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3회
에필로그 – 2018 IDDC
2020년!
옛사람들이 꿈과 희망이 가득할 거라고 믿었던 2020년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90년대에 쏟아져 나왔던 애니메이션처럼 우주여행이 상용화되고, 태양계 밖에 식민지가 만들어지진 않았다. 사람들의 상상보다 우주 개발의 난이도가 높았던 것이다.
대신 다른 분야에서 상상보다 훨씬 빠른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컴퓨터와 통신 분야 그리고 가상현실이었다.
컴퓨터는 양자 슈퍼컴퓨터가 상용화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강인공지능 퀀텀이 탄생했다. 퀀텀은 등장하자마자 기술적 특이점을 일으켰고, 그때를 기점으로 지구의 과학기술 수준은 무섭게 발전했다.
더구나 퀀텀 혼자서 완전 딴 세상 수준으로 기술을 발전시킨 게 아니라, 인류가 따라올 수 있게 풍부한 매뉴얼과 레퍼런스를 제공해 주었다.
퀀텀의 선도 아래 인류의 지적 영역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장했다. 게다가 퀀텀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ID 그룹의 메인 인공지능 역할을 하면서, 기존의 인공지능 골드가 했던 모든 작업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제일 기본인 인공지능 개인 비서 역할부터 시작해서 자율 주행이나 스마트 시티 관리,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모든 로봇을 제어하는 일과 정부 기관에 도입된 각가지 인공지능의 지적 능력을 상승시켰다.
물론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지적 능력이 필요한 건 아니었기에, 인공지능 골드도 꾸준히 유지되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 스마트 카메라 같은 아이템은 포착한 영상을 해석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여기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감지하고 보고만 하면 되기에, 퀀텀과 같은 강인공지능을 쓰는 건 재능의 낭비였다.
하여튼 ID 그룹의 관리하에 있는 영역에서 퀀텀이 도입된 것만 해도 사람들은 확실히 이전과 달라진 것들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가장 극적인 것은 아틀라스 로봇이었다.
매년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되는 아틀라스 로봇은 2019년 위대한 도약을 실현했다. 그것은 실리콘 기반의 인공 근육과 인공 피부가 적용된 2019년형 모델의 출시였다.
유압 실린더와 모터로 구동되던 구식 모델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부드러운 움직임을 구현했다. 덕분에 사람이 투입되는 모든 작업 환경에 들어가서 노동 혁명을 촉발시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한계는 있었다.
투박한 디자인과 순발력, 정교하고 빠른 움직임은 부족했다. 어딘가 좀 굼떠 보이는 모습인 답답함을 넘어 일의 효율도 좋지 않았다. 대신 인간을 능가하는 꾸준함으로 단점을 만회했다. 이론적으로 전기만 계속 공급되면 무한정 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대신 실제로는 관절과 구동부의 내구성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도록 유지 보수가 필요했다.
이러한 단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인공 근육이었다.
작은 전류만으로 근육은 수축과 이완이 이뤄졌다. 인공 근육을 다발로 뭉쳐 커다란 근육을 만들면 그 힘은 유압기나 모터 이상으로 발휘되었다. 정교한 작업부터 속도가 필요한 작업까지 모든 작업을 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산 단가도 매우 저렴해서 아틀라스의 최대 단점인 비싼 가격을 해결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인공 피부도 더해지면서 로봇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아틀라스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와는 별개로 인공 근육과 인공 피부를 일본에서는 무척이나 환영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람 모습의 메이드 로봇 제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메이드 업무라면 구버전의 아틀라스 로봇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사람 외형의 메이드 로봇을 만들겠다는 건 의도가 있었다.
실제로 보스턴 다이나믹스에 수많은 일본 기업들이 사업계획서를 가져온 걸 보면 단순히 가사일만 돕는 것이 아니라, 성인의 원초적인 욕구도 충족시켜주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고 있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사장인 마크 레이버트 박사와 유재원, 퀀텀 그리고 제주도 인문학 연구소가 참가해 심층적인 검토가 있었고 최종적으로 3개 업체와 MOU를 맺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본능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고, 불법적인 개조 가능성도 있는 만큼 양지에서 다뤄지는 게 정답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이 봤을 때, 일본의 기업들이 꿈꾸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사업이 될 것 같진 않았다.
이제껏 인류가 살아왔던 삶의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 버릴 대변혁은 이미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바로 가상현실이었다.
