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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노트-27화 (27/298)

< -- 홀로서기 헌팅 -- >

제이앤이 세진을 찾아 온 것은 세진이 에테르 기관을 제거하고 집에서 에테르 로드 수련에 힘쓴 지 닷새가 흘렀을 때였다.

이번에도 제이앤은 에테르 상점에 스킬을 각인하기 위해서 세인을 찾아 왔다.

세진은 그런 제이앤과 함께 오랜만에 레트시의 거리로 나왔다.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사냥은 안 다니는 모양이죠?"

"그냥 수련만 하고 있지. 아직은 실력이 안 되니까 말이야."

"그래요?"

제이앤은 세진과 나란히 걸으면서 자꾸만 세진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녀는 세진의 몸에서 에테르의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었다.

헌터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에테르의 느낌이 세진에게서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아니 있기는 있는데 너무 미약해서 마치 라훌헌터들이 처음 에테르를 느끼기 시작할 때와 비교될 정도였다.

그런 세진의 변화가 제이앤의 호기심을 건드리고 있었다.

뭔가 이상이나 변화를 느끼는 쪽으로는 감각이 좋은 제이앤이었다. 그래서 처음 세진의 단순한 행동에서 그가 초보 헌터라는 것을 추측해 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감각에 세진에게 뭔가 변화가 있다는 것이 걸려든 것이다.

"어맛!"

그렇게 세진을 훔쳐보며 걷던 제이앤이 앞에서 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혀서 살짝 균형을 잃으며 세진의 팔을 꽉 잡았다.

그 순간 세진은 잡힌 팔뚝을 통해서 제이앤의 에테르가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엇? 뭐야?"

"아, 미안해요. 갑자기 부딪히는 바람에."

"그게 아니라 왜 에테르를 운용했느냐고 묻는 거야. 나는."

"그랬나요? 몰랐어요. 제가 놀라는 바람에 무심결에 그런 모양이네요. 미안해요."

제이앤은 세진이 화를 내자 천연덕스럽게 사과를 했다. 그녀는 이미 세진의 변화를 알아낸 상태였다.

세진의 몸에 에테르가 거의 없다는 것과 그 몸 안에 있어야 할 에테르 기관이 사라진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런데 세진, 왜 에테르 기관을 제거했어요?"

"뭐?"

"방금 저도 모르게 에테르를 운용한 거지만, 그래도 그것 때문에 알게 된 것이 있거든요. 당신 몸에 에테르 기관이 없다는 거요.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어요."

세진은 가던 길을 멈추고 제이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미안해요."

잠시 서로 마주 보는 시간이 이어지고, 결국 제이앤이 먼저 사과를 했다.

"별 뜻은 없었어요. 그냥 세진의 에테르가 너무 약해진 것 같아서 궁금했을 뿐이에요."

"그랬겠지. 제이앤 정도의 실력자가 마주 오는 일반 라훌과 부딪혀서 균형을 잃고 놀란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거지."

"미안해요. 세진."

"제이앤은 미안하다는 말로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아니야. 제이앤이 지금 나를 시험하고 또 내 비밀을 캐내려고 했다는 것은 우리가 이제 서로 친구가 아니라는 뜻이지?"

"아니에요. 설마 그렇게 받아들이는 건가요?"

제이앤은 조금 과하다 싶은 세진의 반응에 당황했다.

"적어도 나는 그래. 내 친구는 내 비밀을 알기 위해서 나를 속이는 일은 없지. 차라리 그냥 물어보면 물어보지."

제이앤은 세진의 말에 대꾸를 하지 못했다.

"일단 가지. 아직 내게는 제이앤과 알프론의 에텔론이 남아 있으니까 말이야. 그건 어찌되었건 주긴 줘야 하니까."

세진은 먼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조금 거리를 두고 제이앤이 따라 걸었다.

이전처럼 나란히 걷는 일은 상점에 도착할 때까지 없었고, 상점에서도 일처리를 마친 세진이 먼저 자리를 떴다. 제이앤은 각인을 마치고 나와서 세진이 먼저 돌아갔다는 것을 알았고, 이후로는 집으로 찾아오지 말고 시간과 날짜를 정해서 상점 앞에서 만나자는 전언만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제이앤과 세진 사이의 거리는 이전보다 더 멀어졌다.

