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94화 (994/1,007)

970회

Dreams

-SF1 비스트 온라인.

-SF1 데몬 온라인.

대형 모니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유재원은 연달아 들리는 중저음의 메시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국판 네트워크 중심전 체계인 글로벌 조인트 스타와는 완전히 다른, 유재원만의 스타링크 시스템으로 대만 해협에서 벌어진 제7함대와 남해함대의 충돌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던 유재원이었다.

적외선 영상이었기에 남해함대 쪽에서 호위함 하나가 뜬금없이 폭발한 것도 보았고, 그걸로 남해함대가 대뜸 함포 포격을 시작한 것도 보았다.

그냥 영상만 전달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 골드가 각각의 오브젝트에 태그를 달아서 디지털 전장화해 준 영상을 보았기에 상황을 인식하기가 훨씬 쉬웠다. 중국 남해함대의 함포 포격을 시작으로 두 함대는 불과 수십 km의 거리만 두고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설마하긴 했는데, 이렇게 함대전이 일어날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유재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의 역사는 제7함대와 중국 남해함대가 데면데면한 모습으로 스쳐 지나가는 영상으로 남아 있었다.

제7함대 소속 이지스함의 함장과 부함장이 의자에 앉아서 난간에 발까지 올려둔 편안한 자세로 중국의 자체 개발 항공모함이 지나는 것을 구경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무척이나 선명하게 남은 영상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랐다.

명백한 중국의 자작극이었고, 제7함대는 최대의 위기였다.

전시 상황에서 항공모함 전단의 기동이라면 당연히 함재기를 띄워 놓은 상태에서 엄호를 받으며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함재기를 띄워 놓지 않은 상태로 움직이다 보니 제7함대는 본래의 전투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 남해함대는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훈련한 것처럼 함포부터 미사일까지 일제히 사격 중이었다.

제7함대도 지지 않고 반격 중이었고, 명중탄도 제7함대 쪽이 훨씬 우세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중국이 이득이었다. 남해함대를 내주고 동북아시아 최강 함대인 제7함대를 수장시킬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최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제7함대 소속 니미츠급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에서 유재원이 준비한 비장의 센티널 포스 2기가 날아오르는 데 성공했다.

센티널 포스가 하늘에 오르자 유재원의 모니터에 전해지는 영상도 달라졌다.

기체에 장착된 초정밀 광학 장비가 다채롭게 보내는 영상을 합성해 가상의 콕핏이 만들어졌고, 거기에 미군의 글로벌 조인트 스타와 데이터링크가 되면서 전장의 상황이 입체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스타링크의 실시간 위성 영상도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했지만, 센티널 포스가 전하는 가상 콕핏 영상은 차원을 달리했다.

-임무 갱신.

-제공권 확보, 고위험 순위 표적 요격.

데이터링크를 통해 센티널 포스에도 임무가 즉각 부여되었다. 유재원은 즉시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센티널 포스의 1번기인 비스트와 2번기인 데몬의 기세가 급변했다.

비스트는 남해함대의 중심에 있는 산둥함을 향해 애프터버너를 최대로 가동하며 쏘아졌고, 데몬은 수직으로 고도를 올렸다.

-비스트, 레이저 발사.

인공지능 파일럿의 냉정한 목소리와 달리, 화면으로 전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처음엔 센티널 포스로부터 한 줄기 빛이 산둥함의 브릿지를 향해 떨어졌다.

실처럼 가늘지만 그야말로 선명한 백색의 직선이었다. 하지만 얇디얇은 선이 화면에 보인 건 0.1초도 되지 않았다.

순간 태양이 폭발하는 것처럼 가늘었던 실이 폭발하면서 화면을 백색으로 지워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유재원이 보고 있는 화면은 적외선 탐지 데이터를 시각화한 것이었다. 화학 레이저포에서 뿜어진 레이저 빔이 적외선 탐지 센서를 일시적으로 무력화해버렸다.

보통 레이저라고 하면 녹색이나 붉은색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화학 레이저는 일반적인 레이저와는 달랐다.

화학 반응으로 뿜어지는 다양한 빛들이 섞이면서 백색을 띠었는데, 이는 적외선부터 극자외선까지 다양한 빛이 섞여서 백색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렇기에 적외선 센서를 쓰지 않고 그냥 맨눈으로만 보았다면 눈부심도 없이 백색의 빛이 뿜어지는 정도에 그쳤을 거다.

결과는 엄청났다.

화학 레이저 한 발이 뿜어지는 시간은 단 3초.

센티널 포스는 그 3초를 최대한의 파괴를 뿜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산둥함의 브릿지를 따라서 가로 베기를 넣은 것처럼 쭉 그어버렸다.