인공 근육과 인공 피부로 사람과 같은 외형을 만들 수 있고, 퀀텀의 제어로 그 움직임이 매우 자연스럽다고 해도 로봇은 로봇이다.
현실에서 메이드 로봇과 사는 것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현실에서 사는 게 훨씬 더 풍부한 경험을 안겨 주었으니 말이다.
2018년 IDDC에서 처음 발표된 사이버 스페이스 다이브 기술은 다음 해인 2019년에 대규모 베타테스터가 진행되었고, 2020년인 지금에는 드디어 상용화를 코앞에 둔 상태였다.
원래는 2019년에 판타지아라는 타이틀로 정식 발표하기로 했는데, 제작에 들어가 보니 일이 점점 커져서 1년이란 시간이 더 필요해졌다. 게임 제작뿐만이 아니라 가상현실 인프라 확충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기대했던 게이머들은 조금 실망했지만, 대규모 베타테스터로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해 준 덕에 불만이 폭발하진 않았다.
대신 1년을 더 기약하면서 응축된 기대감은 쌓이고 쌓인 상태다.
만약 세계 최초의 가상현실 MMORPG 게임인 판타지아가 이런 기대감을 배신한다면 ID 그룹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기대감은 어마어마했다.
-대한민국이 너무 부럽다.
D데이가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다른 나라 네티즌은 한국을 두고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세계 최초로 판타지아가 상용화되는 나라가 한국이기도 했지만, 마냥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과거와 여러모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에 보급된 인공지능과 아틀라스 로봇은 총합이 1억 대가 넘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필요할까 의구심이 드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과 같은 경제 규모의 나라에서는 산업의 중심축이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인 서비스와 금융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 5대 제조국의 위상을 자랑했다.
흰 쌀밥에 대한 집착으로 그 어떤 개방 압력에도 지켜낸 쌀농사부터 수십만 톤짜리 컨테이너선으로 대표되는 조선업과 그런 조선소에 무한정 강철을 공급하는 제철소도 가지고 있었고, 최첨단의 다이아몬드 반도체와 초정밀 OLED를 찍어내는 공장과 매년 억 단위의 스마트폰과 노트북, PC를 만들어내는 공장도 자리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때밀이 수건부터 신발과 옷을 만들어내는 전통의 경공업도 명맥을 유지하더니, 지금은 경쟁력까지 보유했다.
이러한 기반 시설에 인공지능과 아틀라스 로봇이 추가되면서 완벽한 4차 산업혁명을 이뤄낸 것이었다.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구나 라이프 리워드 혜택을 보았다.
심지어 인구 숫자보다 인공지능과 아틀라스 로봇이 더 많이 보급된 덕에 라이프 리워드를 중복으로 받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전통적인 경제 체제에서는 이렇게 기본 소득이 실현되면 물가가 문제였다. 하지만 한국은 인공지능 퀀텀의 정교한 물가 관리로 인해서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퀀텀은 한국 전체의 수요와 공급에 관여를 하면서, 모자람이나 넘쳐남이 없도록 안정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타국에서 봤을 땐 불가능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일이었다.
일단 인간의 욕망이라는 건 만족이라는 걸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가상현실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결국 지속할 수 있는 차세대 경제 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단적인 예로 한국의 20대는 아파트 한 채를 얻기보다는 가상현실 게임인 판타지아의 유니크 아이템을 얻길 원했다.
실제로 현실에서의 가치는 서울의 한강뷰 아파트보다 판타지아의 유니크 아이템이 훨씬 높았다.
그만큼 정식 서비스도 아니고 대규모 베타 서비스 중이었는데도, 판타지아에 대한 사람들의 몰입도가 대단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미 대규모 클랜이 만들어졌고, 판타지아의 플레이를 유튜브로 라이브 스트리밍하는 것으로만 수백만 구독자를 모은 평범한 게이머도 있을 정도다. 대형 몬스터 레이드를 성공한 것도 아니었고, 히든 클래스도 아니었다. 그냥 입담이 조금 좋은 무난한 게이머였는데, 하루하루 수만 명의 구독자가 추가되었다.
그렇다면 특출난 플레이를 보인다거나, 유니크한 아이템을 얻은 플레이어가 있다면?
BJ대마법사라는 닉네임의 플레이어가 있다.
오픈 베타 판타지아의 최고 인기 플레이어였는데, 광역 마법을 쉬지 않고 난사하는 게 일품인 플레이어였다.
BJ대마법사의 인지도는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다.
