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964화 (964/1,007)

940회

인피니티(Infi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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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톤이 넘는 로켓용 액체연료가 일시에 폭발하며 생겨난 불기둥은 하늘을 뚫을 것처럼 거대했다. 급기야 폭발로 생긴 화염이 상승하면서 버섯구름까지 생성되었고, 발사대로부터 3km 넘게 떨어진 관제실까지도 폭발의 충격으로 진동이 전해질 정도였다.

분위기가 난리 난 건 관제실뿐만이 아니었다.

-망했다!

-시밤쾅이네!

-테슬라 주식 팔아야 함?

-글쎄.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오너가 같고 서로 30%씩 주식 교환을 한 상태라지만, 스페이스X는 비상장이라…….

-윗분 봐요. 주식 시장은 그렇게 수학 공식처럼 움직이는 곳이 아닙니다. 오늘 7% 상승 중이었던 게 바로 음봉 뜨고 있죠? 소나기가 지나갈 때까지는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입니다.

-하필이면 유재원 회장도 지켜보고 있었는데, 날지도 못하고 터졌네.

-일론 머스크 완전 망했네.

스페이스X의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채팅방 역시 난리가 났다.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답게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했었다. 당연히 팰콘9의 역사적인 첫 시험 발사 이벤트도 라이브 방송 중이었다. 심지어 오늘 행사가 있기 일주일 전부터 광고도 크게 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유재원에게 스페이스X가 투자금이 엉뚱한 데 쓰이지 않고 팰콘9 로켓 완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걸 알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팰콘9 로켓의 발사 성공으로 스페이스X의 진보한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도 그럴 것이 팰콘9에 실린 스타링크 통신 위성을 저궤도에 띄우는 것이 아니라, 1단 추진 로켓이 다시 이곳 휴스턴 발사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있었다.

로켓 제작에서 제일 비싼 1단 추진부의 재활용으로 로켓 발사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게 팰콘9 로켓의 최대 장점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비공개 테스트에서 1단 추진 로켓의 복귀는 성공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그걸 그대로 이번 팰콘9 로켓의 1단 추진부로 사용했고, 2단 로켓 역시 검증을 마친 것으로 장착해서 완성했다.

지구 저궤도에 스타링크 통신 위성을 띄운 다음, 멋지게 휴스턴으로 복귀한 1단 로켓까지 찍는 게 이번 방송의 목표였다.

그런데 뭘 해 보기도 전에, 그것도 발사 30초 전에 그냥 서 있는 상태에서 터져 버렸다.

자동 발사 시퀀스 중이었기에, 뭔가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발사 프로세스가 정지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폭발이라니.

일론 머스크는 불과 1분 전만 해도 자신감이 충만했지만, 지금은 그 자신감의 몇십 배에 달하는 당혹감과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어쩔 줄 모르는 일론 머스크의 모습을 실컷 담았던 매스컴의 카메라는 곧 유재원에게 초점을 맞췄다. 스페이스X에 수억 달러를 투자했던 유재원이라면 분명 뭔가 반응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매스컴의 기대와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매스컴 취재진 앞으로 한 발 더 다가왔다.

사실 유재원도 사람인지라 갑작스러운 로켓의 폭발에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만지는 것마다 모두 성공만했던 유재원이었기에, 코앞에서 대실패가 뜨자 충격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표정이 깨지지 않은 건, 2회차 인생의 특권으로 얻어진 막강한 정신력 덕이었다.

매스컴 앞으로 나온 유재원은 마이크를 잡았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가 아니라 스페이스X측에서 준비한 소품이었다. 원래 정해진 식순에서는 팰콘9 로켓의 성공적인 발사를 마치면, 유재원의 깜짝 발표도 예정되어 있었기 준비된 마이크였다.

바로 스타링크의 시작을 알리는 발표였다.

스타링크는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상태였고, 스타링크용 통신 위성도 완성되었다. 클라이언트용 소형 위성 통신 안테나와 위성용 보안 통신 프로토콜도 개발이 완료되었다.

이번에 실린 4기의 통신 위성으로 실제 이론만큼 속도가 나오는지, 통신 위성 1기가 커버할 수 있는 면적은 어느 정도 되는지도 살펴볼 예정이었다.

이러한 계획들도 팰콘9의 폭발로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유재원으로부터 좋은 소리 듣기는 틀렸다고 직감했는지, 그가 마이크를 든 모습에 일론 머스크는 크게 긴장했다.

“유재원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스페이스X의 투자자로서, 스타링크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로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유재원은 평소와 조금 다른 스타일로 자신을 소개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ID 그룹 유재원이라고 하면 끝이었는데, 지금은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를 언급했다.

“팰콘9 로켓의 예상치 못한 폭발에 깜짝 놀라셨을 여러 매체의 시청자분들께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로켓이 폭발했다고 해서 팰콘9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사과한다는 말에 일론 머스크는 머리를 푹 숙였다.

