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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968화 (968/1,007)
  • 944회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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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ams

    -잠시 후, 비행기가 목적지 인천 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승객 여러분 모두 자리에 앉아 안전띠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행기 안내 음성에 살짝 선잠에 들었던 엠마가 눈을 떴다.

    “아!”

    엠마가 앉은 자리의 비행기 창밖으로 인천 국제공항의 모습도 조그맣게 보이기 시작했다. 토끼 머리가 대칭으로 놓인 거대한 공항 건물에 여러 개의 활주로가 있는 초대형 허브 공항은 뭔가 설렘을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곧이어 비행기는 안전하게 활주로에 착륙했고, 택싱도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공항의 구름다리와 연결되었다.

    엠마는 자그마한 캐리어를 꺼내 들고 비행기에서 제일 먼저 내렸다. 뉴욕-인천 공항 여객기의 일등석 티켓에 담긴 특권 중 하나가 빠른 출입국 수속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특이하게도 일등석 손님은 엠마 혼자였다.

    워낙 비싼 자리인지라 비즈니스석이 만석이 될 때에도 일등석은 자리가 많이 남는 게 보통이었는데, 오늘 비행기는 엠마가 없었다면 일등석은 아예 빈 상태가 될 뻔했던 모양이다.

    엠마가 이런 일등석 칸을 독차지할 수 있던 건, 1만 달러가 넘는 일등석 티켓은 별 부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엠마의 아버지는 그 유명한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총회장인 레밍턴 스팅이었다.

    “대한민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입국 목적은 무엇인가요?”

    “여행이요!”

    입국 심사대에서 입국 수속 담당자의 물음에 엠마가 쾌활하게 답했다.

    올해 대학생이 되는 엠마는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처음으로 혼자서 해외여행을 하게 된 것이었다.

    엠마의 대답에 입국 심사대 직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엠마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힙한 여행자의 모습이었다.

    “여행하시는 동안 지낼 곳은 정해 놓으셨나요?”

    “네! 101빌딩 레지던스에서 지낼 거예요!”

    이번에도 엠마는 막힘이 없었다.

    반면 입국 심사대 직원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101빌딩의 레지던스는 엄청나게 비싸면서 예약하기도 힘든 숙소였으니 말이다. 출입국 관리소 전산망을 통해 레지던스 예약자 목록을 보니 엠마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 확인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그걸로 더 물어볼 것도 없이 입국 심사대 직원은 엠마의 미국 여권에 도장을 찍으며 입국을 환영했다.

    “고마워요!”

    여권을 돌려받은 엠마는 바로 입국장을 통과해 공항 안으로 들어섰다.

    완전 새것 같은 깨끗하고 쾌적한 공항의 모습에 기분이 더욱 상쾌해지는 엠마였다. 실제로 엠마가 탔던 비행기가 택싱을 마친 곳은 개장한 지 3달도 되지 않은 인천 국제공항 제2 터미널이어서 진짜 새것들만 가득한 곳이었다.

    대신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규모인 탓에 엠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도와드릴까요?

    공중에 걸린 표지판과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두리리번 거리는 엠마에게 먼저 말을 거는 존재가 있으니, 공항 가이드 로봇이었다.

    바퀴로 움직이고, 짐칸도 있고, 몸통엔 커다란 OLED 패널을 내장하여 각종 정보를 보여주며, 동그란 얼굴은 LED로 이모티콘을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의 로봇이었다. 로봇이라면 아틀라스라는 이족 보행 로봇이 제일 유명하지만, 용도에 따라 이렇게 단순화된 안내용 로봇도 많이 보급된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와! 이름이 뭐야?”

    -안내 로봇 에어스타입니다.

    “반가워. 에어스타! 나는 엠마야.”

    -반갑습니다. 엠마 님. 무엇이 문제인가요?

    엠마는 로봇과의 대화가 어색하지 않았다.