가상현실뿐만이 아니라 현실의 인터넷에서도, 심지어 지상파와 같은 구식 미디어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BJ대마법사의 유튜브 채널만 봐도 이미 억 단위의 구독자를 자랑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 생방송의 경우 수백만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지켜보았다.
당연히 기업들이 이런 스타 플레이어들을 그냥 놔둘 일은 없었다.
라이브 스트리밍에 광고 하나를 붙이기 위해 수많은 기업들이 달라붙었고, 플레이어의 입에서 자기 회사의 이름이나 상품이 좋다는 말이 나오도록 어마어마한 돈을 가져다 바쳤을 정도다.
이렇게 기존 게임업계에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메테오가 떨어지면서 대격변이 일어났다. 게임인지 도박인지 도통 구분이 되지 않던 모바일 게임들은 대멸종기의 공룡들처럼 하루 아침에 화석으로 전락했다.
나중 이야기지만, 이들 업체들은 그동안 쌓아놓은 자금을 가지고 판타지아와 같은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려고 했지만, 이들에겐 AAA급 게임 제작 노하우는 흔적도 없이 소실된 상태였다. 쉽게 긁어 모았던 자금도 눈녹듯 사라져버린 것도 당연했다.
강인공지능 퀀텀과 ID 엔터테인먼트에서도 극적인 시장의 변화를 확인하고 더 본격적으로 가상현실 게임 판타지아의 운영에 뛰어들었다. 체력 회복 아이템으로 코카콜라가 나온다든가, 하우징 시스템으로 유명한 호텔을 그대로 가져오고 서비스까지도 똑같이 제공한다는 식이다.
가상현실은 퀀텀이 허락하는 선에서 무엇이든 가능하기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덤으로 이러한 서비스의 대가로는 판타지아의 화폐인 골드를 받는 것으로 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언뜻 보면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그들에겐 골드라는 게임 속 재화는 무쓸모였으니 말이다. 대신 ID 그룹은 현실에 골드거래소를 통해 골드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교환소를 만들었다.
판타지아를 편하게 즐기려는 여유로운 사람들은 분명 골드거래소를 통해 현금을 골드로 바꿀 테니 말이다. ID 그룹에게도 판타지아의 유료 서비스에 골드 거래소의 거래 수수료까지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BM이었다.
한편, 해외에서 보았을 때에 이렇게 매일매일 급변하는 한국의 모습은 그야말로 별천지나 다름이 없었다.
오죽하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의 필수 기술과 제품의 독점적 위치를 이용해 꿀을 빨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아몬드 반도체도 따라갈 수가 없어서 전량 한국서 수입 중이었는데, 이젠 양자 슈퍼컴퓨터가 등장했고, 이를 기반으로 강인공지능이 각성되면서 기술적 특이점까지 와 버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신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했던 천문학적 자금은 퀀텀으로 인해 허공에서 산화해 버렸다. 그렇다고 퀀텀과 같은 강인공지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부 나라에서는 자기들도 강인공지능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퀀텀처럼 완전 공개를 하거나 퀀텀이 내놓는 것과 비슷한 초격차의 기술을 내놓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ID 그룹이나 유재원은 이러한 불평불만에 딱히 반응하진 않았다.
라이프 리워드는 한국만의 독점이 아니라, 전 세계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서비스였다. 다만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을 잘 준비했고, 그만큼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반면 정치 분야의 민주화 수준이 떨어지고, 특권 계층의 힘이 강한 나라일수록 4차 산업혁명의 도입 속도나 4차 산업혁명이 일궈낸 부의 분배가 공평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봤다. 자본의 영역에서 낙수 효과는 허상이었지만, 기술의 영역에서는 진짜였으니 말이다.
판타지아의 정식 서비스를 하루 남긴 날.
“그거 알아? 자기 얼굴이 환해졌어?”
대뜸 유재원이 작업 중이었던 서재로 찾아온 티파니의 말이었다. 이에 유재원은 손거울을 들어 얼굴을 돌려봤다. 세수할 때마다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본인이 봐서는 뭐가 달라진 건지 알 수 없었다.
“진짜? 자기가 바꿔 준 스킨로션이 나랑 잘 맞나 봐.”
유재원이 평소 사용하는 모든 소모품은 티파니가 챙겨 주는 것이었다.
“그게 아냐. 내가 정확히 기억하는데 2018년 7월부터 표정이 점점 부드러워졌어.”
“그런가?”
