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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961화 (961/1,007)

937회

인피니티(Infi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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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반기지 않는 월요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들이닥쳤다.

월요일 독일의 주식거래소가 열렸을 때, DAX 지수는 –9%를 찍었다. 역대 최대의 낙폭이었고, 하락을 주도한 건 독일이 자랑했던 자동차 산업이었다.

그러면 나머지 섹터는 괜찮느냐?

나머지 분야가 괜찮았다면, DAX지수가 –9%를 찍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동차 섹터가 하락을 주도했지만, 다른 섹터들도 비슷한 낙폭을 기록했다. 또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공포가 지배하는 상황이다.

차세대 산업에서 배제당했다는 식의 위기감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유럽이 새로운 뭔가를 주도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현대의 산업을 만들어낸 곳이 유럽이었지만, IT 혁명 시기에 새롭게 세계적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유럽의 스타트업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SAP가 유럽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지만, SAP도 1972년에 세워진 기업으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2000년 이후에 성공한 IT 기업을 찾자면 스포티파이라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가 있었다.

스웨덴에 물리적 기반을 둔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였는데, 넥스트 뮤직이나 애플 뮤직에 밀려 3위를 넘지 못했다. 그래도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유료 사용자를 5,000만 명이나 확보한 덕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꾸준히 할 수 있었다.

참고로 넥스트 뮤직은 작년에 유료 사용자 7억 명을 돌파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등극했다. 매년 연말에 여는 넥스트 뮤직의 자체 시상식인 넥스트 뮤직 어워드도 이제는 막강한 권위까지 얻었고, 넥스트 뮤직 어워드와 함께 열리는 공연은 모든 아티스트들이 한 번이라도 서고 싶은 꿈의 무대가 되었을 정도다.

스포티파이 다음으로는 로비오 엔터테인먼트다.

앵그리버드라는 새총에 날개 없는 다양한 새들을 걸어서 날리는 게임으로 유명한 회사였다. 티파니폰 시절부터 앱스토어의 게임 카테고리에 장기 집권했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자가 복제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과금 유도로 인해서 지금은 게임 카테고리에서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게임을 찾는 건 어렵게 되었다.

대신 같은 핀란드 회사인 슈퍼셀이 탄탄한 라인업으로 모바일 게임 업계의 선두권 업체로 뛰어올랐다. 문제는 슈퍼셀의 지분 중 51%가 일본의 소프트뱅크에 인수되면서 이제는 유럽 회사라고 말하기가 곤란해졌다.

이렇게 IT만 보더라도 유럽은 신사업에서 완전히 소외되었다.

그래도 유럽의 경제가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금융업과 제약산업 그리고 석유와 자동차 산업 덕이었다.

자산 규모 2조4천억 달러를 자랑하는 HSBC, 2조2천억 달러인 BNP파리바, 1조 달러의 UBS와 같은 초대형 은행들이 유럽에 즐비했다. 토탈과 로열더치셀과 같은 석유 기업도 있었고, 벤츠와 BMW, 폭스바겐, 르노 등의 자동차 업체도 막강한 라인업이었다.

I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더라도 유럽의 경제가 별 타격 없이 탄탄하게 운영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그렇기에 IT 혁명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위기감이 있긴 했지만, 금세 사라졌다. 게다가 노키아나 에릭슨 등, 유럽인들이 익숙한 로고를 달고 출시되는 스마트폰도 있었다.

여러모로 한국산 스마트폰이나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하면 열세라서 유럽 자체적으로도 판매량이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유럽산 스마트폰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었기에, IT 분야에서의 소외감은 크지 않았다.

과거에도 이런 식이었으니, 4차 산업혁명에서의 배제라는 위기감을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투자 시장에서는 아니었다.

폭스바겐 그룹이 셰브롱의 슈퍼 차지에서 제일 끝으로 밀려났다는 점, 미국의 테슬라와 한국의 일성자동차라는 신생 업체의 전기자동차가 1차로 선정되었다는 건 붉은색 경고등이 켜질 만한 일이었다.

결정적으로 셰브롱은 합작 회사와의 계약 관계 때문이라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슈퍼 차지과 관련한 협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디젤 게이트 재판은 독일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미국에서도 진행 중이었다.