제이앤 사고가 있은 이후에도 여전히 알프론이나 제이앤은 열흘에 한 번 정도씩 세진과 얼굴을 마주쳤다.

하지만 이전과는 서로를 대하는 것이 사뭇 달라졌다.

세진도 그렇지만 그쪽 둘도 조금 데면데면해진 것이 겉으로 드러날 정도여서 에테르 상점 앞에서 만나면 그저 살짝 인사를 하고 아는 척을 한 후에 상점 안으로 들어가서 볼 일을 마치고 세진이 먼저 돌아오는 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정말로 일 관계로 만나는 남남 같은 사이로 굳어져갔다.

사실 세진이 그들과 가까이 하기를 꺼린다는 것도 서로의 사이를 갈라놓은 큰 이유가 되었다.

에테르가 부족해서 힘이 약한 세진은 지금 그 누구라도 경계하고 겁을 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에테르를 몸에 밀어 넣고 검색을 한 제이앤은 절대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고,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을 알프론에게도 이야기를 했을 것이 분명하니 당연히 알프론도 가까이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 세진이다.

그러니 그런 태도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도 감이 좋은 제이앤이 모를 정도도 아니었다.

그렇게 되고 나니 세진은 집 밖으로도 잘 나서지 않고 수련에만 몰두했다.

생각 같아서는 남은 에텔론을 한꺼번에 줄 방법은 없고, 그렇다고 더 이상 주지 않겠다고 하기에는 세진의 자존심이 그걸 막았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생각 때문에 제이앤과 알프론의 에텔론은 조금도 남김없이 주겠다는 결심은 이어지고 있었다.

힘이 없으면 이 행성에서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익히 깨닫고 있는 세진이었다. 사실 매일같이 오늘이라도 무슨 일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며 지내는 중이라 힘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역시 위기의식이 있어야 사람이 집중도 하고, 또 그래야 발전이 빠른 법이지."

세진은 에테르 기관을 제거하고 석 달이 지난 후에야 작은 성취를 봤다. 하지만 그 작은 성취가 세진에겐 더없이 기쁜 일이었다.

이젠 예전의 헌터 정도는 된 것 같으니 어디 가서도 반편이 소리를 듣진 않을 거란 자신이 생긴 것이다.

아니, 사실 세진은 에테르의 양은 좀 부족할지 모르지만 다른 초보 헌터들에 비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가 지금까지 몸에 각인한 스킬들과 에테르 로드 수련으로 개척된 에테르 로드가 그런 그의 자신감을 받쳐주는 힘이었다.

스킬은 초보 단계보다 한 단계는 더 상위의 스킬들을 각인한 상태였고, 에테르 로드 수련은 각인 된 스킬들의 위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세진은 라훌헌터들이 에테르를 몸에 골고루 저장하는 것과는 달리 하단전에 뭉쳐서 저장한다.

그 때문에 에테르를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고 저장된 에테르 자체도 훨씬 강력하다. 하단전에는 에테르가 강하게 응집되어 있어서 라훌족의 몸 안에 있는 에테르나 헌터가 에테르 기관에서 만들어내는 에테르에 비해서 훨씬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러니 세진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나는 앞에서 칼질을 하고 싶지는 않단 말이지. 역시 사람은 몸보다 머리를 쓰고 살아야 하는 거거든?"

세진은 그러게 중얼거리며 에테르 상점으로 향했다.

오늘은 제이앤이나 알프론과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세진 자신의 몸에 새로운 스킬을 각인하기 위해서 가는 길이었다.

"얼마라고?"

"2만 5천 에텔론입니다."

세진은 뻔히 알고 있는 가격을 다시 한 번 물어서 확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진이 이번에 각인하려는 스킬의 가격이 어마어마한 까닭이다. 툴틱에서 보면 그다지 큰 효과도 없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기초 스킬이면서 가격이 높은 스킬이 지금 세진이 각인하려고 하는 스킬이었다.

이 스킬은 에테르를 이용해서 신체를 강화하는 계열이 아니라 에테르를 이용해서 정신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계열이었다.

그러니까 세진은 에테르 운용법 중에서 정신능력 계열을 익히려고 하는 것이다.

