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96화 (996/1,007)

972회

Dreams

미국의 네트워크 전자전 시스템인 글로벌 조인트 스타에 지리 정보를 넣어 보니 바로 답이 나왔다.

DF-21.

중국식으로는 둥펑 21식 미사일 사일로였다. 둥펑이란 동쪽 바람의 중국식 이름이었고, 탄도 미사일에 붙는 네이밍이었다. 그리고 21식은 대함 탄도 미사일을 의미했다. 말 그대로 함선을 타깃으로 하는 탄도 미사일인데, 탄도 미사일을 쏴서 잡을 만한 함선은 미국의 항공모함밖에 없다.

대륙과 대륙을 넘어 핵탄두를 날릴 수 있는 탄도 미사일로 겨우 항공모함을 잡으려는 거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 목도한 것처럼 중국은 그 어떤 전력을 동원해도 미국의 항공모함을 잡을 만한 파워가 나오지 않는다.

남해함대? 동부전구의 전투기?

센티널 포스 덕에 제7함대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했지만, 설사 센티널 포스가 없었다고 해도 제7함대는 이겨냈을 거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그렇기에 중국이 고안해낸 방법이 탄도 미사일로 항공모함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탄도 미사일의 낙하 시 최고 속도는 마하 10이 넘는다. 여기에 회피 기동도 넣고, 유도 기능도 넣은 게 DF-21 대함 탄도 미사일이었다.

탄도 미사일 요격용 SM-3도 최대 속도가 마하 10이 넘지만, 속도와 명중률은 별개의 관계였다. 탄도 미사일의 최고 낙하 속도보다 느린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향해 쐈을 때 명중률은 50%를 넘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니, 탄두가 핵인지 일반 고폭탄인지 어떻게 알아.”

무엇보다 유재원이 말한 것처럼 DF-21이 발사되었을 때, 탄두가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미국이 자국 항공모함에 대한 핵 공격으로 인식했다면, 핵 보복이 즉각 이뤄질 것이고 그러면 제3차 대전의 시작 아니겠는가.

“골드, 센티널 포스의 화학 레이저탄의 잔량은?”

-비스트 0발, 데몬 3발입니다.

유재원이 센티널 포스의 화학 레이저탄의 남은 수량을 체크한 건 만약의 상황에 대한 대비였다. DF-21이 발사되지 않는 게 최선의 상황이지만, 만에 하나 발사된다면 즉각 요격하는 것이 극단적 상황으로 가는 걸 막는 유일한 길이었다.

문제는 센티널 포스의 화학 레이저로 탄도 미사일 요격은 테스트를 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엑스박스 4D용 센티널 포스 게임에서는 클리셰처럼 탄도 미사일 요격 미션이 있긴 했는데, 실제로 탄도 미사일 같은 걸 요격해 보는 실험은 못 해 봤다.

그렇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레이저의 파괴력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고출력 레이저를 다양한 각도로 발사할 수 있는 유도부는 나노 DLP로 작동되는데, 거리를 적당히 유지만 하면 최대 마하 20으로 낙하하는 탄도 미사일도 충분히 추적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사일로만 개방해 놓고 아직 발사는 안 하네? 내부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나?”

DF-21 탄도 미사일이 장전된 사일로가 열린 지 3분이 넘었다.

발사하고도 남은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미사일 기지에서는 발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중국은 인공지능 골드의 진입을 최선을 다해 막았다. 그렇기에 침투할 수 있는 경로 자체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유재원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는 인민해방군 수뇌부나 시진핑 주석에게 접근해야만 알 수 있는 최고급 정보였다.

“흠, 미중 정상 사이에 핫라인으로 트래쉬 토크라도 하고 있나?”

유재원의 예상은 정답이었다.

미국의 첩보 위성은 스타링크의 광학 모듈 모니터링 시스템보다 한 박자 늦긴 했지만, 탄도 미사일 발사 징후를 감지했다. 더 나아가 미국의 정보 조직은 DF-21의 목표가 제7함대라는 것도 유추해냈다.

사실 푸젠성 렌장현에서 발사하는 DF-21이 표적으로 삼을 만한 고가치 타깃은 제7함대의 로널드 레이건함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만 미국 정보 조직이 이러한 추론을 사실로 뒷받침할 수 있는 실제 첩보를 얻었다는 게 중요했다.

물론 사일로가 열린 지 3분 만에 그런 첩보를 얻었다는 건, 중국 측에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공개했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러한 정보로 미국 백악관이 뒤집어질 때, 시진핑은 핫라인을 들어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를 시도했다. 당연하게도 핫라인은 즉각 연결되었다.

