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53화 (53/298)

< -- 제이비아의 자넷 - 테멜 -- >

세진의 제이비아 생활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자넷은 어느 정도 자신의 정체가 세진에게 알려진 후로는 세진을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소개시키는 일에 열중했다.

이전까지는 그저 지이비아의 주민들로 만나고 이야기하며 지냈던 것이 자넷이 끼어들면서 커다란 배경을 지니고 있는 유명 인사들과의 만남이라는 의미를 담게 되었다.

사실 세진에게 그들과의 만남이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자넷은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 인맥이라고 누누이 강조하며 마을 사람들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물론 세진의 입장에선 그다지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생각해보니 그래도 알아둬서 나쁠 것 같지는 않았고, 사람들도 나쁘지 않아서 함께 어울리곤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고 세진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역시 수련이었다.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에테르 로드 수련을 하다보면 어느새 과욕으로 몸을 망치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영구 회복 캡슐의 도움으로 크게 다치는 일은 없었지만, 이즈음에 세진은 점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세진은 그것도 수련이라 여기고 있었다.

석판에서도 작은 부상은 자주 당하는 것이 에테르 로드를 단련시키는데 좋은 수련법이라고 하고 있었다.

유저 수준에서 에테르는 단순한 통로를 따라서 몸을 돌며 순환한다.

그 단순한 에테르 로드를 좀 더 튼튼하게 만들고 그 에테르 로드와 연결된 새로운 통로를 개척하는 것이 에테르 로드의 수련 방법이다.

에테르 로드 수련이란 말 그대로 몸 안에 에테르가 흐르는 통로를 점차 세밀하게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에테르 로드를 몸 속 혈관에 비유하자면 커다란 혈관까진 어떻게 파악하고 사용을 하는데 중간 단계의 혈관은 겨우 감만 잡고 사용은 하지도 못한다고 할까? 세진은 지금 그 중간 단계의 혈관을 조금씩 개척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등록일 : 13.12.06 00:03조회 :

5592/5594추천 : 266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6631석판의 내용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것을 몸에 적용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하단전에 저장된 에테르의 양만 보면 익스퍼트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진정한 익스퍼트가 되기 위해서는 에테르를 회복하는 속도도 그에 맞게 증가해야 한다. 그리고 에테르 로드 수련을 익힌 내가 에테르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에테르 순환의 경지를 높여서 소순환이 아닌 중순환에 도달하는 것뿐이다.

'세진의 목표는 바로 그것이었다.

기초적인 에테르 순환의 단계를 넘어서 한 단계 높은 수련 경지로 올라가는 것.

에테르가 하단전에서 나와서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에테르 로드를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흐르는 에테르는 세진의 몸 주변에 있는 공기 중에 에테르를 끌어들여서 조금씩 몸집을 부풀린다. 그렇게 에테르를 끌어 모으며 한 바퀴 순환을 한 에테르는, 다시 하단전으로 들어가서 외부에서 끌어 모아서 세진의 몸에 맞게 가공한 에테르를 저장고인 하단전에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 중에서 에테르 로드를 따라 흐르던 에테르가 원래의 길 이외에 주변에 있는 좀 더 세밀한 에테르 로드와 호응을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세진이 중순환을 완성한 부분이다. 그리고 그 부분은 에테르가 나오는 쪽이 아니라 하단전으로 들어가는 쪽에서부터 역방향으로 천천히 늘어나고 있었다.

에테르 로드의 개척은 처음에는 순환 방향으로 개척을 하지만 이후에는 역순으로 뒤에서부터 개척을 한다. 그래야 에테르 로드가 버틸 수가 있다.

기초 순환에 사용하는 굵은 에테르 로드 주변을 개척해서 그곳에도 함께 에테르를 순환시키면 에테르가 모이는 양이 훨씬 많아져서 에테르의 몸집이 급격하게 커진다.

그런데 그 상태로 개척되지 않은 에테르 로드가 있는 곳에 도착하면 통로가 좁아서 앞서 늘어난 에테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만다.

당연히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에테르 로드의 뒤쪽부터 개척을 하는 것이다. 앞에서 흘러오던 에테르가 갑자기 넓어진 통로를 호호탕탕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에테르 로드 수련의 방법 중에 하나였다.

쉬우면서도 알지 못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할 숨겨진 수련법의 하나인 것이다.

세진은 에테르 로드를 수련하기 위한 깊은 집중에서 깨어났다.

'이제 30% 정도는 된 것 같다. 이 정도면 익스퍼트 초급 정도는 되겠지.'

세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본신으로 이곳 제이비아 마을로 온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제이비아 마을에서만 꼬박 1년이 넘었다. 이전에 거버너 등과 사냥을 하고, 후안 패거리에게 납치를 당해 갇혀 있었던 시간까지 더하면 2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뭐야? 그 표정은?

