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85화 (985/1,007)

961회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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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중국 광둥성 선전지 외곽에 자리한 산업 특구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왕하룬’이란 사람을 아는지 물어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서늘한 가을임에도 얼굴과 등엔 땀이 흥건한 데다가 표정에는 절망감이 가득 피어 올라왔고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망했군.”

심지어 망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들은 중국과 작은 합작회사를 운영하던 이들이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초소형 고성능 필름 콘덴서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크기는 깨알처럼 작아도 IT 산업에서 없어선 안 될 부품이 콘덴서였는데, 그중에서도 기술력이 필요한 게 필름형 콘덴서였다.

덕분에 ID 그룹이나 애플을 뚫진 못했지만, 샤오미, 화웨이와 계약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몇 년간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중국 진출에 성공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이 둘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성공한 사람 같진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 계기가 된 건 미국의 화웨이 제재였다.

조그만 구멍가게 같았던 둘의 합작업체에 비하면 화웨이는 항공모함과 같은 기업이었다. 실제로 미국 제재가 막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화웨이는 끄덕 없어 보였다. 그런데 1년쯤 지났을 때부터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화웨이가 자신만만하게 추진하던 4G 중계기의 전 세계 매출은 0이 되었고, 스마트폰의 수출도 어려워졌다. 그러자 자그마한 협력업체부터 결제 대금이 미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부품 결제 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니, 공장을 돌리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망할 수는 없었기에, 대출을 하기 시작했고 다른 공급처도 물색했다. 하지만 캐시페터는 이미 많은 중소기업이 가격으로 다투고 있는 분야였기에, 뚫고 들어가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는 와중에 광둥성에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는데, 너도나도 비트코인이라는 것에 투자했고, 주변에도 권했다.

심지어 두 사람도 중국인 동업자 ‘왕하룬’에게 같이 투자하자고 권유를 받을 정도였다.

물론 둘은 거절했다. 왕하룬이 아무리 둘에게 비트코인에 대해 떠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중에 엄청나게 올랐을 때 그 말을 들을 걸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후회는 잠깐이었다. 관심 없던 이들에게도 비트코인 붕괴 뉴스가 들려올 만큼 무시무시한 폭락이 일어났으니 말이다. 뉴스를 보고 안도감이 절로 들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인 동업자가 이상해진 건 그때부터였다.

공장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불량률이 높게 나왔고, 화웨이는 그걸 핑계로 아예 계약을 파기하려고 했다. 그나마 중국인 동업자가 무슨 수를 쓴 건지, 계약 파기까지는 가지 않고 현상 유지는 되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두절 되어 버린 것이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된 거지.”

“그놈의 화웨이! 그놈의 왕하룬 때문이잔수! 그러니까 중국 놈들이랑은 애초에 시작부터 하지 말아야 했는데!”

“야, 왕하룬이 화웨이 잡아 왔을 때는 네가 제일 좋아했어! 기억 안 나?”

“안 나요! 안 납니다!”

둘이서 할 수 있는 건 서로 네 탓이라고 하는 것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출장 중에 연락이 끊겨 급히 돌아와 보니 공장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나 있지 않았다.

마치 빚쟁이들이 쏟아져 들어와서 공장의 설비를 죄다 쓸어가 버린 것 같았다. 공장 운영 자금을 마련하려고 둘 다 한국에 들어갔던 게 중국인 동업자가 일을 벌일 틈을 만든 모양이다.

“이 새끼들. 어떻게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가 버리냐.”

예상했지만 상상 그 이상의 모습이었다. 허탈함에 허허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 설비를 들여오는 데 생돈 수십억 원이 들었는데, 그게 싹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형님, 근데 들어오면서 봤는데, 여기 산업 단지에서 제대로 운영되는 공장이 별로 없더라구. 한 달 전에도 망한 거 같았는데, 이젠 싹 망해버린 모양이야.”

“너는 참. 그런 게 눈에 들어오냐?”

의외인 점은 둘 다 최악의 상황인데도 멘탈이 완전히 나가 버리진 않았다는 것이다. 동생이라는 자는 이 와중에 주변 구경도 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둘 다 말로는 전 재산을 투자했다고 하지만, 아주 망해 버린 건 아니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들고 보는 ID 인베스트먼트 펀드도 있고, ID 라이프 리워드도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 제일 도움이 되는 건 ID 라이프 리워드였다. 둘은 해당 사항이 없는데, 아내와 자식들이 ID 라이프 리워드 수혜자가 된 덕에 망했다고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지경까진 가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형이라는 사람도 광둥성 산업 특구 주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망했네.”

본인의 망한 공장 앞 벤치에 앉아서 휙 둘러보니, 진짜 제대로 굴러가는 공장이 없었다. 그야말로 유령 도시 같았다.

