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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999화 (999/1,007)

975회

Dreams

발신자를 확인한 유재원은 로버트 김과의 화상 통신을 아예 종료시키고 스마트폰의 녹색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유 회장 동생!

“네, 형님.”

-동생에게 알려줄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전화했는데 말이야. 혹시 많이 바쁘니?

김정남 위원장의 흥분된 목소리가 바로 전해졌다.

“아뇨, 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90년대 중반이었던가?

김정일이 한국에 답방했을 때, 유재원을 보겠다고 김정남이 따라온 다음부터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후 북한의 1인자가 된 다음에도 종종 게임 속에서 만나는 관계가 유지되었다. 지금은 서로 게임 할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고, 지금처럼 이렇게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이번만큼 김정남이 흥분한 건 처음 봤다.

레전드 리그를 바텀 듀오로 돌 때, 유재원의 피나는 도움으로 펜타 킬에 성공했을 때가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목소리였다.

-조금 전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났는데, 조중동맹조약 파기가 결정됐어!

-나야 한참 전부터 파기를 말했지만, 당 위원회의 노땅들은 워낙 머리가 굳어서 혁명적인 결정을 망설이고 있었지. 그런 노땅 동무들도 동생이 만든 신무기에 뙤놈들이 썰려 나가는 걸 보고 드디어 생각이 바뀐 모양이야!

“오, 그래요?”

북한은 전부터 조중동맹조약의 개정을 중국에 요구했었다.

파기보다는 자동 개입 조항만 삭제하는 게 국익에 최선이라는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조중동맹조약과 관련한 어떠한 요구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중국 내 여론은 은혜도 모르는 북한과 조중동맹조약을 유지할 필요가 없으니 파기해 버리자는 쪽이 강했다. 하지만 중국 수뇌부는 한반도 유사시 개입할 명분이 되는 조중동맹조약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기에 북한의 개정 요구에 일절 응답이 없었다.

그러면 남은 것은 파기였다. 개정은 상호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파기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선언하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그런데 파기는 또 북한에서 망설였다.

북미수교와 남북경제연합 출범으로 지금은 중국의 영향력이 미미해진 상태지만, 그래도 북한 정권이 이제껏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중국의 도움이 컸다. 그래서 파기에는 망설이는 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한편으로 북한도 독재 국가인데, 김정남이 파기하겠다고 하면 그대로 결정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김정남이 1인자에 오른 다음부터는 북한의 권력도 분산되기 시작했다. 일단 군 통수권은 이론적으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에게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김정남과 한 배를 탔던 백강철 차수에게 주어졌다. 김정남이 백강철 차수를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임명하면서 군령권을 위임한 형태가 되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김정일 때만 해도 위원장의 결정에 토를 다는 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중앙위원회 의원들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김정남의 능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권력 누수가 아니라, 일부러 이렇게 권력을 분산한 것이었다. 김정남은 북한 최대의 염원이었던 북미수교라는 과업을 달성했기에 1인자의 자리에서 쫓겨날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대단한 위업을 쌓았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빛나는 성과는 무뎌지는 법이었다.

점점 불만이 쌓일 것이고, 그런 불만이 터지는 걸 막기 위해서 비상식적인 수단이 동원되는 게 보통의 흐름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 김정남은 권력의 분산을 선택했다.

각 부처마다 전문가를 세웠고 전문가가 수립한 정책을 적극 따랐다. 대신 실패하면 전문가 책임이다.

북한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지만, 정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대신 조중동맹조약 파기와 같은 중대 사안에서는 과감한 결정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번 양안대전을 보고 다들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 김정남의 이야기였다.

“잘됐네요.”

다만 유재원은 잘되었다고 말하면서도 뭔가 좀 꺼림칙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로버트 킴과 이야기를 나눴던 주제가 궁지에 몰린 시진핑이 외부와 큰 분쟁을 만들어 내부 단합을 꾀할 거라는 거 아니었던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조중동맹조약 파기를 선언한다고 하면, 어그로가 다 그쪽으로 몰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지만 조중동맹조약 파기는 언젠간 해야 할 일이었다. 대비만 철저히 한다면 지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몇 시간 후.

-긴급 속보!

-북한 김정남 위원장, 조중동맹조약에 대한 긴급 담화!