'나 이제 할 일 끝났음. 그러니까 떠남.'

이라고 적혀 있는데?"

자넷은 세진을 보자마자 그렇게 말했고, 세진은 자넷의 눈치가 여간 빠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넷은 상점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세진을 보는 순간, 세진의 눈빛이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고요히 잠겨있던 분노가 이글이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자넷은 알았던 것이다. 세진에게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그래.

맞아. 여기에 온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 이제 가야지. 아직 모자란 점이 있지만 시간이 내 마음을 좀먹기 전에 가서 부딪쳐 볼 생각이야."

"꼴을 보아하니 위험한 일이구나? 하긴 에테르 수련을 하는 걸로 봐서는 당연하겠지. 뭐야? 네 행성에 몬스터들이 나타나서 문제가 생긴 거야?"

"응? 아니. 몬스터는 아냐.

인간이지."

"으응? 인간?"

"내가 사는 나라의 옆에는 역사적으로 원수인 나라가 하나 있어. 그런데 그 나라 정보요원이 내 복수의 대상이지."

"조심해야겠구나.

혼자서 단체를 상대하려면 말이야."

자넷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세진을 봤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세진을 만류하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녀가 말린다고 들은 세진도 아니지만, 그녀 스스로 세진의 삶에 관여할 자격이 모자람을 알고 있는 것이다.

"넌 이 자넷 니카트 테니가 지켜보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헛되이 삶을 잃지 않기를 바랄게."

자넷은 자신의 풀네임을 알려주며 세진을 격려했다.

그녀의 이름은 연합 내에서도 적지 않은 네임드 파워를 지니고 있지만 세진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만 자넷이 세진을 걱정해 준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고마워. 나도 최선을 다할 거야.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쩔 수가 없었다는 말 따위도 하지 않을 거야. 무조건 해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마."

"걱정은 무슨. 그럼 다시 오지는 않을 거야? 복수를 마무리 하면?"

"아니. 여기 데블 플레인에도 갚아야 할 악연이 있어. 전에 이야기했던 그 라훌 독립군이란 놈들."

"아, 그렇지. 여기서 소꿉장난 하는 녀석들이 있다고 했지? 그럼 다시 헌터룸으로 오겠네?"

"그럴 거야."

"그건 반가운 소식이네? 호호홋. 알았어. 그럼 나도 네가 없는 사이에 밀린 일을 처리하러 가 볼까? 그래야 네가 오면 시간을 낼 수 있지."

세진은 자넷의 말에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말하지 못했다.

게이트를 이용하면 시간의 왜곡이 생긴다는 말은 아무에게나 할 수는 없는 비밀인 것이다.

아무리 자넷이라도 아직은 털어 놓은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세진은 제이비아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테멜에 확인하기로 했다.

익스퍼트에 확실히 올랐으니 정말 끔찍한 함정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돌파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도 있었고, 자넷 역시 헌터룸의 관리자가 정한 규칙을 벗어나지 않으리란 믿음도 있었다. 그리고 테멜을 얻은 후에, 익스퍼트가 되면 확인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을 지키기도 하려면 테멜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세진은 미리 마을 경비 헌터들을 통해서 준비해 뒀던 갑옷과 창, 방패로 무장을 완료한 후, 테멜이 들어 있는 펜던트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 펜던트를 사람들이 보지 못할 곳에 숨기고 손가락을 뻗어서 테멜의 입구인 소용돌이를 살짝 찍었다.

그 순간 세진은 게이트를 이동한 것과 같이 전혀 다른 공간에 도착해 있었다.

세진의 첫 느낌은 깔끔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 느낌은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이었고, 그 다음은 분노였다.

돌로 이루어진 테멜 공간의 모습이 후안에게 끌려갔던 과거를 되살렸던 것이다. 세진이 보는 테멜의 모습은 과거 세진이 있었던 곳과 거의 흡사했다.

빠르게 퍼져 나가는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가 반경 60미터 내의 상황을 속속 알려오기 시작했다.

자넷의 말대로 테멜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세진이 있는 입구에서 복도를 따라 조금 걸어가면 하나의 석실이 나오고 그 석실의 세 방향에 다시 커다란 방이 하나씩 있는 구조다. 아주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앙 석실의 바닥이 코어가 있다는 곳일 것이다.

세진은 에테르의 감각에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자, 어느 정도 긴장을 풀고 복도를 따라서 전진했다.

그리고 십여 미터 전진해서 테멜 코어가 있는 방에 도착했다.

테멜 코어는 석실 바닥에 있다고 했는데 그곳에는 묘한 재질의 커다란 탁자와 그 탁자를 둘러싼 의자들이 있을 뿐이었다.

"써프라이즈!"

