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44화 (44/298)

< -- 바퀴벌레와 앵무새 사이에서 -- >

꼬똑! 꼬똑! [그게 뭡니까?] 집으로 들어서는 세진에게 곧바로 날아온 스마트폰 문자.

그것은 세진의 손에 들려있는 새장의 정체를 묻는 도일의 문자였다.

세진은 도일이 원래 과묵해서 말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는 과묵하다기 보다는 대화 자체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즉 말을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필요한 말이 있으면 문자로 전달을 했다.

그나마 스마트폰 까똑이라고 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곤란했을 것이다.

"딱 보면 모릅니까?

앵무잖습니까. 그것도 하얀색 왕관앵무."

등록일 : 13.12.01 00:02조회 :

6536/6539추천 : 351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6226

꼬똑!

꼬똑! [그걸 왜 들고 들어오시냐는 겁니다. 그리고 검은 보자기로 감싼 상태에선 저도 안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걸 왕관앵무라고 알아 볼 수 있다면 투시 초능력을 지닌 능력자일 것입니다만.]이번에도 전광석화같은 문자가 날아든다.

경호원이라 순발력이 좋아서 그런지 문자 보내는 속도가 거의 LTE급이다.

"아무튼 이놈 이름이 어리입니다. 어리. 우리 어리 공방의 마스코트가 될 녀석이지요.

그리고 말도 아주 잘 하거든요? 제가 나중에 들려주겠습니다. 자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갑니다.

꼬똑! 꼬똑! [들어가시기 전에 한 말씀 드립니다. 저는 경호원입니다.

저도 모르게 혼자 밖으로 다니시는 것은 세진님께 큰 불행을 야기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알죠. 아는데, 어쩔 수가 없거든요? 저도 제 사생활이 있는 거니까 말이죠. 그리고 근접 경호 말고 원거리 감시조도 있다면서요? 뭐 감시가 아니라 경호라고 하시겠지만 어쨌거나 있는 건 맞죠? 그래서 도일씨도 제가 나가는 거 그대로 두고 본 거 아닌가요?"

이번에는 아무 대꾸가 없는 것을 보고 세진은 도일이 자신의 말을 인정한 거라고 생각했다. 세진은 새장을 들고 어리의 방으로 들어갔다.

"자, 이제 드디어 이 어리의 방에 주인이 들어 온 거다."

세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새장을 탁자 위에 올려 두고 새장을 덮었던 검은 천을 벗겼다.

그런데 새장 안에 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이런 저런 깃털들이 잔뜩 들어 있다.

- 세진님 그 뼈들은 뭐예요?

"닭 뼈를 가지고 올 수는 없잖아. 그래서 음식점에 들러서 뼈를 좀 얻어 왔지."

- 몇 시간 삶아서 건진다는 그건가요?

"응?

왜? 무슨 상관이라도 있어? 그래도 이거 깨끗한 거야. 직접 받아 온 거라고."

- 아뇨, 아무 상관없어요. 괜찮아요. 어리는 그냥 궁금했을 뿐이에요. 그러데 꼭 뼈를 가지고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정말 새처럼 보일 거 아니냐.

최대한 금속은 자제를 해야지. 그거 때문에 어렵게 뼈로 만든 새들 박제도 사진으로 구해 줬잖아. 그리고 왕관앵무의 모습도 많이 보여 줬고. 그거면 똑 같이 만들 수 있다면서? 그것도 새처럼 움직일 수 있게?"

- 새처럼 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김혜인 박사의 곤충 설계도를 이용해서 어느 정도 새처럼 보이게는 할 수 있다고 했죠.

"야야, 이거 들키면 안 된다니까? 정말 왕관 앵무처럼 움직이고 행동하고 또 말까지 해야 한다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면 어쩌자는 거야?"

- 걱정하지 마세요.

연습하면 될 거예요. 일단 외형은 완벽하게 만들 수 있어요. 그 다음은 움직이는 건데, 그건 김혜인 박사님의 곤충 설계도를 이용하고, 동력 장치도 그걸 이용하면 될 거예요. 나머지는 제가 에테르를 이용해서 보조를 하면 되죠. 멀리는 못 날아도 이 방, 안에서는 날아서 움직이는 모습도 연출 할 수 있어요. 걱정 하지 마세요.

에헴. 어리는 멋지게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그, 그래 믿는다. 내가 널 안 믿으면 누굴 믿겠니."

세진은 어리를 그렇게 격려하며 본체를 쓰다듬었다.

그 동안 어리의 방에서 혼잣말로 떠드느라 도일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미친놈도 아니고 혼자서 뭐라고 떠들고 있으니 도일이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문자로 확인하고, 어리의 방, 방문을 두드리는 일까지 몇 번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리의 방에 어리 대신에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뭔가를 놓으려고 고민을 하다가 앵무새를 키우는 척 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부터 어리 앵무는 세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용도로 쓰일 것이다.

방 안에서 떠들면 대충 어리와 이야기를하는 거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리도 사람들이 있을 때에는 말도 못하고 답답하게 있는 것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말이다.

