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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노트-11화 (11/298)

< -- 초보 헌터의 헌팅 -- >

알프론과 제이앤은 레트시(市)의 동문에서 가까운 곳에 아담한 집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세진은 그들이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잠시 놀랐지만 생각해보니 라훌족이라면 이곳에서 태어나 살아온 이들이고 그런 이들이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상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마당이 없는 대신에 뒷마당이 조금 넓은 그들의 집은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뒷마당이 이런 저런 훈련을 하기에도 보는 시선이 적어서 좋다는 것이다.

알프론과 제이앤이 기술을 얻었다고 곧바로 사냥에 나가서 그것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체에테르바디를 지니고 있는 헌터들도 새로 기술을 각인 받게 되면 한동안 연습을 해야 한다.

술의 각인은 말 그래도 몸 안에 기술을 사용할 길, 혹은 통로를 만들어주고 그 통로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말 그대로 연습을 통한 숙련도 향상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알프론과 제이앤은 새로 익힌 기술을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세진은 아직 에테르를 무기에 넣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제 일하러 갈 필요 없이 그냥 연습만 하면 되니까 금방 할 거야. 세진 힘 내!"

알프론이 그렇게 세진을 격려했지만 별 도움이 될 말은 아니었다.

대신에 제이앤이 세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직접 무기에 에테를 싣는 것을 몇 번이고 보여 준 것이다.

그런다고 금방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 앞에서 봤다는 것은 차이가 있다.

막연하게 뜬구름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본 것을 한다는 마음가짐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확신의 차이라고 할 것이다.

에테르가 없고, 또 그것을 이용하는 어떤 것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는 세진에게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그 확신이란 부분이었다.

에테르 기관이 몸 안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실제로 에테르를 뿜어서 그것을 몸 안에서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지만 무기에 싣는 것을 어려워 한 이유도 바로 그런 무의식 속의 문제였다.

그런데 몇 번 눈으로 보고 경험한 후엔 그 무의식 속의 의심이 무너지고 말았다.

당연히 세진의 발전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와, 난 세진이 무척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야. 다행이네."

알프론은 세진이 빠르게 에테르 활용법을 습득하는 것을 보며 그렇게 말했고, 그 말을 듣고서야 세진은 자신이 재능이없어 보일 정도로 느리게 성장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맞아. 좀 걱정을 했는데 이제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저 정도면 일반 헌터들 수준은 충분히 되는 것 같으니까."

세진에게 한 말은 아니지만 알프론에게 하는 제이앤의 말을 들은 세진은 한동안 의기양양하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말았다.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별 것 아닌 거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실망 하지 마. 세진. 헌터들은 대부분 같은 조건에서 시작을 하는 거잖아. 그래서 누가 더 나은지, 혹은 못한지 하는 건 시간이 많이 흘러 봐야 알 수 있어. 기본 바탕은 같은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차이가 생기거든. 지금 세진은 다른 헌터보다 나은 것이 없지만 모자란 것도 없어."

알프론은 그렇게 세진을 위로했다. 그리고 세진도 자신이 천재가 아니란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운을 회복하고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세진의 무기는 자신의 키보다 큰 창이었다.

창날이 두 뼘이 넘는 칼날이고 창대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괴물들과 맞붙어서 싸울 자신이 없는 세진이 선택한 무기였다.

세진으로선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파티의 선봉은 제이앤이었다.

그녀가 익힌 생체에테르 강화 스킬도 그런 이유에서 익힌 것이다.

생체에테르가 강해지만 그만큼 몬스터의 공격에서 받을 피해가 경감되는 것이다. 물론 무기에 에테르를 더 강하게 넣는 것이야 당연히 공격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알프론도 그런 이유로 공격력을 높이는 기술을 익히고 다른 한 가지 에테르를 이용해서 몸을 빠르게 움직이는 스킬을 익힌 것은 그가 소검 두 개를 양손으로 사용하는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방 크게 날리는 공격이 아니라 작은 상처라도 여러 번 주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빠른 몸이 필요하다. 물론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도 당연히 그걸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여유가 된다면 알프론 역시 생체에테르를 강화하는 기술을 익힐 것이다.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익혀두는 것이 좋다는 사실은 상식이니까 말이다.

