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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991화 (991/1,007)
  • 967회

    Dreams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의 1일 차 행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답답한 넥타이를 풀어 버린 것이었다. 다음은 독하기 그지없는 위스키를 한 잔 따라 벌컥 마시는 것이었다.

    “크으.”

    독주가 몸 안에 들어가자 화끈한 기운이 올라왔다. 이제야 조금 살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한 모금으로는 부족한 느낌인지라 다시금 한 잔 따라서 연거푸 마셨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이후 세 번째로 중화인민공화국에서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시진핑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8년까지 10년에 걸친 장기 집권을 이뤄냈고, 앞으로도 시진핑의 입지는 탄탄했다.

    그렇지만 시진핑의 안색이 너무나 어두웠던 건, 중국의 앞날이 너무나 깜깜했던 탓이다.

    오늘 전국인민대표대회 1일 차에서 찬란한 중국의 경제적 성과가 제일 먼저 거론되었지만, 통계 수치와 실제와의 괴리율이 상당하다는 건 시진핑 본인부터 잘 알고 있었다.

    단적으로 암호화폐로 폭삭 망해 버린 중국 남부의 경제 도시인 광둥성은 처참한 상태로 제대로 가동되는 공업 단지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다. 광둥성의 경제 성장률은 몇 년 전부터 바닥을 파고 들어가서 지금도 마이너스 상태였는데, 오늘 있었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4%대의 성장률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분식 통계가 광둥성에만 적용되었겠는가.

    분식 통계를 하는 곳이 하지 않는 곳보다 훨씬 많았다. 중국의 최고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조차 조작된 통계가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시진핑에게 극비리에 보고되는 실제 통계 데이터는 있었다.

    8.8%와 2.2%.

    전자는 오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자랑스럽게 발표된 2017년도 경제 성장률이었고, 후자는 시진핑에게 따로 전해지는 실제 수치였다.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나는 수치였다.

    그렇지만 2.2%라는 2017년도 경제 성장률도 진짜라고 믿기 어려웠다. 지금 중국이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미국의 대중국포위망은 단순히 군사적인 영역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중국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미국은 집요하게 공격했고, 성과를 내는 중이었다.

    지적 재산권이 약점이었다.

    중국의 지적 재산권은 예전부터 최악이었고, 지금도 딱히 변한 게 없다. 단순한 트레이드마크와 브랜드에서 시작해서 각종 캐릭터를 무단으로 카피하는 게 성행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베이징 번화가는 유럽이나 미국의 최고가 브랜드와 프랜차이즈가 즐비했지만,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유명 브랜드에서 철자 하나, 점 하나 찍어 놓은 짝퉁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진짜 문제가 되는 지적 재산권은 기술이었다.

    군사 기술부터 기업이 수억, 수십억 투자해 만든 기술들을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 복사해 무단으로 사용했다. 특허로 등록되면 더 좋다. 특허권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하고, 특허 등록 시 공개되는 기술을 그대로 참고해 사용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또한,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을 통해 중국은 쉽게 그들의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이러한 카피 능력과 막강한 내수 시장으로 중국은 지금껏 고도성장을 이뤄왔다. 이러한 관행에 미국이 강력한 제재를 시작한 것이 2016년이었다.

    CATL이 대표적이었다.

    LG 이노텍의 전고체 배터리 특허를 그대로 도용해서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했다. 당연히 고소가 들어왔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언제나 그렇듯 모르쇠였다.

    중국 내에서의 소송은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가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끝이다. 예전이었으면 별 탈 없이 유야무야 되었을 일인데,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CATL의 경영진을 모조리 현행범으로 수배했다. 실제로 해외에 있던 CATL의 경영진의 가족들이 긴급 체포가 되었고 외환관리법과 같은 이유로 징역형이 떨어저 수감되기도 했다.

    그것에서 끝이 아니라 CATL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처분이 내려졌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건 CATL에 대한 제재는 물론이고, CATL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과 은행 심지어 국가에까지도 제재를 가하는 것이었다.

    원래는 북한의 핵 개발 저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다. 그런데 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파기하면서 세컨더리 보이콧은 빛을 보지 못하고 먼지만 쌓이게 되었다. 그러다가 CATL이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사문화 중이었던 세컨더리 보이콧이 발동된 것이었다.

    제일 먼저 타격을 입은 건 CATL과 전략적 제휴로 전기차 사업을 시작한 폭스바겐 그룹의 볼츠바겐이었다.

    볼츠바겐은 끝장났다.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입김을 크게 받는 나라에서 수입이 완전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독일과 중국에서만 팔리는 자동차가 되었다.

    그렇게 되자 중국도 볼츠바겐에 대한 우대를 더는 제공해 주지 않았다.