-전국인민대표회의를 기념하는 탄도탄 시험 발사가 곧 있을 것이오. 낙하 지점은 대만 해협이 될 터이니, 그곳에 있는 미해군 함정들은 빨리 안전거리 밖으로 대피하는 게 좋을 거요.

“하, 하, 시험 발사라고요? 시답잖은 말장난은 그만하시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는 DF-21이 발사되는 순간 중국 측의 선제 핵 공격으로 받아들일 것이오. 그에 대한 보복 역시 즉각 이루어질 거라고 장담하겠소.”

핫라인용 검은색 수화기를 든 오바마 대통령은 거침이 없었다.

유재원보다는 살짝 떨어지긴 해도, 글로벌 조인트 스타를 통해 대만 해협에서 이뤄지는 교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있던 참이었다.

CNN이 함선의 수병들로부터 제보를 받거나 거금을 들여 구입한 영상과는 차원이 다른 정보였다.

여기에 센티널 포스의 버추얼 콕핏 영상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눈에 반해 버릴 만큼 막강한 위력을 뽐내는 센티널 포스였다. 이뿐만이 아니라 오벌 오피스에 함께 자리하고 있던 펜타곤의 장성들도 마찬가지였다. 고등 무인 전투기 사업 자체에 회의적이었던 장군이나, 보잉 혹은 록히드마틴의 입김을 크게 받는 장군 모두 센티널 포스의 압도적 위력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의 DF-21을 통한 위협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핵이라니, 중국은 국제 사회를 선도하는 G2 국가로서 자부심이 있소. 시험 발사이니만큼 단순한 고폭탄만 탑재되었다오. 그 여파만으로도 대만 해협에 전개된 미해군 함정들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리는 것인데, 이리 곡해를 하면 섭섭하오.

“그런 식이면 대파된 남해함대가 더 문제 아니겠소?”

오바마 대통령이 남해함대를 거론하자 시진핑의 말이 뚝 끊겼다.

제7함대가 발사했던 하푼을 모조리 얻어맞은 남해함대는 자력 항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파되었다. 사상자들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속출했다.

-어쩔 수 없군. 앞으로 벌어질 불행한 일들은 모두 당신의 책임이오.

결국 시진핑은 제 할 말만 하고는 핫라인 통화를 먼저 끊어 버렸다.

핫라인 통화의 경우 온갖 외교적 수사로 범벅이 된 문장이 기본이었고,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치밀한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야말로 서로의 본심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말로 부딪쳤다.

시진핑 주석의 경우 말투는 허세 가득했지만, 내용만 보면 무척이나 다급했다는 티가 날 정도였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보이는 대화였다.

동시에 통화를 통해 획득한 정보는 글로벌 조인트 스타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었다. 시진핑의 말은 허세가 가득했지만, 적어도 핵탄두가 탑재되진 않았다는 건 사실일 테니 말이다.

그때.

“대통령님!”

수석 안보보좌관의 비명과 같은 목소리가 터졌다.

“DF-21 대함 탄도 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글로벌 조인트 스타와 연동된 첩보 위성이 푸젠성 렌장현의 개방된 사일로에서 강력한 화염을 감지한 것이었다.

같은 시간.

-DF-21 발사되었습니다.

스타링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푸젠성 렌장현을 보고 있던 유재원도 DF-21 미사일이 엄청난 화염과 고온의 연기를 내뿜으며 사일로에서 솟구치는 걸 직접 보았다.

“어? 한 발이 아니네?”

그것도 한 발로 끝이 아니었다. 2번째 발사는 물론 3번째 발사도 있었다. 그걸로 부족해서 4번째 발사까지 이어졌다.

“끝장을 보자는 건가?”

DF-21이 한 발만 제7함대를 향해 떨어지는 걸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면적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그런데 4발이나 쏴 버리다니.

-제7함대도 크루즈 미사일 발사합니다.

제7함대도 즉각적이었다.

센티널 포스와 연동된 글로벌 조인트 스타를 보니 미군이 자랑하는 크루즈 미사일이 벌써 수십 발 발사되었다. 목표는 DF-21이 발사되었던 푸젠성 렌장현의 미사일 기지였다. 크루즈 미사일의 탄두 용량은 작은 편이지만, 숫자로 압도하겠다는 게 보일 정도다.

그야말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격한 수를 주고받는 미국과 중국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만 크루즈 미사일은 비행 속도가 느리고, 발사 후에도 얼마든지 비행 루트를 바꿀 수 있었다. 발사된 DF-21의 처리에 따라 탄력적인 선택이 가능했다.

유재원은 이 상황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데몬에게 DF-21 요격 임무를 부여해. 비스트는……. 비스트도 일단 함대 방공 모드로 전환해서 오차 보정을 도와줘.”

