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9회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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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대지진에 대한 예견과 이후 적극적 구호 덕분에 중국에서 ID 그룹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최고치일 때 P마켓 차이나를 직접 설립했던 적이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후의 중국은 역시 원래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갔다. 진출한 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어떻게 해서든 흡수하려고 했고, 국가 규모에서 국수주의적인 모습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유재원은 P마켓 차이나도 텐센트로 넘겼고, 최신 기술의 도입도 중단시켰다.
이후 중국이 ID 그룹에 대해 불매 운동을 하고, 이런저런 제약을 줘도 그건 텐센트의 지분을 가진 유재원의 개인적 손해이지, ID 그룹의 손해는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중국은 ID 그룹에 대한 제재를 해 봤자 자기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세계 어디에서도 ID 그룹만큼 IT 분야에 수직적, 수평적 계열화가 잘 되어 있는 기업은 없었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ID 그룹의 영역을 밟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다.
더구나 지금은 실리콘 반도체가 다이아몬드 반도체로 바뀌는 급격한 변동기였고,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미친 듯한 속도로 발전 중이었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2077의 홍련 때문에 중국서 큰 난리가 났다고 해서, 중국 수뇌부는 뭔가 실질적인 제재 조치를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광전총국의 심의 중단과 콘텐츠 차단 결정, 중국 대변인의 성명 이후로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조치는 없었다.
다이아몬드 반도체도 계속 수입해 나갔고, 인공지능 골드나 아틀라스 로봇의 운영을 끊지도 않았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신중해진 결정적인 일도 하나 있었다.
마늘 전쟁의 교훈이었다.
불량 깐마늘을 수출하다가 한국이 제재하자, 오히려 중국이 성질을 내면서 경제 보복했던 사건이었다. 과거의 한국이었으면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압력과 눈치 때문에 바로 꼬리를 내렸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중국의 보복에 따라 같은 규모의 상응하는 대응을 하면서 맞섰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이 손해였지만, 중국이 먼저 크게 헛다리를 짚으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한중 무역 전쟁이 미중 무역 전쟁으로 확대된 것이었다.
ID 그룹은 한국에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게 아니라, 미국의 경제에도 심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글로벌 기업이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폭로까지 터지면서, 인권을 중요하게 다루는 EU가 경제 제재 논의를 시작했다.
작은 깐마늘이 어마어마한 태풍으로 커진 것이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중국은 미중 무역 전쟁과 한중 무역 전쟁을 멈췄다.
여기서 큰 교훈을 얻은 중국은 확고한 G2의 지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급진적인 대립을 삼가겠다는 내부 정리가 있었다. 대신 13억 중국인 모두가 공산당의 기치로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는 곧 시진핑 체제의 우상화와 애국심 교육 강화, 각종 역사에 대한 수정주의로 표출되었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세대는 하필이면 소황제들이었다. 소황제라는 건 중국의 인구 정책에 따라 1가구 1자녀 원칙에 의해 생겨난 독생자층이었다.
풍요로운 경제적 기반을 가진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성장하여 사회적 활동량과 소비 수준이 높아서 중국에 떠오르는 주류 소비 계층이었다. 매우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게 특징인데, 이들은 인터넷 속에서 일당백의 전사가 되어 중국의 자존심을 거스르는 모든 걸 공격했다.
-게임 커뮤니티 인벤, DDOS 공격으로 서비스 장애.
-2CH.com 프로젝트 2077 쓰레드도 DDOS 공격 중.
-중국 네티즌, 프로젝트 2077 불매 운동. 공산당 왜곡한 것에 강력 항의.
인벤이란 각종 게임의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다.
인벤의 가입자들은 원하는 게임 커뮤니티에 접속만 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2077과 관련한 커뮤니티 중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의 네티즌들이 여기를 집중 공격했다.
프로젝트 2077에 대해 화가 났으면 스팀이나 ID 엔터테인먼트를 때리는 게 먼저일 텐데, 둘 다 중국에 직접 진출은 하지 않은 상태라는 게 문제였다. 게다가 DDOS에 워낙 시달린 ID 그룹이라서 방어도 완벽했다.
DDOS가 쏟아져도 라우터가 다 걸러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DDOS에서 분산(Distributed)이라는 말이 더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중국 네티즌은 화살을 소규모 업체인 인벤으로 돌린 것이었다.
