도 여전히 대화는 까똑을 이용하는 도일을 보며 세진이 볼멘소리를 한다.

까똑! 까똑! [어떤 정보 말입니까?]도일은 이런 일이 세진에게 뿐만이 아니라 국정원이나 나라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진이 특별한 것인지, 벗이란 단체가 그런 것인지, 어쨌거나 몬스터에 대해서 밝혀진 상당한 부분이 세진, 혹은 벗이란 단체의 도움이 있었던 것들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필요하다는 정보도 역시 모아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 터다.

"일본 갓파들 중에 유독 강한 놈들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다른 지역에서도 그와 유사한 사례가 몇 곳이 있다면서요? 그런 곳들을 전부 조사해주십시오.

우리나라에도 있는지 알아보시고요. 그리고 그런 강한 놈들이 주는 에테르 코어가 혹시 있었는지 있었으면 그것들 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구해 달라고 하십시오."

까똑! 까똑! [이유를 알 수 있습니까?]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길 바라지만 혹시 그 강한 몬스터가 준 코어가 그와 비슷한 녀석들의 몬스터 영역을 열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뒷 말은 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까똑! 까똑! [새로 열린 몬스터 영역에서 그 강한 놈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중에서 또 월등히 강한 놈이 있다면 그 놈이 주는 에테르 코어는 그보다 더 강력한 몬스터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게 되면 악순환의 고리가 끝나는 곳은 인류가 잡을 수 없는 몬스터의 등장에서나 끝날 수도 있다는 말씀.]

"바로 그겁니다.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해야겠지만 어쩌면 국제 협약으로 강한 몬스터에 대한 사냥 자체를 금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잘못하다간 인류 멸망까지 고려를 해야 합니다."

까똑! 까똑! [ 곧바로 보고하고 조취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그 코어가 돌아다니지 않도록 하고 만약 그런 코어가 나오면 곧바로 통제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려야 할것 같습니다.]

"뭐 벌써 밖에서 움직이고 있지 않겠어요? 도일씨의 그 스마트폰 그런 기능도 있잖아요. 그거 켜면 밖에 있는 사람들도 다 듣고 그러죠? 그리고 내게 보내는 문자도 그쪽으로 함께 전송이 되고 말이죠."

세진의 말에 도일은 답을 하지 않았다. 세진도 그걸 따지지는 않았다.

'빨리 세진씨 스마트폰에 깔아 놓은 프로그램을 지워야겠어. 계속 두다 들키면 정말 곤란하겠어. 거참, 쓸모도 없는 프로그램은 왜 깔아가지고. 어차피 세진씨는 저 스마트폰으로 특별한 연락 같은 건 전혀 하지 않는데 말이지.'

도일은 세진에게 한 마디 들은 것이 불안해서 세진의 스마트폰에 대한 건의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리야. 이 천공기 말이다.

조금 더 개량을 해야겠지?"

- 네, 세진님. 낭비되는 에테르가 적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휴대도 불편하고요.

"다른 사람들이 쓸 건, 1회용으로 만들고, 한 번 사용하면 완전히 분해가 되도록 해야겠다. 에테르 소용돌이에 말려 들어가서 사라지도록 말이야. 그리고 사용 전에 뜯어보지 못하도록 좀 더 신경을 써야겠고."

- 걱정하지 마세요오. 절대로 복제하지 못하도록 이 어리가 신경 써서 만들고 있어요오. 불필요한 부분들도 많이 만들어서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고 있고, 중간중간 눈에 보이지 않도록 내부로 선을 이어 놓은 곳도 많이 있어요. 제가 알아본 몇 가지 투시 장치들로도 절대 모두 알아낼 수는 없게 했어요. 속 안에서 같은 재질로 얽히고설키게 만들어 놓았거든요.

"그래. 잘 했다. 하지 말라고 해도 꼭 해 보는 놈들이 있을 거야. 그렇지? 그러다가 전자장비들 몇 번 말아먹어 봐야 정신들을 차리지."

- 맞아요. 하지 말라는 건 안 해야 하는 건데 말이죠.

"그나저나 주황색 등급의 에테르 코어가 내일은 도착을 한단다."

- 우와.

그래요? 그럼 그걸로 뭐 하실 거예요?

"일단 그걸 쓸 수 있는 천공기가 필요하겠지. 그리고 주황색 등급 몬스터들이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아야 하는데 말이다. 이건 좀처럼 방법이 없구나."

- 그럼 전에 시구문 갔을 때처럼 아무 곳이나 가서 실험을 해야 한다는 건가요?

"한 번만 실험을 해 보고, 그 다음에는 내가 직접 천공기에 에테르를 주입해서 할 수 있겠지. 설마 내가 지닌 에테르 보다도 많은 에테르가 필요하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 세진님 에테르는 확실히 다르니까요. 힝, 진작 알았으면 이 어리 그렇게 마음 졸이고 하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그러게 말이다."

세진은 어리의 투정에 못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어리에게 세진이 직접 에테르를 불어 넣어 주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근래의 일이다. 거기다가 게이트 역시 세진의 에테르만으로도 여는것이 가능했다.

그러니 에테르 저장 장치 때문에 데블 플레인으로 갈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제대로 수련만 했으면 어리도 듀풀렉 게이트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는 말이 된다.

"뭐, 이곳 보다는 그쪽이 성장 속도가 월등하게 빠르긴 하지.

그건 정말로 아쉽다니까?"

- 그 말씀은 이곳 지구가 몬스터 천지가 되지 않아서 아쉽다는 소리로 들린다구요. 에테르가 그렇게 많아지려면 지구에도 몬스터가 그만큼 늘어야 하는 거니까요.

"그게 그렇게 되지? 하하."

세진은 어리의 말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 작품 후기 =================

===========주황색 등급의 에테르 코어... 그게 있으면 당연히 그에 맞는 몬스터들의 결계가 열리게 되고... 또 몬스터가 나오고? 그런 거?

어쨌건... 오늘도 한 챕터입니다. 후후후. 이젠 한 챕터를 3편으로 맞추고 있습니다.

오늘도 성공을 했다지요... 쿠쿠쿠... 목표 달성은 언제나 행복한 것입니다. 얍!

여러분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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