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78화 (978/1,007)

954회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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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기저기! 팰콘9 로켓 블록5예요! 엄청나게 커요!”

“응응! 대따, 커!"

혜성이 덕질의 특징이 모델명을 완벽하게 외운다는 점이다. 그리고 유재원에게 안겨 있는 라희가 혜성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제 두 살인 라희도 말문이 트이면서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저게 뭐야 하는 질문이 계속 쏟아졌는데, 그때마다 유재원이나 티파니는 열심히 답했다. 그런데 유재원과 티파니보다 더 많은 답을 해 주는 사람이 바로 혜성이었다.

남매들끼리는 서로 불편하다는 게 인터넷 밈으로 널리 퍼지기도 했는데, 혜성이와 라희를 보면 전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둘 다 아기들이라서 그런 거고, 나중에 사춘기가 찾아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혜성아, 어떻게 한눈에 블록5인지 알아봤어?”

하여튼 팰콘9 블록5는 작년의 폭발에서 확인된 다양한 개선책이 적용된 모델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면 어디가 달라졌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무척이나 제한적이었다. 외형의 변화는 거의 없고 내부 구조가 많이 바뀌었으니 말이다.

“하얀 연기가 세 곳에서 나와요! 삼발이도 튼튼해졌어요!”

그나마 외부와 연결된 압력 조절 밸브가 많아지면서 가끔 하얀 연기가 뿜어질 때의 모습이 전과 제일 다른 모습이다. 예전엔 한곳에서만 나왔다면 지금은 3곳에서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크기도 살짝 더 커졌다. 1단 로켓을 보강하면서 하단 부분이 좀 더 길어졌다. 추진 로켓의 노즐 부분과 귀환 시 사용될 거치대 부분이 강화되었다.

혜성이는 단지 외워서 말한 게 아니라, 이러한 변화점을 정확히 포착해서 팰콘9 로켓이 블록5 버전이라는 걸 알아본 것이었다.

잠시 후.

유재원과 가족들은 스페이스X 발사장 근처에 설치된 로켓 조립동 앞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오랜만이네요. 일론 사장님.”

거기에서 유재원 가족들은 초긴장 상태인 스페이스X의 일론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작년 유재원 앞에서 대폭발 사고를 일으킨 악몽이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유재원 혼자만 온 게 아니라, 티파니와 혜성, 라희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 오늘 또 터지면 대번에 전 세계 톱뉴스가 되는 것이고, 이는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는 테슬라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참고로 테슬라 전기 자동차는 순조롭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폭발적인 성장 중이었다.

전기 자동차에서 제일 문제가 되었던 것이 배터리였는데, 셰브롱 슈퍼차지 얼라이언스에 테슬라의 이름을 올리면서 완벽하게 해결되었다.

돈 주고도 못 사는 최신 전고체 배터리를 공급받았고, 심지어 그 부담은 셰브롱과 자동차 오너가 나눠 가지게 되었다. 테슬라는 모델 S, X를 순차적으로 런칭하면서 엄청난 주문량이 쏟아졌다.

연 단위로 예약이 가득 찬 라이트닝 볼트를 기다리다 지친 이들이 꿩 대신 닭이라고 테슬라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물론 일론에겐 꿩 대신 닭 취급이 많이 아쉬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배터리는 뒤로하고, 전기 자동차 자체의 품질만 비교해도 마감부터 주행 성능, 인공지능 어시스트, 자율 주행까지 모든 면에서 열세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뒤처지는 테슬라도 주문이 쏟아졌다. 매달 5만 대 이상 출고 중이었는데, 출고되는 속도보다 예약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를 정도였다.

매달 300만 대 이상을 출고하는 괴물 같은 라이트닝 볼트에 비하면 영세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메가급 팩토리를 짓고 있는 중이니, 그곳만 완성되면 연간 100만 대 이상 생산할 수 있다.