실전을 앞둔 헌터들은 모두 긴장한다.

하지만 초보 헌터, 그것도 퍼스트 블러드를 앞 둔 헌터의 긴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것이 비록 진짜 몸도 아니고 죽어도 다시 헌터룸에서 깨어나는 그런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지금 세진은 알프론과 제이앤을 앞세우고 첫 실전에 나섰다.

헌터들은 사냥을 다른 이름으로 블러드 파티라고 부르기도 한다. 피로 하는 연회라는 뜻인데, 그 중에서 첫 실전은 퍼스트 블러드라고 부른다.

만약에 초보 헌터 다섯이 모여서 그들 모두가 퍼스트 블러드 상태라고 하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높은 확률로 의체 상실자가 나오게 된다.

그 정도로 첫 경험이 주는 긴장감은 무시무시하다.

"그렇게 손에 힘을 주고 있으면 창을 제대로 쓸 수가 있겠어? 봐봐 손이 하얗게 변했잖아. 피가 안 통하는 거라고."

알프론이 세진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다. 나름 긴장을 풀어 주려는 베려다.

세진은 손에서 살짝 힘을 빼고 번갈아가며 손을 탈탈 털어서 손의 경직을 풀어 주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나하고 제이앤 둘이서도 빨간색 등급 몬스터는 충분히 사냥할 수 있어.

지금까지 그래왔던 거고 말이야. 오늘은 세진까지 있으니까 더 쉬울 거야. 그러니 마음 편히 가져."

알프론이 계속해서 세진을 다독인다.

세진도 알프론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둘이서 하던 사냥이었는데 지금은 세진까지 있는 상황이니 전력이 높아진 거고 그럼 사냥이 더 쉬울 거다.

하지만 문제는 세진이 한 번도 창으로 뭔가를 죽여 본 적이 없다는 것이고, 또 그런 장면을 눈앞에서 본 적도 없다는 거다.

뭔가 커다란 동물을 죽이거나 혹은 죽이는 것을 보거나 혹은 피가 난무하는 경험을 해 보거나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세진은 스스로 걱정을 하는 것이다. 혹여 자신이 공황 상태에 빠져서 알프론이나 제이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아니면 자신에게 손해가 될 행동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을 말이다.

"자자, 들어봐. 빨간색 등급 중에서도 수준 차이가 있다는 건 알지? 그래.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사냥을 할 녀석은 인간형 몬스터야. 사실 비스트형, 그러니까 동물 형태는 워낙 방어력이 좋은 것들이 많아. 뭐 곤충형 보다야 나은 편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인간형 보다 동물 형태가 방어력이 좋은 것들이 많고, 그게 아니면 굉장히 빠른 것들이 많지. 그래서 그건 피한 거야. 곤충이나 동물 보다는 인간형이 상대하기가 좋아. 다만 인간형은 대부분 혼자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지. 그래서 헌터들은 선택을 해야 해. 한 마리씩 있는 것을 잡을 것이냐, 아니면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들을 잡을 것이냐. 뭐 대부분 그래서 인간형은 잘 선택을 안 해."

이미 들었던 설명이지만 세진은 알프론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야 긴장이 좀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가 굳이 인간형을 선택해서 사냥을 나선 것은 지금 우리가 가는 곳에 있는 것들은 한 마리씩 다니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야. 주로 둘, 혹은 셋이 다니지만 가끔 혼자 다니는 놈이 있지. 물론 우리는 그런 놈을 노리는 거고 말이야. 많이 기다리고 지루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발견만 하면 사냥이 쉬우니까. 알겠지만 우린 목숨이 하나라서 최대한 안전한 사냥을 해야 하거든."