대한민국은 물론 북한까지, 한반도에 비치된 수천만 대의 텔레비전에는 김정남 위원장이 주석궁 집무실에서 긴급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이 비쳤다.

공중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방송까지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김정남의 발표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는 것이었다.

화면 속 김정남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아름다운 선린우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중동맹조약을 갱신하여 유지하려고 했지만, 중국의 일관된 무시로 인해 그것이 어려워졌다는 걸 설명했다.

결국 미래를 위해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답은 기능을 다한 조중동맹조약을 내려놓는 것이란 결론에 다다랐다고 했다.

-조중동맹조약의 파기를 선언합니다.

화면 속 김정남 위원장은 평소의 말투 그대로 조중동맹조약을 파기했다.

단순한 선언이지만, 조약 파기의 효력은 즉각 발생했다. 이제부터 북한은 중국의 동맹국이 아니다.

-또한, 현 시간부로 남북경제연합을 남북연합으로 격상하는 논의가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남북연합 출범의 가장 걸림돌이었던 조중동맹조약이 파기되었기에 다음 수순은 자연스럽게 남북경제연합을 남북연합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었다.

양안대전을 기점으로 동북아시아 정치 지형의 대격변이 시작된 것이었다. 이것만 해도 한국 사람들에겐 대단한 충격이었다.

일단 북한이 조중동맹조약을 절대 파기하지 못할 거라던 남북연합 비관론자들의 입이 싹 다물렸다. 반대로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설레발을 치는 기사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그렇지만 이러한 호들갑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정남의 긴급 담화가 끝나고 나서 1시간쯤 지났을까.

-공화국의 근간이 되는 조중동맹조약 파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게 뭐야?”

유재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이었다.

거기엔 별이 2개 달린 인민군 장성이 잔뜩 흥분한 상태로 김정남의 조중동맹조약 파기를 맹비난하고 있었다.

인기 급상승이라는 태그가 달려 있었고, 실시간 시청자 숫자는 1만 명을 넘긴 상태다. 왜냐하면 화면 속 인민군은 단순한 코스프레가 아니라 진짜로 북한 인민군 장군이었으니 말이다.

바로 신의주 방어사령관인 김후덕 소장이었다.

-그릇된 선택을 한 김정남 위원장을 바로 잡기 위해 구국의 결단을 행할 것이며, 조중동맹조약에 따라 중화인민공화국의 즉각적인 개입을 요청하는 바이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조중동맹조약 파기를 일관되게 반대했던 이들이 갑자기 한마음으로 찬성으로 돌아선 것부터 이상했다.

또한 김정남 위원장의 파기 선언 1시간 만에 일선 사령관이 즉각 반기를 들었다는 건 북한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유튜브 채널로 말이다.

유튜브는 이제 단순한 인터넷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라이브 스트리밍을 했고, 매일같이 수백, 수천만 개의 클립이 올라온다. 전문적인 지식이 담긴 영상부터, 한 번 크게 웃고 지나갈 영상까지. 영상에 담기는 콘텐츠의 스펙트럼도 엄청나게 넓었다.

스마트폰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최소 하루에 1번 이상은 유튜브에 접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김후덕이란 반란군 놈이 본인의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유튜브를 선택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여기서 만약 김후덕의 요청에 중국이 응답한다면? 지방 방송국을 점령해 발표하는 것이나 유튜브로 발표하는 것이나 아무런 차이도 없게 된다.

띵!

-북부 전구 보병 부대에 특이 동향이 감지되었습니다.

-대규모 군사 이동의 징후입니다.

“역시 북한이 중국의 팻감이군.”

잘 짜인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노동당 중앙위원들이 180도 달라진 것부터 인위적인 표시가 났으니 말이다. 김후덕 소장의 유튜브 라이브를 통한 중국 개입 요청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중국 수뇌부가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 확연히 보였다.

중국도 나름 미국과 경쟁하는 강대국이었는데, 오랜 동맹인 북한을 상대로 이렇게 허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정확하게는 시진핑 주석과 시진핑 주석을 따르는 공청단이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리 허접한 시나리오라도 실제로 인민해방군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열하게 나온다면 나도 참을 수 없지.”

유재원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컴퓨터 앞에서 전의를 불태웠다.

