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5화 (15/298)

< -- Hunter room - 귀환 -- >

세진은 중간 결산을 하고 나서 곧바로 지구로의 귀환을 생각했다.

어차피 갔다 온다고 해도 며칠 걸리지 않을 테니 사업에 크게 지장이 있을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해가 진 후에 헌터룸으로 가서 귀환을 하게 되면 날이 밝기 전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계산이 섰다.

그래서 알프론과 제이엔에게 이야기를 하곤 곧바로 생체에테르바디 보관소를 찾았다.

[생체에테르바디 보관소 no101-635947]세진은 간판의 번호를 힐끗 확인하고는 보관소의 문을 당겨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세진이 나왔던 그 보관소가 아니었지만 내부 구조는 완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세진은 준비된 의자에 누워서 눈을 감고 의체와 링크를 끊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서 오십시오. 세진님.

세진은 도우미 프로그램의 목소리가 들리자 눈을 떴다.

세진의 눈에는 생체에테르바디 보관소의 모습이 아니라 헌터룸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한쪽에는 세진이 버려뒀던 배낭과 컴파운드 활, 화살이 예전 모습으로 놓여 있었다.

'저거 안에 들어 있은 음식들 다 상한 거 아냐?'

세진은 그런 생각이 들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어디 불편하신 곳이 있으십니까? 세진님의 몸에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이곳에 도착하셨을 때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특별한 서비스로 세진님이 헌터 활동을 하시는 동안에 신체 활동도 최소한으로 제한해서 세포 노화와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게 했습니다만.

"아, 몸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저기 있는 배낭 안에 상하는 음식들이 있었는데 그게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다가 그런 거야."

-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진님이 가지고 오신 물건은 완전한 멸균과 보존 처리를 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보존의 경우 처음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한 것입니다.

물론 이곳 헌터룸을 떠나시는 순간부터 그 효과는 사라지게 됩니다.

"멋진데? 대단해. 마음에 들어."

세진은 헌터룸의 관리 프로그램이란 녀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세진이 걱정했던 문제들은 말끔하게 해결이 되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 고맙습니다.

그럼 이제 세진님께서 헌터룸을 찾으신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무척이나 영혼 없는 감사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프로그램의 인사였다. 하지만 세진은 그러려니 하면서 헌터룸으로 돌아온 목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지. 그리고 에텔론을 이용해서 몇 가지를 사야 하기도 하고 말이지."

- 알겠습니다.

그럼 필요한 것을 말씀하십시오.

"먼저 내가 지구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에테르의 양이 얼마고 그에 필요한 에텔론이 얼만지 알고 싶은데?"

-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진님께서 소유하신 듀풀렉 게이트를 1회 이용하는데 필요한 에테르는 15에텔론으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세진님의 듀풀렉 게이트는 10회를 연속 이동할 수 있는 에테르를 충전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충전하는데 150에텔론이 필요하다는 말이군."

-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이 몸에 사용 가능하다고 했던 캡슐에 대한 건데 그건 비용이 얼마지?"

- 노화 방지를 이야기하시는 거라면 10만 에텔론이 필요합니다.

"허억, 뭐가 그렇게 비싸?"

- 영구 캡슐의 가격은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세진은 10만 에텔론이란 말에 깔끔하게 포기했다.

"좋아. 그럼 소형 테라포밍 기계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에테르의 양은 얼마지?"

- 소형 테라포밍 기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에테르로 구동되는 테라포밍 기계 중에서 소형으로 등록된 모델이 없습니다.

"이런 정도 크긴데?"

세진은 손으로 어리의 크기를 어림짐작으로 만들어 보였다.

- 제가 가진 자료에는 없는 크기입니다.

"그래? 그럼 곤란한데? 좋아.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 기계가 에테르 코어를 쓴다고 하거든? 그래서 시험해 볼 에테르 코어가 필요한데 구입할 수 있겠지?"

세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세진의 기대를 배반했다.

- 에테르 코어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뭐라고?"

- 코어 형태로 판매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코어는 성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물품입니다.