제타케로신 덕분에 비스트와 데몬의 연료 잔량은 아직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스트는 화학 레이저탄을 모두 소모했으니 로널드 레이건함으로 귀환시키는 게 맞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계속 띄워 두기로 했다.

레이더와 각종 탐지 센서는 그대로 작동하니 DF-21의 궤적을 추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탄도 미사일은?”

-DF-21 고도 상승 중입니다. 탄도 궤적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해서 낙하점 예측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DF-21에 대한 펜타곤의 자료를 보니 상승 고도가 1,000km를 훌쩍 넘는다.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는 방식 자체가 대기권을 뚫고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면서 어마어마한 속도를 내는 방식이었다.

미사일에 세팅된 수치에 따라 상승 고도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8분 동안 상승한 다음, 3분 만에 떨어져 내린다.

그렇다고 요격할 수 있게 주어지는 시간이 3분은 아니었다. 제7함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1분 남짓이었다.

최선은 고도 상승 중인 지금 요격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참 아쉽게도 DF-21이 발사된 푸젠성 렌장현과 센티널 포스가 있는 대만 해협의 거리는 300km를 훌쩍 넘었다. 화학 레이저의 사거리를 한참 넘어선 거리였다. 게다가 이제 와서 센티널 포스를 전진시켜도 무의미했다.

DF-21 대함 탄도탄이 벌써 센티널 포스의 최대 상승 고도를 넘어선 탓이다. 결국 유재원과 제7함대에게 남은 수단은 DF-21이 하강할 때 탄도를 예측해서 요격하는 것이었다.

그저 모니터만 보고 기다려야 하는 이 몇 분의 시간이 유재원에겐 마치 영원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한 모금 먹고 남은 생수를 바닥까지 비웠을 때.

-DF-21 탄도 미사일 4기가 하강을 시작합니다. 탄착점 예측 프로그램을 가동하겠습니다.

대만 해협을 아우르는 거대한 원이 4개나 그려졌다.

원은 점점 줄어들었고, 점차 제7함대를 중심에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초가 더 지나자 원의 중심점들이 잡혔다.

제7함대의 상징인 로널드 레이건함이었다. 발사된 DF-21 대함 탄도 미사일 4기 모두 예외 없이 로널드 레이건함을 겨낭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7함대로부터 SM-3가 발사되었습니다.

탄착점이 예측되자마자 제7함대는 요격용 SM-3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수량은 모두 16발. DF-21 한 기당 4발의 SM-3를 배정한 것이었다. 고고도 미사일 요격용 SM-3는 순식간에 극초음속의 속도를 뿜어내며 대기권을 뚫고 날아올랐다.

SM-3가 제 능력을 발휘한다면 센티널 포스가 나설 일도 없게 될 테지만, 유재원은 방심하지 않았다.

-센티널 포스 데몬, 고고도 도달 완료.

센티널 포스는 최대 상승 고도인 62,000피트(18.75km)까지 올라왔다. 구름과 습도 등 대기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레이저의 최대 사거리와 위력도 크게 증가하는 높이였다. 여기까지 올라온 센티널 포스 2기는 서로 간에 80km의 사이를 두고 벌어졌다.

탄도미사일의 위치를 삼각 측량을 통해 예측하여 보다 정확한 사격을 하기 위해서다.

2번기 데몬도 기수를 해수면과 수직으로 올려 화학 레이저포를 발사할 준비도 마쳤다. 그러는 사이 대기권 밖에서는 별들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DF-21과 이를 요격하려는 SM-3의 대결이었다. 센티널 포스의 광학 센서를 통해 그 모습이 사실적으로 포착되어 유재원에게도 전해졌다.

낙하하는 DF-21에 다수의 SM-3가 엄청난 기세로 들이받쳤다. 그렇지만 기대했던 폭발은 전혀 없었다. 화면으로 보면 완전 겹쳐진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몇 미터 정도의 사이를 두고 빗나가버린 것이다.

SM-3에 근접신관이라도 들어있었다면 DF-21에 데미지를 좀 줬을 것 같은데, SM-3의 탄두는 물리적 타격을 직접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적어도 한 발은 요격해 줘야 하는데.”

데몬의 화학 레이저탄은 겨우 3발 남았다. SM-3가 적어도 한 발은 요격해 줘야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인데, 글로벌 조인트 스타에는 요격 성공이란 메시지가 도무지 뜨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최후의 보루인 센티널 포스의 화학 레이저포 사거리에 DF-21 미사일이 들어왔다.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낸 센티널 포스 데몬은 DF-21을 향해 거침없이 레이저를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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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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