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타는 타지마할에 선정을 눕히고 돌아서다 -- >
팡! 쾅! 투둥! 팡! 투둥!
콰직!
"그러고 놀면 재미있냐?"
거버너가 세진 곁으로 다가와서 털썩 주저앉으며 묻는다.
하루 종일 사냥을 하고 날이 저물어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에 홀로 수련을하고 있는 세진을 찾아온 것이다.
세진은 백사장 밖에서 백사장 안쪽에 있는 거부기에게 정신 능력으로 만들어진 꼬챙이를 쏘아 보내거나 거부기의 머리 주변에 에테르를 뭉쳐서 터뜨리거나 거부기가 백사장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방패를 앞에 만들어서 방해를 하거나 하면서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세진의 공격은 거부기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세진이 만드는 에테르 방패는 거부기의 머리 공격을 한 번은 그런대로 막아낸다.
물론 막는 순간 방패는 박살이 나지만 그래도 저지 효과는 뚜렸하다. 또한 세진이 에테르 랜스라고 부르는 투사체도 점차 형태를 갖추고 크기도 커지는 중이다. 물론 그에 비례해서 공격력도 늘어나고 있고. 마지막으로 투사형이 아닌 발동형으로 거부기의 머리 주변에 터뜨리는 에테르 붐도 점차 익숙해져서 사용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일정 지역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목표물이 그 지역을 벗어나기 전에 터뜨려야 한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대상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해서 적절한 위치를 잡는 감각이 중요한 기술이다. 그것 역시 세진은 빠른 속도로 익숙해지고 있었다.
"하룻밤 내내 잡으면 저거 한 마리는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거버너 생각은 어때?"
"그 고생을 뭐하러 하려고? 잠도 자야 내일 사냥에 무리가 안 가지. 넌 특별히 정신 능력을 써서 정신적 피로에 신경을 써야 할 거 아냐?"
"사람이 극한에 몰려 봐야 제대로 된 성장을 하는 거지. 난 육체가 아닌 정신을 단련해야 하는 입장이라서 말이야. 자꾸 무리를 해야 한다니까?"
"그래도 넌 좀 심한 편이야. 나하고 탄제도 수련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데 너는 더 심한 거 같아. 전에는 안 그러더니 이번엔 아주 작정을 한 거 같잖아."
"그래도 우리 파티 사냥에 문제를 만들지는 않잖아.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라."
"사냥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난 네가 걱정 되서 하는 말이지."
거버너는 세진이 자신이 사냥 때문에 세진을 말린다고 오해 받은 것이 억울한지 얼굴이 붉어진다.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고마워 걱정해줘서. 나도 조금만 더하고 들어갈 테니까 먼저 가 있어."
"쳇, 여기서 그만 둘 생각은 없다는 거구나?
알았다. 빨리 와서 자라. 응?"
"그래. 그래."
세진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거버너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는 다시 거부기 몬스터에게 집중했다.
녀석은 한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세진의 공격이 없자 어느 틈에 멀찍이 떨어진 강변으로 가고 있었다.
세진은 급히 쫓아가서 거리를 확보한 후에 에테르 렌스를 날려서 거부기를 백사장 가장자리로 끌고 왔다.
다시 에테르 방패와 에테르 렌스 에테르 붐이 거부기와 부딪히는 소리가 백사장에 울리기 시작했다.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이요?"
제이앤이 알프론의 뜬금없는 말에 시선을 그에게 맞추며 되물었다.
"세진이 크게 한 건 했다던데?"
"아! 그 이야기. 두어 달 전에 테멜을 펄커스 트라이브에서 샀다고 했었죠. 그게 쌍두표 영역 부근에서 발견한것이 세진이 있는 파티였다고 하더군요."
"그래. 내 말이 바로 그거라고.
그걸로 몇 십만 에텔론을 벌었다는 소리가 있던데? 알아?"
"정확하진 않지만 거의 20만 에텔론씩 나눴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런데 왜요?"
"아니. 그냥 세진이 크게 벌었다니까."
"그래봐야 이젠 우리하곤 상관없어요. 세진이 다시 우리에게 퍼주기라고 하길 기대하는 건가요?"