그런 대담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게, 무지막지하게 쌓이는 예약자들의 계약금 덕이었다. 자동차는 몇 개월 후에 받는데, 자동차 값의 20%는 계약금으로 먼저 내야 한다. 이렇게 쌓인 금액만 2억 달러를 가뿐히 넘겼다.

만약 오늘 또 팰콘9 로켓이 터지면 기술력에 의심을 받아서 예약 물량이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무엇보다 대주주이자 제일 큰 투자자인 유재원 회장이 실망해서 투자금을 빼 버리면 일론의 원대한 꿈인 스페이스X도 크게 휘청인다.

“이곳이 팰콘 로켓이 태어나는 조립동입니다. 동시에 2개의 로켓을 조립할 수 있을 만큼 크죠. 아마 점보제트기를 만드는 공장보다 더 클 겁니다.”

“우와! 대단해요!”

그렇기에 일론은 유재원 부부의 아들딸을 위해 조립동을 개방했고, 직접 안내까지 했다.

-3, 2, 1! 점화!

일론 사장의 간절한 바람과 정성이 드디어 하늘에 닿은 모양인지, 발사 시퀀스는 모두 정상 진행되었고, 카운트다운까지 안정적으로 끝났다.

곧이어 콰르릉하는 폭음이 터졌다.

잘못된 건 아니었다. 팰콘9 로켓 엔진에서 멀리 떨어진 관제실까지 들려오는 폭음과 함께 노란 불꽃과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충격에 하얗게 얼어붙었던 성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반대로 거대한 팰콘9 로켓은 발사대를 떠나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어마어마한 추진력에 의해 가속도는 점점 붙었고, 단숨에 음속을 뛰어넘었다.

불과 1분 정도가 지나자 맨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바로 고배율 광학 렌즈가 부착된 카메라로 관제실의 화면이 전환되었다. 또한 팰콘9 로켓 외부에 장착된 카메라 모듈에서 무선으로 보내는 화면도 동시에 띄워졌다.

“1분 후, 1단 추진체 분리입니다!”

관제실 오퍼레이터의 급박한 목소리.

보통 로켓이면 1단 추진체는 분리되는 것으로 임무가 끝이었지만, 팰콘9 로켓은 달랐다. 1단 추진체를 몇 번이고 재활용하면서 로켓 발사 비용을 절약하는 게 목표였으니 말이다.

분리된 1단 추진체는 텍사스주 남동쪽 멕시코만에 준비된 바지선에 내려앉기로 되어 있었다. 이미 관제실 메인 스크린에는 바지선의 상황도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다채롭게 들어오는 각각의 영상 화질은 무척이나 선명했다. 동시에 시차도 극히 적었다. 최신 무선 데이터 통신 기술이 적극적으로 적용된 성과였다.

그러는 사이 화면에 뜬 초읽기 시계는 0이 되었다.

“분리!”

“성공입니다!”

성공이라는 말에 관제실에 환호성이 터졌다. 유재원과 가족들도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그렇지만 아직 미션이 다 끝난 건 아니었다.

“2단 로켓 점화!”

“1단 추진체의 착륙 프로그램 시작합니다.”

2단 로켓은 미리 설정된 비행 프로그램에 따라 지구 저궤도까지 상승을 시작했다. 반대로 1단 추진체는 자세를 조정하는 작은 추진 기관이 작동하면서 수직으로 서며 하강했다. 1단 추진체에 남아 있는 연료는 극히 소량이었기에, 메인 엔진 재가동은 바지선이 보이는 지점까지는 가동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모든 상황이 정상이었지만, 구석에 자리한 일론 사장의 얼굴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1단 추진체 카메라에 바지선 포착!”

“랜딩 기어 작동! 1, 2, 3번 모두 정상!”

랜딩 기어 작동이라는 말에 로켓 안쪽으로 가지런히 접혀 있던 삼발이가 펼쳐지면서 바닥을 향했다.

“자세 제어 안정적. 메인 엔진 재가동까지 10초입니다!”

