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연이 칡덩굴처럼 얽히네 -- >
"응? 저들은?"
거버너와 탄제의 뒤를 따라서 사냥터로 향하던 세진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세진이 보는 곳에는 알프론과 제이앤이 예전에 봤던 후안과 또 다른 두 명의 낯선 사람들과 포치포치 사냥을 하고 있었다.
다섯 명이 한 마리의 포치포치를 중앙에 두고 반원을 이루며 공격을 하고 있는데, 낯선 사람 둘이 모두 방패를 들고 방어를 맡고 있었다.
"왜 그래?"
앞서가던 탄제가 세진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걸음을 멈추고 세진이 바라보는 쪽을 보며 물었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섞여 있어서."
"그래? 라훌헌터랑 알고 지냈어? 저기 저 둘은 몰라도 나머진 후안이란 놈하고, 드렉 트렉 형제잖아. 별로 소문이 좋지 않은 놈들인데? 알아?"
"아니. 그쪽 말고 저기 여자하고 작은 남자. 제이앤과 알프론이라고 하지."
"그래? 하지만 조심해야 해. 저 후안 패거리가 헌터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어. 아니 어디서 남모르게 헌터를 죽인다는 이야기도 있지. 당한 헌터들이 있는데 그게 정확히 누구에게 당했는지 모르고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
"누군지도 모른다고?"
"그래. 그냥 훅 간 거지.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헌터룸에서 깨어나는 거야. 그렇게 생체에테르바디를 잃게 되는 거지."
"그런데 그게 저들과 무슨 상관이지?"
"가까이 저들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는 거야. 뭐 정말인지는 확인을 할 수가 없고, 헌터룸에서도 헌터와 연관된 것이 아니니 어떻게 의체를 잃게 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주지 않는 건 곧 라훌족과 연관이 있다는 확증이지."
"그렇기도 하네. 하지만 저들이 범인이란 증거는 없는 거잖아."
세진은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무리라서 약간 편을 들어 주었다.
"그러니까 조심하라는 거지. 소문일 뿐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알았어. 자, 그만 가자. 거버너가 앞에서 기다리네."
세진은 후안 일행의 사냥에서 눈을 떼고 앞서 가다가 기다리는 거버너를 향해 걸었다.
그 사이에 겨우 사냥이 끝난 후안 일행도 거버너와 탄제, 세진의 파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근처로 다른 헌터들이 지나가니 자연스럽게 관찰을 하며 경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제이앤과 알프론은 그렇게 새로 나타난 파티를 살피다가 거기에 세진이 끼어 있는 것을 보고 꽤나 놀랐다.
이앤이 알기로 세진은 에테르 기관을 제거했고, 덕분에 에테르가 무척 약했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주황색 몬스터가 나오는 지역으로 사냥을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세진이잖아?"
알프론이 제이앤에게 다가와 확인했다.
"맞아요. 그예요."
"그런데 전에 에테르 기관을 제거하고 에테르가 약해졌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죠."
"그런데 여길 왔단 말이야? 성장이 굉장히 빠르네?"
"저도 그게 이상해요. 이해가 안 되거든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응?"
제이앤과 알프론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후안이 다가와서 물었다.
"그냥 세진 저 사람이 여기에 온 것이 의외여서요."
제인앤은 그렇게 대충 대답을 하고 말았다.
지금은 지나가는 행인들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라 사냥에 집중할 때인 것이다.
"자, 그럼 다시 점검을 하고 사냥을 하지. 알프론은 가서 한 마리 더 끌고 오고. 아직 여유들 있지?"
후안이 다른 네 사람을 둘러보며 점검을 했다.
"물론이지. 아직 괜찮아. 이제 사냥 시작인데."
"아무렴. 우리 둘이 기껏 포치포치 하나 어떻게 못하겠어? 걱정하지 마. 한두 번도 아니고."
드렉, 트렉 형제가 방패를 탕탕 치면서 자신 있게 이야길 했고, 후안은 알프론을 보냈다.
알프론이 포치포치를 한 마리씩 사냥터로 끌고 오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알프론이 돌아올 때까지 휴식을 취한다.