원래는 본인이 나서서 해야 할 말이었는데, 넋을 놔 버린 탓에 유재원이 대신 하게 됐으니 면목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유재원의 말은 다 끝난 게 아니었다.

“우주 개발이라는 건 애초에 수많은 난관이 있는 분야입니다. 미국의 우주 개발사만 해도 수많은 실패와 도전으로 가득하지요. 그렇지만 실패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한 끝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우주 기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스페이스X도 마찬가지로 이제껏 등장했던 로켓 중 가장 진보한 설계로 만들어진 팰콘9인 만큼,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은 늘 있으며 마침 오늘은 운이 나빴던 날이었을 뿐입니다.”

유재원의 말에 관제실에서 각자의 자리를 담당하고 있던 스페이스X의 직원들의 표정이 눈에 확연히 보일 만큼 안정화되었다.

“이번엔 실패했지만,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다시 도전하면 그만입니다. 저 역시 팰콘9의 다음 발사를 위해서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직원들은 이들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의 불안했던 표정에 전염되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가, 유재원의 위로에 큰 힘을 받았다.

반면 유재원으로부터 뭔가 매콤한 반응을 기대했던 매스컴은 김이 빠진 표정이었다. 그래도 기사로 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발언이었다.

팰콘9이 첫 번째 발사 시험에서 대폭발했지만, 유재원은 투자를 더욱 늘려주겠다고 하니 말이다. 여기에 매스컴의 특성에 따라 유재원의 투자가 처음으로 실패할지도 모른다며 자극적으로 양념을 칠 수 있었기에, 데스크로 초벌 기사를 송고하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그날 저녁.

유재원은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 팀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 스테이크하우스에서 한턱 크게 쏘았다.

그 자리에서 유재원은 투자 확대에 대해서 다시 말하며 직접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스페이스X에 대한 유재원의 투자금은 순차적으로 지급되는 방식이었는데, 그 시점을 오늘로 앞당긴 것이었다.

이 자금으로 최대한 빨리 2호 로켓과 3호 로켓도 만들어서 2차 시험 발사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잡기로 했다. 물론 억지로 날짜를 당기면 날림으로 작업하다 이번과 같은 폭발 사고가 또 발생할 수도 있으니, 일정을 무리해서 당기는 건 삼가도록 했다.

다만 진짜 아쉬운 점은 이번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면, 스타링크도 깜짝 발표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무위로 돌아간 것이었다. 가동도 못 해 본 스타링크 통신 위성 4기가 완전 박살이 난 것도 뼈아픈 일이었다.

또한, 주식 시장에서의 피해도 있었다.

유럽이 폭스바겐 그룹을 시작으로 공매도 폭탄에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고, 지금은 그 여파로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태였다.

유럽 주식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작년 가을 최고점이었을 때를 기준으로 –40% 정도 폭락했다. 반대로 유럽에서 공매도로 승승장구했던 미국은 지금도 꾸준히 상승 중이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45,000포인트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는데, 원래 역사대로 한다면 이 지수는 2030년대 말쯤에서나 볼 수 있는 숫자였다.

그보다 15년은 더 빨리 45,000포인트를 찍고 있는 것인데, 이는 미국 연방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는 재개발 열풍 때문이었다.

존 매케인 행정부는 이를 리메이크 아메리카라고 지칭했다.

록펠러의 금융 독점을 해체하면서 쏟아진 천문학적인 자본으로 미국의 낡디낡은 사회 인프라를 다시 만드는 일이었다.

항만과 공항, 상하수도와 전기 가스, 고속도로 등등.

미국의 사회 간접 자본들은 겉으로 보기엔 잘 만들어진 것 같아도, 속은 썩어 있는 게 많았다. 그걸 새롭게 만들면서 미국의 경제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리메이크 아메리카였다. 그 정점에 선 것이 스마트 시티 건설이었지만, 뉴욕이나 시카고처럼 성립된 지 오래된 대도시들은 새로 만드는 게 불가능하니까 기간망만 새롭게 뜯어고치는 것이다.

건설 분야만큼 경기 지표를 띄우기에 좋은 게 없었다.

더욱이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통의 굴뚝 기업들이 주로 포진한 만큼, 건설 경기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기에 유럽에서 빠져나온 자본들이 미국에 쏟아져 들어온 덕분에 45,000포인트라는 신기록을 찍을 수 있었다.

나스닥 지수 역시 16,000포인트를 돌파했는데, 나스닥의 상승을 이끄는 건 당연히 ID 테크놀로지였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주식들이 맹렬하게 오르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가 선봉장이었다. 최고의 전기자동차는 라이트닝 볼트라는 걸 다들 알고 있지만, 비상장 기업인지라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던 탓이다.

