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8회
Dreams
유재원의 스마트폰에서 다급한 알람이 연달아 울렸다.
-긴급 속보, 중국 남해함대 동진!
-시진핑 국가주석, 하나의 중국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 분쇄할 것.
“확실히 대만은 중국의 발작 버튼이네.”
중국의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시진핑의 영구 집권 승인이었다. 시진핑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국가주석은 5년 임기였고, 한 번의 연임을 더 할 수 있었다. 그러니 10년 차인 시진핑은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다른 사람에게 주석 자리를 이양해야 했다.
그런데 시진핑은 이양하기는커녕 중국 헌법에 명시된 주석 임기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했다. 사실상 무제한 종신 집권이 가능해진 것이었다.
아무리 시진핑이라도 이건 너무 큰 무리수였다.
하지만 일단 가시적으로 보이는 반발은 없다시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진핑의 독재에 위협이 될 만한 정적들은 부정부패를 명분으로 죄다 숙청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웃기는 점은 시진핑을 비롯한 시진핑 세력들의 부정부패도 장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인공지능 골드를 통해 파악한 중국 공산당의 비자금은 어마어마했다. 시진핑의 최고 심복이라는 왕샤오훙이란 작자만 해도 수백조 원을 꿍쳐놨다는 게 인공지능 골드의 분석이다. 심복이 수백조 원을 해먹었는데, 시진핑 본인은 얼마나 해먹었을까.
록펠러 로또보다는 못할 테지만, 어마어마하게 딴 주머니를 차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원래대로라면 중국 국민들을 위해 재투자되었어야 할 돈인데, 이렇게 해외로 유출되었으니 중국 사람들의 삶이 더욱 팍팍한 것 아니겠는가.
13억 인구 중에 먹고사는 걱정 없이 안락한 삶을 누리는 사람은 1억 명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빈곤에 시달리며 미래가 불안한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모순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시진핑과 공산당은 극단적 통제와 함께 애국심을 강조했다. 양안 관계라는 대만도 이러한 시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상황이다.
그런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깨고 완전한 독립 국가로 나아가기로 하자 중국이 극단적으로 나오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너무 느린 거 아냐?”
중국은 나름 전격적으로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느려도 너무 느렸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링크와 칼 세이건 우주 망원경을 통해 전 지구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유재원이었다.
스타링크는 기본적으로 통신 위성이지만, 10개 중 1개에는 지상 관측 모듈이 탑재된 복합 위성이다. 군사용 관측 위성보다는 수준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수백 개의 저궤도 위성들이 찍는 영상을 모두 모아 보면 실시간 글로벌 어스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정지 궤도에 띄운 칼 세이건 우주 망원경과 달에 건설을 완료한 칼 세이건 우주 천문대도 비상시에 지구 관측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칼 세이건 우주 망원경은 해상도가 군사용 위성보다 좋다. 예전 군사용 위성은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 펼친 신문의 헤드라인을 구분해낼 수 있었다면, 칼 세이건 우주 망원경은 본문의 글자까지도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궁극의 광학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 망원경이라 할 수 있는데, 1대당 제조 원가가 1조 원을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했다.
보통은 우주 관측을 위해서 심우주 쪽을 바라보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지구 쪽으로 돌려 첩보 위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칼 세이건 우주 망원경의 데이터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에게 무료로 자동 포워드 되고 있지만, 소유권는 엄연히 ID 테크놀로지에 있었다. 운영 권한도 ID 테크놀로지에 있으니 문제 될 건 하나도 없다.
물론 중국 남해함대의 출동은 칼 세이건 우주 망원경을 동원할 필요도 없었다. 밤늦게 긴급 출동 했지만, 스타링크의 지상 관측 모듈을 통해서 출동 준비 단계부터 파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긴급 출항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단순한 긴급 출동 훈련이라면 최대한 빨리 항구를 빠져나간다. 하지만 실전을 대비한 긴급 출항이라면 실탄과 미사일을 탑재해야 한다.
군항에 정박 중인 함선에 실탄과 미사일을 탑재하는 모습은 그대로 스타링크의 지상 관측 모듈을 통해 포착되었다.
스타링크 위성으로부터 관련 데이터가 전달되자마자 퀀텀의 막강한 분석 능력으로 상황을 파악해냈다.
이러한 정보는 즉각 미국에도 전해졌다.
정보 공유 협정을 통한 정상적인 데이터 공유였다. 그리고 이 속도는 미국의 정보 조직보다 더 빨랐다.