    로봇이 낯선 어른들은 로봇에게 말하는 걸 매우 어색해했지만, 엠마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 로봇들이 있었다.

    “음. 택시를 타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아! 유심 카드도 사야 해. 그리고 조카들 선물도 좀 사고 싶은데.”

    -유심과 선물 구매 모두 이곳 인천 공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진짜? 좋아! 거기로 가자!”

    -그럼, 먼저 제일 가까운 통신사 대리점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엠마의 말에 에어스타는 안내를 시작했다.

    잠시 후.

    엠마의 짐은 두 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울 만큼 많아졌다. 한 손으로 끄는 작은 캐리어에 면세점에서 산 귀여운 조카들 선물이 추가되자 크게 불어난 것이다. 조카들 생각에 좋아하는 걸 잔뜩 샀더니 혼자 들고 가기 버거울 정도가 되었다. 다이노차지 메가조드 풀세트가 한 덩치했고, ID톡의 마스코트인 디디 인형도 큼지막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안내 로봇 에어스타에 짐칸이 있어서 택시를 타는 곳까지는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다음에는 TG모바일 대리점에서 기간 한정 무제한 데이터 & 무제한 로밍 유심을 구매해 본인의 안드로이드 폰에 추가했다.

    비행하는 동안 에어플레인 모드였던 스마트폰에 유심을 추가한 다음 에어플레인 모드를 해제하자 알림이 따다당 떴다.

    아빠인 레밍턴 스팅과 엄마인 섀넌으로부터 온 안부 메시지였다. 거기에 답장을 보내니 응답도 즉각적이었다.

    엠마도 이제 대학생이지만, 혼자 여행을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걱정이 많았다. 그나마 여행지가 치안이 좋은 한국이었고, 여행 중간에 유재원 식구들과도 만나기 때문에 허락을 해 준 것이지, 다른 곳이었으면 어림도 없었다.

    -택시는 택시 기사가 직접 운전해 주는 모범택시와 자율 주행 택시가 있습니다. 자율 주행 택시는 요금이 10% 저렴한 대신, 셀프서비스가 많습니다.

    “한국에 왔는데 당연히 자율 주행이지!”

    뉴욕도 자율 주행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한국처럼 전면적으로 허용된 건 아니었다. 셀프서비스가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해 보는 건 색다른 일이었다.

    -네, 그러면 이곳입니다.

    엠마의 말에 에어스타는 무인 택시 정류장으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불칸부터 뉴로, 심지어 유니버스까지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들이 있었다. 겉면에 래핑된 로고들도 제각각이었다. 개인택시 마크부터 서울의 택시 면허를 가진 회사들의 로고도 있었고, 우버나 타타 같은 신종 업체들도 있었다.

    이렇게 무인 택시들이 다양하게 분화된 것은 기존의 택시 면허를 단번에 폐지시킬 수 없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었다.

    개인택시 면허를 가진 사람은 본인 명의의 무인 택시를 한 대 운영할 수 있었고, 택시 면허를 가진 회사들은 허가가 나온 숫자에서 무인과 유인 택시를 분배할 수 있었다. 여기에 택시 면허의 빈틈을 파고든 것이 우버와 타타 같은 업체들이었다.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와 같은 택시 시장이었지만, 개인택시 면허를 가진 사람들이나 회사에 속한 택시 운전사들, 새롭게 시장에 참여한 우버 기사들 모두 딱히 불만은 없었다.

    실질적으로 노동 시간은 줄어든 반면, 수입은 커졌으니 말이다.

    대신 새로운 신규 택시 면허는 이제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 기존의 택시 면허가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그 자리를 자율 주행 택시가 대신하는 걸 사회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택시 이용자에게도 이러한 변화는 좋은 일이었다.

    택시 요금은 저렴해졌고, 불미스러운 일도 크게 줄었다.

