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61화 (61/298)

< -- 문이 열렸다. 문이 열렸다! -- >

"글쎄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자꾸 이럴 겁니까? 이러면 저 그냥 돌아갑니다.

세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관악산 기슭에 나와 있었고, 그 주변에는 철조망이 산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앞에서 세진과 서대철, 선도일 그리고 총으로 완전 무장한 한 개 분대 특수 요원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일반 병사들이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는 이곳은 관악산 몬스터 차단 구역이었다.

몬스터들은 사람들을 보기만 하면 굉장히 흉폭 해지기 때문에 그것들이 사람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거리를 두고 철책을 치고 혹시 길을 잃고 나타나는 몬스터에 대비하는 것이 요즈음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이 되었다.

사실 길 잃은 몬스터는 며칠에 한 마리 정도 나타날 뿐이고 그 정도는 발견만 먼저 하면 일반 병사라도 혼자서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그래서 일단 몬스터 영역 밖으로만 나가면 몬스터에 대한 위협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다만 몬스터 영역 안에서는 모든 몬스터를 박멸했다고 하더라도 곧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몬스터들이 무작위로 허공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끝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 않나. 그러니 이들과 함께 가게."

"가면요? 가서 몬스터 나타나면 총으로 드르륵 갈기고, 또 나타나면 총으로 갈기고 그렇게 할 거면 제가 저 안으로 뭐 하러 들어갑니까? 나하고 선도일씨 둘이면 충분하니까 저 사람들은 빼 주시죠."

"아니 어째 같은 소리를 계속 하게 하는 건가? 위험하다지 않나?"

"아, 정말. 그럼 맙시다. 나도 그만 둘 테니까."

세진이 버럭 화를 내고는 되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줄줄이 특수부대까지 끌고 몬스터를 상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리가 필요 없다는데 굳이 우릴 호출한 이유가 뭡니까? 우리가 그렇게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인 줄 아십니까?"

세진이 돌아서서 가기 시작하자 그 때까지 묵묵히 참고 있던 특수부대 인솔자가 기어코 한 마디 하고 만다.

마치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고 있자니 열불이 난 것이다.

하지만 서대철 과장은 그쪽은 시선도 주지 않고 세일에게 다가가 팔을 잡았다.

"좋네. 좋아. 하지만 저들 중에 한 명이라도 더 데리고 가게. 자네하고, 도일씨, 그리고 저기 부대장까지 가는 걸로 하지. 저 사람 굉장히 뛰어난 실력자라고 알고 있네. 저 사람은 데리고 가제. 나도 양보할 테니까 자네도 양보를 좀 하게."

세진은 서대철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그들을 붙이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이 내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사람 정도는 있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안에서 있을 일은 선도일이 함께 경험하고 보고를 할 텐데, 군인 한 사람이 더해진다고 비밀이 세어나가고 어쩌고 하는 걱정도 우스운 일이었다.

"총은 소리가 나지 않는 총만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몬스터는 제가 상대합니다.

제 크게 다치기 전까지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조건이면 그렇게 하죠."

"듣기는 했지만 자네 정말 자신 있나?"

서대철은 세진이 몬스터를 직접 잡겠다는 말에 처음부터 펄펄 뛰었던 사람이다.

"그렇게 알고 준비하십시오."

세진은 서대철과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 말만 하고는 등에 지고 있던 배낭에서 뭔가를 꺼내서 주섬주섬 조립을 하기 시작했다.

"창?"

서대철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입을 벌렸다. 총을 두고 창이라니 절로 고개를 흔들 일이었다.

그런 세진의 모습을 보는 특수부대원들도 고글 안쪽에서 눈살을 찌푸렸다. 현대 개인화기의 정점에 있는 총을 버리고 냉병기에 해당하는 창을 들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진은 창은 완전 조립하고, 팔에는 완갑을 착용했다. 모두가 어리와 함께 만든 것들이었다.

휘휘휘휙 휘휘휙.

세진은 창을 휘둘러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철책 출입문으로 다가섰다.

그 뒤로 선도일과 특수부대 팀장이 따라 붙었다.

"문 열어!"