투자자들은 꿩 대신 닭이라고 테슬라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매수했는데, 작년만 해도 60달러대였던 테슬라의 주가는 지금 220달러였다. 최고점은 280달러에 달했는데, 어제 스페이스X의 팰콘9 로켓이 대폭발하면서 220달러로 폭락한 것이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별도의 기업인데도 –30%나 폭락해 버렸다.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매도 의견을 냈던 익명의 네티즌 말이 맞았던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팰콘9 로켓이 대성공한다면 테슬라의 주식도 폭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휴스턴에서의 일을 마친 유재원은 다음 날 텍사스의 주도 댈러스에 입성했다.

ID 소프트웨어의 사장 존 카멕을 만나기 위해서다.

“갑자기 펑 하고 폭발하는데, 화염의 크기가 어마어마했죠? 어휴, 저도 라이브로 보고 있었는데 참 안타깝더군요.”

유재원을 보자마자 존 카멕은 프로젝트 2077보다 팰콘9 로켓을 먼저 언급했다.

존 카멕은 누가 뭐라고 해도 컴퓨터 게임 마니아가 확실했다. 울펜슈타인으로 FPS 게임을 정립했고, 둠으로 그 끝장을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게임 제작보다는 ID 테크 게임 엔진에 더 집중하면서 게임 개발자의 면모는 많이 옅어졌지만, 프로젝트 2077의 치프 프로그래머를 맡으면서 다시금 옛날을 생각나게 했다.

그런 존 카멕이지만, 로켓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텍사스에 살고, 나사가 있는 휴스턴과도 가까워서 종종 로켓 발사를 구경하러 다녔던 경험이 있었고, 그게 개인적인 취미로까지 이어졌다.

유재원과 만나지 않았다면 아예 아르마딜로 에어로스페이스라는 회사를 차려서 로켓 개발에 매진했다가 별다른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이맘때쯤에 폐업을 했을 텐데, 지금은 그저 취미 생활로만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상심이 크시죠?”

“전혀요! 우주 개발에서 예기치 못한 실패야 언제든 일어날 일이었죠. 그래서 이번엔 두 대를 동시에 만들어 보라고 투자금을 좀 더 늘려드렸어요.”

“역시. 회장은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존 카멕도 유재원과 오래 일했던 만큼, 유재원의 스타일에 대해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다.

잠시 팰콘9 로켓이나 이와 연관된 스타링크 등을 소재로 잡담을 나누었던 둘은 본론인 프로젝트 2077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AI NPC의 사실적인 반응에 테스터들도 하나같이 놀라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마이크 버튼이 대박이더군요.”

마이크 버튼이란 NPC와의 대화에서 고정된 상태로 주어지는 선택지 대신, 플레이어가 직접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모든 대화에 마이크 버튼을 넣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해 보니 산으로 가는 일이 많아져서, 지금은 처음의 1/10로 줄였다. 보상이나 스토리의 분기점에서 고정된 항목이 아닌 플레이어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어우러져 화학 작용이 일어나도록 말이다.

“2077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플레이어라면 그렇겠죠.”

살짝 목소리가 높아진 존 카멕과 달리 유재원은 덤덤하게 반응했다.

문제는 몰입감을 깨는 대답을 했을 때였다. 2077 세계관 안에서의 플레이어로서 대답하는 게 아니라, 트롤 짓을 위해 일부러 엉뚱한 말을 할 때에는 문제가 컸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할 때엔 NPC에 바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AI GM이 등장해서 수정을 권고했다. 그리고 이렇게 AI GM이 등장해 수정을 권고하면, 마이크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점수가 싹 사라지는 것으로 정했다.

반대로 2077 속의 플레이어로서 번뜩이는 대사를 치게 되면, 재화부터 특수한 아이템이나 퀘스트 해결의 중요한 단서 제공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게임 시스템 차원에서 2077의 세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인데, 단순히 인공지능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니다.

“AI NPC와의 상호 작용을 극대화할 비장의 아이템이 있죠.”

그러면서 유재원은 새로 가져온 박스 하나를 꺼내 존 카멕 앞에 내밀었다. 이게 뭔가 싶은 표정의 존 카멕은 박스를 받아서 즉각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스 속에서 나온 건 고글이었다.

“증강 현실 안경인가요? 응? 앞이 막혀 있는 걸 보니, 증강 현실 안경은 아닌데?”

존 카멕의 말 그대로 일단 처음 보았을 때는 증강 현실 안경이 생각나는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앞이 막혀 있었고, 내부에는 동그란 렌즈가 보이니 증강 현실 안경이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

“설마.”

그러다가 문뜩 존 카멕은 생각나는 아이템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거 가상현실 헤드셋입니까?”

정답!

유재원은 존 카멕이 다 풀지 못한 상자의 나머지 부분을 직접 뜯어서 양손에 하나씩 쥘 수 있는 컨트롤러도 꺼냈다. AI NPC를 통한 게임성이 극대화되는 것은 바로 VR 모드였다. 그리고 마이크 버튼을 통한 플레이어와 NPC의 직접적인 상호 작용은 VR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튜토리얼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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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주말이네요!

즐겁고 건강히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다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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