    단적으로 지금 엠마가 이용하는 공항 택시만 해도, 과거엔 바가지의 상징이었다.

    한국의 도로 교통 사정이나 물가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오면 엄청난 바가지를 썼다. 게다가 이렇게 바가지를 씌워 돈을 크게 벌 수 있으니, 공항 택시 운영을 두고 이권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직폭력단을 낀 택시 업자들이 나올 정도였고, 자리를 두고 살인 사건이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구태를 한 방에 해결한 것이 자율 주행 택시였다.

    당연히 조직폭력단을 낀 택시 업자들은 인천 공항에 자율 주행 택시들이 들어오려는 걸 막으려고 했지만, 상대는 ID 그룹과 정부였다. 여기에 조폭업자들에게 매번 당하기만 했던 개인택시와 택시 회사들도 힘을 보탰다.

    조직폭력단 택시 업자들은 태풍에 휩쓸린 개미처럼 깔끔하게 쓸려나갔다. 범죄단체조직죄로 다들 굴비처럼 엮여 감옥으로 직행했다. 조폭인데도 초범이라고 집행 유예를 내주는 일은 이제 사라진 것이었다.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서 엠마는 깔끔해진 택시 정류장에서 3분 정도 기다린 다음 아주 간편하게 자율 주행 택시에 오를 수 있었다.

    -승차를 환영합니다. 안전띠를 착용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QR코드를 인식해서 사용자 인증을 해 주세요.

    조수석에 선물을 싣고, 운전석 쪽에 엠마가 앉자 계기판에 안드로이드 애니메이션이 뜨면서 자동 안내가 되었다.

    엠마의 모국어가 영어라는 것도 알고 있는 것처럼, 안내 메시지도 영어였다.

    “이렇게?”

    엠마는 계기판에 뜬 QR코드를 AI렌즈로 인식했다. 그러자 엠마가 가진 전자지갑과 연동되면서 간편하게 요금을 계산할 수 있었다.

    -101빌딩? 아,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의 레지던스 호텔 로비로 모시겠습니다.

    -목적지까지 1시간 3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금은 5만 원입니다. 결제하시겠습니까?

    “응!”

    엠마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고, 그것으로 인증은 끝이었다. 자율 주행 택시는 곧 인천 공항을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1시간 후.

    자율 주행 택시가 예상했던 그대로 1분의 오차도 없이, 1시간 3분 후 엠마는 서울 내곡동에 자리한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 로비 앞에 도착했다.

    “엠마 누나!”

    엠마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앳된 남자아이 목소리가 났다.

    “알렉산더!”

    엠마도 남자아이를 보고 반갑게 이름을 불렀다.

    “여기서는 혜성이에요!”

    엠마는 혜성이보다 알렉산더라는 미국식 이름이 익숙한 쪽이었다. 그래도 본인이 혜성이라고 불리길 원하니 바로 한국식 이름으로 불러 주었다.

    “그래그래, 우리 혜성이. 많이 컸네?”

    “진짜요?”

    보통의 아이들과 같이 혜성이도 키가 커졌다는 말을 좋아했다. 실제로 혜성이의 키는 연초보다 3cm는 더 커진 113cm였다. 덕진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제법 큰 편에 속했다.

    “그런데 혼자 마중 나온 거야? 삼촌이랑 이모는?”

    엠마가 말하는 삼촌과 이모는 유재원과 티파니를 칭하는 말이었다.

    냉정히 따져보면 유재원과 엠마는 남남이었다. 공적으로도 레밍턴과 고용 관계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유재원은 레밍턴 식구들도 가족과 같이 느끼고 있었고, 실제로도 큰삼촌 대우였다. 그러니 엠마도 자연스럽게 유재원을 삼촌이라고 친근하게 부르게 되었고, 티파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저기저기 여의도에 일하러 갔어요! 엄마는 누나 온다고 맛있는 거 만들고 있어요!”