많고 많은 게임 커뮤니티 중에 인벤이 타깃이 된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인벤의 유저들이 제일 먼저 홍련 퀘스트의 지도부 파멸 공략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퍼트렸는데, 언어의 장벽이 무너진 지금의 인터넷에서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고 대세가 되었다.
지도부 파멸이란 말 그대로 가장 밑바닥의 조직원들이 똘똘 뭉쳐서 썩어 버린 지도부를 끝장내 버리고, 진정한 사회주의적 조직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다.
프로젝트 2077의 굵직한 퀘스트들은 플레이어의 개입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뀐다. 다만 처음 해 보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선택으로 어느 결론에 도달할지 예측하기가 대단히 힘들다는 게 이 게임의 특징이었다. 여기에 마이크 옵션으로 본인이 직접 선택지를 만드는 것까지 있으니 변동성은 차원이 다르다.
또한, 공략 루트에 따라 난이도가 급상승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보상은 적은 경우도 있다.
홍련 퀘스트가 대표적이었다.
처음 시작은 지도부의 의뢰에 따라 불만이 있는 조직원의 색출이었지만, 조직원들의 불만을 듣고 거기에 동의하면서 거꾸로 지도부를 공격하는 쪽으로 비틀 수 있었다. 처음 의뢰를 받았던 그대로 진행하면 제법 두둑한 보상이 나오는데, 후자의 루트를 가게 되면 보상은 훨씬 적게 나온다.
더구나 기본으로 주어지는 선택지로는 도달할 수 없고, 마이크 아이콘을 눌러서 현란한 말솜씨로 최하층 조직원들을 구워삶아야 했다.
대신 혁명에 성공하게 되면 새롭게 거듭난 홍련이 플레이어와 아라카사의 최종 결전에서 크게 도와주는데, 제법 큰 도움이 되기는 한다.
그렇기에 실리만 따지면 지도부 편을 드는 게 이득이다. 홍련 퀘스트는 중반부에 시작하는데, 최종 결전까지는 40시간 정도 더 플레이를 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게이머들은 대다수가 혁명 루트를 선택했다. 그리고 혁명 루트 개척을 위한 노하우를 인벤을 통해 공유했고, 그게 중국에까지 알려지게 된 것이었다.
이것이 발화점이 되어서 현실에서 한중 사이버 전쟁으로 이어졌다. 2CH.com의 경우 인벤의 공략을 서양의 커뮤니티에 퍼다 나르는 관문과 같은 역할이었다가 불똥이 튀었다.
“21세기판 홍위병 등장인가?”
정보팀의 보고를 받은 유재원의 감상이었다. 동시에 중국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하던 범위에 있었다. 사실 홍련이란 갱단은 프로젝트 2077의 원작에도 없는 요소로, 유재원이 임의로 집어넣은 콘텐츠였다.
그냥 게임 속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할 이들이 대다수겠고, 일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옆에서 화가 나니 같이 화를 내기도 할 거다.
“그래도 천 명에 한 명 정도는 뭔가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
유재원은 천에 하나라도 게임 속 홍련의 모습을 보고 본인의 처지를 냉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중국의 인구는 13억이고, 천에 한 명이라고 치면 수백만 명은 된다. 이것이 나중에 중국 공산당이라는 거대 조직이 무너지는 시작점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며칠 후.
“누나! 미국 안 가면 안 돼?”
“그러면 내일 또 놀러와?”
혜성이와 라희가 각각 엠마의 팔을 나눠 잡고 칭얼거렸다.
한국에 들어와서 관광은 딱 하루만 하고, 나머지 일정은 모두 게임만 하는 데 보냈던 엠마였다. 혜성이와 라희만 없었으면 진짜로 24시간 내내 게임만 했을 텐데, 유재원의 아이들이 틈틈이 방문했고, 반대로 엠마가 놀러 오면서 폐인과 같은 패턴으로 빠지진 않았다.
때문에 10일 넘게 함께 지냈던 엠마가 집으로 간다고 하니, 이렇게 가지 말라고 엠마의 팔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얘들아, 엠마 누나가 정 보고 싶으면 아빠 따라서 미국으로 가면 되잖아.”
“진짜요?”
학업 때문에 한국으로 집을 옮기긴 했지만, 유재원이나 식구들 모두 태평양을 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래. 보고싶으면 언제든 놀러와. 삼촌이랑 이모 덕에 잘 놀다 가요!”