서대철이 고함을 지르자 통문을 관리하는 장교가 부하들을 시켜서 문을 열게 했다. 그렇게 세진은 3미터 간격을 둔 두 겹의 철책을 지나서 관악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한 지역은 무인 공격 로봇으로 덮었다고 하던데, 여긴 뭐 완전 야생이네 야생이야."

세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겨우 몇 달 사람의 왕래가 적었다고 산은 변하고 있었다. 주서관 소령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별한 명령으로 차출이 되어 팀원을 모두 이끌고 관악산으로 올 때만 하더라도 화끈하게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잔뜩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웬 미친놈이 경호원 하나를 데리고 혼자 들어가겠다며 자신의 팀원들이 필요 없다고 악을 쓰는 꼴을 보고는 심기가 굉장히 상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상부 지시로 온 자리여서 별 말도 못하고 있다가 결국 팀원들을 모두 버려두고 K7 소음 기관총으로 개인 화기를 바꿔들고 홀로 미친놈을 따라 나서게 되었다. 주서관이 그를 미쳤다고 한 것은 몬스터가 나타나는 곳으로 들어가면서 달랑 창 하나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40센치 정도의 날이 달린 창은 보기에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그게 몬스터를 상대로 총보다 나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그게 아니라도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총이 아니라 칼, 아니 창을 든단 말인가.

한숨이 나올 일이고, 도대체 저런 사람이 왜 몬스터 영역으로 들어가는 건지 이해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은 첫 몬스터가 나타난 후에 180도 바뀌었다.

이곳 관악산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몬스터가 하나가 아니라 두 종류가 나타났고, 그 영역이 서로 맞물려 있어서 하나로 취급할 뿐이었다.

주서관 소령이 세진을 따라서 가는 곳은 관악산의 마당바위 쪽으로 여러 종류의 동물바위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방향에 있는 몬스터들은 바로 그런 바위를 닮은 것들로 하마, 독수리, 악어, 강아지 남근 등의 모양을 한 몬스터가 나타났다.

모두가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몸뚱이를 지니고 있어서 생물로 보기 어려웠지만 제멋대로 움직이고 또 장소를 옮겨 다니기까지 하기 때문에 서양의 옛 이야기에 나오는 흙이나 바위 인형과 같은 종류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가 세진이 휘두르는 창에 반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그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잘려 나갔다. 주서관 소령은 부대에서 교육을 받을 때에 몬스터라고 불리는 새로운 적들은 총알 한 두 방으로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말을 들었다.

거의 걸레를 만들어 놓고서야 안심을 할 수 있는 것이 몬스터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가 냉병기인 창에 서걱서걱 잘려 나가니 놀라지 않는것이 도리어 이상할 일이었다.

"뭘 그렇게 보고 있습니까? 갑시다."

세진이 또 한 마리의 몬스터를 처리하고 주서관 소령을 불렀다.

"그런데 어딜 이렇게 가는 겁니까? 목적이 뭡니까?"

주서관 소령은 세진과 한 팀이 되었으니 작전의 목적 정도는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

"몬스터들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가는 겁니다.

"그건 이미 일정 지역 안에서 무작위로 나온다고 모두 알고 있는 거 아닙니까?"

주소령은 뻔한 것을 직접 보기 위해 들어가는 거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그 말이 아니라.

그것들이 어디 있다가 나오느냐하는 겁니다. 아니면 정말 공중에서 합성이 되어 만들어지는 거라면 그것도 확인을 해야겠지만 제 생각에는 그것들도 어딘가 있다가 기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동굴이나 그런 것을 찾는다는 말입니까?"

주소령의 생각은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숨어 있다면 동굴이나 비트 같은 것을 떠올리는 특수부대원들의 경험이 준 한계였다.

= 결계, 진법, 스텔스 스페이스.

선도일의 손가락 놀림에 따라서 그의 스마트폰이 빠르게 합성된 기계음으로 몇 단어를 늘어놓는다. 세진 이외에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마련한 대화 도구였다.

"도일씨는 짐작을 하는 모양이네요. 제 생각도 그겁니다. 이 괴물들은 어딘가 숨겨진 공간, 실재하지만 이면에 숨어 있는 공간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것들이 숨어 있는 공간을 찾으려는 겁니다.

아, 저기 또 한 마리 있네요."