세진과 거버너 일행은 후안 무리가 사냥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가서 포치포치를 끌고 올 거야. 사냥은 이곳에서만 하고, 다른 곳으로 움직이진 않아. 여기 따로 표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냥터라고 정해진 곳이 몇 곳이 있어. 먼저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피해 주는 것이 약속이야. 뭐 그래도 언제나 사냥터는 남아도니까 별 문제 없어."
"거버너가 포치포치를 끌고 오면 내가 방패로 막을 거야. 물론 공격도 하지. 그러면서 도발 기술을 걸 텐데, 그 후에 세진이 디버프를 넣어. 도발이 뭔지 알지? 난 그 중에서 방패 치기로 도발을 해."
탄제가 거버너에 이어서 자세하게 다시 한 번 설명을 한다. 세진도 이미 몇 번은 들은 이야기다.
하지만 다시 들으면서도 집중하고 있는 세진이다. 순간의 선택이 생사를 가늠하는 것이 몬스터 사냥인 것이다.
비록 의체라도 조심해야 할 것은 조심해야 한다.
여기서 도발이라고 하는 것은 주로 방어를 맡은 헌터들이 익히는 기술로 에테르를 이용해서 몬스터의 적대감을 증폭시키는 기술들을 말한다.
소리를 지르거나 칼로 찌르거나 방패로 치거나 하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공통점은 몬스터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보다는 몬스터의 기분을 나쁘게 해서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방어를 맡은 헌터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에테르 운용 기술이다.
"좋아. 준비 된 것 같으니 시작하자. 세진은 처음이니까 분위기 봐서 천천히 끼어들어. 서둘 필요 없어. 우리 둘이서도 포치포치는 충분히 사냥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우린 세진의 디버프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려는 거야. 알지?"
거버너는 그렇게 말하며 세진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숲으로 뛰어들었다.
"길면 20분, 빠르면 10분 정도 걸릴 거야. 최악의 경우 다른 곳으로 가서 따돌리고 다시 하는 경우에는 한 시간도 넘게 거릴 수가 있지. 그러니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라고. 가까이 오면 거버너가 신호를 줄 거야."
탄제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으며 긴장한 상태로 서 있는 세진에게 말했다.
세진은 아무래도 처음으로 주황색 몬스터를 사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탄제도 그런 세진의 마음을 아는지 이후로는 세진에게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과할 정도로 주의를 주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순간 세진은 에테르 순환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그러면서 주변에 디버프 기반의 에테르를 펼쳐 놓았다.
나무에 기대고 앉은 탄제도 그런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진이 마음먹고 디버프 기반의 에테르를 탄제의 몸 안으로 밀어 넣으면 탄제에게도 디버프를 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탄제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고, 감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걸 실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진은 준비 삼아서 디버프 에테르를 주변에 펼쳐 놓고 있는 것이다.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집중을 시켜서 사용할 수 있도록.
거버너는 10분 남짓 지나서 포치포치 한 마리를 뒤에 달고 뛰어왔다. 그는 세진과 탄제가 보이지도 않은 숲에서부터 낮은 기합 소리를 냈다.
"하앗, 하앗!"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탄제가 방패를 들고 나섰고, 세진은 열 걸음 정도 뒤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곧이어 거버너가 등에 커다란 칼을 지고 숲에서 뛰어 나오고, 거버너가 나온 길목을 탄제가 가로채며 버티고 섰다.
그런 탄제 앞으로 길죽한 쇠꼬챙이를 든 포치포치 한 마리가 뛰어 나왔다.
"타앗!"
하지만 포치포치는 더 이상 거버너를 쫓지 못했다.
탄제가 앞을 막으며 휘두른 한손검을 막아야 했던 것이다.
채캉!
투우웅!
세진은 탄제의 검과 포치포치의 쇠꼬챙이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뭔가가 사방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응?"
세진 그 느낌의 정체를 잠깐 고민했지만 다시 탄제와 포치포치가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것을 보면서 그게 뭔지 알아차렸다.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퍼진 것은 포치포치의 에테르와 탄제의 에테르가 서로 부딪혀서 만들어내는 에테르의 파장이었다.
사실 등급이 좀 더 높은 몬스터와 헌터들 사이의 싸움에서는 이런 에테르 파장만으로도 일반인들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에너지를 지닌다고 했다.
