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14화 (14/298)

< -- Hunter room - 귀환 -- >

세진과 알프론 제이앤은 수련과 사냥을 번갈아가며 적절하게 안배해서 실행했다.

어느 정도 수련이 되어서 진척이 있다 싶으면 사냥을 나가서 몬스터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고, 그 사냥에서 얻은 경험을 다시 수련 시간에 녹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에텔론이 생길 때마다 기본적인 스킬들을 각인했다.

그렇게 세 사람이 기본적인 스킬들을 모두 각인 했을 때, 세진은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이 벌써 1년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툴틱에는 에텔론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에텔론이 생길 때마다 스킬을 각인하고 또 만약을 위해서 치료캡슐을 사느라고 소비했기 때문이다.

료캡슐은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경우에 사용하는 약으로 위험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고위 헌터들은 때로 미리 복용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복용 후에 3일 동안 몸속에 잔류하면서 몸을 회복시키는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나노 단위의 로봇이 몸의 상태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란 설명이 더 적합하다.

그래서 미리 캡슐을 복용하고 몬스터와 싸우면 상처가 생겨도 빠르게 회복이 되기 때문에 몬스터와의 혈전에선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가난한 하급 헌터들은 겨우 하나씩 사서 가지고 다니다가 큰 상처로 의체를 잃을 상황이 되어서야 복용을 하는 그런 비싼 도구다.

세진과 알프론, 제이앤은 그것을 파티 공동 물품을 구입하는데 의견 일치를 보고 그 동안 에텔론을 모아서 세 개의 캡슐을 사서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어쨌거나 결론은 세진에게 남은 에텔론이 없다는 것이고, 그러니 당장 지구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세진은 자신이 이곳에 와서 1년이 넘었다는 생각을 한 번 하고 난 후에는 좀처럼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그동안 꾹꾹 눌러 놓았던 그리움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래서 세진은 알프론과 제이앤에게 고향 행성에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럼 얼마나 걸리는데?"

알프론은 조심스럽게 세진에게 물었다.

그는 세진이 오래 떠나 있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헌터들이 한 번 고향 행성으로 가면 간혹 몇 년, 혹은 몇 십 년 동안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아무리 빨리 온다고 해도 몇 달은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오지 않으면 모를까 온다면 열흘 내로 올 거야."

"응?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요? 하지만 겨우 그 정도 시간을 보내고 올 거라면 굳이 가야 할 이유가 있나요?"

알프론이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이앤도 놀란 모양이지만 제이앤은 좀 더 강한 어조로 세진의 귀향을 말리려고 했다.

"음, 좀 설명이 어려운데, 내가 있는 행성과 이곳 사이에 묘한 영역이 있다고 해. 우주의 신비 같은 거지. 그런데 그것 때문에 여기서 떠났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떠난 그 시점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하더군. 그리고 저 쪽 고향에 간다고 해도 아마 내가 떠났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그게 정말인지는 모르지만 헌터룸의 관리 프로그램이 그렇게 말하더군."

"응? 뭐라고? 그 말이 정말이야?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알프론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세진을 봤다.

여전히 동굴동굴한 얼굴에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동안이다.

제이앤의 말로는 알프론은 나이가 무척 많다고 한다. 그의 조상인 헌터의 종족 특성이 수명이 긴 것이어서 알프론도 보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다만 수명이 긴 만큼 성장도 느린 면이 있어서 에테르를 운용할 수 있는 재능도 늦게 피어난 경우가 알프론이라고 했다.

"믿기 어려운 말이군요. 그럼 여길 떠나서 다시 온다고 해도 떠난 시간에 돌아온다는 말이 되는 건가요? 그런데 왜 열흘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 거죠?"

제이앤이 이도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세진에게 물었다.

"헌터룸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그렇게 이야길 한 거지. 거기서 지체하는 시간이 길면 늦어질 테니까 말이지."

"아, 그렇군요. 이해해요."

제이앤은 납득을 한 모양이었지만 알프론은 여전히 해석하기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세진도 알프론을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조차도 헌터룸의 관리 프로그램의 말을 옮겨 전한 것에 불과한 탓이다.

"그럼 언제 갈 건데?"

겨우 정신을 차린 알프론이 세진에게 물었다.

세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알프론과 제이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당장이라도 갔다오고 싶지만 문제가 있어."

"응? 문제라니?"

"뭐가 문제죠?"

