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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노트-29화 (29/298)

< -- 홀로서기 헌팅 -- >

세진의 사냥은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이어졌다.

처음에는 디버프로 우커우덴을 빈사상태로 몰고 간 다음에 창으로 마무리를 짓는 방법으로 사냥을 했지만, 이후에는 디버프 공격을 한 회씩 줄여 가면서 세진이 창으로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을 가늠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디버프가 한 번만 확실하게 들어가도 세진 혼자서 우커우덴을 사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별로 큰 상처를 입지 않고 사냥에 성공했기에 세진 자신도 얼떨떨할 지경이었다.

그 경험을 통해서 세진은 디버프 능력을 제대로 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새삼 알 수 있었고, 또 석판에서 일러주는 조언들이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에 이전보다 훨씬 더 석판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기도 했다.

세진은 황무지에서 우커우덴을 사냥하며 디버프를 확실하게 익히게 되자 조금 더 욕심이 났다.

워낙 우커우덴을 찾기 어렵다보니 좀 사냥감이 많은 곳에서 사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것은 닷새 동안 얻은 코어가 겨우 두 개에 불과한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기도 했다.

서른 마리가 넘는 우커우덴을 잡았는데 얻은 코어의 수는 고작 둘이니 평균 열다섯 마리에 하나씩 얻은 셈이다. 그러니 세진이 뿔이 날 밖에.

그렇다고 세진이 무턱대고 몬스터가 몰려있는 지역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

툴틱을 통해서 황무지 근처에 혼자 사냥을 할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고 움직였다.

그렇게 찾은 것이 황무지 동쪽 산을 영역으로 하는 이고두라는 이름의 몬스터였다.

헌터들은 그것을 긴팔곰 몬스터라 부른다.

역시 생긴 것으로 특징을 잡아서 부르는 이름인데 뒷발로 우뚝 서면 앞발이 뒷발 옆까지 늘어질 정도로 길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라고 한다.

앞다리가 긴 곰이라고 보면 딱 맞는 몬스터로 짙은 녹색의 털을 가지고 있어서 숲에 몸을 잘 숨기기 때문에 간혹 기습을 당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가 붙은 몬스터였다.

그리고 곰과 다르게 나뭇가지를 잡고 그네뛰기를 할 수 있는 놈이란 설명도 있었다.

간혹 나무 위에서 떨어지며 기습을 하기도 한다는 소리다.

툴틱에서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닌데 이놈을 먼저 발견하지 못하면 기습을 당하기 쉬우니 그것만 조심하면 어렵지 않은 사냥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대신 기습이란 불안정성 때문에 둘 이상의 파티로 사냥을 권하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세진은 숨어 있는 이고두를 먼저 발견할 자신이 있었다.

적어도 가까운 거리에서 기습을 당하지는 않을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씩씩하게 긴팔곰 숲으로 향한 것이다.

디버프는 일정 범위 안에 디버프 기반의 에테르를 펼쳐 놓고 그 안에 몬스터가 들어오면 그 몬스터에게 에테르를 밀어 넣는다. 그러니까 일종의 범위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디버프 기술은 잘만 활용하면 일정 영역 안에 있는 몬스터를 찾아내는 용도로 쓸 수도 있다.

아직 미숙한 세진은 기껏 디버프 기반 에테르의 범위 안에 뭔가 다른 에테르가 있다는 정도로만 파악할 뿐이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히 긴팔곰의 은신은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겁도 없이 혼자서 긴팔곰 숲으로 갈 생각을 한 것이고 말이다.

지도상으로 긴팔곰의 영역 이라고 표시된 지역에 도착한 세진은 이전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사냥터로 진입했다.

이곳은 황무지와 달리 제법 몬스터의 서식 밀도가 높은 곳이다. 그러니 어디서건 이고두를 만날 가능성이 있었다. 다만 이고두는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지키는 녀석이라서 두 마리가 함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간혹 짝짓기를 하는 경우에 두 마리의 이고두가 한 영역에 있는 경우가 있지만, 지금은 짝짓기 계절이 아니고, 새끼도 사흘이면 성체가 되어 독립을 하므로 두 마리 이고두를 마주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누누이 강조되어 있는 은신과 기습일 뿐이다.

세진은 숲으로 들어서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반경 17미터 정도에 디버프 에테르를 깔았다.

사실 이 거리는 이고두가 달려들면 금방 공격을 할 수 있는 거리지만 몸을 숨긴 이고두는 아주 가까이 적이 접근할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정보가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거리로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세진이었다.

일단 발견하면 먼저 디버프를 걸고 그 후엔 이고두도 세진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 테니 창으로 상대하면 된다는 계산인 것이다.