10초가 지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다행히도 메인 엔진에서 노란 불꽃이 다시 터져 나왔다. 중력에 의해 무지막지한 속도로 떨어지던 1단 추진 로켓의 하강 속도도 메인 로켓 가동과 함께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바지선과 100m를 남기고 있을 땐 초속 10m까지 줄어들었고, 바지선에 메인 엔진이 뿜어내는 불꽃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왔을 땐 초속 1m까지 줄었다.

“터치다운!”

“착륙 성공! 성공입니다!”

“우와!”

그야말로 거짓말처럼 1단 추진체는 멕시코만에 떠 있던 조그만 바지선에 정확히 안착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이었다.

관제실은 순식간에 시장 바닥처럼 떠들썩해졌다. 비단 관제실뿐만이 아니라,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의 스페이스X 채팅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년 팰콘9 로켓이 대폭발했을 때, 두고두고 박제가 되어 웃음거리가 된 덕에 이번 라이브 스트리밍에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오죽하면 팰콘9 로켓 발사를 두고 도박이 열릴 정도였다.

그냥 시청자들끼리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888.com이나 배팅닷컴과 같은 진짜 전문 도박 사이트에 특별 페이지가 만들어져 있을 정도다. 단순히 발사 성공 실패에만 내기를 거는 게 아니라, 퍼펙트 성공부터 각 단계별 실패와 성공까지 다양하게 배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배팅 사이트에서 제일 배당이 높은 건 1단 추진체 귀환 성공 여부였다. 배율은 성공이 9.89, 실패가 1.01였다. 1만 원을 성공에 걸었을 때, 9만8천900원이 되어 돌아온다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실패할 거라고 보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이야기지만, 보기 좋게 성공해 버렸다.

이제 남은 건 2단 추진체의 지구 저궤도 돌입과 탑재한 스타링크 위성의 분리였다.

당연히 성공이었다.

2단 추진체에서 제일 난이도가 있는 미션은 페어링 분리였는데, 1단 추진체의 귀환까지 성공시킨 마당에 페어링 분리에 실패할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지구 저궤도까지 상승한 2단 추진체는 페어링도 두 쪽으로 깔끔하게 떨쳐 냈고, 탑재되어 있던 스타링크 위성도 정해진 위치에서 분리에 성공했다. 120기 모두 정해진 자리에서 분리되었다.

이제 남은 건 스타링크 위성들과 지상 관제소의 연결이었다.

그런데 스타링크 지상 관제소는 미국에 있고, 위성들은 미국 상공을 지났기 때문에 지구 저궤도를 한 바퀴 돌고 와야 한다.

“완벽한 성공이로군요!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유재원의 말에 일론 사장이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몇 번 심호흡하니 예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스페이스X의 무모한 도전 성공!

-1차 추진 로켓, 거짓말처럼 바지선에 착륙!

-스타링크 프로젝트 가동!

-1차분 120기 저궤도 안착, 2차 발사는 3개월 뒤!

-천문학자. 스타링크 위성이 내뿜는 광공해로 천문 관측 장애 현실화!

오늘만큼은 전 세계 매스컴과 인터넷에서 일론 사장과 스페이스X가 주인공이었다. 발사 장면을 생중계한 덕에 1차 추진부가 바지선에 안전하게 착륙하는 것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보았다.

로켓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란 고정관념이 박살 나 버리는 순간이었으니, 임팩트가 대단했다. 여기에 스타링크 관련 기사들도 제법 많이 생겨났다. 120기 모두 지상 기지국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자세 보정 후에 위성 인터넷도 테스트해 보았는데, 설계했던 그대로 인터넷 속도가 발휘되었다. 대역폭은 100Mbps에서 최대 230Mbps였고, 지연 시간은 12ms로 매우 빨랐다. 하지만 120기뿐이라서 연결이 자주 끊기고, 커버되는 영역도 매우 좁았다.

