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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노트-33화 (33/298)

< -- 무덤이네. 무덤이군. 무덤? - 테멜 -- >

후안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드렉과 트렉 형제도 그런 후안의 심기를 살피느라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놈 말이야."

"엉? 누구?"

드렉이 얼떨결에 나오는 대로 대답을 한다.

소이쥔에 하나뿐인 여관의 홀 구석에는 지금 후안과 드렉, 트렉 형제만 앉아 있다.

같은 일행인 제이앤과 알프론은 벌써부터 올라가서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 것이다. 혼자든 둘이 함께든 말이다.

그 놈. 세진이라는 헌터."

"아, 제이앤과 알프론이 단물 좀 빨았다는 그 놈?"

"그래. 그 놈 덕분에 우리 리얼헌터들이 에텔론 상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지?"

"제이앤과 알프론 말로는 그렇다고 했지. 그 놈이 그 일을 하고 두 달이 되어서 갑자기 에텔론 상점에 우릴 위한 보증인 점원이 생겼으니까 말이야."

"그 덕분에 제이앤과 알프론이 공짜로 에텔론을 벌 수 있는 호구를 놓쳤다고 열을 좀 냈지."

드렉과 트렉이 번갈아가며 후안의 말을 받았다.

둘은 머리카락을 정수리 부분으로만 둥글게 남겨서 꽤나 희극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거기다가 조상 중에 몸집이 큰 종족의 피가 섞여 있었는지 보통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큰 체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보통은 그들이 조금 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실상 둘이 머리를 모으면 보통 사람들 보다는 나은 계략을 뚝딱 만들어 낼 정도로 머리가 좋은 이들이다.

"그런데 그 놈이 포치포치 사냥터에 왔잖아."

"그래서?"

"무슨 생각이라도 있어?"

"어쨌거나 우리 쪽에는 제이앤과 알프론이 있단 말이지. 일단 안면은 있는 거 아냐? 그럼 다른 놈들 보다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까?"

"아닐 거야. 함께 있는 놈들이 거버너, 탄제라고. 이미 우리에 대해서 주의를 줬을 걸?"

"맞아. 그동안 우리가 장난삼아 했던 일 때문에 우릴 보는 눈빛들이 좋지 않아."

"그거야 증거도 없는 일인데 뭐, 상관없어."

"후안, 네 말이 맞긴 하지만 일단 우리를 경계할 건 분명하다고. 이제 또 다른 도시로 옮겨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죽여 봐야 얻는 것도 없는데 굳이 유저헌터 놈들을 죽이니까 이런 상황이 된 거잖아. 후안."

"맞아. 털어봐야 나올 것도 없는 유저헌터는 뭐한다고... 뭐 팍하고 죽일 때에는 기분이 좋긴 하더만."

"그건 그렇지."

후안은 잠깐 불만 섞인 소리를 하다가 또 좋다고 떠드는 드렉 트렉 형제를 보면서 속으로 웃었다.

사실 그가 유저헌터라고 부르는 헌터를 죽이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

그것은 의뢰에 수행하기 위한 것이고 또 꽤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의 하나이기도 하다.

후안은 요즘 새롭게 헌터들의 몸을 원하는 수요자의 요구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간혹 그런 경우가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수요가 더 많이 늘어났다고 했다. 뭔가 연구에 성과가 있다는 의미라고 후안은 짐작하고 있었다.

50만 에텔론을 줘야 만들 수 있는 유저헌터의 몸을 연구해서 그 몸 안에 있는 에테르 기관과 기술 각인으로 생긴 신체의 변화를 연구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원하는 유저헌터의 몸뚱이를 구해 주는 일은 후안의 일행들도 모르는 그만의 은밀한 비밀이었다.

"역시 그 세진이란 녀석에게 접근하는 것은 어려울까?"

"당연하지. 일단 제이앤과 알프론에게도 별로 좋은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더라고. 뭐 그래도 어떻게 끌어 낼 수는 있겠지."

"엉? 어떻게?"

"제이앤과 알프론의 에텔론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말이지. 그걸 다 쓸 때까지 계속 에텔론 상점에서 에텔론을 대신 지급해주는 일을 해야 한다지."

"그렇지만 그래봐야 레트시 안에서만 움직이는 거잖아. 밖으로 끌어낼 수는 없다는 거네?"

"뭐 그건 그렇지."