그런데 세진이 그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탁자의 상석에 해당하는 의자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세진은 깜짝 놀라서 창을 내밀고 방패를 앞세웠다.

그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아하게 허리를 굽히고 팔을 휘둘러 인사를 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넷님을 모시는 세바스라고 합니다.

아, 세진님은 저를 보실 수 있겠지만, 저는 세진님을 뵙지 못하는 상황이군요. 슬픈 일입니다."

세바스를 양복을 닮은 복장에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그 조끼의 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서 눈가를 찍어 냈다.

마치 눈물이라도 닦아 내는것 같은 폼이다.

"아, 설마 지금 무척 놀라고 계신가요? 그럼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을 놓고 이리 와서 앉으세요. 우리 자넷님은 좀 꼼꼼하신 성격이라고하기 어렵죠. 거기다가 장난도 심하셔서 어쩌면 세진님께선 이 테멜에 대해서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들어오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제가 여기 있는 것이지요. 제 역할이 바로 자넷님을 보좌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세바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의자에 앉았지만 세진은 여전히 입구에 서서 창과 방패를 내민 상태다.

"그럼 일단 제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 이 테멜에 대한 설명을... 아, 필요 없군요. 여기 이 테멜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거기다가 테멜 코어는 여기 이 탁자 밑에 있고, 탁자는 무척 튼튼해서 좀처럼 어떻게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테멜 코어가 어떻게 된다거나 혹은 어떻게 하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자넷님의 선물을 훼손하게 둘 수 없어서 마련한 장치니까요."

세진은 세바스란 인간이 도대체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음, 이 작고 보잘것 없는 테멜은 역시 뭘 이야기 해 드릴 것도 없네요. 참, 딱 하나. 여긴 들어오는 입구와 나가는 츨구가 다릅니다.

그건 아셔야 해요. 들어왔는데 못 나가면 우리 자넷님이 슬퍼하실 것 같으니까요. 뭐 자넷님이 알려주셨다면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는 거지만. 그럼 출구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세바스는 얼마동안 떠들었다. 필요 없다고 하면서, 할 이야기도 없다고 하면서 세진이 가진 테멜에 대해서 구구절절 자세하게도 떠들었다.

"자, 그럼 제 설명은 여기서 끝이군요.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이후에 다시 뵐 날을 기대하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아, 제가 어떻게 여기에 제 모습을 남겼는지는 궁금해도 참으십시오. 저처럼 뛰어난 보좌관은 남모르는 비기 몇 개는 숨기고 있어야 하는 거랍니다. 하하하. 그럼 이만, 세진님의 행운을 빌겠습니다.

바이."

세바스의 모습은 인사와 함께 사라졌다.

세진은 한동안 사라진 세바스가 있던 곳을 지켜보다가 석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자넷에게 세바스란 부하직원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방금 같은 상황에서 보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정상적인 만남은 아니었지만.

세진은 테멜 안으로 모두 둘러보고 확인 한 후에, 테이블이 놓여 있는 중앙 석실에서 지하창고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걱정과는 달리 게이트는 이상 없이 열렸다.

- 세진님!

게이트를 통과하자 곧바로 어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어리야?"

- 아, 정말 적응이 안 되는 것이에요. 어리는 세진님이 많이 변했다는 것에 놀라고 있고, 그 사이에 세진님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궁금한 것이에요.

세진은 어리의 말투에서 세진이 무척 흥분하고 또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얼마나 있다가 오신 것이에요?

"1년 조금 넘었나? 얼마 안 지났지?"

- 정말요? 진짜 얼마 안 지났네요? 그럼 이번에도 잠깐 들러보러 오신 거예요?

아니면 석판에서 배울 것이 있는 건가요?

세진은 아직 세진이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내가 생각했던 수준은 이루고 왔다.

이젠 돌아가서 복수를 하는 일만 남은 거지."

- 다행인 것이에요. 어리는 세진님이 자랑스러운 것이에요.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하지만 그 전에 우선 가야 할 곳이 있다.

- 가야 할 곳이요?

"따지고 보면 여기나 그곳이나 다름이 없기는 하지만 구경이라도 시켜주마. 테멜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말이다."

- 우와 테멜? 정말이요?

"그래. 이번에 하나 얻었다.

아주 작아서 가지고 다니기도 좋은 걸로 말이다."

- 그런 것이군요. 좋아요. 어떤지 가 봐요. 세진님.

세진은 어리를 챙겨들고 다시 게이트를 열어 복귀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순간 세진은 혹시 다시는 데블 플레인으로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등골이 서늘해졌다.

============================ 작품 후기 ===================

=========네.. 세 편... 음... 내일은 일본? 복수? 음... 그건 거죠... 쿠쿠쿠.

행복하셨기를 바랍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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