하지만 붉은색이나 주황색 정도의 몬스터가 지니는 에테르의 충돌은 그리 큰 여파가 없는데 세진은 그것을 감지해 냈다.
몸속에 개척되는 에테르 로드로 인해서 에테르에 대한 감각이 훨씬 세밀해진 효과인 것이다.
"타아앗!"
그 때, 탄제가 커다란 기합소리와 함께 방패를 포치포치의 전면을 향해서 밀어냈다. 기다리던 탄제의 기술, 방패밀기도발이었다.
방패를 밀거나 혹은 방패로 치면서 몬스터의 적대감을 높이는 기술인데 상황에 때라서 밀거나 치거나 하지만 같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키익, 키익, 키키키키.
도발이 확실히 먹혔는지 포치포치가 한층 맹렬하게 탄제를 공격했다. 그런데 거버너는 대검을 뽑아서 어깨에 걸치고는 여전히 대기 상태다.
지금은 세진이 디버프를 걸어서 포치포치의 능력을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알아봐야 할 때인 것이다.
"지금 디버프 시전한다.
세진은 그렇게 소리를 질러서 신호를 주고 포치포치에게 디버프를 실행했다.
이미 준비되어 있던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포치포치가 나타나는 순간부터 포치포치의 몸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렇게 준비가 되고도 좀 더 공을 들여서 디버프 에테르를 한계까지 밀어 넣은 후에야 디버프를 실행하겠다고 신호를 주고 포치포치에게 디버프를 걸었다.
키키키엑 키킥 키익!
순간 포치포치가 탄제에게 향하던 공격을 멈추고 온 몸을 떨었다. 그리고 굉장히 고통스러운 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그런 중에도 탄제는 계속해서 포치포치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탄제의 공격이 포치포치의 몸에 상처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우와, 이거 보여? 벌써부터 내 공격이 먹혀. 이건 대단한데?"
"나도 공격할까?"
거버너가 얼른 끼어들고 싶은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기다려봐. 이 놈 공격을 받아봐야지. 약해져도 얼마나 약해진 건지 알아야 할 거 아냐?"
"아, 그렇구나."
거버너는 얼른 달려들어서 커다란 칼로 포치포치를 절단 내고 싶었지만 탄제의 만류에 한 걸음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탄제는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시작하는 포치포치를 방패로 막으면서 이전과 디버프 후의 공격력을 가늠했다.
"이거 정말 엄청난데? 이 녀석 붉은 색 등급 정도의 공격력 밖에 안 나와. 붉은색 상급 정도 되는 것 같아."
"뭐? 그 정도야? 그럼 나 혼자서도 잡을 수 있은 거 아냐?"
"디버프가 먼저 걸리면 거버너 너 혼자서도 충분하겠다."
"우화, 정말? 어디 나도 한 번 칼질 좀 해 보자."
거버너가 얼른 달려들어 포치포치에게 대검을 휘두른다.
키이엑 키엑!
확실히 거버너의 공격이 탄제보다 강력한 모양인지 한 방에 포치포치의 왼쪽 어깨가 떨어져 나간다.
"허! 이건 뭐 붉은색 하급 수준 같은데? 너무 약해."
"그래? 공격력은 그만큼은 안 떨어졌는데? 방어력은 더 많이 떨어진 건가?"
"일단 정리하자. 이건 더 시험을 하기에도 좀 그러네. 다른 놈 끌고 와서 다시 해 보자."
"그래? 그럼 그렇게 해."
거버너와 탄제는 세진이 디버프를 건 이후에는 그가 끼어들 틈도 주지 않고 서로 이러쿵저러쿵 떠들더니 포치포치를 간단하게 처리해버렸다.
거기다가 첫 사냥에서 코어가 나오는 행운까지 생겨서 셋은 환호성을 올렸다.
그리고 거버너와 탄제는 세진에게 엄지를 치켜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디버프가 이토록 대단한 기술인지 몰랐다면서 세진을 띄워주기에 여념이 없었고, 자신들과 함께 팀을 이룰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세진도 그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세진, 거버너, 탄제 세 헌터로 이루어진 사냥 파티가 결성되었다.
============================ 작품 후기 ============================네 행복하세요...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