    볼츠바겐의 의의는 CATL의 해외 판매 창구였다. 볼츠바겐으로 CATL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었고, 이를 시작으로 다른 전기 자동차 업체에도 공급을 타진하면서 배터리 업계의 지분을 넓혀가는 것이었다.

    성능으로는 LG 이노텍의 3세대 제품과 차이가 좀 나지만,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초저가라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중국 수뇌부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볼츠바겐의 글로벌 판매가 막히면서 모두 허사가 되었다. 현재에는 독일에서만 판매 중인 상태였는데, 주문량이 많지 않았다.

    여기까지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 볼츠바겐의 이미지는 최악으로 떨어졌는데, CATL의 1세대 복제품과 LG 이노텍의 3세대 정품 사이에 성능 차이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볼츠바겐은 충전식이라서 충전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20분이 넘는다. 20분대 완충도 빨라진 것이지만, 셰브롱의 슈퍼차지로 간편하게 교환되는 다른 전기 자동차에 비하면 불편함이 컸다.

    중국에서의 볼츠바겐 판매량도 형편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산 전기 자동차 업체가 많은 중국이 내수 시장을 볼츠바겐에게 내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CATL과의 합작이 시작될 때만 해도 상당한 액수의 보조금이 나왔지만, 지금은 외국산 전기 자동차에 대한 우대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만약 볼츠바겐이 전 세계 시장을 순조롭게 공략했다면 지금과는 이야기가 달라졌을 테지만, 이미 지난 이야기다.

    “후우~.”

    시진핑 국가주석은 다시금 위스키를 마셨다.

    슬슬 취기가 올라서 얼굴도 불콰해진 모습이지만, 이상하게도 정신만큼은 또렷했다. CATL 건은 중국에 드리워진 위기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문제다.

    중국 경제의 최대 문제는 바로 수출 감소였으니 말이다.

    세계의 공장하면 중국인데, 수출 감소라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실제 시진핑에게 올라오는 무역 관련 보고서를 보면 모든 지표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특히 무역의 규모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보면 확실해진다. 수입해 오는 물자의 규모는 전보다 커지고 있는데, 수출로 나가는 물자는 점점 떨어진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빌어먹을 4차 산업혁명.”

    세계의 공장!

    중국의 자존심과 같은 문장이었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제조업은 모두 중국에 자리를 두고 있었다. 국가 차원에서 공장 유치를 적극적으로 했고, 온갖 규제도 다 풀어주었으니 말이다. 선진국에서는 환경오염으로 가동을 중단한 공장들도 중국에서는 별다른 정화 장치 없이 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자존심 다 팔아가면서 유치한 공장이 가동되자 수많은 일자리도 생겼고, 외화도 벌어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저렴한 인건비와 무규제라는 미끼를 물고 중국 안으로 들어온 업체들의 기술도 흡수하면서 지금에 이른 게 중국의 경제였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이었다.

    스마트 팩토리.

    선진국들은 기술 탈취의 위협이 있는 중국 대신 인공지능이 들어간 자동화 생산 공정의 제조 시설을 직접 자국 내에 지었다. 스마트 팩토리를 짓는 데 돈이 많이 들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또 다른 대안은 아틀라스 로봇이었다.

    7, 80년대 수준의 구식 공장이라도 아틀라스 로봇이 투입되면 바로 자동화 공장이 된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장비와 도구를 두 팔과 두 다리가 있는 아틀라스 로봇이 그대로 활용하면서 자동으로 움직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사람의 영역을 대체한 아틀라스 로봇만 벌써 5천만 대가 넘는다. 인공지능과 산업용 로봇이 대체한 일자리까지 다 합치면 억 단위는 가뿐하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수록 세계의 공장을 자처했던 중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중국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자 했다.

    그런데 중국의 발전 속도보다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게 문제였다.

    중국 과학원을 중심으로 첨단 로봇 기술을 연구하는 업체들이 한마음으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뛰어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도 성과는 미진했다. 이족 보행이 아닌 사족 보행도 어려웠다.

    아틀라스 로봇을 여러 대 분해했고, 특허도 멋대로 도용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아틀라스 로봇을 복사해 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겉모습은 똑같이 만들어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또한 가장 중요한 사람의 노하우를 학습해서 실전에 응용하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은 차용이 불가능했다.

    학습이 되지 않는 로봇은 그저 깡통이었다.

    ID 그룹에 협력을 요청해 볼까 했지만, ID 그룹에 대한 강경책을 접기는 불가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는 시진핑의 굳건한 지지를 위해 만든 네티즌들이 이제 중국의 여론 자체를 이끌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ID 그룹에 유화책을 내민다면 유재원이 수락할지도 의문이지만, 인터넷 여론 먼저 들끓어 오를 게 분명했다.

    홍객이라면 시진핑의 말 한마디에 해체도 가능한데, 지금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건 조직된 단체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개혁 개방 이후 태어난 아이들.