"우와 멋진데?"

= 멋지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만들었지만 이 몸은 역시 아름다워요.

하얀색의 왕관 앵무가 앵무새 특유의 소리로 말을 한다. 그런데 꽤나 정확한 발음이고 어순에도 맞는 말이다.

어리는 앵무를 만들기 시작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성품을 내 놓았다. 확실히 설계와 재료만 있으면 뭐든 뚝딱 만들어 내는 데는 어리를 따라갈 것이 없다.

= 어리는 예뻐. 어리는 예뻐.

세진님 멋쟁이 멋쟁이.

"하하하, 정말 잘 한다. 그래. 그 정도면 말하는 건 충분하네. 그럼 다음은?"

= 어리는 날아. 이리, 저리, 이리, 저리.

새장 안에서 앵무새가 퍼득 퍼득 날개짓을 하며 횃대와 횃대를 오고 간다.

그 모습이 살아있는 앵무새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모두가 앵무새의 몸 안에 들어 있는 기어들의 움직임과 어리가 사용하는 에테르의 힘을 빌린 동작이다.

앵무의 동력과 날개짓으로는 정말 날 수는 없어서 어리가 에테르를 이용해서 가까운 거리에서는 새가 나는 것처럼 표현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작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 열어줘. 열어줘. 문은 필요 없어. 없어.

"문을 열어 주면 좀 이상하지 않나?"

- 세진님. 그냥 열어 주세요. 저도 이제 앵무새의 눈으로도 세상을 볼 수 있어요. 날아다니는 것은 이 방에서만 가능하지만 걸어 다니는 것은 어디든 스마트폰 신호만 통하는 곳이면 전부 가능하게 만들었다구요. 일단 실험을 해 봐야 해요. 넘어지지 않고 걷는 것도 연습을 해야하고, 또 넘어져도 날개를 퍼덕거리며 일어나는 것도 연습해야죠. 그건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고요. 그것만 되면 저도 이 집에서 어디건 다닐 수 있어요.

어리가 새로 만든 앵무새 몸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겨우 걷고 말하고 날개를 퍼덕이고, 고개를 돌리고 움직이는 정도의 기능 밖에 없음에도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제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꽤나 흥분한 듯 하다.

"스마트폰 하나를 앵무새 몸 안에 넣은 거냐?"

- 네. 거의 모든 기능이 앵무새 몸 안에 있어요. 그래서 앵무새가 말하는 것도 스마트폰의 외장스피커 기능이죠. 좀 개조를 했지만요.

"멋지다. 아주 좋아. 하지만 앵무 행세를 할 때에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 알았지?"

= 어리. 어리. 앵무. 세진님 멋쟁이. 멋쟁이. 배고파. 배고파.

안녕. 누구? 가.

"그래. 그래. 그렇게 하면 된다."

= 칭찬은 새우를 춤추게 한다.

"하하하."

세진은 어리가 일부러 서투른 척 하는 연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뭐냐?"

= 어리. 어리.

"니가 어리냐?"

= 어리. 배고파. 배고파.

"엉?

배가 고파? 밥 안 먹었어?"

도일은 하얀 앵무새 한 마리가 빼꼼히 열린 어리의 방에서 걸어 나와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무심코 말을 걸었다가 배가 고프다는 말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급하게 스마트폰 검색을 이용해서 앵무새의 먹이를 찾아봤다.

그리고 견과류나 과일을 먹이면 된다는 것을 보고는 세진의 냉장고를 뒤져서 땅콩 한 줌과 사과 조각을 작은 접시에 담아왔다.

"자, 먹어라.

앵무새 앞에 접시를 놓은 도일은 앵무새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을 했다. 하지만 앵무새는 먹이가 든 접시를 한 번 보고는 부리로 땅콩 한 알을 찍어 보더니 먹지도 않고 외면한다.

"뭐냐? 반찬 투정이냐? 그건 나쁜 거다.

의외로 도진은 말을 아주 잘 한다.

다만 사람들과 하는 대화를 싫어하고 기피할 뿐인 것이다.

= 바보 보바.

세진님 멋쟁이. 멋쟁이.

"응?"

도일은 고개를 모로 돌리고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앵무새에게 관심이 생겼다.

겨우 몇 시간 전에 세진이 데리고 온 앵무가 [세진님 멋쟁이]라는 말을 한 것이다.

그럼 그건 그 사이에 방 안에서 세진이 가르친 말일 것이다. 그렇게 빨리 말을 배운 앵무새라면 자신도 몇 단어 정도는 가르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일. 도일."

= 똘이 똘이

"도일, 도일. 도일 오빠.

= 도일 오빠

"좋았어. 바로 그거야."

= 좋았어 바로 그거야.

"도일 오빠 사랑해요.

=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진님 멋쟁이 사랑해요.

"야, 그거 아니고.

도일 오빠 사랑해요."

= 그래 거기 거기가 좋아.

"응?"