그건 세진도 정말 마음에 드는 행동 지침이다. 최대한 안전하게 사냥을 하는 것은 세진도 바라마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저게 아도보로군."

"맞아. 아도보라고 불러. 그 중에서도 등급이 낮은 아도보지."

세진 일행은 숲 속, 나무 뒤에 숨어서 아도보라는 몬스터를 살피고 있는 중이다.

이 행성에서 인간형 몬스터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아도보라는 몬스터다. 하지만 같은 아도보라도 등급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니 지금 이들이 보고 있는 것은 아도보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낮은 붉은색 등급의 아도보다.

"머리 모양이 조류로군."

세진은 딱 봐서도 닭을 연상시키는 아도보의 머리를 보며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잘 살펴야 해요. 간혹 하급 아도보 중에 등급이 높은 것이 끼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알고 있겠지만 말이에요."

세진은 제이앤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가 꼭 등급별로만 무리를 짓는 것은 아니다. 붉은색 등급 안에 간혹 주황색이 끼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인간형 몬스터의 경우 그런 빈도수가 높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다시 이야기 해 줄게 세진."

알프론이 세진에게 아도보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시간을 보내려는 의미도 있다. 이곳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홀로 다니는 아도보를 발견할 때까지는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이곳은 알프론과 제이앤이 주로 이용하는 사냥터 중에 하나다.

세진은 알프론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도 다시 들어서 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면 손해가 아닌 것이다.

아도보의 등급은 부리와 벼슬로 구별한다.

붉은색 등급의 아도보는 부리도 짧고 벼슬로 흔적만 보인다. 물론 등급이 높아지면 부리와 벼슬의 크기가 커지니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같은 부리와 같은 벼슬이라도 턱에 늘어진 벼슬이 두 개 있는 놈이 보이면 무조건 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 놈이 아도보의 부족 코어를 지니고 있는 놈이고, 그 놈을 잡으면 화이트 코어를 얻을 수 있는 놈이라는데 지금 세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으니 그냥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라고 알프론이 몇 번이나 강조했다.

설명을 들으면서도 세진은 간혹 나타나는 아도보들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키는 알프론보다 조금 작을 것 같았고, 두 다리와 두 팔을 지니고 있었다. 머리는 닭의 머리를 확대한 모습이고 목 아래쪽은 인간의 형상이었다.

거기에 옷을 입고 있고 짧은 단검을 허리에 하나씩 차고 있었다.

툴틱의 정보에 따르면 저런 부족 몬스터들은 스스로 번식을 하기도 한단다.

원래 에테르몬들은 코어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행성 전체를 완전히 장악한 후에는 그들 스스로 번식하는 형태로 진화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 행성의 몬스터들은 코어에서 만들어지는 것들도 있고, 같은 종들끼리의 교배에서 태어나는 것들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그 차이는 없단다. 어린 것이 자라서 성체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아서 며칠이면 되기 때문에 어린 개체는 보기도 어렵지만 며칠 있으면 성체가 되기 때문에 딱히 희소가치를 따질 것도 없다고 했다.

거기다가 재미있는 것은 몬스터들이 채집, 농경, 수렵, 목축과 같은 생산 활동을 하거나 건물을 짓고 도구를 만드는 등의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것 역시 행성 하나를 완전히 점령한 이후에 몬스터들이 보이는 행동 패턴으로 에테르몬들이 행성을 점령하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는 행태라고 했다.

세진은 살짝 머리를 흔들어서 한참 엇나간 생각들을 흩어 버리고 다시 아도보에 집중했다.

마침 숲길을 따라서 한 마리의 아도보가 걸어오고 있다.

알프론이 세진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 제이앤도 바닥에 대고 있던 칼날을 들어 올려서 언제든 달려 나갈 태세를 갖춘다.

============================ 작품 후기 ============================여전히 글쓰는 속도가 느리네요.

예전처럼 빠르게 써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그 동안 게으름이 몸에 붙은 탓이겠죠?

그래도 일단 두 편은 썼습니다.

화이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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