"그렇게 하진 않겠지. 그 놈도 선이 명확한 놈이니까 말이지."
"그런데 그 사람 이야긴 왜 꺼내요?"
제이앤은 알프론이 세진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 아직 세진에게 남은 에텔론이 좀 있지 않아? 난 아직 1500에텔론 정도 남았는데?"
"그건 나도 비슷하게 남았죠. 난 1200 조금 넘어요."
"그러니까 적어도 몇 번은 더 만나야 하지 않겠어? 그 기회를 잘 살려서 어떻게 가까워질 방법이 없을까?"
알프론이 세진이 잘 나간다는 소리에 어떻게 빌붙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가능성 없는 일을 두고 고민하지 말아요. 쓸데 없는 망상일 뿐이에요. 그나저나 나는 그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강해지고 있는지가 더 궁금해요. 우리도 이제 상급 유저 소리를 들을 뿐인데, 세진이 벌써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 된 거 같거든요."
"음. 그것도 그렇지. 분명 에테르 기관이 없어져서 일반 라훌과 비슷할 정도로 약해졌다고 했었지?"
"그래요. 그런데 지금은 주황색 등급 몬스터 사냥 파티에 끼어 다닐 정도죠. 굉장하지 않아요?"
"그래봐야 우리하곤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 놈이 어떻게 강해지건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야?"
알프론은 관심이 없다는 듯이 앞에 놓인 맥주잔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가요? 난 그게 더 궁금하던데, 그가 강해진 방법을 알면 혹시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음? 그건 좀 흥미가 생기는데?"
"맞아. 그 말에는 나도 관심이 생겨. 제이앤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 다시 한 번 해 주겠어?
자세히 듣고 싶거든?"
"어? 후안? 언제 왔어?"
"지금 방금."
언제 다가온 것인지 후안이 제이앤의 세진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면서 제이앤과 알프론의 술자리에 끼어 앉는다.
"자, 한 번 이야길 들어 보자고. 그 세진이란 유저헌터가 에테르 기관이 없다고?"
"그래요."
"그건 어떻게 알았는데?"
후안이 제이앤의 세진의 상태를 알게 된 이유를 물었고, 제이앤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했다.
"음, 그럼 그 녀석 혹시 본체 아니야?"
"본체라니?"
알프론이 묻는다.
"이런 거지. 생체에테르바디라는 가짜 몸을 잃게 되면 그걸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50만 에텔론이야. 그건 알지?"
"알아."
"그런데 어쩌다가 생체에테르바디를 상실했는데 그 비용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그냥 헌터 생활 접고 자기 고향 행성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죽을 각오를 하고 본래 몸뚱이로 헌터 생활을 할까?"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 전자를 선택하거나 혹은 후자를 선택하거나 말이죠. 그런데 정말 헌터가 자기 몸으로 이곳에서 헌터 생활을 할 수도 있었어요?"
제이앤은 처음 알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 잘 알려지지 않은 거지만 그렇게 될 수 있지.
하지만 그 때, 한 가지 중요한 것이 헌터는 헌턴데 에테르 기관이 없다는 거야.
원래 몸에는 에테르 기관을 만들 수가 없거든. 그게 법이라고 하더라고."
"아, 그래서 세진이 에테르 기관이 없는 상태로? 하지만 어디서 생체에테르바디를 잃었을까요?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요?"
"그러게. 세진은 그런 위험한 사냥 따위는 하지 않았다고. 꽤나 안전을 챙기는 녀석인데?"
제이앤과 알프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야 내가 알 수 없지. 하지만 몸에 에테르 기관이 없고, 갑자기 약해졌다면 그 놈은 분명 본체로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놈일 거야. 그럼 그 놈은 죽게 되면 완전히 죽는다는 소리가 되는 거지.
크크크."
"뭐야? 후안, 설마 세진을 어떻게 하려는 거야?"
알프론이 후안의 웃음에 불길한 느낌을 받고 물었다.
"가짜 몸뚱아리를 처리하는 것 보다는 진짜 몸이 더 재미가 있지 않을까?
키키킥."
"그런 개인적인 취미는 여기서 이야기하지 말아요. 우린 그런 것에 관심이 없으니까."