    혜성이는 엠마가 온다는 알람에 떼를 써서 마중을 나가겠다고 한 것이었다. 엠마가 주변을 보니 살짝 떨어진 곳에서 대놓고 경호를 서는 듬직한 사람들이 6명은 보였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 주변에 있을 것이다.

    본인 역시 어린 시절 경험해 보았던 익숙한 일이었다. 어렸을 때는 그게 워낙 익숙하다 보니 당연한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는 꽤나 싱숭생숭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 정말 고맙네! 나도 혜성이 주려고 선물 사 왔는데.”

    “우와! 진짜요?”

    엠마의 말에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폴짝폴짝 뛰는 혜성이었다.

    오죽하면 유재원과 티파니가 혜성이한테 장난감을 잘 안 사 주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 혜성이에게 면세점에서 샀던 따끈따끈한 선물을 전해줬다. 혜성이는 당장 포장을 뜯어 보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집으로 올라가서 펼쳐 보기로 했다.

    혜성이는 한 손에 엠마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론 커다란 선물 상자를 꼭 안은 상태에서 움직였다. 그리고 엠마는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에 자리한 레지던스 호텔에도 체크인을 했다. 유재원과 티파니 부부가 펜트하우스의 게스트룸을 내주겠다고 했지만, 지금 엠마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서 여행을 나선 것이기에, 같은 건물이긴 해도 별도의 객실을 따로 예약한 것이었다.

    일단 티파니가 있는 최고층으로 가서 인사를 하려고 고속 엘리베이터에 올랐는데, 혜성이가 엠마를 불렀다.

    “그런데, 엠마 누나!”

    “응?”

    “엠마 누나도 우리 아빠가 만든 게임기 행사 볼 거예요?”

    혜성이가 말한 그 게임기 행사라고 하면 당연히 3일 후에 있을 차세대 엑스박스 게임기와 프로젝트 2077의 정식 발매 행사를 말하는 것이었다.

    보통 차세대 엑스박스는 IDDC의 일환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엔 아예 엑스박스 데이라고 완전히 독자적인 월드와이드 릴리즈 행사를 기획했다. 그 장소가 바로 여의도의 드림 스타디움이었다.

    엠마는 아니라고 하려고 했지만, 혜성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응! 당연하지!”

    엠마도 ID 그룹의 일원인 만큼, 어렸을 때부터 엑스박스 게임기를 가지고 놀았다. 주변에 친구들은 별로 없어도, 게임기 속에서 온라인으로 만들어진 친구들은 많았으니 말이다.

    당연히 엠마도 이번에 발표될 차세대 엑스박스 게임기와 런칭 타이틀인 프로젝트 2077에 대한 기대감이 어마어마했다.

    첫 번째 혼자 여행의 목적지를 대한민국으로 정한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엑스박스 데이였다.

    “나두! 나두 같이 데려가면 안 돼요? 나도 진짜 가고 싶어요!”

    “음, 그건…….”

    기대감 가득한 혜성이를 보니 그러겠다고 하고 싶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 않는 엠마였다. 그도 그럴 것이 런칭 타이틀인 프로젝트 2077이 성인용 R등급 게임이라서, 엑스박스 데이 행사 역시 성인 입장으로 한정된 탓이었다.

    “어, 삼촌이랑 이모에게 먼저 허락을 받아 보자.”

    얼마나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담겨 있기에 성인 전용 행사가 되었을까. 결국 엠마가 혜성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보자는 것이었다.

    “히잉.”

    영특한 혜성이는 엠마도 별수가 없다는 걸 알고 힝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운 엠마였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다. 힝힝 거리는 혜성이를 보면 참 아쉽지만, 동시에 그 게임 안에서 얼마나 큰 금기를 건드렸기에 이렇게나 깐깐하게 구나 싶었다.

    3일 후에 있을 엑스박스 데이 행사에 대한 엠마의 기대감이 끝없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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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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