사실 미국이 첩보 위성 운용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국가였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최우선 감시 대상이었다. 그러니 미국의 첩보 위성도 중국 전역을 모니터링 중이었는데, 데이터 해석에서 속도 차이가 발생한 것이었다.
아직 완전체도 아닌 상태인 퀀텀이지만, 그 가공할 처리 능력은 양자 컴퓨터 본연의 능력 그대로였다.
남해함대가 완전 무장으로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에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 역시 대만을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만이 아니면, 다음으로 전장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은 한반도였다. 그런데 한반도의 가치는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한반도의 경제, 정치, 군사적 가치는 미국에 있어 일본 이상이 되었다. 이런 한반도가 초토화되는 것보다는 대만 근처의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나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는 판단은 오래전부터 섰다.
오바마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들이 수립한 동아시아 전략에 대해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즉, 중국 남해함대가 실탄과 미사일을 장전하고 긴급 출항을 하자 미국의 제7함대도 서진을 시작한 것이었다.
더구나 제7함대는 한국 원양함대, 일본 해자대와 함께 필리핀해 북쪽에서 연합 훈련 중이었다. 직선거리로만 따지면 제7함대가 대만에 훨씬 가까웠다.
중국발 급보가 전해지자 연합함대 훈련은 중지되었다.
제7함대의 상징인 니미츠급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을 중심으로 데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과 줌왈트급 이지스 구축함이 최고 속력으로 서진을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남해함대와 제7함대가 대만을 두고 대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면 전쟁으로 이어질까?
그건 유재원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핵을 가진 나라끼리 전면전이 나는 건 MAD(상호확증파괴) 때문이라도 발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엔 대만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상황이었기에, 절대로 전쟁이 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는 없었다.
다음 날.
-대만 의회. 30억 달러 규모 차세대 무인기 사업비 긴급 승인!
-대만 6세대 전투기 센티널 포스 도입 성사?
-중국의 격한 반응의 원인은 센티널 포스?
-ID 그룹, 노코멘트.
대만도 이제는 중국 눈치를 보지 않았다.
긴급하게 의회가 소집되었고, 대만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한 민주진보당을 중심으로 30억 달러 규모의 차세대 무인 전투기 사업 예산을 승인했다.
30억 달러라고 하면 상당히 큰 돈처럼 보이지만, 대만에 공급될 센티널 포스의 1기 가격은 6,360억 원이었다.
그러니까 센티널 포스 다섯 대를 도입하는 규모에 지나지 않았다.
대만의 입장은 다섯 대로 테스트를 해 보고 평가가 괜찮으면 도입 대수를 늘려 나가겠다는 의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센티널 포스에 대해 아직 세상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 탓이다.
최초 설계는 90년대부터, 실제 제작에 들어간 건 2000년대 중반이었고, 초도 비행은 3년 전에 성공한 센티널 포스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실전 배치는 단 한 기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세대 전투기의 실전 배치에는 초도 비행 후 10년 정도의 테스트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군대라는 조직이 워낙 보수적이다 보니 철저한 검증이 없이는 신병기가 단숨에 실전 배치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ID 그룹만 그런 게 아니라 기존의 군산복합체인 보잉이나 록히드마틴에게도 적용되는 사안이다. 실제로 미국의 무인 전투기 사업의 타임라인은 2020년 중반까지였다.
예외는 있다.
실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면 도입시기는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문제는 센티널 포스와 같은 신병기가 실전을 치를 만한 곳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대만의 센티널 포스 도입은 유재원에게도 큰 이점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만의 센티널 포스 운용에는 ID 하이테크의 무인기 팀도 함께하는 방식이었다.
인공지능 파일럿의 제어부터 무인기의 유지 보수 작업도 모두 ID 하이테크 무인기 팀이 전담했다. 그러니까 대만은 스스로 돈을 내고 베타테스터를 자처하는 것이지만, 이점이 없는 건 아니다.
6세대 전투기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것이었고, 출격 임무를 정하는 권한 역시 대만의 통수권자에게 결정권이 있으니 말이다.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경우는 있겠지만, 한 번만 쓰는 일은 없을 거다.”
유재원은 대만 사람들이 센티널 포스 도입에 후회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장담했다.
최후의 무인 전투기인 F-22를 아득히 능가하는 게 센티널 포스의 성능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차세대 무기 체계인 화학 레이저도 탑재된 상태였다.
대만에 제공될 센티널 포스의 무장도 당연히 화학 레이저다.
기관총보다 긴 사거리, 기관총보다 더 강력한 파괴력, 기관총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정확한 명중률을 자랑한다.
딱 하나 단점이라면 탑재되는 수량이다.
24발.