믿기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은 광둥성에서 제일 뜨거운 곳이었으니 말이다. 산업 단지 전체가 다 분양이 되었고, 좋은 자리는 웃돈을 주고 들어와야 했을 정도다. 그만큼 저렴한 임금으로 숙련 노동자를 구하는 게 쉬웠고, 항구하고도 가까워서 수출입 물류도 간편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의 정책 지원으로 쉽고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선진시에서 제일 핫하던 산업 단지가 어찌 이렇게 다 망해 버릴 수 있을까?

시작은 비트코인이었다.

중국에서 비트코인 광풍이 제일 먼저 들이닥친 곳이 광둥성이었다. 이후 빠르게 중국 전역으로 퍼졌는데, 처음 시작된 만큼 제일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그 수준은 비트코인이 붕괴되면서 광둥성의 경제가 일시적으로 마비가 될 정도였다.

“비트코인 때가 최악인줄 알았더니, 그 밑바닥이 또 있네.”

둘 다 그때의 기억이 선명했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야반도주하는 업체들이 속출했으니 말이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게 된 채권자들, 월급을 밀린 노동자들, 사채업자들 등등이 몰려와서 난리 법썩이었다.

그렇지만 산업 단지가 이 지경이 된 원인이 모두 비트코인 때문은 아니다.

비트코인이 대들보를 무너뜨렸다면, 외부에서 불어 들어오는 변화의 바람은 태풍과도 같았다. 일단 미중 무역 전쟁이었다. 중국 관세가 100%, 200%씩 치솟아 오른 건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 폭격이었다.

중국에서 만든 제품의 원가가 아무리 저렴해도 관세가 2배 3배씩 늘어나면 가격 경쟁력은 하락한다. 여기에 결정타로 작용한 것이 아틀라스 로봇과 인공지능의 도입이었다.

아틀라스 로봇 1대의 임대료는 200만 원.

중국인 평균 임금보다 몇 배는 높지만,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수준이 완전히 달랐다. 최첨단 반도체 공장부터, 정교한 손기술이 필요한 수제 가죽 공장에까지 투입될 수 있었고, 전기만 공급되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공장은 아예 일하는 사람이 필요 없었다.

스마트 공장을 만드는 비용도 엄청나게 하락 중이다. 마치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었을 때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주요 부품의 공급 가격이 낮아지자 컴퓨터의 가격도 현실화되었던 것과 같다.

중국은 전 세계의 공장이라며 자랑했지만,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 부가가치가 0에 가까운 허접한 제품들만 만드는 하청 공장으로 전락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반면 원천 기술을 가진 나라들은 더는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중국과 동남아시아 나라들을 찾을 필요 없이, 자국 내에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어 양산할 게 분명했다.

물론 스마트 팩토리 사업에서 제일 앞서는 건 ID 그룹이었다.

아틀라스 로봇의 바탕이 되는 건 기계 학습이었고, 가장 우수한 알고리즘과 넘사벽의 빅 데이터를 가진 업체도 ID 그룹이었다.

덕분에 방금 생산된 따끈따끈한 아틀라스 로봇은 서버와 연결되는 순간, 최고의 숙련 노동자로 변신할 수 있다. 오죽하면 구식의 설비가 있는 공장이라도 아틀라스 로봇을 충분히 채워 놓으면 완전 무인 공장으로 전환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죽하면 이들도 아틀라스 로봇을 도입할 생각이었는데, 예약된 물량만 5천만 대가 넘는 다는 소리에 포기하고 말았다.

“에휴. 더 볼 것도 없다. 가자.”

“예, 일어납시다.”

공장에서 챙겨 나갈 게 하나도 없다는 걸 확인한 형이 먼저 일어났고, 동생도 침을 탁 뱉은 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무서운 점은 이런 비슷한 일이 이곳 광저우 산업 단지 한 곳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에는 각 지방자치 성들이 만든 수많은 공업, 산업 단지들이 있었다. 광저우는 그나마 상황이 나았지만, 중국 대륙 안쪽에 자리한 곳에서는 더욱 심각한 파열음이 나고 있었다.

며칠 후.

-북한 외무부장, 경의선 행사에 북해함대 실사격 훈련으로 재 뿌린 중국에 항의.

-중국, 일상적인 훈련이었을 뿐. 훈련도 한 달 전에 공지.

경의선 행사가 끝난 지도 한 달은 지났는데, 그 후폭풍은 진행 중이었다.

북한의 외무부장이 정식으로 항의했는데, 중국은 한 달 전에 공지를 했다면서 딴소리였다. 그때 공지된 훈련은 단순한 긴급 출항 훈련이었는데, 그걸 실사격 훈련으로 멋대로 바꾸고 주포와 미사일까지 쏜 게 중국 북해함대였다.

또한, 중국은 자국 내 북한의 기업과 상점들, 물건이 시위대에 의해 불타오르는 것을 수수방관했다. 연변이나 베이징 북부에 많이 있던 북한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북한산 제품들도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치워졌다.