세진의 말에 두 사람은 당연한 반응처럼 되물었다.

"에텔론이 있어야 해."

"아텔론?"

"그게 왜요?"

둘은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세진은 오늘 제이앤의 표정이 꽤나 다채롭게 변한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까 이야기 한 것처럼 난 아주 먼 행성에서 왔어. 그래서 그곳으로 가려면 따로 에텔론을 지불해야 하지. 거기다가 그 행성에서도 에테르 코어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도구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걸 움직일 에너지원을 찾기 위해서 내가 이곳에 온 거거든? 그러니 원래 목표대로 얼마간 에테르 코어를 가지고 가야하지. 그래서 에텔론이 필요하다는 거야."

"아, 그렇군."

"그럼 앞으로 열심히 사냥을 해야 하겠군요? 바쁘겠네요."

"그것도 그거지만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아. 둘이 나를 좀 도와주면 말이야."

"네? 도움이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건데?"

둘의 물음에 세진은 자신이 생각해 낸 사업 하나를 둘에게 설명해 줬다.

"세진 알아봤는데 말이야.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아."

한동안 레트시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던 알프론이 저녁 식탁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맞아요. 나도 알아봤는데 어려워요."

"그래? 왜?"

세진은 자신의 사업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와 제이앤이 데리고 올 수 있는 라훌 헌터들은 실력이 뛰어난 헌터들이 아니어서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저도 마찬가지 의견이에요. 세진이 라훌 헌터들에게 코어를 받고 보증인이 되어 준다는 것은 좋은 계획인데, 사실 그걸 믿고 나설 라훌 헌터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죠."

"응. 우리가 아무리 이야길 해도 믿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그래도 일단 시작은 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몇 번 거래를 하고 소문이 나게 되면 찾는 이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 생각엔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헌터들이 많을 거야."

"알프론 말이 맞아요. 분명 헌터들 중에서 그런 일을 하려는 이들이 있을 것 같아요."

세진은 가만히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불현듯 물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헌터들이 그런 일을 하지 않은 거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방법 아닌가?"

"개인 사이에서 그런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은 간혹 있었죠. 그런데 헌터가 나서서 그런 일을 대놓고 한 일은 없었어요.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긴 해요."

"그럼 누군가 이런 일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는 이야기겠지? 안 그래?"

"맞는 것 같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일인데 그게 아직까지 남아 있다면 이유가 있겠지."

"못하게 했다면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가 뭘까?"

"라훌이 스킬을 쉽게 익히지 못하게 막는 거?"

알프론이 먼저 한 가지 가설을 내 놓는다.

"아니면 헌터가 쉽게 에텔론을 모으지 못하게 막는 것?"

뒤이어 세진이 새로운 추측을 내 놓는다.

"우리 라훌의 성장을 막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헌터들도 우릴 경쟁자로 여기진 않아요. 사냥터는 넓고 몬스터는 넘치는 곳이 이곳이니까요."

"맞아. 그러고 보면 굳이 우리 라훌족의 성장을 막을 이유는 없어. 우리가 에테르 코어를 획득해도 그건 전부 헌터나 에텔론 상점으로 들어가거든? 우리가 성장하고 또 에텔론을 모아서 다른 행성의 주민이 된다고 해도 누구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은데? 역시 우리 라훌이 스킬을 쉽게 익히지 못하게 하려는 건 아닌 모양이야. 내 생각이 틀렸어."

"그럼 나? 헌터가 에텔론을 쉽게 벌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하지만 내가 생각한 방법이 보편화되면 누가 특별하게 에텔론을 끌어 모으지는 못할 것 같은데? 워낙 흉내내기 쉬운 방법이잖아. 헌터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지."

"그럼 답이 없잖아 세진."

"맞아요. 그럼 도대체 이유가 뭐란 거죠?"

알프론과 제이앤이 답답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걸 알아보려면 한 가지 방법이 있지."

"뭔데?"

"어떤 방법이요?"

방법이 있다는 말에 둘이 입을 모아서 물었지만 세진의 대답은 무척 간단했다.

하지만 심플 이즈 베스트(simple is best)다.

"직접 해 보면 알게 되겠지. 안 그래?"

"..."

"그, 그러네요."

세진은 알프론과 제이앤의 도움으로 라훌족 헌터들의 에텔론 상점 이용 도우미가 되었다.