외부에 추가 무장을 달지 않고, 내부의 탄약창만 사용했을 때, 최대로 탑재할 수 있는 화학 레이저 수량은 딱 24발이다.
화학 레이저의 원료가 되는 화학 물질이 담긴 통은 마치 포탄과 비슷한 형태였다. 그 크기는 90미리 포탄 크기와 비슷했다.
내부에는 다섯 가지의 유독성 화학 물질이 유리관에 따로 담겨 있다.
격발이 되면 순서대로 내부의 유리관이 깨지면서 유리관에 담긴 물질이 서로 섞이는데, 다섯 가지 물질이 모두 섞이게 되면 수백 기가 와트의 엄청난 열과 빛이 뿜어진다. 이렇게 생성된 빛과 열은 유도부를 통해 유도 방출이 되면서 강력한 파괴의 빛, 레이저가 뿜어지는 것이다.
화학 레이저는 ID 그룹의 역량이 총동원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겉보기엔 평범한 포탄과 같은 화학 레이저 용기도 어마어마한 열을 견디는 특수한 가공이 된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일회용이 아니라 몇 번이고 다시 써야 할 귀한 물건이었다.
화학 레이저용 화학 물질도 ID 일렉트로닉스의 제1 협력 업체들과 수많은 노력 끝에 완성을 했다.
어째서 ID 일렉트로닉스의 협력 업체이냐 하면, 화학 레이저의 주요 물질이 고농축 불화수소, 불화중수소, 요오드와 같은 물질인데, 다이아몬드 반도체 공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물질이었다.
ID 일렉트로닉스의 역사와 함께하는 제1 협력 업체들은 일찌감치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완성했고,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순도를 자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재원이 원하는 화학 레이저용 물질도 완성했고, 덕분에 강력한 레이저포가 현실화되었다.
지금은 센티널 포스에 장착하는 분량을 만들기도 벅찬 상태고, 아직 실전에서 검증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만 사태에서 확실하게 검증이 되면 대량 생산도 해 볼 만했다. 그러면 전투기 기관포 대체용 화학 레이저뿐만이 아니라, 미사일 요격 시스템의 종말 요격 체계로서의 화학 레이저포도 상용화할 수 있다.
다만 미사일 요격 체계는 핵 억제력을 파괴해서 전면적 핵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전 세계에 흩어진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부품 하나하나를 따로 만드는 식으로 아주 비밀스럽게 제작 중이었다.
화학 레이저의 파괴력은 100km 밖에 있는 3cm짜리 압연 강판을 1초 만에 뚫어 버릴 정도였다. 종잇장처럼 얇은 전투기라면 스치기만 해도 사망일 것이다.
그렇기에 센티널 포스에 거추장스러운 미사일 대신 화학 레이저 하나만 달아도 충분하다는 게 유재원의 생각이다. 하지만 미군이나 한국의 군 관계자들은 화학 레이저 시범을 봐 놓고도 단일 무장으로 출격하는 걸 무척이나 껄끄러워했다. 그렇기에 내부 미사일 칸에 암람 미사일을 6발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유재원의 생각에는 내부 미사일 칸에도 화학 레이저용 포탄을 탑재하는 게 확실한데도, 지금의 군인들은 평생을 함께해 온 미사일이란 무기를 놓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결정적으로 대만에 배치될 센티널 포스는 지금 열심히 달려가는 미 해군 제7함대의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에 2기가 모두 탑재된 상태다.
로널드 레이건 함에 센티널 포스가 파견을 나가 있던 이유는 항공모함에서의 이착륙 학습을 위해서였다. 그러던 차에 대만의 수뇌부가 센티널 포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마크 창을 전권특사로 세우자, 쇠뿔도 단김에 빼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7함대는 어디까지 왔지?”
유재원의 말에 인공지능 골드가 모니터에 새로운 화면을 띄웠다.
스타링크 위성이 포착한 제7함대의 모습이었다. 위치는 대만과 일본 오키나와 사이에 있는 작은 섬, 미야코지마섬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남해함대는?”
중국의 두 번째 항공모함 산둥함을 중심으로 052D형 구축함 카이펑과 052B형 광저우함을 위시로 한 남해함대는 대만과 대략 400km 떨어진 동사 군도를 지나고 있다.
이러한 속도라면 오늘 늦은 저녁에 대만 해협의 남단에서 7함대와 남해함대가 접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만나자마자 치고받는 건 아니겠지?”
유재원은 설마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골드의 대답을 기대했던 말이 아니었는데, 답이 나왔다. 그리고 늦은 밤이 되었을 때,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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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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