드렉이 시큰둥하게 대꾸한다. 사실 드렉과 트렉은 세진이란 헌터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미 제이앤과 알프론이 단물을 빨만큼 빨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안은 묘하게 세진이란 놈에게서 큰 건수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 것을 자신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쨌거나 그의 감이 세진을 찍고 있었다.

후안이 세진에 대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세진은 거버너와 탄제를 따라서 사냥터를 옮기고 있었다.

이들이 사냥터를 옮기는 이유는 포치포치보다 조금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였다.

포치포치는 평균 30에서 40에텔론의 가치가 있는 코어를 준다. 하지만 주황색 중에서도 제대로 된 것은 50에텔론 코어를 주는 것들이고, 그보다 좀 더 나은 것은 주황색임에도 100에텔론의 가치가 있는 코어를 주는 것들도 있다.

붉은색의 등급에 비해서 주황색부터는 몬스터의 격차가 심하게 나는 것이다.100에텔론 코어를 주는 몬스터는 포치포치보다 훨씬 강하다고 하는데 탄제는 그런 녀석은 지금 당장은 상대하는것이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물론 세진이 합류했으니 이제부터 조금씩 몬스터의 수준을 높여 가면서 테스트를 해 보고 적당한 사냥감을 선택할 테지만 일단 평균 70에텔론 정도 되는 코어를 얻을 수 있는 몬스터면 좋겠다는 것이 거버너와 탄제의 생각이었다.

당연히 세진은 코어나 에텔론 수입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의 툴틱에는 지금도 200만이 조금 넘는 에텔론이 쌓여 있었다. 한 달에 30만 에텔론 이상이 들어오고 있으니 겨우 몇 백, 혹은 몇 천 하는 각인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껌 값이나 다름이 없었다.

가장 비싼 디버프를 익히는데도 2만 5천 에텔론이 들었을 뿐이다.

에테르 기관의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가 없는 세진은 각인 이외에는 별로 에텔론을 쓸 곳이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니 그렇게 에텔론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았다.

이미 세진의 생체에테르바디는 영구 치료 캡슐도 복용을 한 상태다. 항상 치료 캡슐을 먹은 듯 한 효과를 주는 이것은 헌터들에게 치료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 최고의 물건이다.

물론 목이 잘리거나 허리가 분리되는 상처까지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머리를 다쳐도 약간의 기억 상실을 제외하곤 외상은 완벽하게 치료가 될 정도로 효과가 좋아서 생체에테르바디가 아니라 실제 몸에도 복용하는 사람이 많은 인기품목인 것이다.

세진도 이미 헌터룸에 있는 몸에도 돌아가기 전에 그것을 복용할 예정인데 노화방지까지 되는 것으로 먹어서 앞으로 이곳에서 오래 지내도 지구에 귀환할 때에 문제가 없게 할 생각을 하고 있는 세진이다.

어쨌거나 세진이 사냥을 하는 것은 각인된 기술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지 에텔론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닌 것이다. 물론 기술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좀 더 높은 등급의 헌터가 되는 길이기도 하니 언젠가는 최고의 헌터가 되겠다는 꿈은 여전히 가지고 있는 세진이다.

"생각 외로 디버프의 위력이 대단해. 이놈은 우리가 잡을 엄두를 못 내던 놈인데 이렇게 쉽게 잡다니 말이야."

거버너가 쓰러진 쌍두표의 사체를 굴려서 코어의 유무를 확인하며 감탄했다.

쌍두표는 머리가 두 개인 검은 색의 표범이다.

몬스터 이름으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워낙 많은 이름이 있어서 그냥 두 머리 검은 표범이라고 부르다가 그걸 줄여서 쌍두표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맞아. 내가 아직 좀 모자라서 이놈의 공격은 쉽게 받아 낼 수가 없거든. 이놈의 공격을 받기 위해선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의 기술을 익혀야 하지. 철벽 방어나 생체에테르 증가 같은 것 말이야. 그 둘을 모두 한 단계씩 높이면 더 좋겠지만 일단 둘 중에 하나만 더 익혀도 될 것 같은 딱 그게 내 수준이거든? 그런데 그거 없이도 이렇게 잡았어. 봐봐, 나도 상처가 없잖아. 이건 정말 대단한 거라고."

탄제의 호들갑이 이전에 몇 번 사냥을 했을 때에 비해서 더 심하다.

세진은 탄제를 보며 손을 내저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번엔 디버프가 세 번이나 들어갔어. 그래서 그런 거지. 그 정도면 연속 사냥은 어렵다고 봐야 되는 거야. 한 번 사냥하고 30분은 쉬어 줘야 한다는 거지."