제이앤이 인상을 찌푸리며 후안에게 쏘아 붙였다.
"뭐. 좋아.
좋아. 하지만 이게 너희에게 이익이 된다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이익?"
"이익이라고요?"
"그래. 그것도 아주 큰 이익이 된다면?"
후안은 눈빛을 번쩍이며 제이앤과 알프론을 보았다.
"흥 그거야 뭐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거지."
"맞아요. 크게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할 일이 아니죠."
"그럼 그 전에 이야기를 자세히 해 보자고.
세진이란 놈이 얼마 전에 약했다고?"
"그렇죠."
"그런데 겨우 몇 달 만에 유저 중급 이상의 실력자다 되었다?"
"그렇다니까요."
"그거야. 바로 그거 말이야.
분명 그 놈에겐 우리가 모르는 방법이 있을 거야. 에테르 기관이 없이도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 말이지. 어쩌면 본체로 내려오는 녀석에게 보상으로 알려준 기술 같은 거일 수도 있어. 안 그래?"
후안이 알프론과 제이앤에게 물었다.
"그렇겠군.
가능성이 있어."
"맞아요. 확실히 뭔가 수단이 없고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죠."
"그렇다고 하면 그 방법을 우리가 알아낼 수 있다면 어떻게 되지?"
"헤헤헤. 그럼 당연히 우리에게 큰 이익이 되는 거지. 우리도 유저 헌터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단이 생기는 거니까 말이지."
"맞아요. 어쩌면 우리 리얼헌터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 라훌족도 헌터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바로 그거거든.
그게 정말 그렇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가능성은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놈을 잡아서 그걸 알아내는 거지. 어때?"
"좋은데?"
"계획을 세워 봐야겠군요. 정말로 군침이 도는 먹이인 것 같아요."
"크크크. 게다가 그 놈, 본체란 말이지.
그러니까 죽음이 겁날 거야. 다른 생체에테르바디처럼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버티지도 못하는 거지. 하하핫. 이거 정말 재미있겠어. 그런 놈을 가지고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후안의 눈빛이 위험하게 반짝 거렸다. 함께 앉은 알프론과 제이앤의 눈빛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렇게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다시 드렉 트렉 형제를 끌어들여서 다섯이 모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안은 제이앤 등이 모르게 따로 자신이 거래하던 라훌 독립군과 접촉해서 세진에 대한 정보를 조금 팔아넘기면서 세진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공급받았다.
후안은 이번 계획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엄청난 기회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준비를 좀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라훌 독립군이란 비밀 단체에까지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한 것이다.
제이앤이 이야기한 일반 라울족까지 헌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후안은 온 몸에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정말 그게 가능하다면 라훌족 모두가 헌터가 되어 이 행성을 지배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가 증오하는 유저헌터들을 모두 죽이고 몰아낼 수 있게 될 것이었다.
그런 생각만으로 후안으로 절로 흥분이 되어 벌떡 거렸다.
후안이 그렇게 세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으로 옮길 준비를 하는 동안, 세진은 거버너, 탄제와 함께 사냥에 열중했다.
다른 사냥터로 옮기지 않고 거부기만 주구장창 잡고 있었지만 셋 중 누구도 불만이 없었다.
방어력이 뛰어난 거부기는 수련 대상으로 더없이 좋았고, 또 세진의 디버프 때문에 사냥이 어렵지도 않았다.
거부기 이상의 사냥감은 노란색 등급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건 아직 셋 모두에게 시기상조였다.
적어도 익스퍼트는 되어야 도전을 해 볼 수 있으니 부지런히 수련도 해야 하고, 에텔론도 모아야 했다.
세진은 몰라도 거버너와 탄제는 에텔론 부족으로 익스퍼트가 되기 위한 에테르 기관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둘은 어떻게든 에테르 기관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질 때에 맞춰서 에텔론을 준비한다면서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그 희망은 거부기 사냥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었다.
거부기는 그들 셋에게 더없이 좋은 사냥감이었고, 강변 백사장은 최고의 사냥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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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후기 ============================주인공은 그냥 두면 안 되는 거...
괴롭혀야... 쿠쿠쿡이제 세 번째... 오늘도 여기까지.. 목표 달성입니다.
물론 그래서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