처음에는 라훌 헌터들이 믿지 못해서 찾는 이들이 별로 없었지만 한 두 명이 작은 에텔론으로 시험을 해 보고 그 규모를 조금씩 키워 가면서 입소문이 나서 곧 찾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진은 레트시(市)의 동문에서 가까운 에텔론 상점 앞으로 매일 아침 출근을 해서 일몰과 함께 퇴근할 정도로 상점에 매여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세진에게 그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사람은 없었다.

도리어 그것이 소문이 나서 다른 에텔론 상점 앞에도 세진과 같은 일을 하는 헌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동문 근처의 상점에는 세진이 워낙 유명해서 다른 헌터를 찾지 않으니 동문 근처 상점은 세진이 거의 독점을 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면서 세진은 조금씩 보증 수수료를 낮췄다.

처음에는 세금 30%에 세진이 30%를 가지고 나머지 40%를 라훌 헌터에게 주는 것으로 계약을 했다.

그들도 헌터가 에테르 코어에 대한 세금을 30%를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 계약에 크게 반발하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자가 생기기 시작하자 세진은 스스로 수수료를 10%까지 낮추었다.

찾는 사람도 많고 거래 금액도 늘어나니 그 정도만 해도 적잖은 이익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런 중에 다른 곳에 있는 에텔론 상점에서는 계속해서 사기를 당하는 라훌 헌터들이 생겨났다.

뜨내기 보증인에게 당하는 라훌 헌터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되니 또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그러면서 라훌 헌터와 일반 헌터들 사이가 험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게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한 순간 나처럼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생기니까 결국 유야무야 없어진 건지도 모르겠다.

세진은 그렇게 이야길 했지만 실제로 세진처럼 대놓고 라훌 헌터의 보증인이 되어서 보증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했던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그래서 세진은 좀 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보증인을 시작한 헌터고 또 한 번도 계산을 속인 일이 없으며 수수료도 적정 수준으로 자발적으로 낮춘 것으로 소문이 나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세진의 사업은 다른 도시들과 마을에도 퍼져서 조금씩 라훌 헌터의 보증인이 되어 수수료를 받는 헌터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일이 쉽게 에텔론을 벌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는 경쟁 때문에 수수료를 5%까지 떨어뜨린 경우도 있었는데 그 아래로는 수수료가 떨어지지 않았다.

5% 이하로는 1에텔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최저가 5%에서 멈춘 것이다.

그래도 세진은 여전히 10%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보증인 노릇을 했고, 간혹 그보다 낮은 수수료로 세진이 있는 에테르 상점을 파고들려는 헌터들이 있었지만 이미 신뢰가 쌓인 세진의 벌이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도리어 세진이 있는 상점은 다른 보증인들도 기득권을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세진과 경쟁하려는 이들은 툴틱에서도 욕을 먹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세진의 사업은 자리를 잡아갔고, 그 사이에도 알프론과 제이앤은 부지런히 사냥을 다녀왔다. 그리고 어느날 중간 결산을 마친 세진은 자신이 벌어들인 에텔론 중에서 절반의 권리를 알프론과 제이앤에게 인정해 줬다.

"우리가 파티로 있는 동안은 수입을 그렇게 나누기로 했고, 또 이 사업의 시작을 둘이 도왔다는 것도 잊을 수는 없잖아?"

세진은 왜 자신들에게 에텔론을 주느냐고 묻는 둘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두 사람은 세진이 없이 사냥을 하더라도 에테로 코어를 얻으면 세진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이고, 또 매번 계약대로 세금 이외의 절반은 세진의 몫으로 주는 상황이었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에텔론을 버는 세진이 자신들에게 에텔론을 분배하는 것을 보고 무척 감동했다.

덕분에 제이앤은 잠자리에서 그 감동을 한껏 표출해서 세진을 즐겁게 했다.

세진이 두 달 동안 라훌 헌터 보증인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3만 에텔론이 넘었으니 제이엔과 알프론이 각각 7500 에텔론씩 배당을 받게 되었다. 그러니 제이앤의 적극적인 봉사도 이해하고 남을 일이다.

============================ 작품 후기 ============================넵... 일단 또 두 편... 이제부터 열심히 해서.. 4시 정도에 한 편 더 올리는 방향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이 글에만 신경을 쓰느라 스킬피스 리메이크가 늦어지네요... 이 글이 어느 정도 분량이 되면... 스킬피스도 신경을 써야 할 텐데 말이죠.. 하하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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