"성장? 그거야 에테르가 없는 행성에서나 문제가 되는 거지, 지구엔 이미 에테르가 있다고. 그러니까 지구엔 이미 코어가 성장해서 퍼져 있다는 말이지. 그런데 코어를 제한할 이유가 있나?"

- 새로운 코어가 유입되면 기존에 있던 코어와 접촉하여 새로운 형태의 코어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스터 종의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코어를 가지고 지구로 가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이 듀풀렉 게이트도 충전만 해 준다는 거였어?"

- 그렇습니다.

"그럼 그 어리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몬스터 사냥을 해야 한다는 말이네?"

- 맞습니다.

"좋아. 그럼 지구에서 의체를 사용할 수 있나?"

세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하다는 듯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럼 지구에 있는 몬스터는 어떻게 하라고? 응? 설마 내 몸을 개조라도 하란 말이야?"

- 인체에 대한 직접적인 에테르 기관 삽입 개조는 극악한 범죄 행위입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세진의 말에 헌터룸 관리프로그램은 전과 달리 아주 단호한 색체의 음성으로 경고했다.

"아니 그럼 어쩌라고? 여길 오면 무슨 수가 생긴다면서? 그런데 지구는 그냥 두고 여기서 의체나 사용해서 사냥 놀이나 하란 말이야?"

- 에테르 기관을 몸에 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세진님의 노력으로 에테르 운용법을 터득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 방법을 찾으시길 권합니다.

"뭐? 지금 그걸 말이라고..."

발끈하던 세진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한참 후에 물었다.

"코어가 안 되면, 에테르 저장 장치 같은 것은 구입할 수 있나? 에테르로 작동하는 것을 가동시킬 방법이 있느냔 말이지."

- 있습니다. 말씀하신 에테르 저장 장치가 있습니다.

"정말? 그건 얼만데?"

- 소형 저장 장치를 완전히 채울 경우 1000에텔론입니다. 중형은 10만 에텔론입니다.

대형은 1000만 에텔론입니다. 그리고 초대형은...

"그만, 초대형은 들어 볼 필요도 없겠네. 넌 내가 초대형 저장 장치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렇지 가능성은. 하지만 그건 정말 가능성일 뿐이거든?"

- 세진님께서 이번 활동에서 얻으신 지적 재산권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세진님께서 본 행성 기준으로 한 달에 얻으실 이익은 20만 에텔론을 상회할 것을 기대됩니다. 그러니 시간만 지나면 충분히 세진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이루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지?"

- 라훌족의 헌터들에게 보증인이 되어서 에텔론을 수수료로 받는 그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게 왜?"

- 그 활동은 에텔론 상점의 점원 중에 한 기를 정해서 하도록 하고, 그 수수료 중의 일부를 세진님께 지불하는 방안이 검토 중입니다.

"뭐라고?"

세진은 무덤덤하게 듣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 세진님께서 만들어 유행시킨 그 방법은 라훌족에게 매우 유익한 방법이며 다른 이들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헌터는 30%의 세금을 내고, 라훌족은 40%의 세금을 내는 것이 됩니다.

거기에 라훌족은 자투리로 남는 에텔론을 포기해야합니다. 여기서 라훌족이 내는 추가 10%의 세금과 자투리로 남는 에텔론이란 수익 증대가 이루어지는데 그 권리의 일부를 세진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때문에 예상되는 세진님의 수익은 한 달에 20만 에텔론입니다.

"그럼 다른 헌터들은 보증인 노릇을 할 수 없게 되겠군."

- 10% 이하의 수수료로 거래를 하고 싶은 라훌 헌터들은 보증인을 찾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완전히 믿을 수 있는 보증인이 아니라면 차라리 상점 점원을 이용하겠지."

- 맞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그 혜택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거야?"

- 사실상 확정적입니다.

"언제부터?"

- 사흘 이내에 결정이 되고, 툴틱으로 통보가 될 것입니다.

"내가 지구에 있으면?"

- 그 사이에 이곳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참, 그렇지? 이 대단한 듀풀렉 게이트가 내게 이곳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을 나눠서 쓸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했지?"