더구나 우커우덴을 상대로 연습을 하면서 창으로 싸우는 중에도 몬스터에게 디버프를 걸 수 있는 실력을 지니게 되었으니 긴팔곰이 두렵지 않은 세진이었다.

천천히 디버프 에테르의 영역을 유지하며 전진하는 세진의 감각에 드디어 뭔가 이질적인 에테르가 세진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세진은 눈에 힘을 주고 그것이 있는 쪽을 살폈다.

굵은 나무 사이에 덤불 하나가 있는데 그곳에서 이질적인 에테르가 느껴졌다.

세진은 그 덤불 안에 이고두가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짙은 초록색과 옅은 갈색의 마른 잎으로 덮힌 덤불 안에 숨었으니 그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그 덤불 전체에 디버프 에테르를 집중시키고 자연스럽게 에테르가 그곳에 숨은 몬스터에게 스며들도록 기다렸다.

원래는 몬스터를 특정하고 에테르를 밀어 넣어야 효과가 큰 것인데, 지금은 몬스터의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쓴 것이다.

일단 얼마간 긴팔곰의 능력을 떨어뜨리고 나서 창으로 상대하며 다시 한 번 디버프를 걸겠다는 계획이 세진의 계획이 이미 세워져 있는 상태였다.

쿠어어어어!

"엇? 저거?"

하지만 막상 디버프를 건 세진은 벌떡 일어난 긴팔곰을 보곤 낮은 경악성을 토했다.

지금까지 덤불로 생각하고 있던 그것이 바로 긴팔곰 자체였던 것이다. 녹색의 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털 중간 중간에 마른 잎 같은 갈색의 무늬가 있었다. 그런데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지르는 긴팔곰의 갈색 무늬는 이리 저리 흔들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또 다른 곳에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제 멋대로 색을 바꾸는 능력도 긴팔곰에게 있는 모양이었다.

세진은 그런 정보는 읽지 못했던 탓에 녹색 털의 몬스터란 생각만 하다가 실수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긴팔곰이 무사한 것은 아니다.

이미 어느 정도 디버프 기반 에테르가 몸에 스며들었고, 그 에테르가 긴팔곰의 몸 안에서 긴팔곰의 생체에테르와 충돌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쿠엉 쿠어엉!

긴팔곰은 갑작스럽게 몸 안에서 에테르의 충돌이 일어나자 깜짝 놀라서 은신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그와 동시에 이제 숨어 있을 까닭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눈앞의 인간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세진은 이번에 돌아가면 다음 사냥에는 반드시 방패를 마련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창만으로는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몬스터가 이빨로 물거나 발톱으로 할퀴는 경우에 세진의 몸에 흐르는 생체에테르의 방어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큰 상처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릴 것을 막아 내는 것과 물려서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방패가 있으면 그 방패에 에테르를 부여해서 넓은 범위를 막을 수 있을 텐데, 그걸 하지 못하고 창대로 막거나 혹은 발로 차서 밀어내는 등의 동작을 해야 하는 것이 불만인 것이다.

차앗!

긴팔곰은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이빨로 공격을 했지만, 그 공격이 창을 이용한 세진의 공격에 상쇄되자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긴 팔을 이용해서 빠른 속도로 좌우 연타를 날리기 시작했다.

이 공격은 굉장히 빠르기는 하지만 강력하진 않아서 일정 수준 이상을 방어할 수 있는 생체에테르 방어력이 있으면 그냥 맞으면서 견딜 수 있는 공격이라고 툴틱에 설명이 되어 있었다.

물론 세진은 일반 헌터들에 비해서 에테르가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긴팔곰은 이미 세진의 디버프에 충격을 받아서 원래 능력을 모두 내지 못하는 상태여서 세진의 에테르 방어력으로도 충분히 견딜만 했다.

세진은 창대로 막을 것은 막고, 몸으로 견딜 것은 견디면서 다시 긴팔곰의 몸에 디버프 기반의 에테르를 밀어 넣고 있었다.

그런데도 긴팔곰은 세진이 디버프 에테르를 제 몸에 넣는 것도 모르고 팔을 휘두르며 공격에 여념이 없었다.

휘두르기 연타 공격이 끝난 후에는 발톱을 세워서 어깨까지 올린 발을 직선으로 내뻗으며 찌르기 공격을 했는데 그것도 양 발을 번갈아 쓰며 공격을 했다. 이 공격은 휘두르기 보다는 느렸지만 대신에 공격력이 조금 더 강했다.

세진은 그 공격을 두어 대 맞은 후에 곧바로 그동안 준비 중이던 디버프를 발동시켰다.

긴팔곰의 몸에 들어간 에테르의 제약을 풀어서 마음껏 날뛰도록 만들어 버린 것이다.

쿠어엉 쿠어어어엉. 쿠엉.