셰브롱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유럽 사람들에겐 디젤 게이트 사건은 흐지부지 지나가는 사건이었는데, 이젠 폭풍의 핵이 되었다.

그러면서 공매도 전문 헤지 펀드가 붙으면서 폭스바겐의 주가가 폭락했고, 기관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독일 주식 시장을 초토화시켰다.

디젤 게이트가 터졌던 당일 폭락보다 몇 배는 더 큰 폭락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큰 미국 시장을 잃었고, 수많은 나라들로부터 피해 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막타처럼 자동차의 미래인 전기자동차 시장 진입을 차단당했으니 그 피해의 규모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완연한 가을이 되어 남다른 푸른 하늘이 보이는 10월 중순. 폭스바겐의 주가는 100유로까지 붕괴됐다. 250유로에서 시작했던 붕괴였으니, 순식간에 1주당 150유로가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이렇게나 많이 떨어졌으니, 슬슬 반등의 타이밍이 나올까 싶지만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폭스바겐 그룹에 닥친 위기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스바겐 그룹의 2분기 판매 실적이 나왔는데, 역시나 다들 예상했던 것처럼 처참함 그 자체였다.

디젤 게이트 직전 2분기와 비교해서 –60%가 터졌다.

폭스바겐 공장이 있는 볼프스부르크에 가 보면 야적장에 먼지가 쌓여 있는 자동차들이 한가득이었다. 이젠 들여놓을 공간도 없어서 길가에도 늘어서 있기 시작했다.

비단 폭스바겐 그룹 주가만 터져 나가는 게 아니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와 영국까지.

유럽의 경제의 주축이 되고 있는 국가들의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투자자들은 유럽의 경제 상황을 냉정하게 따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연구 결과 유럽에는 주식 시장 상승의 핵심인 펀더멘털이 전무하다는 게 밝혀졌다.

투자자들이 유럽의 대기업에게 쏟아낸 질문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요약하자면 크게 4개의 질문으로 모아졌다.

-4차 산업혁명의 필수 산업 중에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게 있는가?

-인공지능의 연구 성과는?

-로봇과 스마트 드론은?

-다이아몬드 반도체와 전고체 배터리는?

투자자들의 송곳과 같은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유럽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찾아 보자면 노광기를 만드는 ASML로 자부심을 내보이는 네덜델란드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ASML의 최신 EUV 노광 장비로 다이아몬드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곳은 ID 일렉트로닉스뿐이었다.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같은 EUV 모델의 ASML 장비가 보급되었지만, 성공한 곳은 ID 일렉트로닉스가 유일무이했다.

TSMC도 다이아몬드 반도체를 생산한다지만, 그건 ID 일렉트로닉스의 라이선스와 전폭적인 기술 지원 덕분이었다. 더구나 ASML의 EUV 노광 장비도 ID 일렉트로닉스의 정밀한 주문서를 통해 만들어진 커스텀 장비였다.

ASML이 독점하고 있긴 한데, ID 일렉트로닉스가 아니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니. 이걸 독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럽이 자랑하던 금융도 마찬가지였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지분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배당을 통해 이익이라도 공유받을 텐데, 수많은 업체들은 보통 비상장 상태였다.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라이트닝 볼트도 비상장 기업이었고, 드론 분야에서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ID 하이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이족 보행 로봇으로 최강의 기술력을 선보인 보스턴 다이나믹스도 비상장이다.

심지어 상장된 기업이라고 해서 지분 확보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자타 공인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유재원이 있고, 유재원은 ID 테크놀로지를 통해 온 세상에 신기술을 선보였다.

그런 ID 테크놀로지는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다.

며칠 전 폭스바겐 그룹이 공매도에 의한 대폭락이 이뤄질 때, ID 테크놀로지는 다시 한번 폭등했다. 2000년대 후반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이라는 신기록을 기록했던 ID 테크놀로지의 주가는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

다이아몬드 AP가 탑재된 최초의 스마트폰 Z2가 세상에 나왔을 때 25%쯤 폭등했고, 다음 해에 더욱 강화된 다이아몬드 AP인 DM13과 가로로 또는 세로로 접히는 2종의 플립형 스마트폰 모델이 추가되어 나온 2013년형 Z3가 나왔을 땐 20%가 올랐다.