센티널 포스에 장착된 초강력 광학 모듈을 통해 산둥함의 브릿지의 모습이 전해졌는데, 백색으로 지워진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샛노랗게 달아오르다 못해 폭발해버린 것인데, 너무나 고온이다 보니 그냥 하얗게만 보였다.

함교가 증발해버린 산둥함은 멍텅구리 함선이 되었다.

중국의 자체 개발 항공모함인 산둥함은 미완의 설계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함선이었다. 항공모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전투기의 빠른 출격과 착륙이었는데, 그 능력이 턱없이 모자랐다. 더구나 자동화된 부분도 매우 협소해서 사람이 일일이 조종을 하며 출격을 시켜야 했다.

거기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게 함교의 장교들이었다. 그런 함교가 비스트의 화학 레이저 한 방으로 완전히 삭제된 지금, 산둥함은 항공모함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가 없었다.

-데몬, 레이저 발사.

센티널 포스 2번기인 데몬도 레이저를 발사했다.

데몬이 겨냥한 표적은 함선이나 적 전투기가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함을 향해 쏟아지는 대함 미사일과 포탄이었다.

레이저가 발사되는 모습은 비스트와는 완전히 달랐다.

비스트는 화면을 3초간 백색으로 지워버릴 만큼 레이저를 원 없이 뿜어냈다면, 데몬은 100밀리세컨드(0.1초) 간격으로 짧게 짧게 레이저를 끊어서 발사했다.

한 번 번쩍일 때마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터졌다. 레이저라는 건 먼 거리까지 균일한 에너지를 전하는 게 기본 성질이지만, 그래도 대기 중의 먼지나 구름으로 인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도달되는 에너지의 크기는 줄어든다. 이러한 변수를 다 감안하고서도 강력한 파괴력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센티널 포스의 화학 레이저포였다.

그렇기에 교전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화학 레이저포의 파괴력은 커진다. 0.1초 간격으로 끊어 쏘더라도 대함 미사일은 물론이고 포탄까지도 요격하는 데 충분하다는 의미였다.

-요격 성공.

로널드 레이건 함을 향해 남해함대가 발사했던 십여 발의 대함 미사일은 순간 삭제가 된 것처럼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다 터졌다.

항공모함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아음속 대함 미사일로 한 방만 맞아도 로널드 레이건함은 작전 불능에 빠질 거고, 두 발이면 대파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로널드 레이건함 주변의 이지스함은 SM3 요격 미사일과 각종 CIWS를 가동하며 최대한 요격하려고 했지만, 요격 성공률은 30% 남짓에 불과했다.

교전 거리가 불과 30~40km였으니 방어 측에 너무나 불리한 환경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데몬의 요격은 근엄하기 그지없는 윌리엄 메르츠 제독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심지어 포탄까지도 요격해 냈으니 로널드 레이건함은 물론이고 주변의 방공함까지도 안전이 확보된 것이었다.

간악한 함정에 빠져 이대로 제7함대가 끝장나나 싶었는데, 단 두기의 고등 무인 전투기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반면 초반 기만책과 기습을 성공했다며 자축했던 남해함대는 순식간에 지옥이 강림했다.

제7함대가 발사했던 미사일이 그대로 남해함대를 덮친 것이다. 남해함대에도 근접방어시스템과 미사일 요격 체계가 있었고, 최대한 가동했다. 하지만 요격 성공률은 제7함대보다 떨어지는 20%에 불과했고, 결정적으로 남해함대에는 센티널 포스가 없었다.

미국의 표준 대함 미사일인 하푼이 산둥함을 시작으로 052D 구축함과 호위함에 작렬했다. 탄두의 중량만 221kg에 달하는 하푼이 한 발 꽂힐 때마다 수천 톤의 대형 함선이 종잇장처럼 터져 나갔다.

센티널 포스의 가공할 만한 능력으로 역전에 성공한 제7함대에 다시금 위기가 찾아왔다.

띵!

-동부전구 푸저우 공군 기지로부터 J-16, J-11, SU-30MKK 전투기 발진이 감지되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국 수뇌부도 지금 대만 해협 전투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센티널 포스로 인해 전세가 단숨에 역전이 된 것도 알았을 거다.

그렇기에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 전장과 가장 가까운 푸저우 공군 기지의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켜 제7함대를 공격토록 한 모양이다.

“대놓고 확전하자는 건데?”

제7함대와 남해함대 끼리의 해전이라면 미국과 중국이 어느 정도 합의를 통해 국지전으로 끝을 맺을 수 있다. 그런데 본토의 공군까지 동원했다는 건,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되는 걸 망설이지 않겠다는 뜻과 같았다.

J-16은 J-11을 개량한 전투기인데, J-11은 수호이-27의 라이선스 생산 모델을 의미했다.