엠마도 유재원과 티파니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힘차게 출국장으로 갔다.
입국할 때는 자그마한 캐리어 하나만 끌고 들어왔던 엠마였는데, 출국길에는 그때보다 2배는 커진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엠마가 직접 구매했던 엑스박스 4D와 VR 세트, 프로젝트 2077 한정판 세트와 며칠 전에 출시된 안드로이드 Z5와 안드로이드 패드, 2015년형 i웍스 노트북 등등 2015 IDDC에서 나온 신상품이 가득 들어 있는 캐리어였다. 물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비롯해 패드와 i웍스 노트북은 유재원의 선물이었다.
엠마는 출국장을 넘어가서도 몇 번이나 뒤돌아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혜성이와 라희도 열성적으로 반응을 했다. 아마도 그런 모습이 재미있어서 엠마도 뒤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엠마가 아주 안 보일 때까지 배웅했던 유재원 가족도 몸을 돌려 공항을 빠져나갔다.
띵!
집으로 다 같이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메시지 알람이 떴다. 발신인에 찍힌 이름은 엘리에저 박사였고, 등급은 레드였다.
“잠깐만.”
유재원은 걸음을 멈추고 메시지를 열었다.
-회장님, 드디어 성공입니다. 알고리즘을 완성했습니다.
“헉!”
알고리즘을 완성했다는 소리에 유재원은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엘리에저 박사의 소속은 퀀텀 프로젝트였다. 그러니 완성했다는 알고리즘이란 양자의 특성을 100% 이용한 연산법이라는 의미였다.
너무나도 고대하던 일이었기에, 어지간하면 끄덕없는 유재원의 평상심도 크게 흔들렸다.
“급한 일이지? 얼른 다녀와.”
티파니는 유재원의 말도 듣지 않고 다녀오라고 먼저 말했다.
부부가 된지 오래인지라 이제는 표정만 보고도 어떤 상황인지 다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원래는 엠마를 배웅한 다음 서울로 돌아오면서 가족들 모두가 근사한 외식을 하기로 했지만, 일하러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아빠 어디가? 나도 갈래.”
“혜성아, 아빠는 일하러 가시는 거야.”
“잉, 저번에도 같이 가자고 해놓고선. 아빠만 먼저 갔잖아.”
엠마 때문일까.
오늘따라 혜성이가 떼를 썼다. 그나마 라희는 유모차에서 엠메가 사준 인형과의 놀이에 빠져 있었다.
“그럼, 아빠 따라가서 조용히 있을 수 있어?”
마음이 약해진 유재원은 이번엔 혜성이도 같이 가기로 했다.
퀀텀 프로젝트는 100% 유재원의 사비로 진행되는 만큼, 혜성이를 대동하고 가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더구나 퀀텀 프로젝트에 혜성이가 관심을 보이고, 그쪽으로 진로를 잡는다면 유재원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응! 약속!”
혜성이의 당찬 대답에 결국 외식은 취소되었고, 자동차를 추가로 불러서 티파니와 라희는 집으로 가고, 다른 차로 유재원과 혜성이는 퀀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연구소로 가기로 했다.
“잘 다녀와. 혜성이도 아빠말 잘 듣고.”
“응!”
먼저 티파니와 라희가 떠났고, 유재원과 혜성이는 새롭게 공수된 방탄 자동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경기도 수원시였다. 구체적으로는 수원의 ID 일렉트로닉스 반도체 사업부의 연구단지였다.
원래는 샌프란시스코의 ID 테크놀로지 본사에서 진행 중이었는데, 올해 초에 양자 게이트를 직접 만드는 실증 실험 단계에 진입하면서 수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었다.
“우와! 아빠, 비밀 연구소 같아요!”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퀀텀 프로젝트 시설에 들어온 혜성이의 감탄이었다. 틀린 말도 아니다. 퀀텀 프로젝트는 극비 중 극비였기에, ID 그룹에서 최고단계 보안시설로 지정된 상태다. 시설로 들어갈 때부터 보안 단계를 통과해야 했는데, 그게 혜성이의 눈에는 비밀 연구소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사실 유재원도 마찬가지였다. 유재원도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잔뜩 상기된 상태다.
물론 혜성이는 영화 세트 장같은 시설 그 자체에 놀란 것이지만, 유재원은 퀀텀 프로젝트 팀이 완성한 알고리즘이 얼마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나도 컸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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