처음 계획했던 그대로 1만 기 정도가 띄워진다면, 지구 어디에서도 광대역의 인터넷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스타링크 1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천문학자들이 집단으로 반발했다.

스타링크 위성들이 떼를 지어 지구 저궤도를 가로지르자, 그 흔적들이 천문 관측 사진에 길게 남으면서 데이터를 오염시켰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이 점에 대해 유재원도 대비를 했는데, 위성이라면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는 태양을 에너지로 삼는 태양 전지 패널을 최소화했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위성들은 새가 날개를 활짝 펼친 것처럼 태양 전지 패널을 크게 펼치게 되고, 이 때문에 태양 빛이 반사되어서 노이즈가 크게 잡히게 된다.

반면 이번에 띄워진 스타링크 위성에는 본체 상부에만 태양 전지 패널이 장착되어 있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스타링크 위성에는 대형 전고체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태양 전지 패널을 크게 펼치지 않아도 발사 때 완충된 전고체 배터리로 충분히 작동이 되었다.

그렇지만 빛이 반사되는 걸 완벽히 막지는 못했고, 또 지상과 통신하기 위한 안테나는 제거하지 못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대신 유재원은 제3의 해결책을 준비했다.

천문학자들의 우려가 기사화되고 나서 3시간 후. ID 그룹은 유재원이 직접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켜고 중대 발표를 시작했다.

“저도 천문학계가 제기하는 우려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2가지의 해결책을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뛰어난 관측 위성 6기를 세계 천문학계에 아무런 대가 없이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유재원의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나온 해결책 중 제일 먼저 제시된 건 허블 우주 망원경급 관측 위성 6기를 지구 주변에 띄워 천문학계에 제공하는 것이었다.

1990년에 띄워져 오늘날까지도 임무를 수행하며 우주 탐사에 있어 큰 공을 세우고 있는 허블 우주 망원경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허블 우주 망원경 이상의 우주 망원경이 나오지 못했다.

렌즈의 구경만 2.4m에 달하는 대형 관측 위성이었기에,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 게 아니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를 통해 궤도에 올려졌기 때문이다.

우주 관측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우주왕복선은 퇴역을 해 버렸기에 제2의 허블 우주 망원경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유재원은 그런 허블 우주 망원경급을 6기나 무상으로 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달에 무인 천문대를 세워서 그 데이터를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달에 천체 관측소를 세운다는 말은, 달 표면에 천체 관측 망원경을 설치한다는 말과 같았다. 달에 사람을 보내는 건 아폴로 계획 이후 맥이 끊겼는데, 가능할까 싶지만 유재원은 ‘무인’이라고 확실히 못을 박았다.

그러면 누가 가서 천문대를 세운다는 말인가.

바로 아틀라스 로봇이었다. 팰콘9 로켓으로 아틀라스 로봇과 태양 전지 패널을 통한 충전 시설을 먼저 보내고, 아틀라스 로봇들이 제대로 작동을 하면 천문대 건설용 자재를 보내서 세우면 그만이다.

과거엔 꿈도 꾸지 못할 방식이었지만, 팰콘9 로켓이 완성된 지금은 충분히 현실성이 넘쳤다.

이러한 유재원의 발표에 들불처럼 번지던 천문학계의 반발도 크게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더 좋은 우주 망원경과 달에 천문대를 세운다는 기상천외한 계획에 모두의 관심이 폭발 중이었다.

스페이스X의 팰콘9 로켓 발사 성공으로 순조로운 미국행 일정을 시작한 유재원 가족들은 뉴욕을 시작으로 동부에서 서부로 향하는 다음 일정을 순차적으로 해치우기 시작했다. 물론, 그 어떤 일정도 실패는 없었다.

덕분에 처음엔 무척이나 길어 보였던 일정도 어느덧 마침표를 찍는 날이 왔고, 8월 말에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혜성이만큼은 아직 축제가 끝나지 않았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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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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