헌터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정신능력 헌터인데, 그 이유는 잘 쓰면 열 헌터 안 부럽지만 못 쓰면 정말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정신능력 헌터인 까닭이라고 했다.

물론 육체 능력과 정신 능력 두 가지를 모두 익히는 것도 가능하지만 역시 주력으로 익히는 쪽이 있기 마련이어서 팔방미인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그래. 이리로 가면 되지."

"네. 들어가시면 준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알았어."

세진은 점원의 안내를 받아서 각인의 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디버프라는 이름의 정신계열 스킬을 익혔다.

이것 역시 지하창고의 석판에서 얻은 조언에 따른 선택이었다.

앞장서서 칼질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면 정신 계열을 익히고 그러려면 제일 좋은 것이 디버프 계열이라고 알려 줬던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그냥 디버프도 잘 쓰면 큰 힘이 되지만, 석판에 기록된 변형 디버프의 경우에는 익스퍼트 정도의 실력이 되면 엄청난 위력을 보인다고 되어 있었다.

그 전에는 아무래도 운용할 수 있는 에테르의 양도 적고 범위도 좁아서 그리 큰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일단 익스퍼트만 되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하니 세진은 그것을 믿고 정신 능력 쪽을 주력으로 익혀 볼 생각을 한 것이다.

그 후로 세진의 집 뒷마당에는 드레드가 매일같이 작은 동물들을 상자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세진이 새로 스킬을 익힌 후에 연습 대상을 고민하다가 그것들을 구해오게 한 것이다.

그 동물들은 세진의 연습에 쓰이다가 이들의 식탁에 올랐다. 물론 먹는 것보다 남는 것이 더 많아서 드레드와 일랜드가 남은 고기를 다른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세진도 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비록 이곳에서 고기가 비싸다고 하지만 세진은 드레드나 일랜드가 남은 고기를 가지고 용돈 벌이를 하는 것 정도는 관심 둘 일도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배당금을 받고 있었고 또 배당금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라훌헌터들이 에테르 상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또 조금씩 라훌헌터들의 실력이 늘어나면서 그들이 환전하는 코어의 등급도 조금씩 높아지고, 당연히 세진의 배당금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그러니 세진은 굳이 위험한 사냥 따위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저 정말로 자신이 생기면 자기 점검을 위해서나 사냥을 할까? 그게 아니라면 사냥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세진의 디버프 스킬 연습은 정말 극악한 성취를 보였다.

어째서 정신능력 헌터들의 수가 적은지를 확실히 알 수 있게 하는 경험을 세진은 매일같이 하고 있었다.

디버프 스킬은 먼저 스킬 사용자가 일정 범위를 정해서 에테르를 장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때는 사용자가 지닌 에테르와 대기중의 에테르를 섞어서 쓰게 된다.

즉 사용자의 에테르로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에테르를 가공하는 것이다. 모든 정신능력 스킬들의 기본은 그것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가공을 하는데 어떤 형태로 가공을 하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 효과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 중에 디버프는 사용자가 가공한 디버프 기반의 에테르를 대상의 몸 안으로 흘려 넣고 그 에테르로 대상의 몸에 있는 생체에테르를 약화시키는 스킬이다.

그러니까 원거리에서 몬스터의 몸에 자신이 지배하는 에테르를 밀어 넣어서 몬스터의 생체에테르를 흔들어서 몬스터의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 그것이 디버프의 요체인 것이다.

그래서 그걸 연습하자니 당연히 살아있는 동물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세진의 식탁에는 고기가 끊이지 않게 된 것이다.

디버프에 당한 동물들은 워낙 에테르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되기 전에 죽여야 해서 시험이 끝나면 모두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불행한 것은 디버프의 반대 개념의 스킬은 없다는 것이다. 에테르는 그 성격이 과격해서 치료 효과의 스킬은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란다.

오랜 역사 동안에 에테르 운용법들이 연구 발전되었지만 아직까지 에테르를 이용해서 대상을 치료하는 기술은 만들어진 일이 없단다.

물론 에테르가 아닌 오러라면 방법이 있겠지만 아직 세진에겐 먼 이야기였다.

============================ 작품 후기 ============================오늘도 세 편입니다. 재미있게 보시실... 행복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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