이후 차익 실현을 하는 투자자들과 주변 증시의 불안함으로 주가는 상승과 반복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 2014년 IDDC에서는 유재원이 등장하지 않았고, 발표된 신제품 라인업도 Z3의 강화 버전 정도였기에 반짝 상승했다가 여름이 끝나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1조4천억 달러 정도의 시가총액을 유지하던 중이었는데, 폭스바겐 그룹의 공매도 폭락 사태에서 제대로 반사 이익을 보았다.

4차 산업혁명에서 유럽이라는 거대한 경제 블록이 아무런 지분도 없다는 게 밝혀진 반면, ID 테크놀로지에는 수많은 원천 기술이 가득하다는 게 재조명된 것이었다.

물론 공매도의 단맛을 충분히 봤던 헤지 펀드들이 ID 테크놀로지에도 눈독을 들였다.

-ID 그룹 주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그중에서도 ID 테크놀로지가 확실한 버블.

-ID 테크놀로지의 PER 104.45! 결코 정상 아니다.

그러면서 나온 게 PER로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 주가와 주당 순이익을 비교하는 PER이었는데, 더 쉽게 설명하자면 104년어치의 배당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지금의 시총을 넘어선다는 이야기다.

-ID 테크놀로지가 거품이면 이 세상에서 거품이 아닌 게 있나?

-다이아몬드 반도체와 인공지능은 이제 겨우 시작.

-4차 산업혁명에 아무런 지분도 없는 유럽 주식 시장 터져 나가는 거 봐라!

-PER이 그렇게 절대적 투자지표면 폭스바겐 주식 사면되겠네! 지금 3.3이니까!

MTS에서 접속해 볼 수 있는 ID 테크놀로지의 투자자 게시판의 추천 글만 봐도 공매도 주력의 헤지 펀드의 주장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히려 폭스바겐 그룹 주식이 폭발하면서 생긴 후폭풍으로 ID 테크놀로지에 돈이 몰리며 주가가 폭등했다.

1조4천억 달러 대의 시가총액이 폭스바겐 그룹 공매도 폭락 이후에 1조8천억 달러대로 치솟아 올랐다.

시총 2조 달러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었다.

이렇게 ID 테크놀로지가 고공 행진하면서 투자자들은 모두가 행복 상태가 되었다. 그 혜택은 전 세계로 골고루 나뉘어졌다.

ID 테크놀로지의 주식을 직접 소유한 주주들이 제일 먼저 잔고가 폭증하는 기쁨을 누렸다면, 기술주 펀드와 ETF 투자자들도 달콤한 맛을 보았다.

덤으로 폭스바겐에 어마어마한 공매도 공격을 했던 해지펀드들 역시 천문학적인 수익을 달성했다.

반면 유럽이 자랑하는 금융 기업들은 부스러기만 조금 먹는 수준에 그쳤다. ID 테크놀로지의 전체 주주의 지역별 구성을 보면 유럽은 1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파생 상품에 따른 손익은 슈퍼컴퓨터로도 쉽게 계산이 되지 않는 복잡성을 자랑했기에, 차근차근 따져 봐야겠지만 파생 역시나 유럽의 자본이 얻는 수익은 크지 않았다.

일단 투자 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의 직접 보유 비중이 제일 작았으니 말이다. 매우 보수적이었던 유럽의 투자는 ID 그룹의 상상을 초월한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에 일어난 참사였다.

물론 이렇게 부스러기라도 먹으면 다행인 상황이고, 대다수 유럽의 투자기관들의 손해는 어마어마했다.

그야말로 유럽의 경제 관련 채널과 학자들은 난리가 났다.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었고, 강인공지능의 출현도 이제는 시간문제였다. 이제라도 제대로 투자해서 독자적인 기반이라도 마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록 지금 너무 늦어 보이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금융과 제약 등에서는 아직 헤게모니가 있으니 살려 보자는 의견이 다수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렇지만 이러한 자성의 목소리가 더 커지기도 전에 새로운 소식이 유럽을 강타했다.