도일은 어리라는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치다가 이상한 단어의 출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을 붉혔다.

"도대체 이놈은 어디서 뭘 듣고 배운 거야?"

= 사랑해요. 거기, 거기가 좋아. 까까까까깍.

어리가 기괴한 소리를 내고 있는데 세진이 어리의 방에서 나온다.

"아니 무슨 일이야? 어쭈? 이 녀석은 언제 여길 나온 거야?"

세진이 어리 앵무에게 한 마디를 하더니 앵무새 앞에 놓인 접시를 보고 도일을 바라본다.

"그런데 그거 어리 먹으라고 꺼내 놓은 겁니까? 이 놈 조금 전에 먹이 먹어서 그거 안 먹을 텐데요?"

꼬똑!

꼬똑! [배가 고프다고 해서]대뜸 도일의 문자가 세진의 스마트폰으로 날아든다.

"앵무의 말은 의미가 없다고 봐야지요.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려도 그냥 새가 지저귀는 소리로 들어야 하는 겁니다.

배가 고프다고 한다고 정말 배가 고프다는 뜻은 아니란 말이지요. 그것도 몰랐습니까?"

꼬똑!

꼬똑! [이제 경험으로 확실히 알았으니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도일은 이미 저쪽 소파에 앉아서 이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고 있다.

세진은 도일이 평상시에는 사람과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어리를 통해서 도일이 사람 아닌 것과는 의외로 말을 잘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저 사람과 말하는 것만 피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세진은 그런 도일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어리를 안아들고 어리의 방으로 돌아왔다.

실험을 해 봤으니 다시 점검을 해야 한다. 아직은 완성 단계가 아닌 것이다.

-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음. 스마트폰 영상으로 네가 보는 것을 모두 보고 소리로 들을 수 있으니 괜찮은데?"

- 그래도 역시 아직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요. 히잉, 그 김혜인 박사라는 사람에게 새를 설계한것은 없는가 물어봐요. 네?

"그랬다가 저게 진짜 새가 아니란 것을 들키게 되면 어쩌려고 그러냐? 그럼 난리가 날 걸? 그 여자, 어쩌며 어리 앵무의 배를 가를지도 모르는데?"

- 으앗.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어요? 제 배를 가르다니요? 그렇게 끔찍한 말씀을 어떻게! 그런데 뭐하세요?

"나중에 그 여자가 오면 말이다. 이렇게 바퀴벌레를 네가 있는 새장에 넣고, 넌 그 바퀴벌레를 부리로 콕콕 쪼는 거지."

- 왜요?

"그 다음에 바퀴벌레를 꺼내서 그 여자한테 보여 주는 거다.

그게 진짜 바퀴가 아니라 로봇이라고 말이지. 어떠나?"

- 그런 걸 하면 재미있어요?

"엄청 놀라지 않겠냐? 아니면 이 방에 여기저기 바퀴벌레들을 풀어 놓을까? 진짜하고 가짜하고 섞어서?"

- 그러고 싶으세요? 일부러 집에 벌레를 풀어요? 싫어욧. 특히 제 방에는 절대 안 되는 거예요.

어리가 질색을 한다. 세진은 뒷머리를 긁으면서 새로 만드는 바퀴벌레로 무슨 짓을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한다.

"그 바퀴벌레에 어리 앵무에게 만들어 넣은 그런 영상과 음성을 녹취할 수 있는 기능을 넣으려면 어려울까?"

세진이 어리에게 물었다.

- 앵무새는 크기가 커서 괜찮지만 바퀴벌레처럼 작으면 솔직히 송신하는 전파가 너무 약해서 문제가 될 거예요.

"응? 전파?"

- 네. 그 작은 몸에서 신호를 내보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될까 싶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요 세진님.

"그래, 어리 생각에는?"

- 중계 장치가 있어야 그렇게 소형으로 만든 벌레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쉽게 생각하면 스마트폰 같은 걸 목표지점 가까운 곳에 묻어 두고, 그걸로 벌레의 작은 신호를 받아서 중계를 하는 쪽으로 생각을 하면 될 거 같아요.

"스마트폰이 정말 팔방미인이로구나. 못 하는 것이 없네?"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멋진 물건이에요.

꼬똑!

꼬똑! [식사준비 끝났습니다.]

어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는지 도일의 문자가 전해진다.

세진은 다른 것은 몰라도 도일과 함께 있으면서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게 된 것이 좋았다.

운동을 하는 몸이라 그런지 먹는 것은 잘도 챙기는 도일이다.

거기다가 자취 경력이 길어서 음식도 곧잘 한다. 이제 겨우 혼자 산지 몇 달 밖에 안 되는 세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연히 식사 당번은 주로 도일이다. 세진이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먹는 즐거움을 위해서 도일에게 양보한 것이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세 편... 행복하신가요? 하하. 그럼 저도 행복... 하죠.

으음. 추천도 해 주시면 더 행복할 텐데 말이죠.. 쿠쿠쿠... 그래도 목표 달성을 했다는 생각을 하면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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