"음. 그래도 이게 좋을 것 같은데? 이놈이 주는 코어가 70에텔론 이상인 경우가 많거든. 그러니까 좀 쉬면서 잡아도 이놈을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거기다가 이쪽 앞으로 해서 저 계곡이 이 쌍두표의 서식지니까 한 마리씩 유인해 오기도 나쁘지 않고 말이지."

하지만 거버너가 엄살을 부리는 세진에게 쌍두표 사냥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세진은 그런 거버너의 제안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봤지만 셋이서 하는 사냥으로 그리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 거버너가 실수해서 두 마리 쌍두표가 몰리게 되면 정말 곤란해. 그건 정말 조심해야 할 거야."

"알아. 이것들 영역이 저 계곡이지만 계곡 안에서도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녀석으로 알고 있으니 별 문제 없을 거야."

"하지만 거버너, 이것들은 속도가 빨라서 두 마리가 따라 붙기 시작하면 따돌리는 것이 어려울 텐데?"

탄제가 조금 걱정이 된다는 표정으로 살짝 걱정을 한다.

"괜찮아. 정말 두 마리가 몰리면 그 때는 나하고 탄제 네가 각자 한 마리씩 잡고 버텨야지. 그 사이에 세진이 디버프를 걸고, 세진도 창을 들고 나서면 도움이 될 거야. 일단 내게 달려드는 놈을 나와 세진이 해결하고, 그 사이에 탄제 너는 꿋꿋하게 버텨. 그럼 되는 거야."

"지랄, 나만 죽어나겠군."

"그런 일 안 일어나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응?"

거버너가 탄제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인다.

사실 두 마리의 쌍두표가 몰리는 것은 정말 운이 없을 경우에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 상황도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니까 사냥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거버너나 탄제도 세진만큼이나 생체에테르가 아까운 사람들인 것이다.

또 그들은 예비 의체를 만든 에텔론도 아직 마련해 놓지 못한 상태다.

당연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때인 것이다.

세진과 거버너, 탄제는 본격적으로 쌍두표 사냥을 하기 위해서 사냥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무척 조심스럽게 꼼꼼하게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냥터까지 다가오는 몬스터들이 있느냐 하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사냥터는 몬스터들이 오가지 않는 곳에 자리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몬스터를 끌고 와서 사냥을 하는 중에 다른 몬스터가 난입하게 되면 그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그래서 일단 시간을 두고 몬스터가 오는지 확인을 하고, 그 다음에는 몬스터를 끌고 올 최단 거리와 그 사이에 몬스터들이 돌아다닐 길목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몬스터를 끌고 돌아오는 중에 다른 몬스터와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론 그 일은 경험이 많은 거버너의 몫이지만 일단 사냥터를 정하는 일은 셋이 함께 움직이며 넓은 지역을 살펴야 했다. 홀로 다니다가 몬스터라도 만나면 세진의 경우엔 무척 위험한 것이다.

지금 세진의 실력으론 쌍두표 한 마리도 피해야 할 상대인 것이다. 세진도 한 마리 정도면 어떻게든 상대해서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디버프가 있고 회복 캡슐의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 치명상만 피하면서 버티면 어떻게든 한 마리는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죽을힘을 써봐야 남는 것도 없을 터, 그런 위험은 피하고 볼 일이다. 그래서 세 명이 함께 움직이며 적당한 사냥터를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리저리 숲을 뒤지고 다니던 세 사람은 한 장소에 멈춰서 한동안 꼼짝도 않고 있었다.

"무덤이네. 젠장."

"무덤이야."

"무덤? 그럼 이게 그거야?"

세진이 거버너와 탄제의 무덤이란 소리에 깜짝 놀라서 물었다.

세진이 데블 플레인 생활 2년 만에 처음으로 무덤을 보게 된 것이다.

무덤의 정식 명칭은 테멜이다. 테멜은 무덤, 미로, 실험실의 의미가 더해진 단어다.

테멜이란 공간에 헌터들은 그런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붙였다. 이전에는 던전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곳이다.

테멜 안에서는 일체의 외부 신호가 잡히지 않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살인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테멜이다. 헌터가 헌터를 죽여도 알 수가 없고, 헌터가 라훌을 죽여도 알 수가 없다.

물론 라훌이 헌터를 죽여도 모른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헌터와 라훌이 묻혔는지 모르는 곳이란 의미에서 무덤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작품 후기 ============================네... 행복... 하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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