중국의 라이선스 생산품은 저품질로 유명한데, J-11도 예외는 아니었다. 러시아의 오리지널 모델의 성능이 100이라면 J-11은 70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70점도 많이 쳐준 거라고 했다.

대신 대륙의 기상을 자랑하는 중국은 물량으로 다운그레이드된 성능을 커버했다. 게다가 열약한 품질에도 계속 전투기를 생산하다 보니 노하우가 쌓이면서 기술 수준이 올라갔다. J-16의 경우에는 오리지널 수호이-27의 성능을 다 따라잡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현재에 이르러 J-20이라는 자체적인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어 낼 정도였다.

당장 푸저우 공군 기지로부터 발진한 전투기만 봐도 전체 대수는 60대를 훌쩍 넘었고, 아직도 새롭게 추가되는 오브젝트가 있을 정도였다.

J-20 전투기 발진이 감지되었습니다.

여기에 J-20도 추가되었다.

스텔스 기라서 레이더로는 잡기가 힘들지만, 적외선 관측은 가능했다.

“해군 항공대가 잘해줘야겠네.”

센티널 포스는 무적이다.

문제는 화학 레이저 탑재량이었다. 기체 하나 당 24발인데, 벌써 두 발이나 소모했다. 밀리세컨드 단위로 끊어서 쏘면 한 발에 여러 대를 공격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변수가 너무나 많이 생겨난다.

확실하게 무력화하려면 레이저 한 발에 기체 하나가 답이다. 그런데 중국의 공군 기지에서 떠오르는 전투기 숫자는 100기가 넘어갔다.

제7함대의 로널드 레이건함에서도 열심히 캐터필러를 가동하며 전투기를 사출 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로널드 레이건함의 함재기는 스텔스기인 F-35라는 것이었다.

스텔스 기체였으니 중국의 J시리즈를 상대로 압도적 우세가 가능했다. J-20이 변수였지만 유재원도 J-20이 F-35나 센티널 포스를 능가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스타링크와 연동된 인공지능 골드가 유재원의 모니터에 새로운 정보를 띄웠다.

-대만 화롄, 타이둥 공군 기지에서 F-16이 발진했습니다.

전술지도에 새로운 유닛들이 떠올랐다.

대만이 중국의 압박 속에서 어렵사리 긁어모았던 F-16의 출격이었다.

현재 제7함대와 남해함대가 교전을 벌이는 곳은 명백한 대만의 영역이었다. 게다가 남해함대는 대만의 봉쇄를 위해 움직인 만큼, 대만이 참전할 당위는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중국의 푸저우 공군 기지에서 출격한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이 대만 본토를 강타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있었기에 차이잉원 총통은 과감하게 참전을 결정한 것이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즉각 미군의 글로벌 조인트 스타에 업데이트되었고, 그에 따라 전투에 참여하는 모든 함선과 전투기의 임무도 실시간으로 변화했다.

센티널 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스트와 데몬의 임무를 업데이트합니다.

사령부로부터 새롭게 부여받은 임무는 비스트는 공중 우세 장악, 데몬은 함대 방어였다.

센티널 포스가 1개 대대(12기)만 이루고 있어도 푸저우 공군 기지에서 날아오는 모든 전투기를 상대로 압도적 전투력을 뿜어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제7함대에 있는 센티널 포스는 단 2기에 불과했다.

2기의 센티널 포스로 최대의 효율을 내기 위해 비스트는 공격을, 데몬은 방어를 전담토록 한 것이었다.

명령을 하달 받은 센티널 포스는 즉각 반응했다.

비스트는 기수를 북쪽으로 돌리며 속도를 올렸고, 데몬은 고도를 높여 함대 방공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위치를 잡았다. 뒤늦게 날아오른 제7함대 소속 해군 항공대의 F-35 전투기들도 비스트의 뒤를 따랐다.

변수는 구름이었다.

제7함대와 남해함대가 교전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날씨는 맑았다. 아주 작은 구름만 낀 상태로 밤하늘의 은하수가 다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구름이 생겨나고 있었다.

레이저가 구름에 살짝 걸치기만 해도 파괴력이 20~30%는 떨어진다. 구름이 많아질수록 센티널 포스에 불리해진다.

해법은 2가지다.

하나는 레이저가 구름에 걸리지 않는 각도에서 발사하는 거다.

-비스트, 레이저 발사.

다른 하나는 지금처럼 구름에 의한 파괴력 감소를 상쇄하고 남을 만큼 교전 거리를 줄이는 것이었다.

과감하게 전진한 센티널 포스가 백색 벼락과 같은 레이저를 뿜어냈다. 그러자 중국 전투 비행단의 최선두에 있던 J-11기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산산이 조각났다.

양안대전의 2라운드인 대규모 공중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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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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