-프로녹티스, 3상 성공!

-미국 FDA와 대한민국 식약청에 두 가지 형태로 최종 승인 신청!

ID 바이오로직스가 2011년 IDDC에서 최초 공개했던 프로녹티스가 장장 3년에 이르는 임상 실험을 성공리에 마치고서, 드디어 FDA에 정식 승인을 신청한 것이었다.

-하나는 프로녹티스입니다. 원래의 목표인 탈모 치료제로서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모니터 화면 속에는 ID 바이오로직스의 사장인 장재진 박사가 FDA에 승인서를 제출하고 나서 하는 언론 인터뷰가 방송 중이었다.

FDA의 승인이 난다면 피나스테리드와 미녹시딜 이렇게 단 두 가지 약품만 있던 탈모 치료제 항목에 프로녹티스도 추가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알레르기와 아토피 질환 치료제인 프로테라피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토피와 알레르기 치료제에도 같이 등록했다.

탈모 치료제로써 임상 실험 중에 발견된 프로녹티스의 또 다른 효능을 별도의 임상 실험을 통해 검증을 완료했다. 탈모 치료제에 들어갈 프로녹티스 성분을 1/3 정도로 희석해서 꾸준히 복용하면 심한 아토피와 알레르기가 치료된다.

그렇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막 일어난 상태에서는 효과가 약하다. 대신 꾸준히 복용했을 때,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오는 걸 막을 수 있다.

가격은 일주일 분량인 프로녹티스 7정에 30달러였고, 프로테라피는 7정에 8달러였다. 탈모의 정도에 따라 한두 달 복용하는 프로녹티스는 조금 비싸고, 매일 꾸준히 먹어야 하는 아토피와 알레르기 치료용 프로테라피는 싼 가격으로 책정했다.

그러면 프로테라피를 사서 3개씩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 싶지만, 크게 보면 그렇게 큰 가격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안심 포장을 해서 뜯는 게 번거롭기 때문에 얌체 소비자는 많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프로녹티스와 프로테라피의 3상 성공 소식에 한국의 제약 주가가 하늘 높게 치솟아 올랐다. 특히 실제 생산을 전담하게 될 셀트리온은 +30%라는 상한가를 쳤다.

반대로 제약은 아직 자기네 텃밭이라는 인식이 있던 유럽은 다시 한번 유재원발 쇼크에 주식 시장이 파랗게 물들었다.

신약을 만드는 건 너무도 힘든 일이었고, 거기에 드는 자본의 규모도 천문학적이었다. 그러니 신약이 나오더라도 기존의 거대 제약 회사를 통해 나오는 게 기본이었다. 유럽 정통의 제약 회사들도 그제야 기존의 상식과 궤를 달리하는 ID 그룹의 행보로 쓴맛을 처음으로 느껴보는 중이었다.

미국 FDA와 대한민국 식약청은 정식 승인 요청이 들어온 프로녹티스, 프로테라피의 승인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1년부터 프로녹티스의 발매를 손꼽아 기다린 사람들만 해도 수억 명은 되었다. 드디어 정식 발매가 코앞에 다가왔는데,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FDA든 식약청이든 전화부터 이메일, ID톡 플러스 친구까지 온갖 곳에 민원을 넣어서 최대한 빠른 심사를 요구했다.

FDA의 신약 심사 기간은 평균적으로 12.6개월이나 걸렸으니 말이다. 2014년 가을에 신청이 되었으니, 별 탈 없이 순조롭게 심사를 해도 1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이렇게 긴 심사 기간 중 수차례의 임상 실험에서 나오지 않은 이상 반응이 발견되면서 좌초된 신약들도 많았다.

덕분에 기다리다 지친 탈모인이나 아토피와 알레르기에 고통받는 이들은 FDA에 어마어마한 이메일 폭탄을 보내며 빠른 심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압박을 한두 번 당하는 것도 아닌 FDA였다.

이제껏 들어왔던 압력들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이긴 했지만, FDA는 온갖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규정에 따라 심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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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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