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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993화 (99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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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s

    -회장님, 프로그램 자동 매매 시스템이 중국과 대만 관련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있습니다.

    ID 인베스트먼트 빈센트 그린힐 사장의 긴급한 연락이었다.

    미 해군 제7함대와 중국 인민해방군 남해함대가 늦은 밤에 접촉할 거라는 예상은 현지 시간 기준이었다. 그러니 지금 미국은 이제 오전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ID 인베스트먼트의 프로그램 매매 시스템은 인공지능 골드 위에서 작동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모니터링 요소가 연동되어 있는데, 스타링크를 통해 구축된 실시간 글로벌 어스도 최근 추가가 되었다.

    “아, 그건 오류가 아닙니다.”

    유재원은 빈센트 사장에게 지금 대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중국과 대만의 무력 충돌이라니. 그러면 프로그램 매매 시스템의 판단이 정확한 것이로군요.

    “네, 프로그램 판단 대로 당분간은 중국 섹터와 대만 섹터는 빠르게 정리하는 게 좋을 거예요. 프로그램 매매뿐만이 아니라 ID 인베스트먼트 전체 자산 통틀어서 말이죠. 대신 상황이 돌아가는 거 보면서 재진입 타이밍도 재고 있어야 해요.”

    요즘 전쟁은 예전처럼 장기화될 확률은 매우 낮았다.

    이라크 전쟁처럼 점령 후 안정화까지 해야 되는 경우는 특수한 편이었다. 대만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를 보면 강제 병탄까지 고려하는 듯 보이지만, 현실성은 없었다.

    일단 미 해군 제7함대만 놓고 봐도 중국 해군이 총출동해도 이를 막을 전력이 되지 못한다. 공군 역시 마찬가지다. 제7함대의 함재기만 봐도 인민해방군 공군 전력을 능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여기에 센티널 포스도 2기나 있다.

    겨우 전투기 2대로 전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센티널 포스에 탑재된 화학레이저 시스템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아는 유재원은 당당했다. 게다가 기체에 적용된 멀티스펙트럼 스텔스는 공중전에서 압도적 승리를 가져다 줄 확실한 요소였다.

    -알겠습니다.

    빈센트 사장과의 화상 통신은 끝이었다.

    대신 유재원과 통신을 마친 빈센트 사장은 프로그램 자동 매매가 담당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펀드 매니저들이 관리 중이었던 펀드와 프라이빗 뱅크의 자산에서 중국과 대만을 빠르게 정리했다.

    보통 이렇게 되면 손해를 감수하고 정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ID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중국과 대만의 주식들은 아주 저점에 들어간 것들이었다.

    TSMC 같은 경우는 3배 넘는 이익을 보고 있는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TSMC에 다이아몬드 반도체 라이선스가 주어지기 전부터 대량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밖에도 중국과 대만 관련 주식들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던 ID 인베스트먼트가 시장에 시가로 대량 매도를 하자 해당 종목들은 단숨에 하락 반전했다.

    재미있는 건 주요 주식들이 하락 반전하자 도미노처럼 따라서 파랗게 물드는 주식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월 스트리트는 다양한 파생 상품으로 2중, 3중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여기에 최근 각광을 받는 ETF와 ETN이란 상품이 있었고, 아예 그날그날 오를 것 같은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라는 상품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대만 관련 주식들의 대량 매도가 이뤄지자 미국의 주식 시장 자체에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주가지수 자체를 끌어내렸다.

    대폭락이었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 중엔 남다른 정보통을 가진 사람도 있었는데, 결국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중국 남해함대, 동진! 목표는 대만 봉쇄!

    중국의 무력도발이 공식화된 것이었다.

    순간 주식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모두가 팔자 버튼을 연타했다. 반대로 매수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이대로 검은 금요일이 되는가 싶었는데,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미 해군 제7함대, 대만 급파.

    제7함대의 대만 해협 진입 소식이 보도된 것이었다. 주식 시장에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패닉셀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하지만 상승 반전은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7함대와 남해함대가 대만 해협에서 만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제7함대의 위용에 못 이겨 뱃머리를 돌리는 게 최고였지만, 만에 하나 진짜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 지금의 폭락은 그저 맛보기에 불과할 정도로 대폭락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이것은 단순한 해상 충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국가의 충돌이니 말이다.

    전 세계의 시선이 대만 해협으로 모였다.

    늦은 저녁.

    “흠?”

    유재원은 평소의 취침 시간을 넘겼지만, 서재에 남아 있었다.

    오늘 밤에 벌어질 일이 보통이 아닌 만큼, 티파니에게 늦게 자겠다고 미리 말을 해놓은 상태다.

    이미 책상 위에 놓인 대형 모니터에는 저궤도에서 실시간으로 포착 중인 대만 해협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밤이라서 적외선 모드로 촬영 중이기에 흑백의 화면이지만 제7함대와 남해함대는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다.

    두 함대 사이의 거리는 100km 안으로 접어들었다.