2018년 7월이라는 말에 유재원은 바로 퀀텀을 떠올렸다.
확실히 퀀텀이 스스로 자각 후 가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유재원을 누르고 있던 심적 부담이 완전히 사라졌다.
유재원은 신체적 정신적 능력도 남달랐지만, 회귀 전의 기억이라는 자기만의 비밀 무기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심지어 회귀가 약속되었다는 걸 자각했기에, 회귀 전 20년 넘게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무기를 바탕으로 ID 그룹을 일궈냈지만, 그런 유재원도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했다.
머릿속에 방대한 지식이 있다지만, 그것도 결국 한계가 있었다. 머릿속 지식이 바닥나기 전에 기술적 특이점을 이뤄내야 한다는 게 유재원을 누르던 불안이었다.
퀀텀 덕에 그런 중압감으로부터 해방되면서 표정이 달라졌고, 유재원의 반려자인 티파니가 제일 먼저 이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가상현실 게임의 정식 발표를 하루 남긴 오늘, 뭔가 홀가분한 기분을 느낀 유재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번 2020년은 회귀 전의 팬데믹 사태로 암울하기 그지없던 2020년과는 완전히 달랐다. 양안대전 이후로 계속 분열 중인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의 객관적인 사정은 과거와 차원이 달랐다.
지금의 2020년은 20세기 초에 상상했던 그대로 꿈과 희망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이러한 세상을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존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유재원이었다.
이제는 그 역할을 퀀텀이 이어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퀀텀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퀀텀의 진면목을 몇 번이나 확인했었다. 예전엔 직접 챙기지 않으면 불안했는데, 이제는 퀀텀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판타지아 런칭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심했다.
유재원의 뜻이 전해지자 레밍턴과 최강욱 등등의 창립 멤버들은 다들 만류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이해해 주었다.
일선에서 은퇴한 유재원은 앞으로 남은 시간을 본인과 가족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그중에서 본인을 위한 일은 진작에 정해 놓았다.
가상현실 판타지아의 플레이어의 삶이었다.
철두철미한 유재원은 판타지아의 오픈 베타 플레이를 통해 이미 가능성도 확인했다. BJ대마법사, 그것이 오픈 베타 때 유재원이 사용한 닉네임이었으니 말이다.
유재원이 BJ대마법사였다고 밝혀지면 특혜논란이 일어날 건 당연하겠지만, 본인은 떳떳했다. 퀀텀으로부터 아무런 특혜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본인의 실력만으로 대마법사에 올랐고, 4대 원소 마법을 난사해도 바닥나지 않는 아이템 세팅을 이뤄냈다.
더구나 요즘 유튜브 시청자들은 게임만 잘한다고 봐주는 게 아니라, 말빨도 좋아야 지켜봐준다.
유재원이 이룬 구독자 1억은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긍정적으로 결합해서 얻은 성과였다.
여기에 자신감이 생긴 유재원은 본격적인 플레이를 위해서 집에 가상현실 플레이를 위한 전용 룸까지 마련해 둔 상태였다.
“그래서 말인데, 판타지아 나도 자기랑 함께 플레이할래!”
“좋아!”
티파니의 말에 유재원은 흔쾌히 좋다고 답했다. 가상현실 플레이 룸에 자리 하나 추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본인이나 티파니 모두 파릇파릇한 젊은 시절을 너무나 일만 하다 보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유재원과 티파니 모두 이제는 40대가 되었지만, 상상하는 것이 무엇이든 가능한 가상현실 속에서는 육체적 나이는 무의미했다.
3회차 인생을 시작하기에 이보다 적절할 수가 없었다.
다음 날.
-가상현실 판타지아 정식 서비스 개시!
판타지아가 전 세계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반응이 터져 나왔고, 가상현실 플레이 센터는 모조리 매진이었다. 인터넷과 매스컴 역시 그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모든 기사를 판타지아에 쏟아부었다.
덕분에 유재원의 은퇴 소식은 그 중요성이 비해 너무도 작게 보도되었다. 일각에서는 그저 해프닝 아니면 가짜 뉴스로 취급될 정도였다.
그만큼 최초의 가상현실 MMORPG 게임인 판타지아의 파괴력이 엄청났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인류는 이날을 기점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초전도체, 치매 치료제, 텔로미어 재생제, 핵융합 등등.
ID 그룹 CEO 퀀텀의 선도 아래 마법처럼 보이는 기술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기술적 특이점의 시대였다.
-회귀로 압도한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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