-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일단 듀풀렉 게이트 이거 충전을 해 주고. 에테르 저장 장치를 하나 줘. 소형으로 완전히 충전해서."

세진은 그렇게 도우미 목소리에게 요구했고, 곧바로 헌터룸에는 어디선가 담배갑 정도 크기의 은색 상자가 나타났다.

마침 의자 위에 나타난 것이라 세진은 어렵지 않게 그걸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야? 이게 저장 장치야?"

- 맞습니다.

에테르가 필요한 장치에 접촉하면 됩니다.

"그럼 이 팔찌는?"

세진이 왼쪽 팔을 내밀었다.

- 잠시 그 상태를 유지해 주십시오. 충전하겠습니다.

팔을 내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도우미 목소리가 그렇게 말했고 세진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굳은 채로 기다려야 했다.

곧이어 천정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와서 팔찌에 닿았고 짧은 시간 후에 충전이 끝났다는 도우미의 선언이 이어졌다.

"뭐 간단하군. 그래서 이젠 이걸로 열 번은 게이트를 열 수 있다는 말이지?"

- 맞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마지막 열 번째로 가는 곳에 에테르가 없다면 다시는 충전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 저장 장치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 아냐? 이걸로는 얼마나 쓸 수 있을까?"

- 맞습니다. 그 저장 장치를 팔찌에 접촉하면 충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장치는 이미 말씀드린 것과 같이 1000에텔론의 가치를 지녔습니다.

"그럼, 이 게이트 한 번 여는데 15에텔론이 든다고 했으니 1000을 15로 나누면 되는 건가?"

- 그렇습니다.

"그냥 흘러나가서 사라지거나 하는 에테르는 없는 거야?"

- 에테르가 필요한 것과 접촉하지 않으면 소비되는 에테르는 없습니다.

매우 안정적인 저장장치입니다.

세진은 만족했다.

"그럼 이 저장장치를 몇 개 더 살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내가 지금 남은 에텔론이 제법 되니까 말이지."

- 가능합니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아홉 개만 더 줘. 열 개 채워서 가지고 가 봐야지. 그런데 쓸모없으면 다시 되팔 수는 있나?"

- 가치 하락 없이 교환이 가능합니다.

"샀던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말이지?"

- 화폐와 다름 없는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좋아. 그럼 교환 해 줘."

세진은 그렇게 저장 장치 열 개를 구입했다.

그렇게 사고도 여전히 세진에겐 5천 에텔론 이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와서 의체로 생활 하면서 필요할 것 같아서 남겨 두기로 한 것이다.

"좋아. 그럼 이제 돌아가 보자. 도우미, 무슨 할 말이나 주의해야 할 일이 있나?"

세진은 배낭과 활, 화살을 챙기면서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 이곳에서 지구에서 이곳으로 이동하시는 경우에는 시간의 비틀림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다른 한 곳의 좌표로 오고 갈 때에는 혜택이 없습니다.

그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음. 그럼 여기서 그 지하 창고로 가면?"

- 지하창고가 지구 이외의 좌표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지구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다시 이곳으로 오실 때까지 이곳의 시간은 세진님께는 멈춘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구하고 그 지하창고에서 이곳으로 올 때에는 시간 외곡 지역인가 뭔가를 지난다는 말이군. 거기다가 지구와 지하창고는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는 거고 말이야."

- 옳습니다.

"알았어. 조심하지. 그럼 난 이만 간다."

- 가시거나 오시거나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갑자기 세진님께 변화가 생기면 다녀오신 것으로 판단할 뿐입니다.

"하긴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니 그렇겠네. 그럼 또 보자."

- 알겠습니다.

세진님.

세진은 도우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듀풀렉 게이트를 열고 사라졌다.

"아악, 빌어먹을 이거..."

이번에도 세진은 발밑에 열린 게이트로 빠졌다.

============================ 작품 후기 ============================아, 좀 늦은 시간으로 예약하고 자러갑니다.

이로서 21일도 세 편... 이 추세로 며칠 더 가야 할 텐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춥다는데 따뜻하게 입고 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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