    서로가 시속 30km 이상으로 빠르게 접근 중이니, 앞으로 한두 시간 후면 서로를 레이더가 아니라 맨눈으로 확인할 정도로 가깝게 접근하게 된다.

    “무력 충돌은 피하려나?”

    유재원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나 중국 모두 초수평선 전투가 가능한 최신예 함선이었다. 여기에 조기경보기도 띄워 놓았으니 미국이나 중국 모두 상대의 함선을 타겟팅하고도 남았을 거다. 이렇게 가까이 접근했으니 서로 무전도 주고받았을 게 틀림없다.

    그런데도 두 함대의 진군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미사일이 쏘아지지도 않았다. 이대로라면 제7함대와 남해함대는 밤 12시쯤에 스쳐 지나갈 모양이다.

    문제는 남해함대에 떨어진 대만 봉쇄 명령이었다.

    사실 남해함대에 배속된 함선 10여척으로 대만을 봉쇄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만섬의 면적은 36,197km²로 상당히 큰 규모였다.

    타이베이항, 가오슝항과 같은 주요 무역항만 봉쇄한다고 해도 남해함대 전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시진핑의 대만 봉쇄 명령은 단순한 엄포용이라고 분석하는 군사 전문가들이 많았다. 실제로 스타링크 위성이 포착한 남해함대의 전개 모습을 보면 대만해협을 관통해 지나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 좋겠지만, 느낌이 싸한데?”

    스마트폰부터 CPU까지 다양한 최첨단 IT기기를 개발했고, 지금은 양자 슈퍼 컴퓨터도 만들어내는 유재원이다. 그런데도 딱히 객관화 할 수 없는 예감이라는 걸 중요하게 여겼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직감이 움직여서 여러 가지 위기를 해결해주었던 기억이 선명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상황만으로는 두 함대가 서로를 데면데면하게 지켜보며 스쳐지나갈 것 같지만, 유재원의 날카로운 예감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유재원은 즉각 키보드에 손을 얹고 센티널 포스팀에 긴급히 메시지를 보냈다.

    언제든 긴급 출동할 수 있도록, 연료와 무장을 완벽히 채워 놓으라는 명령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에 실린 센티널 포스는 내일 대만에 인도될 예정인 기체지만, 대만이 수령 확인서에 서명을 하기 전까지는 ID 그룹의 소유였다.

    이런 센티널 포스 팀이 로널드 레이건 항공 모함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연료 효율을 50%나 증대해주는 항공유 첨가제였다.

    유재원이 화학레이저와 함께 전략적으로 준비한 아이템이 바로 첨가제였다. 제품명은 제타케로신이라고 명명했다.

    제타케로신과 기존의 항공유를 1:10으로 섞으면 항공유의 성능이 50% 증폭한다.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연료를 기존의 반만 쓰면서 원래의 출력이 나오는 것이었다. 반대로 엔진에 기존 연료와 같은 양을 주입한다면 출력이 50% 상승한다.

    다만 후자의 경우 엔진 내구성을 보강하고서 시도하지 않으면 임계점을 넘어서는 출력으로 인해 엔진이 터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연료량을 반만 주입하는 건 ECU를 손보는 것으로 충분해서 대다수 항공기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항공유 효율 50% 상승이라는 건 전략적 가치가 넘쳐흘렀다.

    똑같은 용량의 연료를 탑재하는데, 항속 거리나 작전 시간이 2배로 늘어난다는 의미였다. 또한 강화된 출력을 버틸 수 있도록 재설계된 엔진이라면, 전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도 있었다.

    센티널 포스의 경우 연비 운전부터 최대 출력 상승까지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설계되었기에, 제타케로신을 바로 활용할 수 있었다.

    미군 역시 제타케로신의 전략적 가치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센티널 포스 팀에게 로널드 레이건함이 협력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이러한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제타케로신의 생산과 판매에 관한 모든 권한은 셰브롱에 위임되었다. 제타케로신을 제조하는 방식 자체가 원유에서 추출되는 특수한 물질을 가공해 만드는 방식인데, 원유 1배럴(158.98리터)에서 겨우 1리터의 제타케로신이 나올 정도로 수율이 나빴다.

    제타케로신을 대량으로 만들려면 많은 양의 원유가 필요한데, 셰브롱이라면 전 세계 항공유 수요는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더구나 제타케로신은 등유에도 작동하는데, 등유는 선박부터 공장까지 다양한 곳에서 쓰이는 연료였다.

    전략적 가치가 어마어마한 물질이니, 사방에서 쏟아지는 압력의 수준도 차원이 다를 것이다. 이걸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건 메이저 회사밖에 없는데, 석유 메이저 빅2에 오른 셰브롱 정도는 되어야 혼자서 핸들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긴급 발진 준비 완료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함에 가 있는 센티널 포스 팀에서 준비 완료 보고가 들어왔다.

    모든 준비는 끝이다.

    2시간 후.

    -CV-17 산둥함입니다.

    “흠, 겉보기엔 그럴듯하군.”

    -동양 속담에 빛깔 좋은 개살구라고 하지요.