심지어 중국에 관광이나 비즈니스적인 이유로 입국했던 남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폭도나 다름이 없었다.

이렇게 다 부서지고 나서야 중국의 공안들은 분노한 시위대를 제어하기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국민들에 대한 당국의 통제가 벗어난 것 같다는 판단이 서자, 공안은 대규모 인력과 무력을 동원했다. 그제야 폭도들은 해산되었다. 대신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중국 당국이 남북한에게 너무 저자세라며, 한국이나 북한에게 돈을 받아 먹은 상무위원들이 있다는 식의 루머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한 박자 늦게 황금방패가 가동되어 중국 당국을 성토하던 글과 리플이 싹 사라졌지만, 그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 삐뚤어진 애국심을 가진 중국의 젊은이들은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었다.

남북한도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에서 반중 감정이 빠르게 끓어올랐다.

-김정일 원수의 유훈, 중국은 천 년의 적!

오죽하면 이미 고인이 된 김정일의 유언이 다시 이야기되고 있을 정도다. 전체 발언은 일본이 백 년의 적이면, 중국은 천 년의 적이라는 말이었는데, 최근 북한은 일본과 수교를 하고 관계가 개선되면서, 앞은 잘리고 뒤만 크게 보도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재원도 중국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공식 발표된 유령 도시는 32개에 불과했지만, 우리가 인공위성으로 포착한 건 200개가 넘습니다.

-경기 선행 지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주도 산업 단지의 가동률도 크게 떨어진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설 투자 지표가 처음으로 하락 반전했습니다. 반도체 굴기 실패, CATL에 대한 초강력 제재에 투자시장이 얼어붙는 중입니다.

바로 ID 인베스트먼트의 중국 경제 분석 브리핑이었다.

“네. 저번에 크게 일어났던 폭동도 여러분이 말했던 진짜 위험한 정보가 퍼지는 걸 막기 위한 목적일 테니까요. 그나저나 이번에 보여드린 위성 사진 분석 도구는 쓸 만한가요?”

ID 인베스트먼트에서 집중 분석 중인 중국의 경제 실황은 인공위성 분석 기법을 통해 획득한 뜨끈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공위성으로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이지만, 이미 많은 투자회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기법이었다. 고해상도 인공위성 사진을 받아서 앞으로의 경기 변동성을 미리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조금 전 나온 유령 도시가 인공위성으로 얻은 정보였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 언론을 통제 중이고,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그나마 32개라고 보도되고 있었다.

물론 유령 도시가 32개나 된다는 것도 상당한 규모다.

자그마한 소도시가 아니라, 수천 채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대대적으로 세워진 신도시였다. 그런데 그 아파트에 입주율은 1% 이하였다. 99%가 공실이라는 말이니 도시의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동시에 그 아파트 단지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완전히 쪽박을 찼다는 뜻이고, 이는 부동산 버블의 붕괴를 의미했다.

그런데 그게 해외 언론이 폭로한 32개가 아니라 200개가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어서 몇몇 곳에 사람을 보내 알아봤는데, 진짜로 유령 도시였다.

“정확성이 엄청납니다! 아마 다른 투자회사 사람들이 이걸 봤다면 사기라고 할 겁니다.”

빈센트 그린힐 사장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높아졌다.

유재원이 써 보라고 해서 시범적으로 사용했는데, 분석 성능이 기존의 알고리즘과 완전히 달랐다.

“하하. 그게 사기긴 하죠.”

유재원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위성사진 분석 도구에 쓰인 장비가 바로 퀀텀이었으니 말이다.

아직 완전체는 아니다. 가로세로 높이가 300mm인 코어 큐브까지는 완성하지 못했다. 대신 광자게이트 레이어를 256단 정도까지 쌓는 데 성공했다.

256단이라고 하면 제법 많아 보이지만, 물리적으로는 겹쳐진 칩렛의 두께가 1mm도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기에 양자 운영체제를 올려 양자 연산을 시작하기엔 충분했다.

강인공지능의 상징인 인공 인격은 코어 큐브가 완성이 된 후에나 볼 수 있지만, 인공지능의 분석 능력을 보조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더구나 양자 컴퓨터만 가능한 추론이 가능해지면서 인공지능 골드가 하지 못했던 일도 가능해졌다.

인공지능 골드라면 데이터 부족 때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을,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완벽하게 수행한 게 그 증거였다.

저번 달 공개한 새만금의 스마트 팩토리가 자그마한 잽이었다면, 전체 공정 중 0.3% 상태에서도 이만한 성능이 나오는 퀀텀은 유재원의 비장의 무기였다.

띵!

ID 인베스트먼트 임원들과 한참 투자 전략을 논의하던 유재원의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임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알람을 확인한 유재원의 눈이 큼지막하게 커졌다. 알람으로 날아온 메시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게임태그 #모비우스1, VRver SF1 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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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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