긴팔곰은 원인도 알 수 없은 에테르의 폭주에 정신을 못 차리고 포효를 터트렸지만 이미 몸은 엉망이 된 상태였다.

세진은 창으로 견제를 하며 조금 거리를 벌린 상태로 세 번째 디버프까지 쏟아 부은 후에 창으로 마무리 공격을 해서 사냥을 끝냈다.

물론 첫 사냥이 끝난 후에는 사체를 관찰하고, 방금 했던 사냥에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 문제는 없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 이고두 사냥이 끝난 상태니 당분간은 이곳에 주인이 없고, 또 다른 이고두가 들어올 일도 없으니 편안하게 되새김질을 할 여유가 있는 것이다.

세진은 가장 먼저 이번 사냥에서 긴팔곰을 먼저 발견하고도 구별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고 또한 긴팔곰의 에테르를 감지하고도 등에 매고 있던 배낭을 벗지 않고 그대로 움직였던 것을 반성했다.

그런 식으로 한 번의 사냥이 끝나면 반드시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이번 사냥에서 세진이 자신의 버릇을 만들려고 결심한 행동 방식이었다.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결국 세진의 목숨을 구해 주는 때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가 변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세진도 예외가 아니어서 사냥이 거듭되면서 우커우덴을 찾아 황무지로 올 때의 초심을 잊어갔다.

이고두 사냥은 걸림돌이 없이 순조로웠고 우커우덴에 비해서 코어도 평균 보다 잦은 빈도로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계획보다 더 오래 산에 머물면서 사냥에 심취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언제나 좋은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은 다른 이유가 없다.

전부 마음이 풀어져서 방심 하는 것이 원인이 되는 경우다.

세진에게도 그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세진은 너무 신을 냈고, 조심성을 잃어갔다.

세진은 정말 죽다 살아나서 레트시의 북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배낭은 잃어버리고 갑옷은 곳곳에 뜯긴 상처가 남았다. 그나마 몸에 상처가 없는 것이 다행이지만 그것도 회복 캡슐을 먹어서 상처가 나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없었으면 세진은 의체를 상실하고 헌터룸에서 깨어났을 것이 분명했다.

그 정도로 세진은 큰 부상을 입었었다.

세진이 그렇게 된 것은 모두 방심 때문이었다.

그 때도 세진은 디버프 에테르를 펼쳐 놓고 긴팔곰을 찾아서 숲을 누비고 있었다.

그러다가 세진은 전혀 상상치도 못한 기습을 받고 말았다.

세진이

'어? 긴팔곰?'

이란 생각을 했을 때에는 이미 세진의 몸은 허공을 날고 있었고, 곧이어 나무 기둥에 부딪혀서 나뒹굴고 있었다.

긴팔곰이 17미터 범위 밖의 나무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뛰어내리며 공격을 한 것이다. 그 공격으로 세진은 한쪽 귀가 떨어지고 관자노리가 깊게 파이는 상처를 입었다.

그나마도 몸을 보호하는 에테르가 순간적으로 긴팔곰의 공격을 감소시키지 않았으면 어림도 없을 일이었다.

하단전에 있던 에테르가 순간적으로 타격부위까지 솟구쳐 올라서 세진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곧바로 긴팔곰이 달려들며 공격을 시작했고, 세진은 이리저리 몸을 흔들면서 치명상을 피하려 애썼다. 그러다가 허리띠에 달려 있는 캡슐 주머니를 떠올리고 캡슐을 삼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세진의 목숨을 구했다.

상처는 빠르게 치료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서 세진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당장 긴팔곰이 입히는 작은 상처들은 생기자마자 없어지고 있으니 놈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이다.

그렇게 마음의 안정을 찾은 세진은 창을 이용한 공격과 디버프를 이용해서 긴팔곰을 잡아 낼 수 있었다.

그 긴팔곰이 코어를 주기는 했지만 회복 캡슐을 먹은 것을 생각하면 손해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다. 평범한 헌터였으면 며칠을 배 아파했을 일이다.

그리고 그 경험 후에는 찢어진 배낭에서 꼭 필요한 것만 챙겨서 긴팔곰의 영역을 조심스럽게 벗어나 레트시로 쉬지도 않고 복귀한 것이다.

북문을 통과한 세진은 터덜거리는 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그는 걸음을 옮기며 다시 지난 일에 대해서 한 번 반성하고 있었다.'이번에는 정말 운이 좋았다.

다음에도 그럴 거란 생각은 하지 말자. 난 죽다 살아난 거다.'============================ 작품 후기 ============================아 뜨뜨... 12시에 맞춘다고 한 건데... 쿨럭 앞에 올린 글이 12 이전에 올라갔네... 이런... 하하하 긁적 뭐 상관 없이 오늘은 두 편... 상황 봐서 새벽에 더 올릴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행복하셨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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