    이른바 소황제들이 지금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집단이었으니 말이다.

    이들에겐 중국이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은 없었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는 대국이고, 중국 공산당의 영도 아래 경제력과 군사력이 세계 최고에 올랐다는 자부심도 강했다.

    이미 공산당 하부 조직은 이러한 소황제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더구나 시진핑도 아직은 ID 그룹에 아쉬운 소리를 할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ID 그룹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을 따라갔다간 중국은 영원히 선진국 반열에 들지 못할 거라는 위기의식이 더욱 컸다.

    무엇보다 중국의 사회주의가 아무리 퇴색되었다지만, ID 그룹과 같은 초국가적 거대 자본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4차산업혁명의 끝은 중국의 사회주의의 붕괴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13억 인구는 강력한 무기이자 핸디캡이기도 했다. 막말로 중국이 인공지능과 아틀라스 로봇을 무제한으로 보급해서 4차산업혁명에 성공했다고 치자.

    그러면 노동에서 해방된 13억의 사람들은 저마다 개인적 욕구를 충족하려고 할 것이다. 그때가 되었을 때 중국 공산당은 13억의 욕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중국 공산당이 거느린 유수의 싱크탱크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13억 인구도 이럴진데, 전 지구적인 노동혁명을 일개 기업이 이룰 수 있다고? 절대 불가능이다. 그렇기에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은 ID 그룹이 시행하는 라이프 리워드 역시 거대한 사기라고 판단했다.

    노동시장에서 ID 그룹의 인공지능과 로봇이 절대적 갑의 위치에 섰을 때, 흑심을 드러낼 거라고 말이다.

    시진핑의 입장에서 겨우 라이프 리워드 따위를 믿고 노동시장을 내주는 서방 나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이었다.

    유재원과 ID 그룹만 생각하면 속에서 열불이 터지는 시진핑은 다시 술잔을 기울이려고 했다.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주석님, 휴식 중에 죄송하지만, 긴급한 소식이 있습니다.”

    국가안전부장 왕샤오훙의 목소리였다.

    “들어오시오.”

    보나 마나 좋은 소식은 아닐 테지만, 이곳까지 찾아온 걸 보니 무척이나 다급한 일이 분명하기에, 술잔을 내려놓고 안으로 불렀다.

    “대만이 사고를 쳤습니다.”

    왕샤오훙 국가안전부장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놀랍게도 왕샤오훙이 시진핑에게 보고하는 건 대만의 센티넬 포스 도입 건이었다. 유재원과 계약을 체결한 지 겨우 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중국이 그 소식을 입수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대만에서 민주진보당 정권이 나오기 전까지는 친중적인 기류도 있었다. 그렇기에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도 합의를 했던 것 아니겠는가. 당연히 대만 정부에 중국 국가안전부의 휴민트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3일 동안이나 비밀이 지켜진 게 대단한 것이었다.

    어쨌든, 유재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6세대 고등 무인 전투기를 도입하게 된 대만은 사업비 마련을 위해서 국회에 예산을 요구해야 했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국 국가안전부의 휴민트에 정보가 노출되었다.

    이후는 지금 보는 것처럼 왕샤오훙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가서 이렇게 시진핑에게 직접 보고가 된 것이다.

    “차 총통이 기어코 협정을 깨트릴 모양이오?”

    대만의 전력 증강에 언제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중국이었다. 그런데 이번 센티널 포스의 도입은 전과는 차원이 다른 도발이었다.

    6세대 전투기라는 타이틀은 중국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전략 병기였으니 말이다.

    “조치할까요?”

    왕샤오훙의 물음에 잠깐 생각을 하던 시진핑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하나의 중국 원칙 훼손은 중대한 사안이오. 안전부 차원이 아닌,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오. 마침 내일 전인대가 군사 외교 분야이니 그 자리에서 초강경 대응을 결의하겠소.”

    시진핑의 선언에 왕샤오훙 국가안전부장도 고개를 숙였다.

    다음 날.

    -시진핑 국가주석, 하나의 중국 원칙은 무를 수 없는 절대적 가치.

    -하나의 중국 원칙 훼손하는 모든 것, 압도적 무력으로 파괴할 것.

    어제 왕샤오훙과 독대에서 결정했던 것처럼 시진핑은 초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당연하게도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자리한 모든 이들이 시진핑의 결의에 100% 찬성표를 던졌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즉각적인 대응을 천명했다.

    그날 밤, 중국 광저우 군구 남해함대가 동진을 시작했다.

    남해함대에 하달된 군사적 목표는 대만의 해상 봉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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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과 후원 쿠폰도 완전 고맙습니다~!!

    어린이날 휴일이네요!

    어린이들을 위한 날이지만, 어른이들도 휴식이 필요하지요!

    저도 오늘 하루 잘 쉬고, 목요일 자정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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