당장 센티널 포스를 시진핑의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에 띄우겠다는 건 아니다.

상황이 급변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중난하이를 날려 버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했다.

시진핑이 무리수를 둬 가면서 북한을 넘보는 이유는?

북한의 영토나 자원이 욕심나서가 아니라, 중국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수작이었다. 그러면 그렇게나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지도록 하는 게 이번 수작질에 대한 확실한 보복이었다.

바로 황금방패의 무력화다.

“황금방패만이 아니라 천안도 있지.”

천안이란 전사적 얼굴 인식 시스템이었다.

얼굴 자체가 인증 키가 되어서 전자 결제도 가능한데, 중국 공산당은 이를 정치범 관리에도 쓰고 있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얼굴을 등록해 놓고, 그들이 활동하는 모든 것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것이다.

CCTV 밀집도는 영국과 함께 중국이 최고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데, 이러한 CCTV는 중국의 국가 인공지능과 연동되어 통합적으로 관리된다. 그렇기에 천안에 등록된 정치범이 밖에 나오기만 하면 모든 행적들이 기록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공안들에게 각자 지급되는 스마트폰과도 연동되어서 불심 검문부터 임의 동행, 긴급 체포까지도 가능했다.

황금방패의 오프라인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재원은 단숨에 이 두 가지 관리 체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중국과의 전자전을 상정할 때, 최우선 공격 대상에 등록한 시스템인데 그만큼 중국의 방비도 철저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황금방패가 있는 데이터센터에 침입하지 않는 한은 해킹이 어렵다는 판정이었다.

그렇게 난공불락인 시스템을 해킹하는 것이 유재원은 가능할까?

-퀀텀이 목표 시스템의 프라임 키 해독 작업을 시작합니다.

당연히 문제없다.

양자 슈퍼컴퓨터 퀀텀이 있으니 말이다.

아직 인공 인격이 형성되진 못했지만, 퀀텀의 양자 연산 능력은 압도적이다. 그리고 여기에 유재원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바로 리만 제타 함수가 참임을 증명하는 리만 제타 프라임 정리였다.

프라임 정리는 리만 제타 함수를 검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를 역으로 사용해서 수백 수천 자리를 자랑하는 거대한 숫자가 소수인지 아닌지 순식간에 판별할 수 있다.

여기에 양자 슈퍼컴퓨터 퀀텀의 연산 보조가 더해지면, 덕진리의 서재에 앉아서 황금방패의 암호 체계에 사용된 소수를 찾아내고 이를 이용해 시스템을 무장 해제까지 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중에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 양안대전과 그 후폭풍에 대한 정밀한 복기가 이뤄질 때, 분명 황금방패의 붕괴도 포착될 것이고 누가 황금방패를 붕괴했는지도 따져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RSA 암호 체계의 취약점에 대해서도 물어보는 사람이 생길 텐데, 유재원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리만 제타 함수가 참임을 증명하고 이를 이용해 거대한 소수를 판별해 내는 연구에 대한 떡밥은 아주 오래전부터 뿌려 놓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바로 1990년대 유재원이 스탠퍼드 대학교에 다닐 때, 사용했던 칠판에 적어 놓았다. 푸엥카레 정리를 통해 스탠퍼드 대학교의 패스트 트랙을 패스해 버렸던 유재원에게 학교 측에서 별도의 연구실 하나를 제공했었고, 거기에 낙서처럼 적어 놓았던 것이 리만 제타 프라임 정리의 일부였다.

양안대전의 후폭풍에 북한이 휩쓸리지만 않았다면 퀀텀의 인공 인격이 깨어난 다음에 발표되었을 텐데 상황이 달라졌다.

-해독 완료.

역시나 퀀텀은 유재원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단숨에 암호 키를 찾아낸 퀀텀은 이를 이용해 황금방패의 무력화를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인 신의주에서의 충돌은 이제 현실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이 마냥 불리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한국 그리고 미국의 신속기동군이 가동되어 어마어마한 속도로 북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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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도 아니고 용잡이 칼을 꺼내든 재원이지만, 공개적으로 실행한 건 아니니 당분간 큰 소란은 없을 겁니다. 당분간은요! 물론, 타겟이 된 중국은 큰일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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