세진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세진 일행을 발견하고 나무들을 좌우로 밀쳐내며 다가오는 2미터 크기의 돌덩이를 보며 창을 들고 마중을 나갔다.

이제 선도일과 주서관 소령은 그런 세진을 보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과 세진이 상대하는 몬스터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장난처럼 몬스터를 썰어 버리는 세진의 창술을 보면 입만 벌어질 뿐이다.

"오호? 에테르 코어가 나왔군요. 이거 어째 안 나오나 했더니 말입니다."

세진은 죽은 몬스터의 시체 곁에서 작은 에테르 코어 하나를 주워들었다. 그런데 데블 플레인에서 봤던 코어가 검붉은 색인데 비해서 지구의것은 검푸른 색이었다.

= 개인 소유 위법.

도일이 세진이 에테르 코어를 지니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럼 누가 가지면 됩니까? 도일씨? 아니면 군인 아저씨?"

세진은 둘을 보며 묻더니 대답이 없는 둘을 외면하고 에테르 코어를 눈앞에서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에테르를 가늠해 봤다.

'에테르 코어의 가치는 데블 플레인과 비교해서 다르지 않겠어. 품고 있는 에테르의 양이 비슷해.'

세진은 그렇게 감정을 마치고는 다시 등에 지고 있던 배낭을 풀어서 그 안에서 손바닥을 쫙 펼친 크기의 금속판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 중앙의 홈에 에테르 코어를 올려 놓았다.

"그게 뭡니까?"

주서관 소령이 물었고, 도일도 의문의 시선을 세진에게 보내고 있었다.

"모르죠. 일단 작동을 하면 알게 되는 거고 아니면, 모르는 거고."

= 그들의 작품입니까?

"그렇다고 해 두죠. 코어가 없어서 시험도 못 해본 물건이니 제대로 작동을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뭘 하는 물건이냔 말입니다."

주서관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종의 개구멍 생성기? 뭐 그런 거죠."

"개구멍?"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세진에게 도일과 주서관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말 그대로 어딘가에 개구멍을 만드는 겁니다.

그럼 여기서 문제, 이 개구멍은 어디에 뚫을까요? 내가, 여기, 이, 몬스터, 영역까지 와서, 어렵게 구한 코어를 소비하면서 말입니다."

= 소비라면 사용가능하단 말입니까? 벌써 그렇게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겁니까?

너무 빨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음성이 도일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흘러나왔지만 세진이나 주서관 소령은 모두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세진의 대답을 듣기 전에 세진이 들고 있던 금속판이 화려한 빛을 내는 것을 보았다.

세진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마법진이 동작하는 것을 본 최초의 사람들은 그들 둘이 되었다.

"엇?"

"무슨 일입니까?"

"..."

도일이 놀라고, 주서관이 총을 올리고 경계를 하며 물었지만 세진은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세진이 들고 있는 판에서 에테르 코어가 흩어지면서 에테르가 쏟아져 나와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요동을 쳤다.

그것은 마치 테멜의 입구와 비슷한 소용돌이로 보였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 중앙이 넓어지면서 전혀 새로운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왔다.

하하. 문이 열렸다. 하하핫."

세진은 그것을 보며 환호성을 올렸고, 도일과 주서관 소령은 입을 떡 벌렸다.

"자자, 들어가 봅시다.

안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까?"

= 세진님 위험합니다. 실험이 끝났으면 돌아가셔야합니다.

"맞습니다. 이런 실험은 몇 번 반복해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데 무턱대고 들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도일과 주서관 소령이 한 마음이 되어서 세진을 말렸다.

세진은 멀뚱한 표정으로 그 두 사람을 바라보며 방금 만들어진 구멍으로 들어가려던 걸음을 멈췄다.

그렇게 셋은 서로를 보며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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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몬스터는 이면 세계에 숨어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걸 드디어 세진이 이면 공간으로 가는 길을 열어 버린 것?

우후훗. 그랬으면 좋겠지만... 또 이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거?

이면 공간이 분리 독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이 중요한 거죠... 쿠쿠쿠.

어쨌건 참...

복잡하게 세상이 얽히게 생겼습니다. 넵... 자, 그럼 저는 오늘도 여기까지.. 세 편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화이팅.

행복하십시오. ^^ 제게도 행복을 나줘 주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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