    제7함대 기함인 블루릿지의 윌리엄 메르츠 제독과 로널드 레이건 함의 함장은 서로 공유하고 있는 통신망으로 가벼운 잡담 중이었다.

    둘의 대화처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이더로 보였던 남해함대는 이제 맨눈으로 보일 만큼 가깝게 접근한 상태였다. 밤이라서 가시거리가 더욱 줄어들긴 했지만, 보름달 직전까지 커진 달빛 덕에 남해함대의 항공모함 산둥함의 윤곽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었다.

    더구나 제독이 들고 있는 안드로이드 패드에는 산둥함의 모습과 함께 세부적인 데이터도 함께 띄워진 상태였다.

    제독과 함장이 여유롭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제7함대 전체는 전투준비태세가 완료된 상황이었다.

    그나마 경계 태세가 최고조에 이르지 않은 건, 로널드 레이건함이나 산둥함 모두 함재기를 발진시키지 않은 덕이었다. 더구나 대만 해협을 지나는 두 함대의 진영도 일자진으로 제7함대는 대만 쪽으로 밀착했고, 중국 남해함대는 중국 본토 해안가 쪽에 근접한 형태에서 지나는 중이었다.

    함포 역시 선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고, 사격통제 레이더 역시 두 함대 모두 오프라인 상태였다. 언론에선 당장 중국과 대만, 혹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날 것처럼 호들갑이었지만 현장에서는 도발의 빌미 자체를 주지 않기 위해 서로 조심하는 것이다.

    그때였다.

    “적외선 탐지기에서 고열 반응!”

    기함 블루릿지의 적외선 탐색 장치 담당 오퍼레이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고열 반응이라니?

    원인은 곧 밝혀졌다. 적외선 탐지 화면을 크게 띄우자 산둥함 뒤를 바싹 따르고 있던 호위함의 연돌 부근이 하얗게 보일 만큼 뜨거운 열원이 감지된 것이다. 그러더니 하얀 섬광이 크게 일어났다.

    폭발이었다.

    폭발의 불꽃은 블루릿지의 종합상황실뿐만이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함을 비롯해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로 신속 기동 중이었던 제7함대 함선들 모두가 관측할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저게 왜 터지는 건가?”

    제7함대 사령관인 윌리엄 메르츠 제독은 어이가 없었다.

    인터넷도 곧잘 하는 윌리엄 제독은 중국산 제품들이 잘 터져 나가는 게 하나의 밈이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호위함이 터지다니. 아무래도 전속으로 수백 km를 달려오다 보니 함선의 기관이 견디다 못해 터진 게 아닐까 싶었다.

    위잉!

    “적 함선의 사격통제 레이더를 가동했습니다. 우리 함선을 겨냥합니다!”

    윌리엄 제독이 보았을 때, 분명 폭발은 중국 함선에서 자체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중국 남해함대 측에서는 공격을 받은 것으로 착각해버린 모양이었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자작극을 벌일 모양으로 터트린 것일 수도 있었다.

    “뭐하나? 대응해!”

    그렇지만 중요한 건 적의 사격통제 레이더가 로널드 레이건함은 물론 다른 제7함대 함선을 겨냥했다는 점이었다. 당연해 제7함대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모든 함정이 사격통제 레이더를 가동하며 남해함대를 겨냥했다.

    지금과 같은 돌발적인 상황이라면 중구난방 중복으로 겨냥할 수도 있지만, 제7함대는 철저한 훈련으로 표적을 겹치지 않고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목표를 분산시켰다.

    순간 남해함대 쪽에서 노란 섬광이 번뜩였다.

    곧이어 엄청난 폭발음이 터지면서 블루릿지가 크게 흔들렸다.

    “130번 블럭 피탄! 침수 보고!”

    “부상자는?”

    “부상자는 대피 완료했습니다! 데미지 컨트롤 가동합니다!”

    10만 톤이 넘는 거대한 함선답게 함포 한 방에 침몰하는 일은 없었다. 연식이 많이 쌓인 블루릿지였지만, 데미지 컨트롤 시스템은 검증을 완료한 상태였다.

    “전 함대, 즉각 반격한다!”

    윌리엄 메르츠 제독은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제7함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제7함대 소속 구축함과 호위함에서 주포와 대함 미사일이 연달아 발사되었다.

    해전에서 국지적 도발 따위는 없었다. 명백히 먼저 공격한 쪽은 중국 남해함대였고, 이는 정당한 반격이었다. 더구나 남해함대와의 거리는 불과 30km였기에 조금이라도 망설이다간 제7함대 전체가 위험하다는 판단이었다.

    중국 남해함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첫 포탄 발사 후 몇 초간 얼어 있던 남해함대도 최대한의 화력을 뿜어내며 제7함대를 공격했다.

    “로널드 레이건함에서 함재기 발진합니다! SF1입니다!”

    그와 함께 로널드 레이건함의 함재기들도 발진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로널드 레이건 함의 캐터필러를 타고 검은 하늘로 날아오른 기체는 SF1, 센티널 포스였다.

    역사에 양안대전으로 기록될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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